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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몬스터만 죽이고 싶음-265화 (265/371)

〈 265화 〉 냉혹의 마신

* * *

냉혹의 마신, 인다르.

그 이름에 대해서는 최승준 또한 박우찬에게 들어 익히 알고 있었다.

조로아스터 교에 전해지는 일곱 마신들 중 한 명.

비록 번역 상의 문제로 냉혹이라는 지칭을 사용하고 있긴 했지만, 보다 정확한 표현은 그게 아니다.

정의로운 마음.

도덕의 반대항으로써, 마음을 메마르게 하고 선의를 얼어붙게 하는 마신.

그렇기에 냉혹의 마신.

눈 앞의 조류 인간은 바로 그런 악마였다.

허나.

친우 운운하는 소리를 하는 마신의 모습은 도저히 냉혹하다 말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최승준은 몰랐지만, 애시당초 오늘 이 자리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이유 또한 바로 마신 때문이었으니까.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일전, 마신들 사이의 내분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불만의 마신.

그에 대한 애도를 표하기 위해 냉혹의 마신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자리를 마련한 탓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대다수 조직원들은 그런 사정에 관심이 없었다.

아니, 애시당초 마신들의 상세한 사정 따위를 알고 있는 부류도 드물었다.

박우찬처럼 전설 따위에 해박한 것도 아니요, 마신들이 그 이상으로 친절하지도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그렇다 한들 마신은 그들의 상전이라 할 수 있으니.

때문에 오늘 이 건물에도 수많은 조직원들이 몰려들게 되었다.

당연히 그런 움직임은 최승준과 일행들을 자극했고.

그게 바로 지금 눈 앞에서 촌극 아닌 촌극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였다.

자신의 벗 된 마신의 장례식에 동참한 이들을 친우라 부르며, 그런 친우들을 향해 공격한 최승준을 적대하는 마신.

도저히 이해하기 쉬운 광경은 아니었으나, 최승준은 한 가지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악마들은 전원 맛이 가버린 녀석들이다.

그러니 구태여 사정을 알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냉혹하다는 이름과는 퍽 어울리지 않는 성질이구나 싶었을 뿐.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조차도 별로 상관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적.

서로 사정을 공유하고 교분을 나눌 사이는 아니었으니까.

때문에.

최승준을 향해 질주하는 마신을 향해서, 최승준은 마력을 행사했다.

상대는 마신.

단순히 따져도 A+랭크 몬스터다.

그리고.

최승준에게 있어, A+랭크 몬스터란 고작해야 한 손으로 상대할 수 있는 적에 불과했다.

마신의 주변을 감싼 마력을 제어하며, 꽉 하고 손을 움켜쥔다.

동시에.

쿠우웅!!

충격이 울려퍼졌다.

본디 최승준의 신호와 함께 작렬한 추위가 그 육체를 찢어놓았어야 하건만.

내부에서 솟구치는 얼음. 전신의 피부를 물어뜯을 서리.

어느 쪽도 최승준의 지시에 반응하지 않은 채, 마침내 눈 앞까지 당도한 마신이 그 흉포한 주먹을 휘두른 것이다.

물론 이런 상황 또한 예상하고 있었다.

방금 전, 자신의 능력이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지 않았던가?

때문에.

어느덧 마신과 최승준 사이를 가로막고 서 있는 건 거대하기 짝이 없는 얼음 기둥이었다.

말 그대로 방패와 같이, 최승준의 앞에 선 얼음 기둥.

투명하기 짝이 없는 얼음 너머로 마신의 주먹이 보인다.

묘한 이야기였지만, 새를 닮은 얼굴에도 불구하고 그 주먹은 닭의 다리보다는 차라리 사람의 손을 닮은 형태였다.

그 사실에 놀라운 듯 휘파람을 불면서, 최승준은 이윽고 다시 한 번 마력을 행사했다.

그리고.

쩌저저저적!!

복도가 마신을 깨물었다.

아니, 그리 표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복도의 천장과 바닥에서 솟구친 고드름이 마신의 육체를 잇새에 두고 솟구친 것이다.

