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싱어-4화 (4/260)

# 4

#4. 문이 없다(4)

몇 가지가 떠올랐지만, 정리해보자면 결국 가능성 있는 가설은 두 가지.

그중에서 팝송인지 뭔지는 모르지만, 외국 노래를 불렀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지 모른다는 것과 한 번도 불러보지 못한 노래를 불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쪽에 무게가 쏠렸다.

어느 쪽이 되었든, 이제까지와는 패턴이 다르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확인해보면 될 일이다.

재빨리 책자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먼저 확인해봐야 하는 건, 이제까지 부르지 않았던 곡들을 불러보는 거다.

들어보긴 했지만, 한 번도 부르지 않았던 노래들 중 널리 알려진 노래를 선택했다.

‘서른 쯤에’.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생을 달리한 가수의 노래.

그럼에도, 살면서 수십 번은 더 들어 익숙한 멜로디였다.

물론 가사는 제대로 외우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해볼 만하다.

적어도 박자와 리듬만은 기억하고 있으니까.

전주가 시작되고,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가사가 자막으로 뜨자, 노랫말을 음미하며 립싱크하는 것처럼 입만 벙긋거리며 따라불렀다.

마이크는 꺼놓은 채로.

노래가 끝나고 여지없이 0점 처리되며 또 한 번 조롱을 들어야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잽싸게 다시 노래를 띄웠다.

전주가 끝나고 마이크를 통해 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 또 오늘이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오옷! 나쁘지 않아!

이 정도면 그럭저럭 따라부를 수 있겠다 싶었다.

- 작기만 한 내 마음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음정은 불안정했지만, 처음 부른 것치곤 정말 괜찮았다.

그래서 그런지 금세 노래에 빠져들었다.

넋 놓고 부르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마지막 소절을 부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을 정도로.

- 매일 작별하며 살고 있구나.

박수도 없었고, 아까처럼 벅찬 감정도 없었다.

대신 쓸쓸한 느낌이 묻어나 왠지 서글퍼졌다.

만일 팡파레가 울리지 않았다면 눈물이라도 흘렸을 것만 같았다.

빰빠라밤-

32점.

- 어머, 자기! 너무 멋져! 이러다가 진짜 가수 되는 거 아니에요?

땡그랑.

또다시 반환구에 떨어져 내리는 코인.

크으!

주먹을 움켜쥐고 몸을 떨었다.

이거다!

또다시 오른 1점.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지금의 내게는 어마어마하게 큰 점수다.

무엇보다도 한가지 사실이 입증되었으니까.

새로운 노래.

키 포인트는 여기에 있다.

결국, 희열에 차서 고함을 내질렀다.

그리고 안도했다.

꼭 외국 노래가 아니어도 된다는 사실에.

적어도 들어본 적 없는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된다는 게 어딘가.

이날 이때까지 살면서 들어보기만 했지 불러본 적 없는 노래는 수없이 많으니까.

그것만으로도 금세 100점을 채울 수 있을 거란 계산이었다.

이틀?

사흘?

늦어도 나흘이면 되지 않을까?

그때쯤에는 확실히 알 수 있겠지.

정말 100점을 받게 되면 이 지긋지긋한 오래된 소년 생활을 끝낼 수 있는지 어떤지.

“자, 그럼 이제 어떤 노래를 불러볼까나?”

나는 모처럼 환하게 웃으며 책자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

결론부터 말하자면······.

되지도 않는 착각이었다.

나흘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지금은 그때로부터 정확히 열흘이 지난 시점이다.

그럼 점수는?

평균 30점대.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좀처럼 점수가 오르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한가지 위안이 되는 건······.

“새로운 노래를 부르면 점수가 오른다는 건 확실한데······.”

대신 잘 불러야 한다는 게 함정.

시험 삼아 몇 번이고 거듭해서 부른 두 곡.

‘드림 온’과 ‘서른 쯤에’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드림 온’이 여전히, 아니 오히려 1점 떨어진 30점대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서른 쯤에’는 1점 오른 상태 즉 33점까지 받을 수 있었다.

그 둘의 차이점은 분명하다.

‘드림 온’은 들어본 적 없는 노래인 반면 ‘서른 쯤에는’ 그래도 몇 번인가 들어본 적 있는 노래라는 점.

다시 말해 아무리 잘 불러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노래를 원곡만큼 잘 부를 순 없다는 거지.

