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6화 〉 수학여행, 2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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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서바이벌이다!!
바로 어제,그렇게 말하던 교사들의 기대와는 달리 학생들은 퍽 훌륭한 결과를 냈다.
물론 처음에는 당황하기도 했지만, 딱 거기까지.
여하간, 이 아카데미 생활도 그럭저럭 익숙해질 참이니.
학생들은 각자 나름의 궁리를 다해 1일차 과제를 끝마쳤다.
아카데미 교사진들이 설치한 캠프를 중심으로, 일정 거리 내에 새로운 거점을 마련하라.
평양에 식수나 식사는 존재하지 않으니, 그 또한 포함해서.
결코 난이도가 낮은 문제는 아니었지만, 다들 나름의 경험으로 헤쳐나가는 데에 성공한 셈이다.
다만.
그런 결과가 불만스러운 쪽도 있다.
예를 들면, 이예은 등이 그렇다.
……박우찬이 몇 번 평했듯이, 이예은은 스타 헌터가 될 자질이 충분한 아가씨다.
영웅 이준구의 여동생이라는 네임 밸류.
거기에 어울리는 재능.
화려한 외모에, 그 이상으로 우아한 외견.
거기에, 대침공 이후로도 생활에 부족함이 없었을 테니.
숫제 아가씨 비슷한 분위기까지 느껴질 정도다.
실질적으로 부친 역할을 맡은 이준구는 벼락부자라는 이야기를 피할 수 없겠지만.
그럭저럭 터울이 있는 남매인 그녀로서는 자연스레 그런 분위기가 감돌 수도 있겠지.
다른 사람들처럼 고생을 겪은 기억도 없을 테니.
때문에, 박우찬은 그녀를 두고 그렇게 평했다.
스타 헌터의 자질이 있다고.
언뜻 들으면 최고의 칭찬이다.
다만, 박우찬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고개를 갸웃일 수밖에 없겠지.
여하간, 박우찬이 높게 치는 건 스타 헌터와 같은 부류가 아니기 때문이다.
매스컴에 얼굴을 내밀고 화려한 생활을 영위하는, 소위 아이돌같은 헌터.
거기에 비해, 박우찬이 높게 평가하는 건 수수하게 확실한 작업을 할 줄 아는 사냥꾼 쪽이다.
즉, 이예은에 대한 박우찬의 평가는 순수한 최고점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런 말은 조금 그렇지만, 실로 정확한 평가였다.
이예은은 화려한 일 외에는 별로 재능이 없었던 탓이다.
진흙을 묻히며 최전선에서 투닥거리는 쪽엔 자질이 부족하다.
하물며, 몬스터의 흔적 따위를 간파하고 추적하는 일엔 안목이 바닥이라 해도 좋다.
대신 그 화력과 능력은 동년배 중에서도 최상위.
벽에 부딪힐 법도 하건만, 오히려 요 최근 더욱 큰 폭으로 향상되는 기미조차 있다.
만약 평소운 박사가 그녀의 증세를 알았다면, 성좌의 마력을 모방한 능력과 마신을 강신시킨 일…….
저번 자경단 당시의 사태와 연관점을 찾았을지도 모르지.
요컨대.
"자기 일 아니라고 말은 참 쉽게 하네."
"뭐, 뭐가 어때서. 나도 열심히 하고 있단 말이야."
"열심히 하면 뭐해, 결과가 안 나오는데."
"노력한 보상이라는 게 있잖아……."
짐짓 풀죽은 어조로 그리 답하는 이예은을 보며, 자하연은 고개를 저었다.
작년 초, 저런 식으로 고집을 부리던 이예은 때문에 마주친 사건을 떠올린 탓이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게이트 너머에 도사리던 악마가 노리던 건 어디까지나 그녀 쪽.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건 좋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단지, 그런 식으로 고생하는 건 두 번 다시 사양이었다.
이예은 또한 그 정도는 알고 있는 거겠지.
애초에 자기 성찰이 부족한 아가씨는 아니다.
때문에 강하게 나서지 못하는 걸테고.
즉, 이예은이 주장한 건 단 하나.
어제 변변찮은 결과가 나온 걸 만회하기 위해 좋은 성적을 거두자고 팀원들을 독촉한 셈이었다.
물론 그 자체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다.
이번 2일차 과제는 지정된 몬스터의 토벌.
그리고 그녀들에겐 지정된 몬스터를 재빨리 색출할 만한 방법이 없었다.
이예은은 평균 이하, 자하연은 평균.
추적 능력을 기준으로 평가하자면 딱 그 정도고.
거기에 남은 한 명 또한 마찬가지.
실력과 별개로, 일찍이 교실 한 가운데에서 교사에게 키스한 사람과 그 뒤통수를 갈겨 기절시킨 당사자.
둘 사이에 끼어있는 시점에서 눈치만 살피고 있는 게 고작이다.
단지, 이예은의 말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딱히 점수를 매기는 일이야 아니지만, 그래도 기분이라는 게 있다.
무엇보다.
'오빠는 이런 걸 좋아하겠지.'
애시당초 박우찬은 사냥에서 손을 떼고 살아갈 수 있을 법한 사람이 아니다.
진득진득한 몬스터에 대한 증오.
짐짓 두렵기까지 한 살의.
어느 쪽이든, 한 번이라도 눈에 담으면 일목요연한 사실.
허면, 당연히 이런 데에선 좋은 솜씨를 보이는 게 눈에 밟힐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어제 그녀들의 성적은 밑바닥 가까이.
덕분에 과제로 하달받은 몬스터 또한 비교적 가까이에 있을 공산이 크다.