"흐음!!"

물론 지나칠 정도로 눈에 띄는 공격이다.

한껏 몸을 부풀린 마신은 전신에 유동하는 마력을 깃털에 담아 부풀렸고, 그대로 자신을 물어뜯는 고드름들을 튕겨냈다.

동시에.

쩌적!!

눈 앞의 얼음 방패에도 금이 달리기 시작한다.

한 순간.

추가로 불어넣은 마신의 힘을 감당하지 못한 탓이다.

그 사실에 혀를 차며, 최승준은 곧 다음 마력을 행사했다.

노리는 건 방금 전과 비슷하되, 각기 다른 방식으로 능력을 움직인다.

깃털을 얼린다. 근육의 움직임을 잠재운다. 안구를 파열시킨다. 부리를 얼음 송곳으로 꿰뚫는다.

찰나, A+랭크 몬스터조차 절명시킬 수 있을 대규모 능력 행사가 네 번 연속 휘둘러진다.

그리고.

"음……!!"

개중에서도, 효력을 본 건 네 번째 뿐이었다.

벌린 부리 사이로 형성되던 고드름 줄기를, 마신이 억지로 깨부순다.

나머지 세 개의 능력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 시점에서, 최승준은 상대가 발휘하고 있는 방어 능력의 정체를 눈치챘다.

박우찬은 말했다.

상대는 마신.

단순한 강함으로 따지자면, A+랭크에 상응하는 힘을 지닌 악마종이다.

다만.

마신이라는 이름과 같이, 그들에게는 평범한 몬스터와 다른 힘이 존재한다.

임의로 권능이라 명명한 그 힘은, 말 그대로 모종의 신적인 힘을 발휘한다.

예를 들면, 악의의 마신과 불만의 마신이 발휘한 정신 간섭 능력.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정신 조종과,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정신 장악.

바야흐로 마신, 마왕의 힘이 되는 악덕을 대리하는 일곱 대악마라 할 법한 힘이었다.

그리고.

그런 마신들과 부딪힌 적 있는 박우찬의 평가에 따르면, 그러한 권능은 해당 분야에 특화된 S랭크 몬스터 수준.

다시 말해, 마신이란 A+랭크 악마종을 기반으로 특화형 S랭크 몬스터의 힘이 추가로 더해진 괴물들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눈 앞의 몬스터가 가진 능력은 단 하나.

'간섭 정지.'

임의로 말하자면 그렇게 평가할 수 있겠지.

말 그대로, 초상적인 수준의 간섭 저항 능력이다.

자신에게 간섭하는 타인의 마력을 무효화한다.

본디 헌터라면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마력에 대한 저항력.

헌터들이 지니고 있는 자체적인 마력이, 타인의 능력에 의한 간섭을 거부하는 것이다.

단순한 정신 간섭이라 해도, 단순 노동을 강제하는 것과 자살을 권유하는 건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어지간한 차이가 있다 할지라도, 후자의 경우는 강제하기 힘든 법.

마신으로 비유하자면, 방금 전 이야기했던 두 마신조차 B랭크 헌터를 상대로 자결시키기는 힘이 들 테지.

그리고 눈 앞의 마신이 가지고 있는 힘은 그 확장판이자 강화판이었다.

단순한 정신 간섭 따위를 무시하는 게 아니다.

마력에 의해 발생한 변화를 무시한다.

그런 느낌에 가까울까.

덕분에 그 육체는 추위를 잊고, 만에 하나 내장에 불을 지핀다 해도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겠지.

그 사실에 최승준은 쓴웃음을 지었다.

'다행이군.'

진심이었다.

자신에게 있어서도 상대하기 편한 타입은 아니다.

다만.

박우찬을 제외하면, 적어도 놈을 자신이 상대하게 되었다는 건 크나큰 행운이라 말할 수 있겠지.

다른 점이 아니라, 이준구의 상대가 아니라 다행이었다.

뇌신.

스스로의 육체를 벼락으로 바꾸어 작렬하는 이준구의 시그니처.

