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3화 〉 어금니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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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토록 괴이한 생김새를 보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문제가 되는 건 오히려 쿠쉬의 방어력 쪽이었다.
물론 권능을 앞세운 공격력도 얕볼 수는 없겠지.
다만.
쿠쉬는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즉, 박우찬으로선 위험성 운운하기 이전에 애초부터 닿기도 싫을 따름이었으니.
솔직히 말하자면, 만약 권능이 없었더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으리라.
단순한 접촉 한 번만으로도 자지러지는 건 똑같았을 테니까.
때문에.
처음부터 공격을 피할 생각 뿐이었던 박우찬에게 중요한 건 바로 쿠쉬의 전법 쪽이었다.
이도류.
굳이 비교하자면 그렇게 평할 수 있겠지.
뒤틀린 좌반신과 멀쩡한 우반신에서 발생하는 쿠쉬의 공격은 숫제 이도류를 보는 듯했다.
물론 말이 그렇다는 이야기지 정확한 평가는 아니었으리라.
허나.
지나칠 정도로 뒤틀린 좌반신이 이도류 중 장검의 역할을.
멀쩡한 우반신이 이도류 중 소검의 역할을.
한 팔로 무기를 다룬다는 리스크는 권능의 공격력으로 만회한다.
박우찬으로선 이도류를 상대하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흔히 서브 컬처에서 등장하는 바와 다르게, 이도류는공격이 아닌 방어에 특화된 전법이었다.
당연한 이야기다.
이도류를 사용하는 적의 목을 치기 위해선 총 세 번의 과정을 거쳐야할 필요가 있으니까.
먼저 간격을 유지하는 장검을 파훼하고 안쪽으로 파고든다.
뒤이어 안에서 자신을 맞이하는 소검까지 거두고 난 이후에야 적을 노릴 수 있다.
당연히 장검과 소검, 도수공권까지 간격은 모두 제각각이고.
여기에 마왕의 권능이 무기에 가하는 부담을 고려하면 장기전을 선택할 수도 없으니.
박우찬으로선 필연적으로 목이나 심장 등 급소를 노릴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읽히기도 쉽다.
허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거기에 대해, 박우찬은 심플한 결론을 내렸다.
"미쳤군!!"
"아닌데?!"
그런 건 잘 모르겠고, 그냥 장기전으로 가자.
어차피 박우찬에게 무기는 단순한 소모품일 뿐.
설령 애병이라 해도 구질구질하게 연연할 필요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반대.
고작해야 무기 하나 희생하고 눈 앞의 몬스터를 죽일 수 있다면 충분하고도 남는 성과이리라.
드드드드득!!
다시 한 번앞으로 나서는 왼팔을 보고, 박우찬은 대검을 역수로 쥐었다.
동시에.
대검의 손등에 달린 보조 손잡이를 쥐고, 역으로 휘두른다.
마치 손잡이 끝의 무게추로 후려갈기는 듯한 동작이었다.
하지만.
박우찬은 저 우악스러운 팔뚝을 향해봉술 비슷한 물건까지 시연할 생각은 없었다.
내지른 무게추가 빗나간다.
뒤이어 오싹한 소리를 내며 날아들던 살점 밑으로 곤두선 대못들이 파고들었다.
이윽고 박우찬은 쥐고 있던 손잡이를 놓았다.
살덩이 속에 파묻힌 대못들에 힘입어 허공에 고정된 대검.
그 손잡이를 본래 파지법대로 붙잡으며, 박우찬은 마저 무기를 휘둘렀다.
지나칠 정도로 부드러운 동작.
덕분에 처음부터 올려베기를 시도한 건 아닐까 싶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실제로는 정말로 단순한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애초에 칼등을 사용한 올려베기 따위, 별다른 부상 하나 남지 않겠지.
다만.
지금은 그 정도면 충분했다.
왼팔의 질량. 박우찬의 올려베기.
대검에 달린 쇠못이 살덩어리 끝까지 쳐박힌 지금.
"뒈져!!"
퍼어엉!!
다음 순간, 폭음이 작렬했다.
단순한 비유가 아니었다.
살덩이 밑에 파묻힌 못들이 정말로 폭발한 탓이었다.
즉석 연금술.
대못들을 중심으로 발휘한 소마법이 장대한 위력을 발휘한다.
"흠!!"
