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7/38)

성장

1

크루드 마탑 10층.

마법 시험장.

지금 이곳엔 단 세 사람만 서 있었다.

그그긍.

“헉!”

문을 열고 들어오던 마법사 한 명이 시험장 안에 있는 세 사람을 보더니 이내 문을 닫고 돌아가 버렸다.

그만큼 지금 이 마법 시험장에 있는 사람들의 무게감은 보통이 아니었다.

사세르란의 벼락. 크루드 마탑 최고의 뇌전 마법사인 케이틀란 리덴드.

타오르는 겁화. 산도르 마탑 최고의 불꽃 마법사인 블레이즈 델파인.

그리고 마지막으로 케이틀란의 제자이자, 여섯 번째로 문을 연 자이며, 마법 대련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 제라드 란스터.

보편적으로 이곳 마법 시험장을 찾는 이들이 1급 내지, 2급 마법사들이란 것을 생각해볼 때, 지금 이곳에 있는 세 사람의 존재감은 커도 너무 컸다.

“자, 블레이즈. 준비되었다면 얼마든지 보여주게.”

“케이틀란, 너는 내 마법을 너무 얕봤다!”

블레이즈는 그렇게 호통치며, 오른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화아아아악!

솟구치는 화염.

블레이즈는 또다시 불꽃에 휘감겼다.

“제라드, 똑똑히 보아라. 저것이 산도르 마탑이 자랑하는 홍염의 마법사이자, 타오르는 겁화라고 불리는 블레이즈 델파인의 마법이다.”

“······.”

제라드는 언제 시무룩했었느냐는 듯, 블레이즈의 마법에 눈을 빼앗긴 채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블레이즈는 제라드가 자신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더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제라드, 네 스승은 너의 그 재능이 마법을 모든 마법을 꿰뚫어 본다고 하였다. 어디 그 말이 사실인지 증명해봐라.”

한동안 매섭게 타오르던 불꽃.

제라드는 그 마법에 눈이 빼앗긴 것처럼 계속 지켜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 집중력은 보통이 아니었다.

바로 그때, 무섭게 이글대던 불꽃은 모두 사라졌다.

“······.”

“제라드, 해보려무나.”

“스승님······.”

“제라드, 할 수 있음에도 나 때문에 하지 않는 게 정말로 나를 위한 일이겠느냐? 네가 나를 넘어서는 것을 원치 않았더라면 어째서 내가 널 제자로 받아들였겠느냐? 난 한 명의 마법사지만, 동시에 네 스승이다. 그러니 해보려무나. 내 눈으로 보고 싶구나, 블레이즈가 깜짝 놀란 모습이 말이야.”

케이틀란이 그렇게 말하며 언제 진지했었느냐는 듯 장난스럽게 미소 지었다.

제라드도 그제야 웃었다.

“알았어요. 해볼게요.”

“옳지. 이제야 내 제자답구나.”

제라드는 앞으로 나섰다.

블레이즈의 마법은 대단하다.

일부러 말을 삼갔던 것뿐, 이미 속으로는 여러 번이고 감탄했다.

제라드는 그동안 홀로 수많은 불꽃 마법의 술식을 익히고 보았다. 하지만 지금껏 어떤 마법도 저토록 정교하게 잘 맞물린 마법은 없었다.

‘저 불꽃 마법은 코어 빌드와는 무관해. 그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어려운 마법 술식 두 개가 맞물려서 돌아가는 마법이다. 마나 소모는 막대하지만, 그만큼 마법 효과도 엄청나.’

그 순간, 제라드는 오른손을 폈다가 꽉 쥐었다.

“으응?”

그 광경을 지켜보던 블레이즈가 눈을 부릅뜨는 와중에 케이틀란의 입가에 미소가 짙어졌다.

제라드의 몸에서 마나가 들끓었다.

‘역시 통상적으로 따라 하자면 너무 큰 마나가 소모되는구나. 조금만 증폭시키자. 내가 저 마법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그 방법 뿐이야.’

게이트 제어 술식 접촉.

철컹.

게이트의 속성이 전환되었다. 폭발적으로 확장해나가는 속성 에너지인 불꽃의 기운으로 바뀐 마나 덕에 온몸에 열기가 쌓이는 듯했다.

첫 번째 게이트를 지나 두 번째 게이트까지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기운! 부족한 마나는 수 배로 증폭된 기운으로 대체한다.

“헉!”

블레이즈가 깜짝 놀라 숨을 들이켰다.

제라드의 주변의 풍경이 이지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고열 때문에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것이다.

‘서, 설마?’

그 순간, 제라드가 꽉 쥐었던 손을 펼쳤다.

화아아아악!

시뻘건 불꽃이 제라드의 온몸을 뒤덮었다.

그것은 틀림없는 블레이즈의 마법이었다.

“헉······.”

블레이즈는 그대로 숨을 들이켜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마법을 보고 그대로 따라한다?

세상에 그런 말도 안 되는 게 지금 이 순간, 눈앞에서 펼쳐졌다.

“세, 세상에 뭐 이런 괴물이······.”

블레이즈가 황망한 얼굴로 두 눈을 끔뻑거리는 사이, 제라드의 온몸을 휘감았던 불꽃은 이내 서서히 흩어지며 사라졌다.

“와, 역시 좋은 마법이에요!”

제라드가 잔뜩 흥분한 얼굴로 그렇게 소리쳤다.

케이틀란은 하하하 웃고 있었고, 블레이즈는 이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2

“자자, 기운 차리게.”

“······.”

처지가 뒤바뀌었다.

블레이즈는 축 처진 모습이었다.

“후, 자네가 뭘 알겠어? 내가 이 마법의 황금비율을 맞추려고 대체 얼마나······.”

“하하하.”

케이틀란이 그 모습에 크게 웃었다.

평소의 블레이즈라면 당장 화를 냈겠지만,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 그도 케이틀란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지 않았던가.

“저 녀석, 처음부터 이런 식으로 마법을 익혔나?”

“맞아. 사실 내가 저 녀석의 스승이긴 하지만, 제대로 시간을 들여서 차근차근 가르친 건 거의 없다.”

“확인은 해봤나?”

“뭘 말인가.”

“저 녀석이 정말로 드래곤인지 말이야.”

그 말에 케이틀란은 후후 웃었다.

“자네가 그런 전설을 믿는 마법사인 줄은 몰랐는데.”

