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4화 〉 작전 결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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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면, 그 뒤의 이야기.
결론만 말하자면, 이번 작전은 충분한 성과를 거뒀다.
최승준에 의한 냉혹의 마신 토벌.
티아마트에 의한 억압의 마신 토벌.
신세계 질서의 핵심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일곱 마신들 중두 마리를 쓰러뜨린 셈이었으니.
여기에 이준구 쪽이 따로 챙긴 정보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완승이나 다름없는 결과였다.
단지, 결과가 좋다고 해서 유야무야 넘어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을 뿐.
아니, 그야 도시 한복판에 아름드리 거목이 돋았으니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적어도 협회 측엔 설명이 필요할 테지.
이번 일은 전적으로 우리 쪽의 독단적인 행동이었으니까.
협회로서는 경계할 수밖에.
그 경계심을 허물기 위해선 비교적 상세한 정보를 풀어야 할 테고.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신세계 질서.
마신.
제 3차 대침공.
어느 쪽이든, 지나칠 정도로 허황된 이야기다.
이준구의 이름값과 최승준의 밑준비를 고려해도 마찬가지.
솔직히 말하자면, 음모론 내지는 그런 핑계로 무언가를 획책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해도 어쩔 수 없으리라.
협회 내부에 잠입하고 있는 신세계 질서 측 끄나풀들도 그런 식으로 바람잡이 노릇에 열중할 테지.
아카데미 내부의 우환을 모조리 제거한 지금, 오히려 협회와 아카데미 사이에 분란이 생길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가면 나 또한 모르쇠로 일관할 수는 없겠지.
허나, 당장엔 할 수 있는 일이 마땅치 않은 점 또한 틀림없는 사실.
때문에.
"염병."
참으로 안타깝지만, 나는 개인적인 문제로 고민할 수 있을 법한 시간을 손에 넣고 말았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개인적인 문제란 당연히 바로 어제 있었던 일.
즉, 티아마트의 폭탄 발언 쪽이었다.
뭐? 데이트? 부부?
아니, 씨발.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당연한 이야기지만, 대답이 돌아올 리는 없었다.
나조차도 어안이 벙벙한 상황인데 오죽할까.
솔직히 말하자면, 티아마트가 돌아버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렇지 않은가?
이런 말은 조금 그렇지만,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내가 티아마트를 대한 태도는 농담으로도 친절하다 말하기 힘들었다.
아니, 후회하는 건 아니지만.
'죽이고 싶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아마트는 데이트 운운하는 소리나 하고 있는 실정.
나로서도 당황스러울 따름이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혹시 마조히스트인가?
퍽 그럴듯한 가설이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내게 정말로 필요한 건 바로 그 해답이었으니.
물론 이런 문제를 앞둔 내 대답은 언제나 일관적이었다.
당장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
막말로, 다른 학생들의 고백은 모조리 거절한 주제에 티아마트의 마음만 받아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무엇보다.
'몬스터잖아.'
결국 티아마트의 종족이 바뀌지 않는 이상 내가 할 말은 불을 보듯 뻔한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때 아닌 고민에 빠진 이유는 단 하나.
아무리 그래도 지나치게 당황스러운 사태였기 때문이다.
부부라니?
단순한 고백, 사춘기 특유의 치기 어린 마음이라 치부하기엔 지나칠 정도로 무거운 단어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내가 조금이라도 비슷한 행동을 취한 기억은 없었다.
프러포즈를 한 적도 없다.
다른 누군가에게 먼저 고백을 한 적도 없다.
하물며, 비슷한 암시 따위를 준 적도 없을 터.
나를 보고 헛물을 켜는 녀석들은 수도 없이 많지만, 아무리 그래도 결혼 운운하는 착각은 짐작이 가는 게 단 하나도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확신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뭐라고?"
"예를 들어, 당신이 누군가에게 프러포즈를 하려는 상황이라 가정해보도록 합시다."
"음."
"헌데, 프러포즈에 앞서 개미의 생태계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면?"
"엉?"
"아니, 애초에 개미 식으로 구애하라는 조건이 달려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사내의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턱밑을 쓰다듬었다.
요컨대.
"몬스터 입장에서 보자면, 우리가 개미라는 뜻이냐?"
"정확합니다."
내 말에, 사내.
몬스터 숭배 교단의 교주는 빙그레 하고 웃었다.
"물론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과 인간의 조합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만……."
"생물학은 만만하지 않다는 거군."
당연한 이야기였다.
종족을 초월한 우정 등의 미담은 확실히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가 미담이라 여겨지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보기 드문 사례이기 때문이다.
타고난 종족으로서의 본능.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
그런 점을 모조리 극복하고 난 뒤에야, 간신히 그런 미담을 만들어낼 수 있다.
즉.
"프러포즈를 한 적은 없다, 그런 이야기를 한 적도 없다. 그런 건 어디까지나 인간의 기준이라는 뜻이죠."
이번에 나와 티아마트 사이에 있었던 일을 마치 혼인회 측처럼 꾸며 설명한 이야기를, 교주는 한 마디로 그렇게 정리했다.
내 행동과는 별도로 저 쪽에서 그런 식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니.
농담도 못 된다.
나도 모르게 구부러진 미간을 억지로 눌러 펴면서, 나는 푸욱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심각한 문제는 아닐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상대인 티아마트가 몬스터이기 때문이다.
