소설리스트

갓싱어-5화 (5/260)

# 5

#5. 문이 없다(5)

예상은 여지없이 들어맞았다.

3번 룸 안에서 먹고 자고 심지어 볼일까지 보아가며 기초 음악 이론을 파고들길 5개월. 날마다 리셋되지 않았으면 좀 더 귀찮아졌을지도 모르지만, 매일 아침 카운터로 가서 빵을 가져오는 것만 빼면 온전히 영상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강의(?)가 하루 종일 이어진 건 아니란 점이었다.

그래도 강행군이란 건 변함없었다.

새벽 4시부터 밤 12시까지 이어지는 엄청난 양의 강의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말이 기초 음악 이론이지, 거의 인류의 역사를 음악이란 기준으로 재구성한 거나 다름없었으니까.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음악에 관한 이론은 모조리 끌고 왔다고나 할까.

120 챕터가 넘으니 말 다했지.

거의 하루에 한 챕터 꼴이었다.

거기다가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시험까지 봤다.

일종의 테스트인데, 총 100문제 중 10개만 틀려도 해당 챕터부터 다시 보여주는 식이었다.

빰빠라밤-

보너스 코인이 주어집니다.

- 오올! 장난 아닌데? 자기 보기보다 끈질겨! 이렇게만 해요. 혹시 알아요? 한 50년 뒤에는 나갈 수 있을지?

지난번 발성 때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역시 보너스가 주어졌다.

다만, 좀 더 많았다.

그땐 달랑 2개 주더니, 이번엔 10개다.

농담인진 진담인지 모를 기계의 말 따윈 살짝 무시하기로 하고.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었다.

“끝났다아아아아아!”

그러면서도 괜스레 보너스로 주어진 열 개의 코인을 냉큼 쥐고선 투덜거렸다.

“쪼잔하긴! 열 개가 뭐냐? 열 개가! 주려면 한 백 개쯤 줄 것이지!”

말은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알고 있다.

지금 내 입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아마 활처럼 휘어 있을 것이다.

그만큼 기분은 한껏 고양되어 있었다.

왠지 당장 노래를 부르면 점수가 팍팍 오를 것만 같은 고양감이었다.

“몰라, 몰라. 일단 한숨 푹 자고 나서.”

***

확실히 내가 생각해도 미친 짓이다.

그걸 알면서도 이러고 있는 나란 놈은 대체 뭐람?

충분히 한숨이 나올만한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내 입에선 연신 콧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You bleed me dry and make me wonder why I'm even here.(넌 날 증발시켜, 내가 왜 여기 있는지 궁금하게 해.)······This double illusion I was seeing is finally clear.(이 두 배의 환상을 나는 마침내 보게 됐지.)······.”

머룬 5의 Harder To Breathe를 흥얼거리며 드라이버를 쥔 손을 능수능란하게 휘두르는 중이었다.

캬! 진짜 좋다.

노래 하난 기가 막히네!

“You want to stay here but you know very well I want you gone.(너는 원하고 있어, 여기에 머무는 것을. 하지만, 넌 내가 널 옛날부터 원했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지.)······Not fit to f~kin' tread the ground that I'm running on.(재수 없게도 산책하기에 적합하지 않군.)······.”

와아! 이 새끼들 진짜 천재네.

어떻게 알고 또 날 위해 이런 노래를 만든 걸까?

아주 그냥 내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달까.

“······You'll understand what I mean when I say.(넌 이해할 거야 내가 무얼 말하는지.)······There's no way we're gonna give up.(우리는 포기할 수 없어.)······.”

흥얼흥얼 거리다 보니 어느새 작업은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있었다.

“이제 꼽기만 하면 되나?”

커넥터를 마저 연결하곤 시간부터 확인했다.

3시 58분.

후우! 아슬아슬했다고나 할까.

잘못했으면 기껏 만들어놓고 단 한 곡도 불러보지 못할 뻔 했네.

주위를 둘러보니 난리도 아니다.

그럴 수밖에.

어제 오후 4시 15분. 그러니까 리셋이 되자마자 시작한 작업.

먼저 6번 룸에서 소파랑 테이블 등을 전부 끄집어내고, 무려 4번 룸과 5번 룸에 있던 기계 두 대를 하나씩 분해해 필요한 부품들을 모조리 6번 룸으로 옮겨왔다. 그리고 그것들을 결합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마음 같아선 3번 룸에서 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만일에 하나라도 고장 나면 진짜 뭐 되니까 말이다.

덕분에 6번 룸의 바닥엔 전선들이 어지럽게 엉켜 있다.

쓰다 남은 부품들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그리고 전후방엔 맨몸을 드러낸 앰프들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그 모습이 꼭 어서 빨리 시작하라고 날 재촉하는 듯하다.