“지금까지 믿지 않지만, 그러지 않고선 도무지 설명이 안 되는 수준이니까 하는 말이다. 내 평생 저런 녀석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어.”

“그래서 어쩔 텐가? 포기할 참인가?”

“내가 왜!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다! 저 녀석이라면 전대미문의 마법사가 될 거야. 어쩌면 저 녀석을 기준으로 한 시대가 바뀔지도 모르겠어.”

“좋아, 우리 두 사람의 뜻이 정확히 일치하는 것 같군. 단, 제라드가 자네의 마법을 배우게 되는 건 6년 뒤의 이야기다.”

“6년이라. 크흠······.”

‘천하의 케이틀란의 마법을 전부 다 익히는 데 고작 그거밖에 안 걸리나?’

블레이즈는 그런 말을 하고 싶었지만, 이내 속으로 삼켰다. 저 제라드라면 6년이라는 시간조차도 너무 긴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녀석이 마음먹고 내 마법을 배우기 시작한다면 대체 얼마 만에 다 배울까?’

짐작이 안 갔다.

“좋아, 그럼 6년 뒤로 하지. 그전엔 되도록 다시 보지 말자고. 오늘 몇 년 동안 나눠야 할 대화는 다 한 것 같으니까.”

“동감이다.”

“나는 내일 마탑을 떠난다.”

“크라니움 종파의 흔적을 찾는 건가?”

블레이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부에서 또 크라니움 종파의 흑마법사가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번엔 피해규모가 훨씬 크다.”

“놈들이 대체 뭘 노리는 건지 알 수가 없군.”

“그건 이제부터 알아봐야겠지. 유감이다만, 너도 언제까지고 마탑에서 머무르고 있을 수는 없을 거다.”

블레이즈는 그렇게 말하면서 등을 돌렸다.

저편에 두꺼운 서적을 빠르게 읽어 내려가는 제라드의 모습이 보였다.

‘아까는 죽을상이더니. 천생 마법사로군.’

블레이즈는 제라드에게 다가가서 그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제자야, 우리 다음에 보자꾸나!”

“누가 제자예요!”

제라드가 인상을 쓰며 그렇게 대꾸했지만, 블레이즈는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크게 흔들며 공방을 나섰다.

“스승님! 저게 무슨 소리죠? 왜 저 마법사님이 저더러 제자라고 하는 건가요?”

제라드가 케이틀란에게 와서 그렇게 물었다.

제라드치곤 드물게 반발심 가득한 눈빛이었다.

케이틀란은 부드러운 얼굴로 차근차근 자신의 결단을 말하고 설득하였다.

“제라드, 부디 이 스승의 부탁을 들어다오. 네가 더 많은 마법을, 더 훌륭한 마법을 배우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그리고 너 역시 더 대단한 마법을 배우고 싶지 않더냐. 네가 블레이즈에게서 보고 배운 것은 일부다. 그가 익힌 나머지 마법들이 탐나지도 않더냐?”

“그건······. 그건······.”

“솔직하게 대답해라, 제라드.”

“······배우고 싶어요.”

“좋다. 그거면 된 거다. 너는 배우고 싶고, 나나 블레이즈는 네게 가르쳐줄 수 있다. 어려울 것도, 복잡할 것도 없는 일이지.”

3

블레이즈는 마탑의 입구에 섰다.

그 말고도 붉은색 로브의 마법사들이 많았다.

오늘 그들 모두가 크루드 마탑을 떠난다.

산도르 마탑 마법사들을 배웅하는 자리, 제라드도 이 자리에 있었다. 블레이즈와는 이미 사승의 연을 반쯤은 맺은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었으니, 이 자리에 있는 건 당연했다.

물론, 제라드의 얼굴을 부루퉁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산도르 마탑의 마법사들이 탑주와 원로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앞으로의 방침에 관한 것들을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산도르 마탑의 마법사 무리에 껴있던 15세 남짓의 여자아이가 제라드를 보고 놀란 얼굴을 했다.

“어!”

“뭐냐, 케이시. 아는 얼굴이냐?”

“어······ 아는 것까진 아니고요. 잠깐 서재에서 만났어요. 저기, 저 녀석 엄청나게 건방진 녀석이에요.”

케이시라고 불린 여자애가 제라드를 보며 눈을 흘겼다.

제라드도 그 아이가 누구인지 알아보았다.

‘아, 저번에 서재에서 만난 그 애구나.’

“꽤 난해한 책에 흥미가 있는 것 같아서 도와주려고 했는데, 괜한 고집을 부리더라고요.”

“크하하!”

블레이즈가 크게 웃으며, 케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서라, 이 녀석아! 네가 뭘 알려줄 게 아니라, 오히려 배움을 받아야 할 게다! 저 아이가 너보다 더 대단한 마법사니까 말이야.”

“스승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설마, 제가 지금 저 애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세요? 지금 당장 저 애랑 마법 대련을 하게 해주세요!”

“케이시, 그건 나중에 하기로 하자. 머잖아 다시 만나게 될 테니까 말이야.”

“······.”

케이시는 블레이즈의 말을 거스르진 않았지만,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내가 저 애보다 못하다고?’

그녀의 재능은 산도르 마탑에서 또래 아이 중에서 최고라고 불릴 정도였다. 블레이즈도 일찍이 그녀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여 바로 곁에 데리고 왔을 만큼 말이다.

‘다음에 만날 때 스승님이 보는 앞에서 저 녀석의 콧대를 꺾어버리겠어.’

케이시가 그렇게 다짐하는 가운데, 블레이즈도 힐끗 제라드의 표정을 확인했다.

‘불만 가득한 얼굴이군. 괴물 꼬맹이 녀석. 저 녀석과 다시 만나기까지 6년인가.’

6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물론, 한 마법사가 평생을 바쳐 손에 넣은 정수를 모두 전수받기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케이틀란은 딱 잘라서 그렇게 말했다.

‘저 괴물의 재능이라면 그것도 안 걸릴지도 모르지. 6년이라는 시간은 어쩌면 마법 실력이 아니라, 애가 어른이 되는 데 필요한 시간일는지도.’

제라드는 아직 어리다.

사고방식도, 행동도.

그런데 만약 저 어린애한테 냉철한 사고와 분별력, 그리고 이성이 더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블레이즈는 등줄기가 오싹했다.