“잘하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한마디로 계속해서 신곡(?)에 도전하고, 또 그걸 능숙하게 부를 수 있게 되면 고득점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선 역시······.

이 상태로는 안된다는 거겠지.

가수도 아닌데 능숙하게 라니.

지금의 나로선 무리다.

“후우! 아무래도 코인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겠네.”

뭐, 이 정도만 해도 어딘가.

어찌 되었든 길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후우! 일단 밥부터 먹고.”

아니, 빵부터 좀 먹고 나서 부르자.

두 시간 만에 3번 룸에서 나온 나는 팥빵과 크림빵을 집어 들었다.

그러곤 거침없이 빵 봉지 두 개를 차례로 뜯어 겹쳐 쥐고선 한입 베어 물었다.

탄산음료를 따서 마시곤 중얼거렸다.

“······그래도 매끼 군만두만 먹는 것보단 낫잖아?”

진짜 그럴까? 하는 마음이 살짝 들었지만, 애써 무시했다.

***

정말 궁금하다.

처음 여기에 발을 들인 때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체감상으론 한 십 년은 지난 거 같은데, 정말 그렇게까지 지나진 않았을 거고······.

여전히 빳빳하기만 한 책자를 보고 있으니 뭐라 할 말이 없다.

하루만 지나면 여지없이 리셋 돼버리는 까닭에 이젠 시간 감각이 무뎌져 버려서 진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짐작조차 되질 않는다.

그래도 한가지는 분명하다.

조금씩 조금씩······. 대략 석 달에 1점 정도씩 오르던 평균 점수가 딱 40점대를 넘어섰을 때부터 기계가 야박해졌다는 거.

짠순이도 그런 짠순이가 없다.

마지막으로 점수가 오른 지도 벌써 일곱 달이 넘어가고 있었다.

무려 반년이 넘는 동안 3번 룸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음에도 단 1점도 오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미 코인까지 사용해 보컬 트레이닝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곤 해도 확실히 예상 밖이긴 했지.”

설마하니 복근까지 단련해야 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으니까.

아니, 그뿐만이 아니다.

피지컬 트레이닝.

무슨 운동선수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는데.

요새 들어선 확실히 그 효용을 인정하고 있지만, 처음엔 이해가 가질 않았었다.

솔직히 의심스럽긴 하잖아?

아무리 몸을 단련해봐야 다음날이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거 아닌가 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하루가 지나면 나를 포함해 노래방의 모든 게 리셋된다는 건 이미 알고 있던 사실.

그게 아니었다면, 분명 손목을 그었을 때 죽고 말았겠지.

일찌감치 운동을 그만두었던 것도 그런 이유였고.

하지만, 기우였다.

보컬 트레이닝과 더불어 피지컬 트레이닝에 포함된 복식호흡과 스트레칭, 그리고 복근 단련 훈련을 받으며 늘어난 스태미너와 근육들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즉, 이런 거다.

시스템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라는 거지.

코인의 양이 리셋되지 않는 것을 보고 아주 짐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놈의 노래방은 꽤 세심하다.

적어도 노래에 관해선 말이지.

아무튼, 각종 트레이닝 덕분에 점수가 오른 것까진 좋은데, 이렇게 또 한차례 벽에 가로막히고 나니 암담해진 것도 사실이다.

정말이지 이쯤 되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점수가 더 이상 오르지 않는 이유.

뭐가 잘못된 걸까?

단지 새로운 도전만 가지고는 안되는 건가?

아니면 곡 수가 모자란 건가?

그것도 아니라면, 발성법만 가지곤 안된다는 건가?

짤랑.

손에 쥐고 있는 코인을 보며 개수를 세어본다.

15개.

처음에 가졌던 것보단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넉넉한 것도 아니다.

계속해서 모았으면 지금쯤 꽤 많이 모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수가 없었다.

징글징글하게 오르지 않는 점수는 결국 코인을 사용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처음 사용한 건 발성에 대한 이해였다.

사용법은 설명만큼이나 간단했다.

코인을 넣고 선택하면 끝이었다.

그러자 화면에선 영상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음성도 지원되고 있었고.

마치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했다.

곤란하게도 그게 한두 시간짜리가 아니라는 게 문제였지만.

영상이 끝날 때까지 정말이지 꼼짝 말고 앉아 있어야 했다.