마왕조차 단순한 탄성인지 아니면 고통 때문인지 알 수 없는 기합성을 내지를 정도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좌반신 내부에서 작렬한 폭발에 뒤틀린 육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던 탓이다.
이를 악문 마왕은 그대로 왼팔을 향해 마력을 불어넣었다.
이대로 놈에게 간격을 줄 수는 없다.
그런 생각 끝에 내린 판단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순간, 마왕은 자신도 모르게 멈칫하고 말았다.
'재생이 느려졌나……?!'
당연한 이야기였다.
마왕의 권능에 대해선 이미 파악했다.
말 그대로, 조로아스터 교의 저변에 깔린 기본적인 개념을 부정하는 힘.
실로 절대적인 그 효과엔 박우찬 또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을 정도니.
적어도 지금 당장 그 권능을 공략할 방법 따위는 박우찬에게도 존재하지 않았다.
허면?
반대로 생각하면 간단할 일이지.
애초에 공략할 필요가 없다.
단순히 적의 재생력을 억제하는 독소 따위, 드문 물건도 아니고.
당연히 박우찬이 사용하던 대못에도 그 정도는 새겨져 있었다.
물론 고작해야 대못에 새긴 주각만으로 마왕의 마력을 무마하는 건 한계가 있겠지.
때문에.
박우찬은 망설임 없이 대못을 폭파시켰다.
'어차피 자연사야!!'
여하간, 쿠쉬의 권능이 담긴 살덩이 안에 파묻혔던 물건들이다.
뒤늦게 꺼낸다 해도 머잖아 부러질 뿐이겠지.
그렇다면 차라리 상처를 벌리는 데에 사용하는 쪽이 낫다.
박우찬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실제로 효과도 있었으니까.
치유 불가의 저주가 담긴 못이 폭발하며 남긴 상처다.
당연히 전체적으로 회복이 느려질 수밖에.
거기에 맞추어, 박우찬은 한 걸음 앞으로 내딛었다.
"멍청한 놈!!"
그런 박우찬을 향해, 마왕은 대갈일성을 터트렸다.
동시에.
아직도 회복되지 않은 팔을 억지로 밀어붙인다.
"이런 씨발!!"
당연한 이야기지만, 공격을위한 행동은 아니었다.
단순히 질량으로 밀어붙일 뿐.
오로지 박우찬을 저지하기 위한 공세였다.
그러나.
박우찬에겐 유감스럽게도, 마왕의 선택은 지나치게 효과적이었다.
핏물 줄줄 흘리며 다가오는 몬스터의 팔 따위, 박우찬으로선 기겁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쿠웅!!
대검을 앞세워 버틴다.
적어도 저딴 물건이 몸에 닿는 걸 허용하고 싶지는 않다.
절절한 마음이 담긴 행동이었다.
단지.
"흠!!"
이 싸움을 승리로 이끌고 싶다는 호승심 때문일까?
아니면 단순히 물러서도 답이 없다 판단한 탓일까.
마왕의 목적은 무작정 박우찬을 밀어붙이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정 반대라고 할 수 있겠지.
방금 전 가한 질량 공격은, 박우찬을 확실하게 쓰러뜨리기 위한 행동이었다.
때문에.
다음 순간, 박우찬은 자신이 어느덧 마왕의 간격 안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질량을 앞세운 왼팔로 적을 밀어붙인다.
그 결과.
박우찬은 자신을 노리고 날아드는 마왕의 장법을 마주하게 되었다.
마왕의 오른팔.
만물을 비트는 권능이 담긴 손바닥은, 그대로 박우찬의 무기를 향해 달려들었다.
오른팔로 무기를 뒤틀고, 왼팔의 질량으로 압박한다.
노림수가 뻔히 보이는 동작이었다.
그리고.
뻔한 동작이라면 능히 대처할 수 있는 법이다.
충분한 각오가 있다면 말이지만.
허면?
박우찬은 각오가 되어 있을까?
스스로에게 자문을 던진다.
그리고.
"씨발!!"
욕설과 함께, 박우찬은 이를 악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 뒤로 뺄 수는 없겠지.
그러므로.
마왕이 내지른 오른팔에 닿은 건 박우찬의 무기가 아니었다.
"오호라?!"
무기를 빼앗길 수는 없다.
무기를 빼앗겨서는 안 된다.
마왕을 공격할 수단이 없어진다는 문제도 있다.
단지.