‘흐흐흐. 6년 뒤가 기대되는군.’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심하게.”

그렌자일이 모두를 대표하여 그 말을 전하였다.

블레이즈가 이끄는 산도르 마탑의 마법사들에게 감히 누가 위해를 가할 수 있겠느냐마는 크라니움이라는 이름의 무게는 그만큼 무거웠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렇게 산도르 마탑의 마법사들은 떠났다.

시작의 문 저편으로 붉은 로브의 마법사들이 모두 모습을 감춘 이후로, 로비에 모인 마법사들은 모두 흩어졌다.

케이틀란과 제라드도 이내 1층 로비를 벗어나 공방으로 돌아왔다. 제라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그 얼굴은 부루퉁했다.

케이틀란은 그런 제라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제라드, 내가 네 걸림돌이 된다면 어찌 스승일 수가 있겠느냐.”

“스승님은 걸림돌 아니에요······. 절대로 그런 거 아니에요. 스승님이 없었더라면 저는······.”

케이틀란은 바로 오늘에야 알았다.

제라드는 지난 반년 사이에 키가 제법 큰 듯했다.

앞으로 6년.

그 시간이면 이 어린 제자도 훌쩍 커서 성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6년 뒤의 너는 얼마나 더 대단한 마법사가 되어 있을까!’

세상은 서서히 술렁이고 있었다.

물론, 아직은 폭풍전야의 그것과도 같은 태동이었으나, 제라드와는 무관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폭풍의 때는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서서히, 그리고 빠르게 흐르기 시작했다.

4

반년이 흘렀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몰랐다.

마탑에서의 시간은 거의 매일 똑같았고, 그 똑같은 매일 속에서 제라드는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있었다.

또래에 비해서도 눈에 띄게 작았던 키는 빠르게 커지면서 이제 또래 아이보다 조금 더 키가 커졌을 정도다. 막혀있던 둑이 무너지는 것처럼 제라드는 규칙적인 생활과 식사, 그리고 운동을 하면서 바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제라드는 키가 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기다려왔으니.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닫혔던 베리타스의 1종 비문이 다시 열렸다.

“베리타스, 비문을 열어줘.”

확인해야만 했다.

만약 1종 비문이 반년에 한 번씩밖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면 시간이 될 때마다 무조건 한 번씩 들어가야만 했다.

‘내가 그 안에서 읽은 건 한쪽 벽면의 일부야. 나머지 마법까지 파악하려면 몇 번은 더 들어가야 해.’

[1종 비문:엘레멘탈 마스터 개방.]

베리타스가 다시 펄럭 열리며 빛을 토하였고, 제라드는 또다시 휘몰아치는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얼마간 멍한 정신 속에서 깨어났을 땐 눅눅한 지하공간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왔다.”

제라드가 벌떡 일어났을 때였다.

저편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 이 소리.”

제라드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갔다.

벽을 바라보면서 새하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노인이 그곳에 있었다.

엘레멘탈 마스터였다.

‘어떻게 된 거지? 마법은 완성됐을 텐데······.’

제라드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엘레멘탈 마스터에게 다가갔다. 옆에 다가가서 보니, 그가 중얼거리면서 쓰고 있는 구절은 이미 이전에 완성된 부분이었다.

‘아, 그렇구나! 베리타스는 엘레멘탈 마스터가 마법을 완성하는 그 순간을 정보로써 포착하고 있는 거였어. 그렇단 얘기는······ 이곳에서 보낼 수 있다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는 얘기야.’

제라드는 그때부터 벽면의 마법 술식을 모조리 외우는 데 집중하였다. 이곳에서 튕겨 나가면 또다시 반년이었다. 당장 이해하든 이해하지 못하든 일단은 외워두고 밖에서 확인해야만 했다.

제라드의 눈이 바쁘게 움직였지만, 벽면에 새겨진 마법 술식은 너무나도 많았고 어려웠다. 단순히 외우는 것만으로도 일정한 규칙을 찾는 게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것으로 나의 구도는 끝났다. 드디어 모든 술식의 정리가 끝났다. 세상이여 보아라! 그리고 기록하라! 여기 나의 진리가 있다! 내가 바로 엘레멘탈 마스터다!”

또다시 엘레멘탈 마스터가 그렇게 소리쳤다.

그 순간, 제라드는 땅이 무너지는 듯한 감각을 느끼며 그 세계에서 나왔다.

“허윽!”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는 제라드는 어느새 공방에 돌아와 있었다. 금방 머리가 깨질 것처럼 지끈거렸다.

‘끙. 하지만 그때처럼 못 견딜 수준은 아니야. 조금이라도 익숙해졌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1종 비문:엘레멘탈 마스터의 문이 다시 열리기까지 2,160시간 남았음.]

‘줄었어?’

제라드는 처음의 절반으로 줄어든 시간을 보면서 반색했다. 아직 엘레멘탈 마스터가 남긴 모든 비문을 다 외운 게 아니었으므로, 적어도 두 번에서 세 번은 더 가야 할 것 같았는데, 이런 상태라면 그 시간이 훨씬 더 줄어들 것 같았다.

2,000시간이면 약 3개월.

제라드는 새로 외워온 마법이 무엇이고 어디에 쓰이는 것인지 천천히 연구하였고, 3개월이라는 시간은 또다시 숨 가쁘게 지나갔다.

제라드는 또 때가 되어서 재차 비문에 접촉하였다.

더 시간이 줄어든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은 없었을 테지만, 시간이 더 줄어드는 일은 없었다.

3개월. 그 정도의 텀은 계속 유지되었다.

제라드는 그렇게 엘레멘탈 마스터의 기록에 접촉할 때마다 벽문을 닥치는 대로 외워왔다. 그 지식이 외부에 알려지게 될 것을 염려하였으므로 섣불리 기록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제라드의 시간은 3개월씩 바쁘게 지나가기 시작했다.

반년, 1년, 3년, 6년······.

6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고 거침없이 흘러갔다.

그 세월은 누구에게도 짧은 시간일 수는 없었지만, 어린 소년에게 6년은 정말로 큰 변화의 시기였다.

케이틀란과 블레이즈가 약조하였던 시간이기도 했고, 소년이 어른으로 성장하는 기간이기도 했다.

“제라드.”

“예, 스승님.”

케이틀란의 부름에 제라드가 대답하였다.