“좋아! 이제부터 파티다!”

겨우 15분 남짓한 짧은 파티가 되겠지만.

손을 한차례 비비고 기대감 가득한 눈을 빛내며 전원을 올렸다.

파지직!

아씨, 깜짝이야!

“뭐야! 이거!”

스파크가 튀는 순간, 실패했나 싶어 놀랐지만, 다행히 그런 건 아닌 듯하다.

위이이잉.

팬이 돌아가며 앰프가 작동을 시작하고, 화면이 켜지자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크큭······큭큭큭!”

흡사 악당처럼 웃음을 흘리며 리모컨을 찾았다.

그리고 과감히 번호를 입력했다.

챙! 따단 따단 따단······빰 빠암 빠빰······.

흥겹기 그지없는 전주가 얼마 안 가 끝나고, 내 입에서 찰진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긴 세월 흘러서 가면 그 시간 기억이 나면, 못 잊어 그리워지면 내 마음 서글퍼지네.”

함준하와 양키즈의 ‘내게도 사랑을’을 부르며 목청을 돋웠다.

오오, 진짜 죽인다!

사운드가 무슨······. 와아, 장난 아닌데?

노래방 기기를 분해해서 재조립한 거 치곤 끝내준다.

크크크. 이게 다 음향의 이해를 클리어했기에 가능한 일이겠지.

“······그것은 오로지 그대뿐이라오.”

노래가 끝나고 숨을 몰아쉴 때, 갈채와 함께 점수가 떴다.

83점.

땡그랑!

- 요올! 오빠! 쫌 하는데?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어요! 힘내요!

역시 예상대로다.

재조립한 기계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겨우 1점에 불과하지만, 점수가 오르니까 코인도 떨어지고 말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3번 룸에서 할 걸 그랬나?

다음엔 거기서 하지 뭐. 오늘만 날인가?

좋아! 좋아! 이 기세 그대로 한 번 더 가는 거야!

리셋될 때까지 남은 시간은 11분.

23시간도 넘게 작업한 만큼 뽕을 뽑아야지.

곧이어 난 존 팀버레이크의 ‘SEXYBACK’을 부르며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

처음엔 좀 느려도 뭐든 하다 보면 느는 법이다.

세 대의 기계로 시작한 일이 어느새 여섯 대로 늘어났다.

시간도 갈수록 길어졌다.

이젠 여섯 대를 조립해도 다섯 시간은 너끈히 부를 수 있게 되었다.

그럴 땐 진짜 뮤직홀에라도 와 있는 착각에 빠질 만큼 사운드가 대단했다.

어떻게 보면 시답지 않은 일일는지도 모르지만,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음향 기술을 익히기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지금은 취미 삼아 가끔 한 번씩 노래방을 뒤집고 있는 중이다.

아, 그러고 보면 TV의 공로도 크다.

지긋지긋한 이 생활을 견디게 해준 데에는 24시간 흘러나오는 방송도 적잖이 도움이 되었으니까.

와이파이가 안 터지는 건 여전히 의아하긴 했지만.

“?全是因????(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화장실 세면대에 물을 받아 바가지로 끼얹어가며 샤워를 마친 뒤, 물기를 흘리며 걸어 나오며 중얼거렸다.

“?不是那??怯地??些??(그렇게 말하는 건 너무 비겁하지 않아?)”

카운터에 다다르자, TV에서 똑같은 말이 흘러나온다.

- ?不是那??怯地??些??(그렇게 말하는 건 너무 비겁하지 않아?

수건으로 물기를 닦으며 다시 중얼거렸다.

“쯧, 그러게 누가 그딴 남잘 믿으래?”

혀를 차면서 옷을 입기 시작했다.

지금 TV에서 나오고 있는 건 요즘(?) 핫한 중국 드라마였다.

“也?我???在?里。?我?分手?。(아무래도 우린 여기까지인가 봐. 그만 헤어지자.)”

내가 먼저 말하고, 거의 동시라 할 만큼 곧바로 드라마 속 남자가 얘기한다.

- 也?我???在?里。?我?分手?。(아무래도 우린 여기까지인가 봐. 그만 헤어지자.

옷을 다 입었을 때쯤, TV에선 놀라서 돌아보는 여자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며 드라마가 끝나고 있었다.

“차라리 잘된 거 아닌가? 저런 쓰레기 같은 놈한테 뭘 더 바라는지. 그래도 안쓰럽긴 하네.”

다음 내용이 궁금하긴 한데, 지금으로선 어쩔 수 없지.

모 보험사의 치아 보험 광고가 나오는 걸 보면서 TV 채널을 돌렸다.

프랑스 방송이 나오고 있다.