그 이상으로 문제가 되는 건, 지금 여기에서 무기를 빼앗길 경우.
맨손으로 몬스터를 상대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창고 안에는 보조 무기가 즐비한 상황이었지만, 박우찬은 구태여 스스로를 질타했다.
도저히 각오가 서지 않았던 탓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각오를 다진 박우찬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자신을 밀어내는 힘에 맞서 저항하지 않고, 역으로 거기에 편승한다.
방어를 위해 무기를 내미는 대신 스스로의 어깨를 밀어붙이는 박우찬.
마치 간격 안으로 파고들기 위해 장법을 감수하겠다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현명한 처사는 아니었다.
마왕의 장법은 고작해야 타박상 따위로 끝나지 않을 테니까.
우악스레 편 손아귀 또한 바로 그 때문이었다.
주먹을 꽉 쥘 필요도 없다.
저 손가락 하나만 있으면 그대로 닿는 대상을 비틀어버릴 수 있을 테니까.
차라리 손을 펴고 공격 범위를 넓히는 게 이득이라는 판단이리라.
그렇게.
마치 거미처럼 펼쳐진 오른손이, 박우찬의 어깨를 쥐어 부쉈다.
"크아아아악!!"
어깨가 뒤틀린다.
뼈가 뽑히고 근골이 비틀린다.
게다가 그 이상으로 역겨웠다.
박우찬의 몬스터 혐오 증세는 대상이 강할수록 더더욱 두각을 드러내기 마련이었으니까.
당연히 지금 이런 상황에선 어느 때보다 큰 혐오감이 솟구칠 뿐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실로 압도적이었다.
서걱!!
'……음?'
다음 순간, 마왕은 자신도 모르게 아연함을 느꼈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갑작스레 발생한 금속음이 귓가에 내려앉은 직후,마왕의 의식이 멀어진 탓이다.
그야 마왕으로서는 눈치챌 수도 없었겠지.
박우찬이 앞으로 나선 건 단순히 무기를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스스로의 마음을 다독이며 억지로 공격을 받았던 이유는 단 하나.
이 싸움을 끝내기 위해서.
그래.
박우찬의 목적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마왕의육체가 자신에게 닿는다는 결과.
덕분에.
다음 순간, 소리가 뒤늦게 박우찬의 움직임을 따라잡았다.
……살아생전 겪었던 그 어떤 상황보다 예리하게 갈린 갈린 감각이, 미쳐 날뛴다.
대검을 휘두른 건 거의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박우찬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일격.
뒤틀린 왼팔을 받아내고, 오른팔을 몸으로 떼운 지금.
사냥꾼의 일격은 깔끔하게 마신의 목을 떨구었다.
"하!!"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다.
죽음의 늪을 앞두고, 마왕은 짧게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마왕의 정신이, 죽음을 밟아넘었다.
놈의 시그니처를 방지하기 위해 받아두었던 부적이 뒤늦게 효과를 발휘한 덕분이었다.
'염병.'
역시.
몬스터 소재로 만들어진 물건이라면 단박에 눈치챌 수 있었겠지만, 상대는 S랭크 이상의 몬스터.
주변에 가득찬 기척 탓에 부적 따위는 의식하기도 힘들었다.
그 사실에 혀를 차며, 박우찬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마왕의 양팔이 비어있던 틈을 노리고 목을 노린 대가가, 뒤늦게 찾아왔다.
쿵!!
방금 전부터 회복을 거듭하고 있던 왼팔.
뒤틀린 좌반신이 박우찬을 후려갈겼다.
물론 방어 동작 따위를 취할 틈은 없었다.
마왕으로서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으나,결과적으로 스스로의 목숨을 건 카운터나 다름없었던 셈이니까.
"씹……!!"
당연히 박우찬도 멀쩡하게 받아낼 수는 없었다.
몸에 걸친 정장의 방어력도 지금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절묘하기 짝이 없는 권능.
정장의 방어력이 역으로 독이 되어 돌아온다.
온 몸을 후려갈기는 충격과 함께, 박우찬은 그대로 건물 내벽에 쳐박히고 말았다.
지금 이 순간, 박우찬이 죽지 않은 건 순전히 마신의 좌반신에 남은 상처 덕분이겠지.
그 사실에 왈칵 핏물을 토하며,박우찬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협회 건물 최상층.
방금 전까지만 해도 굉음 가득하던 전장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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