변성기를 지나며 한껏 굵어지며 사내다워진 목소리에는 이제 앳된 목소리나 말투는 없었다.

6년.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5

“키가 또 컸느냐?”

“아뇨. 이제 더 크는 것 같진 않습니다.”

“그런데 어째 계속 크는 것처럼 보이는구나.”

“하하. 그럴 리가요.”

케이틀란의 말에 제라드가 하하 웃었다.

지난 6년.

제라드는 아주 늠름하게 자라있었다.

변성기가 오지 않았던 목소리는 어느새 무겁고 굵직하게 바뀌어 있었고, 키는 180센티미터를 넘어서 신장과 체구가 건장한 케이틀란보다 오히려 더 큰 듯했다.

젖살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얼굴에는 선이 굵어져 이목구비가 뚜렷해졌고, 큰 눈망울은 깊고 선명해졌다.

그랬다. 아이는 이제 어엿한 사내가 되어 있었으니.

반면, 케이틀란은 6년간 세월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은 듯했다. 그는 그저 머리칼에 희끗희끗한 머리칼이 더 드리웠을 뿐이었다.

“제라드, 오늘이 무슨 일인지는 잊지 않았겠지?”

“예,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다. 미뤄서도 안 될 일이다.”

“예, 알고 있습니다.”

제라드는 걱정할 필요 없다는 듯 순순히 대답하였다.

오늘 제라드는 시험을 치르게 된다.

마탑의 마법사는 모두 계급에 따라서 구분되었다.

이는 곧 실력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는데, 제라드는 마탑에 들어온 뒤로 한 번도 승급 시험을 치른 적이 없었다.

제라드의 경우 평가 시험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멀리서 지켜보마. 먼저 가거라.”

“네, 스승님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제라드는 그렇게 말하며 공방을 나섰다.

케이틀란은 피식 웃었다.

‘네가 나를 부끄럽게 만들 일이 어디에 있겠느냐? 오히려 그 반대가 되었으면 반대가 되었겠지.’

제라드가 공방을 나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케이틀란은 10층의 마법 시험장으로 왔다. 이곳은 1년에 딱 한 번, 승급 시험장이 된다.

매년 승급 시험장의 풍경이 그러하듯, 이곳엔 수많은 마법사들이 보였다.

대부분이 3급, 내지는 4급 시험을 치르는 이들이었다.

2급 시험을 치르는 마법사들부터는 수가 확 줄어들어, 그 수가 20명 정도였고, 1급 시험은 한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저기로 가면 되겠군.’

오늘 제라드가 치를 평가 시험은 1급 시험이었다.

통상적으로는 단계별로 시험을 치르게 되지만, 제라드의 실력이라면 그럴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걸음을 옮길 때였다.

“안녕하십니까, 원로 마법사님.”

“오랜만에 보는군, 데일.”

“제 이름을 기억해주셨군요. 감사합니다.”

복도에서 만난 데일은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6년 사이, 데일의 모습도 꽤 바뀌어 있었다. 그 역시 이제 소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성인 사내로서 듬직하게 자란 듯하였다.

“자네도 이번에 시험을 보는 모양이지?”

“예, 1급 마법사 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대단하군. 벌써 1급 시험을 치르다니. 지금은 2급 마법사인가?”

“그렇습니다.”

데일이 부끄러운 듯 그렇게 공손히 대답하였다. 케이틀란을 향한 존경심만큼은 여전한 듯했다.

“원로 마법사님께서 이곳에 계시다는 얘기는 제자분도 이곳에 있는 모양이군요.”

데일은 담담한 태도로 그렇게 물어왔다.

6년 전, 제라드에게 호되게 당한 이후로 근 며칠 동안 끙끙 앓았다고 하던 데일이었건만, 지금은 놀랍도록 냉정하였다.

“제라드에겐 아직도 좋지 않은 감정이 남아 있는가?”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동안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제자분께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그렇다니 다행이로군. 오늘 제라드도 자네와 함께 1급 시험을 치르게 될 거야.”

“그렇군요. 1급 시험을······.”

“자네가 좋은 경쟁 상대가 되어주면 좋겠군.”

케이틀란은 그렇게 말하며, 그의 어깨를 툭툭 쳐주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데일은 끝까지 정중하였다.

아무렇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케이틀란은 앙금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털어버리기 어려운 것임을 알았다. 어떤 식으로든 말이다.

‘또 데일이 주제도 모르고 제라드에게 덤벼든다면 그땐, 제라드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확인할 좋은 기회가 되겠어.’

케이틀란은 냉정했다.

자신을 향한 데일의 존경심은 알았지만, 그게 제자의 성장보다 더 중요할 수는 없었다. 그는 그저 데일의 수준이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나기를 바랄 뿐이었다.

6

“여, 영광입니다. 여기서 여섯 번째 마법사님을 만나 뵙게 되다니.”

“아닙니다. 제가 뭐가 대단하다고요.”

“하하. 겸손하시군요.”

접수처의 마법사는 제라드를 보면서 존경의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최연소로 문을 연 자.

케이틀란의 후계자.

괴물 마법사.

그것이 마탑 내에서 제라드의 이름 앞에 붙은 수많은 수식어였다.

“음, 그런데 아직 평가 시험도 치르지 않으셨군요. 바로 1급 시험을 치르실 예정이십니까?”

“네, 가장 어려운 평가 시험을 치르고 싶은데요.”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시험장 안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아니, 꼭 그러지 않으셔도 괜찮은데······.”

“아닙니다! 제가 꼭 해드리고 싶습니다!”

접수처의 마법사는 분명히 제라드의 또래인 것 같았는데, 그 눈빛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반짝대고 있었다.

제라드는 한결 난감한 얼굴로 시험장 안으로 들어섰다.

공간을 확장하여 수 배의 넓이로 커진 공간.

수많은 마법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을 지나치는 제라드의 모습을 발견한 마법사들은 곧 수군댔다.

“문을 연 자야.”

“케이틀란 원로 마법사님의 제자······. 평가 시험을 치르는 모양이야.”

제라드는 꽤 유명인사였다.

접수처의 마법사뿐만이 아니라, 마탑의 마법사 중 젊은 마법사들은 모두 제라드를 우상으로 삼을 정도였다.

제라드도 그런 사람들의 시선들이 이제는 꽤 익숙했다.