무려 7시간 동안.

발성학? 발성론?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무슨 놈의 발성에 대한 이론이 그렇게 장황하고 방대한지. 복식호흡이라는 게 있다는 것도 이때 알았다. 두성을 내는 방법은 나중에 돼서야 알게 되었지만.

아무튼, 콜라병에 오줌을 누어가며 자리를 지킨 끝에 간신히 영상을 다 볼 수 있었고, 그제야 발성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출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빌어먹을 트레이닝!

발성법 하나당 코인을 무려 두 개씩이나 소모한다 싶더라니.

시간?

그런 건 없었다.

될 때까지였다.

발성법 하나당 그렇다는 거다.

세브릭스 발성법을 익히는 데만 석 달이 걸렸었지 아마?

그것도 기계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능력치에 다다르는 데만 그렇게 걸렸다는 얘기다.

그렇게 소비한 코인만 무려 열 개였다.

육성은 둘째치고 두성과 비성, 흉성으로 크게 분류되는 발성은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수십 수백 가지로 나누어진다.

그중 대표적인 것만 익혔는데도 이 모양이다.

가장 힘들었던 건 샤우팅.

고음에는 자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기계가 만족할 때까지 내지르다 보니 몇 번이나 목이 쉬었는지 모른다.

차라리 그냥 여기서 나가지 말고 살아볼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힘들었다.

그놈의 샤우팅 창법을 익히는 데까지 거진 일곱 달이나 걸렸으니 말 다했지.

기계한테서 온갖 조롱과 멸시를 받아가면서 말이다.

대신 효과는 있었다.

몇 년간에 걸친 트레이닝을 거치는 동안 더럽게 안 오르던 점수들이 차근차근 오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는 동안 드림 온을 비롯한 몇 곡을 선택해 코인을 사용. 원곡을 듣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가수에 대한 정보들도 이때 얻었고, 그걸 바탕으로 곡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왔다.

덕분에 40점이란 점수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더 이상은 오르질 않고 있다.

“약발 떨어졌다 이건데.”

한숨을 안 쉬려야 안 쉴 수가 없다.

30점을 넘긴 후 다시 10점을 올리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앞으로를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할 지경이다.

그래도 뭘 어쩌겠어?

여길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는데.

“근데, 100점 받으면 진짜 나갈 수 있긴 한 건가?”

살짝 의심이 들지만, 이내 머리를 흔들며 불안감을 털어버렸다.

나중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으로선 그렇게라도 믿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목표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무척 크니까.

그게 아니라면 일찌감치 미쳐버렸을지 모른다.

그러니까, 지금은 그냥 믿자.

“그럼 이제 어쩐다?”

발성법 문제는 아닌 거 같고.

기초 음악 이론에 대한 이해라도 높여야 하나?

선뜻 내키지 않는다.

이제까지의 경험상 하루 이틀 만에 끝날 것 같지 않아서다.

딱 봐도 심오한 주제에 요구하는 코인만 무려 5개.

어쩌면 한 달 정도는 꼬박 한자리에 앉아 강의 아닌 강의를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젠장! 일시정지 버튼 같은 거라도 좀 있으면 얼마나 좋아.

한번 보기 시작하면 끝까지 봐야 한다는 게 말이 돼?

어지간한 체력 가지곤 턱도 없는 일이다.

그건 그렇고.

체력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확실히 요즘 들어 체력이 달린다는 느낌이다.

무엇보다도 호흡이 문제다.

복식 호흡을 익혔음에도 그런다.

노래를 하다 보면, 자꾸만 달리는 호흡.

요새 들어 오랫동안 노래를 부르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숨이 가빠지고, 배가 당기면서 소리가 잘 올라가질 않고 있었다.

고음일수록 심하다.

조금만 더 내지르면 올라갈 듯한 것도 뭔가 벽에 막힌 듯 한순간 소리가 끊기며 음정이 금세 불안해지곤 했던 것이다.

젠장! 게임처럼은 안된다는 건가?

그저 트레이닝 몇 달 받은 걸로는 부족하다 이건데······.

흠, 이제부터라도 시스템이 일러준 피지컬 트레이닝에 좀 더 시간을 할애해야 하나?

안 되겠다.

기초 음악 이론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이놈의 몸부터 좀 어떻게 해야겠다.