말이야 이렇게 열심히 고민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어떨까.
상대가 몬스터인 이상, 나는 상당히 뻔뻔하게 나갈 수 있다.
까놓고 말해, 티아마트가 눈 앞에 있다면 헛소리 말고 저리 꺼지라는 식으로 잘라버릴 수도 있겠지.
다만.
지금은 아니었다.
왜냐고?
정작 내게 그런 말을 했을 때, 티아마트는 소멸하기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평소 티아마트가 자신의 힘을 한없이 낮춰도 E랭크 몬스터 수준.
요컨대, 내게 있어선 혼혈 이상으로 혐오감 가득한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분신이 소멸을 앞둔 상황에선 그 기척도 영 힘을 잃는다.
몬스터의 존재감이라 해야 할 부분까지 흐릿해지기 때문이다.
아니, 나도 몰랐지만.
말하자면, 몬스터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희열을 느끼는 느낌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때문에, 나로서도 평소처럼 어차피 몬스터가 지껄인 망발이라고 잘라 구분하기 힘든 면이 있었다.
게다가, 마음의 짐도 있고.
녀석은 괜찮다고 말했지만, 결국 신세계 질서 측에게 티아마트의 정체에 대한 힌트를 준 건 이번 작전 때문이니까.
심지어 녀석이 말하던 걸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막말로, 녀석이 이번 작전에 동참했던 게 나 때문이라고 한다면?
나로서도 꺼림칙한 기분 정도는 느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신세계 질서 측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교주는 어깨를 좁혔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현재 교주는 신세계 질서 측과 완전히 단절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신세계 질서라는 조직이 나가고 싶다고 확 하고 나갈 수 있는 물건은 아니겠지만.
반대로, 교주가 쓴 수단 또한 만만치 않았다.
왜냐하면, 교주는 저번 작전 당시 지하 연회장에 있었기 때문이다.
신세계 질서 측 참가자로서.
즉, 최승준의 마력 결정에 당해 얼어붙은 일반인들 중 한 명이 교주였던 것이다.
당연히 우리들이 작전 계획 따위를 알려주진 않았다.
막말로, 교주가 신세계 질서 측의 첩자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은 가신 게 아니었으니까.
때문에.
교주 본인은 발로 뛰었다 명명한 방법대로, 교주는 자신이 참가할 수 있는 신세계 질서 측의 파티에 모조리 참석했다.
우리 측과 접촉한 결과, 머잖아 우리 쪽에서 신세계 질서 측을 강습하리라 여겼기 때문이라던가.
하긴, 확실히 마신들의 거점 관련으로 질문하기도 했지.
여하간.
그렇게 이번 작전 속에 한 걸음 발을 딛고 있던 교주는, 다른 신세계 질서 측 참가자들과 함께 우리 쪽에 나포되었다.
그리고.
우리 측에게 납치당했다는 핑계로, 교주는 신세계 질서와 모든 연락을 끊고 잠적한 것이다.
퍽 훌륭한 처세였다.
물론 그 덕분에 도움을 받고 있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정작 이런 부분에선 도움이 되질 않으니.
"다른 점보다 문제인 건, 성좌의 정체를 밝힐 경우 얼마나 되는 혼란이 닥칠지 누구도 예상하기 힘들다는 거죠."
그 말대로였다.
신세계 질서가 사회 속으로 파고들 만한 틈이 생길지, 그렇지 않으면 신세계 질서조차 휘말릴 수밖에 없는 혼란이 생길지.
현 헌터 사회에선 지나칠 정도로 심각한 여파 탓에 신세계 질서 측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주제였다고 한다.
적어도 교주가 떠나기 전까진.
요컨대, 정해진 답은 없다는 뜻이었다.
막말로, 티아마트가 몬스터라는 사실 또한 마찬가지였다.
만에 하나 신세계 질서 측에 티아마트와 접촉할 권한이 있는 거물이 있다면?
나로서는 편할 일이다.
티아마트가 몬스터 운운하는 사실에 마음의 빚을 느낄 필요도 없을 테니까.
굳이 따지자면, 우리 쪽에 붙은 성좌 겸 몬스터가 티아마트라는 사실이 밝혀진다는 게 조금 문제가 될 수 있겠지.
다만.
나로서는 그렇게 확답하기도 마음이 걸리는 처지.
결국 별다른 해답 하나 없는 문제로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죽겠네, 진짜."
……신세계 질서 측에서는 어떻게 나올까.
이번 작전으로 두 마리.
여태까지 쓰러뜨린 마신들까지 포함하면 도합 절반 이상의 마신들이 몰살당한 참이다.
어쩌면 그 탓에 내분이 한층 심화될 수도 있겠고, 반대일 수도 있겠지.
마찬가지로, 우리 쪽 또한 그렇다.
어쩌면 협회와 아카데미가 전면 협력으로 나서게 될지도 모르지.
아니면 역으로 협회와 아카데미 사이에 분란의 기운이 감돌지도 모르고.
어느 쪽이든, 내가 손을 대기는 힘들다.
그렇기에.
신세계 질서와 본격적으로 맞붙기 시작한 지금.
혹여 마지막 여유가 될지도 모르는 개인적인 시간을, 나는 때 아닌 고민으로 허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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