와인 관련 다큐멘터리다.

얼마나 봤는지 달달 외울 지경이다.

하긴, 저것만 그런가?

147개나 되는 채널 모두 마찬가지다.

시간대로 별로 방송되는 뉴스,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다큐멘터리 심지어 애니메이션까지 전부 다 수백 번씩은 본 것 같다.

특히 온종일 노래를 부른 뒤, 지친 몸을 이끌고 잠이 들 때면 TV는 친구가 되어줬다.

아마 사람이 그리웠던 거겠지.

TV조차 없었다면 사람 목소릴 듣지 못했을 테니.

물론 자기 전에 핸드폰을 충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생각보다 핸드폰은 쓸모가 많았으니까.

시간을 확인한다든가, 내가 부른 노래를 녹음해 들어본다든가, 코인이나 점수 따윌 계산한다든가.

게다가 알람으로도 써먹을 수 있었고.

요즘엔 딱히 그런 게 없어도 새벽 5시면 저절로 눈이 떠지긴 하지만.

그렇게 잠에서 깨어난 후엔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법전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엔 익숙지 않아 한 권을 다 보는데 시간이 좀 걸렸는데, 세 번째 읽을 때부턴 술술 읽히는가 싶더니 어느새 스무 번이나 읽었다.

이쯤 되니 어지간한 법조문은 눈감고도 읊을 지경이다.

그 와중에 간간이 국·영·수도 좀 들여다봐 줬고. 나머지 과목들, 일테면 한국사와 제2외국어도 마스터 한 지 오래다. 아쉽다면 탐구 영역 쪽인데, 그건 하는 수 없는 일이었다. 가지고 있던 교재가 1학년 거밖에 없었으니까.

거기에 TV와 노래들을 통해 저절로 익힌 언어도 몇 가지 된다.

일어, 중국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정도랄까.

영어야 원래부터 어지간히는 했었고.

쓰고 읽는 건 자신 없지만, 적어도 듣고 말하는 덴 지장이 없을 정도다.

이젠 체력도 문제없다.

배엔 초콜릿 복근이 새겨져 있었고 끼니마다 빵을 예닐곱 개씩은 먹어야 할 만큼 스태미너도 늘어났다.

그만큼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얘기인데······.

느낌으로만 보자면 한 천 년은 지난 것 같은데.

설마 그렇게까진 되지 않았을 거고.

솔직히 말하면 여기서 얼마나 지냈는지 감도 오질 않는다.

“하아, 진짜 별의별 일이 다 있었지.”

3번 룸 안으로 들어서며 둘러보니 괜히 센티 해진다.

짤랑.

내 손에 쥐어진 코인의 개수가 모든 걸 대변해준다고나 할까.

달랑 2개밖에 남지 않은 코인.

그렇다.

그 많던 코인이 이것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리모컨으로 번호를 입력하고 마이크를 쥐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미친 시스템 같으니라고!”

설마 그걸 전부 다 클리어해야 점수 획득이 가능할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발성부터 시작해 기초 음악 이론, 장르, 가수, 곡, 음향, 악기까지.

아예 정해놓기라도 한 것처럼 50점, 60점, 70점, 80점에 이를 때마다 코인을 사용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몇 개월이 걸리든, 몇 년이 걸리든 간에 더 이상 점수는 오르지 않았으니까.

덕분에 지금 내 머릿속에는 음악에 관해서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지식들이 가득 차있다.

뿐만 아니라 적어도 몸으로 습득할 수 있는 것이라면 상당수준까지 트레이닝 되어 있는 상태고.

조금 아쉬운 건 악기인데, 그건 하는 수 없는 일이다.

가능하면 진짜 악기로 연습하고 싶었지만, 여기에 그딴 게 있을 리 없으니까.

하는 수 없이 대체품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이를테면 기타 대신 빗자루라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노래가 끝나고 나서 마이크를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진짜 보너스 없었으면 어쩔 뻔했냐.”

간간이 주어지는 보너스.

아, 생각해보니 조금 열 받네.

진짜 지 마음대로였다.

언제 터지는지도, 또 코인을 얼마나 주는지도 나로선 예측불가.

덕분에 코인이 달랑달랑해서 마음 졸인 때도 있었고, 또 어떨 땐 몇백 개씩이나 돼서 마음 내키는 대로 써대던 때도 있었다.

그럴 땐 꼭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내 손에 남은 코인은 2개.

진짜 그 많던 코인을 써버릴 줄이야.

이 말은 곧 목표점이 눈앞으로 다가왔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 증거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팡파레가 울렸다.

빰빠라밤-

99점.

역시나 점수가 올랐다.

땡그랑.

반환구에는 은빛으로 반짝이는 코인이 보인다.