그러는 사이, 마법 시험장의 가장 안쪽까지 다다른 제라드와 접수처의 마법사.

그곳엔 고작 다섯 명의 마법사밖에 없었다.

“이곳입니다. 합격 기원하겠습니다.”

접수처의 마법사가 그렇게 주먹을 꽉 쥐며 웃고 돌아갔다. 제라드도 어색하게 웃어 보이면서 다섯 명의 뒤에 섰다.

바로 그때였다.

“오랜만이군, 제라드.”

제라드는 자신에게 인사를 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꽤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제라드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데일?’

6년 전, 제라드에게 느닷없이 마법 대련을 신청해왔던 그 마법사가 틀림없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분위기나 모습들이 많이 바뀌긴 하였지만 말이다.

“오랜만에 보는군. 시간이 빠르긴 참 빨라. 그때는 나보다 한참 작았었는데, 지금은 나보다 더 큰걸?”

“데일, 너도 1급 시험을 치르러 왔구나.”

“그렇지. 뭐, 네가 나를 별로 좋아하진 않겠지. 하지만 할 수 있다면 옛날일 같은 건 잊어주겠어? 그때는 우리 둘 다 어렸잖아. 안 그래?”

“그래? 데일,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야 고마울 뿐이지. 그땐 내가 너무 했었기 때문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제라드도 웃으며 대답하였다.

데일의 눈가가 가늘게 떨렸다.

그러나 그는 내색하지 않고 오히려 웃었다.

“그, 그렇구나. 하지만 잊어버리라고. 나도 잊었으니까. 그러면 이제 우리 사이에 뭔가 더 남은 건 없는 거야, 그렇지?”

“응, 물론이야.”

제라드는 싱긋 웃으며 그렇게 대답하였다.

그 모습에 데일은 등줄기에 오싹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이 녀석도 변했구나!’

데일의 생각대로였다.

제라드는 변했다.

지난 6년간 데일만 자신을 숨길 수 있게 된 게 아니었다.

제라드 역시 성숙해지면서 타인의 감정을 읽고 반대로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고 숨기는 것에 능숙해져 있었다.

‘얼마나 더 괴물이 된 거냐. 지난 6년 간······ 네놈은 도대체 얼마나 더 괴물이 되어버린 것이냐!’

데일은 속으로 그렇게 소리쳤지만, 차마 묻지 못했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제라드가 무섭다.

6년 전의 그 냉정한 눈빛이 다시금 떠올랐다.

바로 그때였다.

“오오! 크루드 마탑의 장래가 아주 밝군. 1급 시험을 치르는 마법사가 여섯 명이나 된다니 말이야! 오늘 이곳에 모인 마법사들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를!”

그들의 앞으로 한 사람의 중년 마법사가 걸어 나왔다.

큰 덩치에 풍채가 좋은 인물이었다.

그는 제라드도 아는 사람이었으니.

그가 바로 카서스 메렉트. 크루드 마탑의 원로 마법사 중 한 사람이었다.

“자, 그럼 더 시간 끌 것 없이 바로 시작하기로 하지. 일단 공식적인 시험을 치르기에 앞서서 기초적인 검증부터 하겠네. 한 사람씩 이름을 부르면 나오게. 제스터 린필드.”

“옛!”

“자, 이 앞으로 걸어가게. 곧 장막이 걷힐 거야.”

제스터라고 불린 삼십 대 중반의 마법사는 긴장한 기색으로 어느새 카서스의 뒤로 드리운 장막을 향해 걸어나갔다.

안쪽에 있는 무엇인가를 감추기 위해 존재하는 장막이었다.

그러나 제라드에겐 정작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훤히 보이는 판국이었다.

‘마법석? 뭘 확인하는 마법석이지.’

제라드는 장막 너머에 있는 한 마법사가 제스터에게 마법석을 건네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제스터는 그 마법석에 손을 얹었고 곧 마법석이 빛을 뿜기 시작하였다.

‘마나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가를 측정하는 거구나.’

최소한의 마나 보유량을 확인하는 시험이 1차 관문인 모양이었다. 제라드는 이제 관심을 끊었다. 무엇을 확인하는지만 알면 더 깊이 생각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한 사람씩 이름이 불렸고, 마지막으로 제라드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제라드 란스터.”

“예.”

제라드가 어둠의 장막을 향해 걸어갔다.

공식적으로 크루드 마탑의 마법사로 거듭나게 되는 평가 시험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7

“마법석에 손을 얹으시고, 최대한 마나를 주입해주세요.”

“최대한이요?”

“예, 최대한으로 주입해주세요.”

안경 쓴 마법사는 지극히 사무적인 태도로 마법석을 건네며 그렇게 말했다.

1급 마법사인 라이나는 카서스의 제자 중 한 명으로 이번 시험의 조수로서 발탁되었다.

제라드는 마법석을 손에 쥐었다.

‘최대한이라······.’

그동안 자신을 숨기는 일이 익숙해졌던 제라드였다. 최대한 마나를 개방해본 게 도대체 언제였는지······.

“저기요. 시험을 치르지 않으실 생각인가요?”

“아, 아니요. 치를 겁니다.”

“그럼 어서 해주세요. 더 시간을 끄시면 그만두시는 걸로 알겠습니다.”

라이나가 퉁명스러운 말투로 재촉했다. 그녀는 마치, 이곳에 있는 게 몹시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 같았다.

‘조금 놀래켜줄까.’

제라드는 씩 웃으며 마나 코어에 잠든 방대한 마나의 일부를 끌어올렸다.

콰콰콰콰!

요동치는 마나가 무서운 기세로 패스로 쏟아졌다.

‘기분 좋은걸.’

제라드가 이렇게 방대한 마나를 한 번에 사용해본 건 마지막 3년 전쯤이었다.

게이트를 지나 쏟아져나오는 마나는 단숨에 마법석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칠흑색의 마법석은 순식간에 선명한 푸른 광채를 뿜어내기 시작하였고, 이내 황금빛을 머금으면서 떨리기 시작하였다.

드드득!

마법석이 터질 것처럼 금이 갔다.

“꺅!”

라이나가 깜짝 놀라 뒤로 나자빠지는 가운데, 마법석에 깃든 황금빛은 점점 더 찬란하게 빛나다가 정점에 다다랐다.

꽈앙!

마법석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졌다.

물론, 소리만 요란했을뿐, 폭발력은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인가!”

