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6화 〉 축제입니까? 아뇨, 장례식입니다.
* * *
"이건 누명이야!!"
"아니, 현행범이시잖아요……."
후일 들은 바에 의하면, 지희를 비롯한 하객들은 하나같이 그렇게 진술했다고 한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행동이었던 탓에 누구 하나 막을 수 없었다고.
뭐, 책임 회피용 발언처럼 들리긴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으리라.
이미 쇠락한 류 씨 일가가 준비할 수 있는 무력이라 한들 고작해야 류인형 수준이 한계일 테니까.
심지어 그 류인형조차 지금은 정신병원에 쳐박힌 상황이고.
즉, 류 씨 집안에서 나를 저지할 수 있는 수단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지희 또한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휘말리지 않은 게 다행이라 해야 할 테지.
여왕급 몽마의 마력을 이어받았다거나, 학생들 수준에선 손꼽히는 전력이라거나.
어느 쪽이든, 눈이 돌아간 내 앞길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도리어 혼혈이라는 점 때문에 공격당하는 건 아닐까.
나로서는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내 검은 어떠한 지장 하나 없이 선두에 있던 몽마를 양단할 수 있었다.
정수리부터 고간까지, 무언가 입을 열려던 모습 그대로 깔끔하게 두 동강이 난 몽마.
그 피륙이 바닥에 흩뿌려진다.
한 순간, 정적.
그리고.
"응?"
"어?"
"꺄, 꺄아아아악!!"
"뭐야?!"
"살인?!"
다음 순간.
소리가 폭발했다.
그리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혼비백산. 아비규환.
눈 앞에서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았노라 착각한 하객들이 마치 벌떼처럼 일어났기 때문이다.
오히려 동포를 잃은 몽마들 쪽이 보다 침착하게 보일 정도였다.
당연히 방금 전 내가 죽인 놈은 사람이 아니라 몬스터라는 사실을 설명할 시간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때문에.
날뛰는 사람들. 도망치는 하객들.
그 사이에서 분연히 줄행랑을 치는 몽마들의 뒤를 쫓긴 불가능에 가까웠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비록 직접적인 전투 능력은 형편없는 수준이라 해도, 몽마 또한 몬스터니까.
평범한 민간인들이 상대라면 충분히 도륙할 수 있으리라.
즉.
만에 하나, 놈들이 혼란에 빠진 군중들 사이에서 날뛰기라도 한다면?
나로서는 쉬이 좌시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나는 체포당하고 말았다.
어쩔 수 없었다.
인간의 외견을 모방 가능한 몬스터는 보기 드문 편이었으니까.
사회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 쪽이 나서서 은폐하는 점도 없잖아 있고.
그런 만큼, 몬스터를 도륙한 내 모습은 대다수 사람들에겐 마치 무차별 살인마처럼 보였으리라.
아니, 그 정도는 이해하고 있지만 말이지.
정작 그 이후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나를 예비 범죄자 취급하는 건 조금 상처였다.
"굳이 말하자면, 대한민국의 장례식 문화가 문제야."
막말로, 내가 이번 사건을 일으킨 이유는 단 하나.
평소와 달리 특제 방독면을 지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유는 실로 터무니없다.
대한민국에 방독면을 쓰고 장례식을 참여하는 문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 나라가 그토록 안일한 문화를 고수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오늘과 같은 일도 없었겠지.
나로서는 탄식을 금할 길이 없었다.
물론 내게도 문제는 있었다.
아니, 장례식장은 새벽에도 문을 닫지 않으니까.
세간의 광고 따위를 피해 조심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 생각한 탓이다.
말하자면 방심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무리 그래도 장례식장에서 몬스터 광고를 내거는 얼간이가 있으랴.
심지어 이번 장례식은 혼인회조차 용납할 수 없다며 목에 핏대를 세우던 양반을 전송하는 자리다.
나로서도 굳이 방독면을 지참해야 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지희 정도는 참을 수 있고.
헌데.
"설마 정면에서 올 줄이야……."
덕분에 때 아닌 유치장 신세였다.
물론 진심으로 걱정하지는 않았다.
말이야 어쨌든, 이번에 내가 저지른 일은 몽마의 토벌.
뒤이어 시민들의 보호다.
감사의 말을 듣는다면 또 모를까,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시체의 부검이 끝난 걸까.
허겁지겁 달려온 경찰이 자신의 상관으로 보이는 사내에게 무어라 속삭이더니, 곧 내 석방이 결정되었다.
실로 반나절 사이에 있었던 일이었다.
"박우찬, 부활!!"
그렇게.
쾌활한 어조로 경찰서 앞에서 기지개를 켠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런 내 옆에는 온통 진이 빠진 얼굴의 지희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긴, 지희 입장에서 보자면 때 아닌 고생이었겠지.
설마 스스로 동행하겠다 자처한 담임이 단박에 칼부림 사고를 벌일 줄이야.
별로 사이가 좋지는 않았다 해도, 고인 앞에서 개쩌는 S랭크 거인 비스므리의 차력쇼를 보일 수는 없다 생각했던 내가 무색할 정도였다.
이래서야 결국 개쩌는 S랭크 헌터의 참수 쇼를 선보인 꼴이었으니까.
"그래서, 이제 어떡하지?"
"몰라요……."
퍽 지친 어조로 지희는 그렇게 말했다.
뭐, 말이야 그렇게 했지만 장례식장으로 돌아가는 건 별로 내키지 않았다.