안 그랬다간 진짜로 과로사하지 싶다.

그러기 전에 먹는 양도 좀 늘리고, 좀 더 열심히 트레이닝을 할 필요가 있겠다.

아, 이왕이면 복근도 더 키워야 하겠지.

진짜 노래 부르다가 실신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좋아. 당분간은 체력부터 끌어올리는 걸로 하고.

기초 음악 이론은 그 뒤에나 생각해봐야겠다.

“쯧, 노래 부르는 것도 만만치 않네.”

고개를 내저으며 한 손에 들고 있던 음료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

결과적으로 보자면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오전 중에는 무조건 몸 관리에 시간을 전부 투자했는데, 슬슬 효과를 보이기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목이 풀리기 전인 오전에는 시스템에 따라 피지컬 트레이닝에 힘썼고, 특히나 복근 만들기에 주력했다.

그러다가 심심해지면 책을 들여다봤다.

TV를 보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지겨움을 덜 수 있다면 무얼 못할까.

물론 여기서 책이란 참고서다.

아, 진짜! 볼 게 없어서 참고서를 보는 날이 오다니.

흠, 그런데 이게 또 웃긴 게 갈수록 꽤 재밌다는 생각이 든다는 거였다.

예전처럼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하는 공부가 아닌,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또 알게 된 만큼 보인다고나 할까.

그 덕분에 나중에는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만들어내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수학의 경우엔 새로운 공식까지 만들어낼 정도. 아마도 누군가는 이미 알고 있는 거겠지만, 아무튼 고등학생 수준은 일찌감치 넘어선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도 한 십 년쯤 지나고 나니 시큰둥해졌다.

그럴 만도 하지.

맛있는 음식도 계속해서 먹다 보면 질리는 법인데.

“이걸 진짜로 볼 날이 올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네.”

결국, 가방에서 꺼내 든 것은 다름 아닌 소 법전이었다.

딱 영어사전만 한 크기. 약디얇은 종이에 깨알만 한 글씨가 가득한, 한글도 같이 적혀 있긴 해도 한문이 난무하는 법전.

그것도 올해 나온 따끈따끈한 개정판이다.

고등학교 입학 기념으로, 내가 대법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계신 아버지께서 선물해주신 거였는데······.

그걸 또 신줏단지처럼 매일 싸 짊어지고 다닌 거였고.

그러면서 마음이 약해질 때면 괜스레 한 번씩 뒤적여본 게 다였을 뿐인 법전이었다.

“뭐, 이거라면 몇 년은 심심하지 않겠지.”

그렇게 심심 심심풀이로 법전을 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꾸준히 몸을 만들고 컨디션 관리를 하면서 오전을 보내고, 빵과 음료수로 점심을 해결한 뒤에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저녁때가 되면 이젠 보기만 해도 신물이 나올 지경인 빵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나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또 노래.

하루에 노래를 부르는 시간만 자그마치 8시간이 넘는다.

때때로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혹시 영원히 이곳에 갇혀 살아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과 어떻게든 하루빨리 점수를 올려야 할 텐데 등등 조바심이 들긴 했지만, 그때마다 애써 마음을 다독였다.

어차피 점수라는 게 올리고 싶다고 팍팍 오르는 것도 아니고, 쓸데없는 걱정만 하고 있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니까.

그럴 바엔 그냥 지금 하는 일에 열중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으로 버텼다.

여하튼 먹는 양과 함께 트레이닝에 힘쓰기 시작한 후, 효과가 나타난 것은 꽤 오랜 시간이 흘러서였다.

“어?”

마이크를 쥐고 막 목소리를 냈을 때였다.

배에 힘이 들어가며, 어제와는 다른 소리가 튀어나왔던 것이다.

언젠가는 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하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자 당황스러웠지만 그렇다고 노래를 멈추진 않았다.

오히려 미친 듯이 불렀다.

그리고······.

빰빠라밤-

41점.

- 옴마나! 오늘은 소리부터 다르네요! 이대로만 하세요. 나갈 날이 머지않았어요!

피식 웃고 말았다.

누가 들으면 인공지능 씨리 줄 알겠다.

아니면 트레이너?

아무튼, 좋다.

비록 내가 가수 지망생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뻤다.

주먹을 움켜쥐고 조용히 웃었다.

“드디어 기초 음악 이론에 도전할 때까지 온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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