카서스가 놀란 얼굴로 장막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다가 깜짝 놀란 얼굴로 시험장의 천장으로 고개를 들었다. 한 곳에 과도하게 밀집되었던 마나가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황금빛으로 부서지고 있었던 것이다.

“······자네는 좀 평범하게 못 하나?”

“하하. 죄송합니다. 힘을 조절한다는 게 실수했습니다.”

제라드는 웃었지만, 카서스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 표정이었다.

‘마법석을 부술 정도의 마나라니······. 제라드의 마나 코어는 이미 거의 7페이즈에 육박한 게 틀림없다. 정말로 무서운 재능이로군.’

그러는 사이에도 시험장을 가득 메운 반작거리는 마법의 빛은 아름답게 흩날리고 있었으니, 이 빛은 케이틀란이 제라드의 세상을 바꾸던 날, 보여주었던 그 마법의 빛과 동일한 것이었다.

‘스승님도, 지금 이걸 보고 계시겠지?’

이 느닷없는 소동에 시험장이 어수선해지는 가운데, 관객석 위쪽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그렌자일은 케이틀란을 보며 껄껄 웃었다.

“허허허. 케이틀란, 저런 대단한 제자를 둔 소감이 어떤가?”

“여느 스승들과 똑같은 마음입니다. 저라고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케이틀란은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을 뿐이었다.

지금 이 순간, 그 역시 제라드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고 있었다.

‘마법의 빛인가······.’

아마도 제라드는 일부러 케이틀란에게 보여주려고 한 것이리라. 케이틀란이 없었더라면 자신은 없었다고, 제라드는 아마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고맙다, 제라드. 너무나도 감동적인 선물이로구나.’

8

잠깐의 소동이 있었지만, 1급 시험의 여섯 명은 모두 최소 요건을 갖추었다는 게 증명되었다.

6명은 모두 본격적으로 1급 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첫 번째 시험은 미리 준비된 마법을 해제하는 고속 연산을 평가하는 시험이었다.

시험자는 고정된 마법에 접촉, 술식을 계산하여 정해진 시간 안에 마법을 해제해야만 했다. 기회는 세 번이었고, 그 안에 마법을 해제하지 못하면 시험은 탈락이었다.

최소 마나 기준은 모두 통과한 여섯 명이었지만, 연이어 두 명이 끝끝내 마법을 해제하지 못하고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제길······.”

1급 마법사의 벽은 높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1급 마법사란 마탑에서 엘리트로 분류되는 마법사들이었으므로, 2급 마법사들과 비교하면 그 기준이 훨씬 높았다. 재능과 노력 모든 것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구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 사람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데일, 제라드.”

두 사람은 새로 준비된 미궁의 장막으로 들어갔다.

‘끔찍하군.’

데일은 그렇게 생각했다.

오감이 이지러지면서 뒤틀리는 듯한 감각에 대한 평가였고, 동시에 같이 시험을 치르게 된 상대를 평가이기도 했다.

‘하필이면 저 녀석과!’

으드득.

데일은 그렇게 이를 갈았다.

6년 전의 일은 데일에게는 트라우마처럼 자리 잡았다. 폐인처럼 방에 처박혀있다가 다시금 절치부심 일어섰다. 그리고 다시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놈은 그때보다 더 무섭게 변한 듯했다.

‘빌어먹을! 집중하자, 데일. 다른 건 신경 쓸 것 없어. 너는 지금의 너만 신경 쓰면 되는 거다. 놈은 상관없다!’

데일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마법에 집중하였다.

그 순간, 그의 눈이 파랗게 물들었다.

탐색 마법이 전개된 것이다.

그때부터 마법의 내부 구조가 서서히 머릿속에 들어오기 시작하였고, 그 내부에 마나 배열 방식이 어떤 것인지 감이 잡혔다.

그러나 여전히 섣불리 손을 댈 수는 없었다.

자그마치 1급 마법사의 시험이었다. 그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일 리가 없었다.

차근차근 모든 구조와 맞물리는 술식의 흐름을 확인한다.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고, 머잖아 데일의 이마에도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하지만 데일의 입가에는 서서히 미소가 드리우고 있었다.

‘좋아, 이제 보인다. 모두 보여!’

모든 분석이 끝났다.

이 마법은 과연 1급 마법사 시험답게 약 세 개의 배열 방식과 마법이 한데 뒤얽혀 있었다. 마지막 술식은 흡사 함정과 같았으나, 데일은 속지 않았다.

‘그래, 이건 공방을 만들 때 쓰는 마법이 틀림없다.’

데일은 망설이지 않고 마법에 접촉했다.

차근차근 마나를 흘려 넣어 술식의 흐름 방식에 맞춰서 배열을 짜 맞춰서 복잡하게 꼬인 문고리를 열었다.

힘겹게 그 문을 열고 복잡한 미로 속에서 출구를 찾아 나갔다. 이제 끝은 코앞이었다.

데일은 바로 이 순간이야말로 마법을 익히고 가장 뿌듯한 순간이라고 생각하였다.

지이이잉.

‘되었다. 되었어!’

마법이 해제되었고, 감각을 어지럽히던 느낌은 모두 사라졌다. 미궁의 장막이 지워진 것이다.

그곳에 카서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서 있었다.

“훌륭하군. 단 한 번에, 그것도 이렇게 빨리 통과하다니 말이야. 출중한 기량이었다.”

“감사합니다, 원로 마법사님.”

데일이 자랑스럽게 대답했을 때였다. 별안간 그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카서스의 뒤.

그곳에 익숙한 사람의 뒷모습이 보였다.

갈색에 가까운 금발과 데일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청년.

제라드였다. 저곳에 제라드가 있었다.

같이 시험에 응했을 터인데, 그보다 훨씬 더 빨리 시험을 끝내고 대기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또······ 또 네가 내 앞에 있는 거냐?’

데일은 덜덜 떨리는 주먹을 손으로 진정시키며 제라드의 옆에 섰다. 조금 전까지 기쁨에 잠겨 있던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그의 얼굴은 무척 어두웠다. 깊은 절망감이 그를 사로잡고 있었다.

그 뒤로 시험을 통과한 이는 한 사람밖에 없었으니, 기본 소양을 패스한 여섯 명 중에서 첫 번째 시험을 통과한 이가 그 절반인 셋밖에 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카서스는 그들 세 사람의 앞에 섰다.