이로써 코인은 3개가 되었다.

- 짝짝짝짝! 대단하네요! 가수 하셔도 되겠어요!

그래, 그래. 가수 좋지.

“근데 그전에 여길 나가는 게 먼저 아닐까?”

기계와 주고받듯 농담을 던지는 여유까지 생긴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리모컨을 집어 들었다.

책자는 이제 보지도 않는다.

처음엔 첫 페이지부터 한 곡 한 곡 짚어가며 확인하고 숫자를 입력했지만, 그 짓도 기계에 입력되어 있는 모든 곡을 다섯 번 정도 불렀을 때 그만뒀다.

어차피 숫자야 하나씩 높여가며 입력하면 그만이란 생각도 들었고, 그 이전에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들여다보고 또 불러제꼈기 때문에 번호만 봐도 무슨 곡인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여기 오래 있었다는 얘기니까, 웃을 수만도 없다는 게 슬프지만.

아무튼, 현재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이제 1점만 더 올리면 목표를 달성한다.

과연 100점을 받으면 진짜 내 예상처럼 될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정해놓은 목표가 눈앞까지 다가왔다는 생각에 흥분이 일기까지 한다.

“다음에 부를 곡이······. 오! ‘솔져 오브 포츈’이라.”

Deep Violet이 부른 곡인데, 내가 좋아하는 곡들 중 하나다.

딱히 폭발적인 성량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쉬즈 곤’처럼 높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마음을 흔드는 곡이다.

- I have often told you things about the way.

I lived the life of a drifter waiting for the day.

When I'd take your arm and sing you songs then maybe you would say.

"Come lay by me love me And I would surely stay"

But I feel I'm growing older.

and the songs that I have sung Echo in the distance.

Like the sound of a windmill goin' 'round.

내 당신께 자주 얘기했었죠.

때를 기다리며 방랑자로 살았던 내 지난 삶에 대해 말이야.

내가 만일 당신 손을 잡고 노래를 불러주면 당신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죠

“내 곁에 누워서 날 사랑해 주세요. 그럼 난 기꺼이 당신 곁에 머무르겠어요.”

하지만, 이젠 나도 나이가 들어가고,

내가 즐겨 부르던 노래는 멀리서 메아리치고 있어요

마치 돌아가는 풍차 소리처럼···.

눈을 감은 채 한껏 감정을 살려 노래를 불렀다.

처음엔 아무 까닭 없이 이 고독한 공간에 갇혀버린 내 신세 때문에 몰입했는데, 점차 갈수록 노래 속의 주인공 심정이 절절히 다가온다.

그 때문인가?

- I guess I'll always be a soldier of fortune.

난 누가 뭐래도 항상 용병일 수밖에 없겠지요

마지막 소절에 이르러선 눈물이 흘러나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빰빠라밤-

팡파레 소리에 눈을 떴을 때, 얼어붙고 말았다.

100점.

땡그랑.

코인이 떨어지는 소리가 더없이 아름답게 들려왔다.

- 축하해요! 드디어 해내셨군요! 이제부터 당신은 가수예요!

마침내······.

크윽!

마이크를 쥔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으으······.”

입안에서 맴돌던 감격이 일순간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해냈다아아아아!”

환호를 내지르면서도 반환구에서 코인부터 챙기고 있다.

습관도 이 정도쯤 되면 거의 본능이라고 봐야겠지.

그때였다.

부르르르르.

“응?”

뭐지? 이 감각은?

부르르르르.

다시금 울리는······진동?

나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헉!”

숨이 멎을 것 같은 정적 속에 주머니에서 꺼내 든 것은······.

그동안 시계 역할밖에 못 하던 핸드폰.

그 핸드폰이 진동하고 있었다.

“신호가······터져?”

나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매만졌다.

순간 울컥하는 기분이 되었다.

액정화면에 선명하게 떠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

미, 믿을 수가 없다.

이거 꿈은 아니겠지?

진짜, 진짜, 진짜······인 거지?

덜덜덜덜.

손끝이 풍이라도 맞은 듯 떨리고 있었다.

부르르르르.

다시 한 번 진동이 울리고.

바짝 마른 입안.

나는 마른 침을 삼키며 떨리는 손끝으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어, 어······.”

메마른 목을 거쳐 입을 통해 흘러나온 음성엔 어느새 물기가 어려 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말문이 막혀 제대로 된 말이 나오질 않는다.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마치 둑이라도 터지듯 온갖 감정이 휘몰아쳤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주륵.

두 뺨에 뜨거운 물기가 느껴졌을 때, 주체할 수 없이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엄마······.”

하지만, 수화기 너머에서 날아든 것은 날 선 고함이었다.

- 너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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