애초에 장례식을 거행할 상황인가, 그거?
몬스터 운운하는 이야기야 둘째치더라도, 장례식장 현관 앞에서 참수 쇼가 벌어졌는데.
내가 생각하기에도 작파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아니, 설령 그대로 장례식을 진행한들 매한가지이리라.
적어도 고인 앞에서 그런 짓을 벌인 사냥꾼을 다시 들여보내지는 않을 테니까.
이래뵈도 선행이었는데 말이지.
혹시나 다시금 몽마들이 쳐들어올 가능성에 대해선 굳이 염려할 필요는 없겠지.
방금 전 사태를 고려하면 헌터 협회 측에도 연락이 갔을 테고.
무엇보다, 놈들의 목적은 십중팔구 지희다.
나로서는 그리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여하간, 몽마라 해도 여러 부류가 있다.
지희 쪽이 속한 서양의 서큐버스 내지 인큐버스.
혹은, 그 근간이 되는 중동의 전승.
나아가서는, 동양의 구미호 등도 몽마나 음마라는 카테고리로 취급할 수 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금 전, 장례식장에 찾아온 몽마들은 하나같이 새하얀 백발에 붉은 눈동자였다.
종족의 갈래 운운하기 이전에 지나칠 정도로 닮은 외견.
즉.
"너희 자당 쪽 애들같지?"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내 표현에 불만을 표하긴 했지만, 지희도 부정하진 않았다.
하긴, 부정하기엔 너무 명백한 상황이었으니까.
요컨대, 방금 전 그 몽마들은 지희네 모친.
류 씨 일가의 사돈이라 할 수 있을 무리 출신이리라.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지희의 모친인 몽마의 여왕.
그 혈족 비슷한 경우가 아닐까.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이런 말은 조금 그렇지만, 지희는 류 씨 일가와 사이가 나쁘다.
당장 이번 장례식도 참가를 망설이고 있었을 정도니까.
헌데도 놈들은 장례식장에 발을 들였다.
어째서?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크게 두 가지.
첫째, 놈들은 지희와 별도로 장례식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별로 가능성이 높지는 않은 이야기다.
일단 류 씨 일가는 여왕의 존재 탓에 혼인회와 싸움이 붙었을 정도로 그들을 싫어하고 있으니까.
적어도 류 씨 집안 측에서 먼저 초대했을 리는 없겠지.
만에 하나 가능성이 있다면, 놈들이 지희와 접촉할 수단을 찾아 헤매고 있었을 경우.
말하자면 징검다리 역할로서 이번 장례식에 참여했을 시.
그런 경우라면 그나마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혹은 두 번째 가능성도 있다.
즉, 어디선가 정보가 샜을 가능성.
물론 여기서 정보가 샜다고 한들 의심할 만한 건 어디까지나 류 씨 쪽 양반들 뿐이다.
아니, 정보 전달 과정이 지나치게 간단했으니까.
그 쪽에서 보낸 부고 이야기를 최승준이 받아 내게 전달하기까지.
달리 개입할 만한 부분이 보이질 않는다.
뭐, 어느 쪽이든 신통찮은 이야기지만…….
"미안하게 됐다, 지희야."
"아뇨, 됐어요."
지희로서는 나름 크게 마음 먹고 찾아온 장소였을 텐데.
정작 담임이라는 작자가 칼부림이나 벌이고 있으니.
각오. 다짐. 마음.
온갖 감정이 어지럽혀졌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희는 이번 일을 내 탓으로 돌리지 않았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직도 의문을 품고 있는 듯했다.
"선생님?"
"엉?"
"그 몽마들, 저를 노리고 온 거겠지?"
"어, 아마도?"
흘끔, 안색을 살핀다.
다행스럽게도, 지희의 얼굴엔 이번 일을 자책하는 분위기가 보이지는 않았다.
일전과 달리, 자신이 몽마의 딸이기에.
다른 사람들을 말려들게 해버렸다는 죄의식.
모든 일이 자신 때문이라 주장하는 듯한 바닥 없는 좌절감 따위는 없다.
단순히 류 씨 일가랑 사이가 나빠서, 쌤통이라…….
그럴 리는 없겠지.
애초에 지희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만큼 대담한 성격이 아니니까.
즉.
지희가 품고 있는 건, 정말로 순수한 의문.
그런 성격인 지희조차 의뭉스레 생각할 수밖에 없는 사실 때문이리라.
요컨대.
'아니, 너무 늦지 않았나?'
이런 말은 조금 그렇지만, 필시 저들의 우두머리였을 몽마의 여왕이 죽음을 맞이한 게 1년 전.
신세계 질서 측과 연동하고 있었다 한들, 지희를 노리던 마신의 술수가 뿌리뽑힌 게 반년 전이다.
이제 와서 몽마 무리 따위가 행동을 개시하기엔 지나치게 늦었다는 감정을 지울 수 없었다.
무언가 목표가 있기는 하겠지만, 경계심보다는 왜 이제 와서 저러는 거냐는 기분이 들 수밖에.
허나.
그런 생각은 더 이상 이어질 수 없었다.
뚜르르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내 핸드폰이 울었기 때문이다.
"어라."
"왜요?"
그리고.
말 없이 내가 보여준 핸드폰 화면을 목격한 지희의 얼굴이, 다시 한 번 고민으로 물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내가 보여준 화면은, 말 그대로 새로운 사건의 예고장이나 다름이 없었으니까.
류 씨 일가로부터 전화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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