“이제 여러분의 앞에 남은 것은 마지막 시험뿐이다. 세 사람의 기량은 이미 증명되었다. 하지만 순수한 기량을 눈앞에 벌어지는 상황에 맞춰 대입하여 보여줄 수 있는가. 그건 또 별개의 이야기다. 마지막 시험은 <시련>으로 그대들의 정신력을 보겠다. 자기 자신을 증명한 자는 당당히 1급 마법사가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한 자는 낙제할 것이다.”

그때까지 웃는 낯이었던 카서스의 얼굴이 별안간 무겁게 변하였다.

고오오.

카서스의 몸밖으로 마나가 요동치기 시작하였고, 그 힘이 정점에 달했을 때였다.

쿠웅.

바닥을 발로 내리찍는 둔중한 울림과 함께 이 일대의 영역에 새까만 어둠이 펼쳐졌다.

그때까지 시종일관 담담한 기색이었던 제라드의 눈가에도 그 순간, 이채가 어렸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이건 흑마법이잖아?’

9

고오오오오.

카서스의 몸 주변에서 휘몰아치는 어둠.

그것은 틀림없는 흑마법의 현상이었다.

카서스는 악귀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평소의 온화하고 푸근한 얼굴은 온데간데 없었다.

어둠은 시시각각 이 내부에 들어온 존재들의 정신을 좀먹고 있었다.

‘정신오염계통의 흑마법이구나. 과연, 실제로 마법이 발동되면 이런 느낌으로 적용되는 거였나?’

제라드는 차분하게 지금 자신의 감각에 스멀스멀 침범해오는 카서스의 마법을 차분하게 연구하고 있었다.

베리타스를 통해 마법 술식으로 보는 것과 이렇게 직접 체험하는 건 또 다른 영역이었다.

그때였다.

“아, 아으으으······.”

힐끗 보니, 저 옆에 서 있던 한 마법사가 밀려드는 공포와 두려움을 더는 참지 못하고 몸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정신오염은 사람의 기억 심연 속 가장 깊숙한 영역을 마구 헤집어 놓는 무서운 마법이었다. 

흑마법사의 역량이 빼어날수록 그 위력은 점차 강해져, 한 번 정신오염에 걸린 이들은 죽거나 폐인이 될 수도 있었다.

“어, 어으으으. 으아아악!”

벌벌 떨다가 이내 주저앉는 마법사는 이윽고 고통에 가득 찬 비명을 내지르며 발광했다.

그러자 저편에서 한 명의 마법사가 그를 끌고 영역의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과연, 그래서 <시련>인가.’

흑마법이 안겨주는 일반적인 마법과는 다른 공포.

그것을 견뎌내는 것이 마지막 시험의 주제인 모양이었다.

다만, 이번 시험조차도 제라드에겐 너무 쉬웠다.

왜냐하면, 이 정도의 정신오염은 제라드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든 마법을 꿰뚫는 제라드의 눈도 눈이었지만, 마나 코어의 등급이 5페이즈인 블루 크라운을 넘어서게 되면 마법사의 정신은 더없이 견고해진다. 그리고 6페이즈 블루 인사이드를 지나, 7페이즈 오버 라이트에 다다르면 웬만한 정신계 마법에 관해서는 완벽한 불침의 상태가 된다.

제라드의 마나 코어는 오래전에 7페이즈에 다다른 상태였을뿐더러, 3년 전부터는 각종 흑마법까지 베리타스를 통하여 섭렵한 이후였다.

이제 남은 시험자는 제라드와 데일뿐.

데일은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었다.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정신무장으로 카서스의 흑마법에 저항하고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모습은 너무나도 상반되었다.

카서스의 어둠이 넘실거리는 눈동자도 그런 제라드의 상태를 파악한 듯했다. 이 두 마법사에겐 정신오염이 통하지 않는다. 이제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였다.

그런데 별안간 카서스의 뒤쪽에서 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카서스가 내뿜는 칠흑의 어둠에 상체가 반쯤 잠겨 있는 듯한 괴상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른 흑마법이다.’

제라드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그 마법사는 거침없이 섀도우로 거리를 좁히더니, 데일을 공격해왔다.

화아악!

보랏빛으로 타오르는 불길이 출렁이며 쏟아지자, 데일은 다급히 뒤로 물러나며 피하였다.

“큭!”

데일은 창백한 얼굴로 대항하엿다.

정신오염에 저항하는 중이었기에 마법 영창에 걸리는 시간은 몹시 느려졌으나, 공격에 대응하는 움직임은 아주 날랬다. 전투 마법을 익힌 까닭에 움직임이 아주 좋았다.

‘아직 시험은 계속된다는 건가. 정신오염 속에서 전투라······ 1급 시험의 수준은 생각보다 아주 높은걸.’

제라드가 그렇게 평가했을 때였다.

카서스가 한층 더 마나를 끌어 올리며, 제라드를 압박해왔다. 하지만 한없이 제로에 수렴하는 압박감이 2배가 된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것이 혹 10배가 된다고 해도 그것은 한없이 제로에 가까운 1에 불과했으니까.

카서스의 얼굴이 당황스러워질 때였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뒤쪽에서 불쑥 카서스가 만든 이 어둠의 영역의 바깥에서 별안간 뛰어들 듯 나타난 존재가 있었다.

그 마법사는 데일을 향해 덤벼들었던 마법사처럼 온몸이 시꺼먼 어둠에 잠겨 있었다.

제라드의 눈빛이 변했다.

처음에는 눈앞에 새롭게 나타난 마법사가 데일이 상대하는 마법사와 같은 부류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은 그 뒤에 바로 알았다.

‘이 마법사는 카서스 원로 마법사님과는 달라. 어설프게 흑마법을 익힌 게 아니야. 이자는 진짜다. 진짜 흑마법사야.’

10

느닷없이 나타난 장신 마법사의 온몸에 휘감긴 어둠은 지금 데일이 상대하는 마법사의 그것과는 질적으로 차원이 달랐다. 마법사라고 다 같은 마법사가 아닌 것처럼 말이다.

타오르는 듯한 붉은 흉광을 쏟아내는 마법사의 눈빛은 제라드에게 꽂혀 있었다.

흡사, 제라드를 가늠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도대체 누구지? 어째서 이런 흑마법사를 어째서 탑에 두고 있는 거지?’