이예은의 말에도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다는 뜻이다.
단지, 그 사이에 이예은 본인은 딱히 할 일이 없다고 해야 할까.
솔직히 말하자면 방해니까 가만히 있는 모습이 영 아니꼽게 느껴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대신 나는 싸움을 잘 하잖아."
짐짓 자랑스럽게 그리 말하는 이예은.
다른 고등학교였다면 꼴통도 이런 꼴통이 없을 만큼 바보같은 대사였다.
하지만 이 아카데미에서는 저게 성적이 우수하다는 반증이 되기 마련이니.
바야흐로 성적 역전 세계라고 할 법했다.
물론 거기에는 한 가지 근본적인 문제점이 존재한다.
일단 대상이 되는 몬스터를 발견하지 못하면 이야기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이예은의 염력을 사방으로 뿌려 감지한다던가 하는 방식도 있기야 하겠지.
마치 레이더처럼.
다만, 몬스터는 헌터 이상으로 마력에 친밀한 생물이다.
그 경우, 십중팔구 주변의 몬스터 대다수는 그녀들을 향해 쇄도하리라.
때문에, 이 부분만큼은 정말로 운이었다.
그리고 이번엔 꽤나 운이 좋았다.
얼마 가지 않아 대상이 된 몬스터를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두 발로 걷는 곰이 종양 따위에 뒤덮인 얼굴을 가지게 된다면 저러할까 싶은 외견이었다.
여기에 키를 보통 곰의 몇 배로 키워, 10m 가까운 덩치가 된다면 비교적 정확하게 눈 앞의 대상을 묘사할 수 있을 테지.
그리고 딱 거기까지였다.
그녀들의 부족한 지식으로는 눈 앞의 몬스터에 대한 전설이나 정체 따위를 떠올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우찬처럼 솜씨 좋게 약점을 공략하거나 하는 식으로 재주를 부릴 수도 없다.
반대로, 곰에서 유래한 몬스터 따위가 지니는 공통점을 실시간으로 떠올려 공략에 반영할 수도 없다.
할 수 있는 건 힘으로 밀어붙이는 일 뿐이겠지.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 정도로도 충분하리라.
여하간, 상대는 고작해야 수학여행 과제로 나올 법한 몬스터.
달리 말하자면, 평범한 학생 3인 1조로도 과제 수준은 될 수 있겠지만 딱 거기까지인 몬스터다.
사냥하는 데에 어마어마한 실력이 필요하거나 하지는 않겠지.
게다가, 그녀들은 실력에 비해 1일차 성적이 지나치게 낮게 나왔다.
얼추 짐작하기로 B랭크 몬스터.
그 정도라면, 이예은이나 자하연 둘 중 한 명만 나서도 혼자 퇴치할 수 있다.
물론 사냥에 확실한 건 없다지만, 3인 1조라면 만에 하나라도 실수를 저지르진 않겠지.
'어지간히 운이 없지 않는 한.'
실제로 마력을 통해 어림한 바에 따르면, 그녀들의 예상이 틀린 듯 느껴지지도 않는다.
만약 C랭크 수준의 학생 셋이 배치되더라도 사냥할 수 있을 법한 몬스터.
너무 쉽지도 않되, 너무 어렵지도 않은 수준이라면 높아도 B+랭크를 넘지 않겠지.
눈 앞의 몬스터에게서 느껴지는 마력 또한 얼추 그 정도였다.
허면, 어떻게 할까.
솔직히 말하자면, 혼자 싸워도 충분할 정도다.
전법도 견실한 편에 가까운 자하연이라면 모를까, 이예은이라면 순식간에 몰아칠 수 있겠지.
자신보다 격이 낮은 상대라면 압살이, 격이 높은 상대에게는 송곳니가 될 수 있는 전법과 능력이다.
지금 저 곰이 상대라면 그리 길게 시간을 끌 필요도 없으리라.
다만.
흘끔, 하고 남은 한 명의 눈치를 살핀다.
오히려 이 쪽의 눈치를 역으로 살피는 듯 소심한 시선.
뭐, 어쩔 수 없겠지.
상황도 상황이고.
저 쪽으로서는 오히려 이예은과 자하연이 죽일 듯 싸우지 않는 데에 의아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물론 거기에는 여자들 사이의 상호 견제는커녕 자신에게 고백한 사람들 전원을 거절한 박우찬의 무심함이 관련되어 있었지만.
그런 세세한 사정까지는 모를 그녀에게는 말 그대로 좌불안석에 지나지 않겠지.
때문에, 이예은 또한 이번에는 홀로 나서 주목을 받는 건 그만두기로 했다.
물론 이예은은 그런 상황 자체는 싫어하지 않는다.
박우찬이 말했듯 스타 헌터로서의 적성일지도 모르지.
다만, 자하연이 은근슬쩍 놀렸듯이 그녀 또한 작년 초에 있었던 일에서 배운 게 없지는 않았다.
"그럼, 내가 원거리에서 공격할 테니 하연이랑 네가 전위 부탁해. 할 수 있겠어?"
"으, 응? 어, 으응."
"좋아. 너무 긴장하지 말고, 만약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나나 하연이가 나서서 커버해줄 테니까."
그러니 이번에는 무난하게 협공으로 가자.
잔뜩 위축된 반 친구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단순히 눈치가 보여서인지.
어느 쪽인지는 몰라도, 이예은이 이번에 선택한 행동은 박우찬이 보기에도 비교적 취향에 맞는 쪽이었다.
뭐, 정작 당사자인 이예은은 직접 듣지 않는 한 깨닫지 못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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