그런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머리를 가득 메우기 시작할 때였다.

흑마법사는 별안간 몸을 살짝 구부렸다.

그 순간, 제라드도 바로 반응하였다.

파직!

쩡!

어느새 제라드가 있는 곳까지 접근해온 흑마법사를 향해 케이틀란식 라이트닝 볼트를 날린 제라드와 그 라이트닝 볼트를 오른손에 휘감긴 어둠을 쏟아내 튕겨내는 흑마법사.

스팟!

거기서 그치지 않고 흑마법사는 섀도우로 다시 거리를 좁혀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 몸을 튕기더니 다시 거리를 벌렸다.

‘대단해. 읽었구나.’

제라드는 조금 전 자신의 전면에 라이트닝 볼트를 깔아두었다. 그것은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았고, 마나의 유동도 거의 없다시피 하였다.

그런데 눈앞의 흑마법사는 그걸 찰나에 포착했다.

‘움직임은 빠를뿐더러 군더더기가 없다. 섀도우는 방향을 읽기 어렵고, 온몸을 휘감은 <어둠침식>은 아주 완벽하게 제어하고 있어. 상대하기가 아주 까다로운 상대인걸.’

그때였다.

저편에 떨어져 있던 흑마법사가 오른손에 어둠을 마구 끌어모으더니, 여러 가닥의 검은 채찍을 쏟아냈다.

촤라라락!

제라드는 손가락을 연이어 튕기면서 뇌력장을 펼쳤다. 일찍이 케이틀란이 고트 마을에서 펼쳤던 바로 그것이었다.

파지지지직!

지름 20센티미터에 육박하는 뇌전 구체는 다가오는 어둠의 다발들을 찢어발겼다. 하지만 뇌력장의 단점은 투사체의 속도가 극단적으로 느리다는 것이었다.

제라드가 한 번에 상당한 마나 소모를 유발하는 마법을 사용했음을 인지한 흑마법사는 엄청난 속도로 섀도우를 펼치며 뇌력장을 지나서 단숨에 제라드의 옆으로 달려왔다.

스스스스!

‘빠르다.’

눈으로 흑마법사의 위치를 포착할 수 있었던 것은 세 번에 불과했다. 무척이나 은밀하고 빠른 섀도우였다.

“윽!”

제라드는 당황한 것처럼 다급히 손가락을 튕기며 구슬 크기의 라이트닝 다발을 연이어 쏟아냈다.

그러나 접근해오는 흑마법사는 피하지 않았으니. 그 대신에 오른쪽 손에 어둠을 밀집시켜 거대한 방패를 만들어 공격을 모조리 받아냈다.

퍼퍼퍼퍽!

거리는 시시각각 가까워지고 있으니, 이제 제라드가 절체절명에 빠지게 되었음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바로 그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던 제라드의 입가에 미소가 드리웠다.

딱.

제라드가 별안간 왼손으로 손가락을 튕겼다.

바로 그 순간, 달려오던 흑마법사의 옆구리에서 별안간 새하얀 섬광이 터졌다.

파지지지직!

제라드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오른손가락을 튕기며 단숨에 열 개의 라이트닝 볼트 다발을 일으켜, 흑마법사의 주변으로 포진시켰다.

“움직이지 마. 움직이면 그 몸,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제라드는 나직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흑마법사는 벌떡 몸을 일으키다가 멈췄다.

그를 몸을 옭아매듯 주변에 포진한 뇌전 구체. 그것은 작은 구슬이 아니라, 하나하나 지름이 10센티는 족히 될 정도였다. 이 정도의 크기라면 살상력은 국소 부위에 그치지 않았다.

제라드의 눈빛이 섬뜩하게 빛날 때였다.

“그만!”

우렁찬 외침과 함께 이 주변을 뒤덮고 있던 어둠의 영역이 일거에 지워졌다.

카서스가 마법을 거둔 것이다.

그러나 제라드가 사로잡은 흑마법사의 몸에 가득한 어둠은 여전하였다.

그럴 수밖에.

데일이 상대하던 어쭙잖은 마법사와는 다르다. 이 자는 카서스가 뿌린 어둠과 무관하게 어둠침식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였다.

“제라드, 거기까지라고 하였을 터. 그만 물러나라.”

“죄송하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카서스 원로 마법사님과는 달라요. 이 마법사의 흑마법은 성취도가 아주 높습니다. 위험합니다.”

제라드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정답이다.”

잠자코 있던 흑마법사의 몸에 깃든 어둠 침식이 스멀스멀 모습을 감추더니, 그곳에 우중충하고 어두운 표정의 마법사가 나타났다.

그는 청색 로브를 걸치고 있었다.

제라드가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는 가운데.

“제라드, 그만 마법을 거두어라. 그는 마탑의 원로 중 한 사람인 타란 운트다. 우리의 사람이다.”

별안간 인자한 목소리가 쩌렁쩌렁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제라드도 잘 아는 목소리였다.

크루드 마탑의 탑주인 그렌자일의 목소리.

제라드는 그제야 마법을 거두었다.

타란은 음울한 얼굴로 제라드에게 다가왔다.

“네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지금까지 들은 건 과소평가된 이야기였구나. 아주 훌륭했다. 하지만 상대가 정말로 흑마법사라고 생각했다면 바로 목숨을 빼앗아라. 제압은 필요없는 불확실성을 유발할 뿐이야.”

그는 그렇게 말하며 저편으로 가버렸다.

그러자 저편에서 데일과 싸우던 마법사도 그의 뒤를 따라서 저편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제라드는 이제 시험보다는 지금 이 상황이 더 궁금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묻진 않았다. 그가 굳이 재촉하지 않아도, 곧 모든 이야기를 듣게 될 테니까.

물론, 그 전에 먼저 들을 말이 있었다.

카서스는 굳은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제라드와 데일에게 말했다.

“시험은 모두 끝났다. 그대들은 마지막 시련에 용감하게 맞서 싸웠고, 지닌 바 역량을 다 보여 주었다. 크루드 마탑의 원로 마법사 카서스 메렉트의 이름으로 그대들의 1급 시험 통과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바일세.”

드디어 모든 평가가 끝났다.

제라드와 데일, 두 사람은 비로소 크루드 마탑의 1급 마법사가 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좌중의 시선은 오직 단 한 사람.

제라드에게 꽂혀 있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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