거기에, 독특하기 짝이 없는 능력의 방향성에 의해 다양한 공격 방식을 시도할 수 없는 이준구.

놈이 이 마신을 상대하려면, 사실상 능력 없이 싸울 수밖에 없으리라.

전신에 벼락을 두르고 가격해도, 주먹에 의한 타격을 제외한 모든 데미지는 무산되고 말 테니까.

그에 비해, 최승준은 놈을 공격할 방식이 몇 개는 더 있었다.

직접적인 능력 간섭이 어려운 건 다소 곤란하지만, 그래도 벼락보다는 낫다.

얼음은 질량이 있으니까.

때문에.

다음 순간, 마신의 시야를 가득 채운 건 예리하기 짝이 없는 얼음 탄환이었다.

"흐으음?!"

경악과 함께, 양 팔로 전신을 가린다.

동시에.

투두두두두두두!!

마치 기관총처럼, 우박으로 이루어진 세례가 작렬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통상적인 얼음엔 음속 이상의 속도로 발사된다는 성질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최승준의 어마어마한 마력과 컨트롤이 있기에 가능한 기술.

그대로 시야를 막고, 다음 수를 퍼붓는다.

쿠우웅!!

"크허억!!"

공기 내에 깃든 수분이, 얼어붙으며 팽창한다.

그 위력을 아낌없이 담은 얼음의 철추가, 마신의 육체를 뒤로 쳐날린다.

동시에 그런 마신을 향하여 작렬하는 섬광.

쩌어억!!

끔찍한 소리와 함께, 마신의 오른팔을 얼음으로 이루어진 촉수가 붙잡는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채찍이라 해야 좋을까.

마력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순수한 인간의 힘과 기술만으로 음속을 넘을 수 있는 무기.

최승준의 능력으로 인해 이루어진 얼음의 채찍은 그대로 마신의 팔뚝을 후려갈겼다.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흠!!"

방금 전까지만 해도 고통에 신음하던 마신이, 기합성과 함께 얼음으로 이루어진 채찍을 잡아당긴다.

본래라면 상대를 붙잡은 순간 전신을 얼어붙게 만들 일격도, 마신의 능력을 앞에 두고서는 별다른 효력이 없었다.

추위에 의한 정신 착란. 얼음에 의한 전신 동결.

어느 쪽도 제대로 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지금.

마신과 연결된 공격 수단 따위, 마신에게 있어서는 단순한 교두보에 지나지 않았다.

순식간에 채찍을 이루고 있던 얼음을 붕괴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최승준이 비틀거린다.

방금 전, 얼음 채찍을 형성한 바닥이 마신의 손아귀 힘에 통째로 뜯겨져나갔기 때문이다.

마신 또한 마찬가지였다.

한 순간, 얼음으로 이루어진 채찍을 잡아당기며 자신의 몸을 끌어당긴 마신.

때문에.

다음 순간, 자세를 바로잡은 최승준의 눈 앞으로 보이는 건 닭발처럼 생긴 마신의 발차기였다.

쩌저정!!

최승준의 앞에 얼음으로 이루어진 방벽이 연속으로 생겨난다.

그렇지만.

눈 앞에 있는 건 냉혹의 마신.

비록 파괴 등에 비할 바는 아니라 해도, 육체적인 능력까지 크게 뒤떨어지지는 않는 존재다.

소위 말하는 천축국에 있어, 벼락을 다루는 군신이라 일컬어진 대악마의 발길질이 순식간에 얼음의 방벽을 헤집는다.

그리고.

"크흐음!!"

연신 붕괴하는 얼음의 장벽을 밟아넘으며, 마신이 도약했다.

한 순간, 최승준의 뒤를 점해 착지하는 마신.

그 마신이 곧바로 최승준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내지른다.

잡았다.

마신은 그렇게 확신했고, 다른 이들이라 해도 뒤지지는 않았으리라.

다만.

최승준은 단순한 마법사가 아니었다.

휘릭, 뒤로 도는 최승준을 따라 코트 자락이 펄럭인다.

그리고.

냉기의 마력이 집약된 주먹이, 마신의 주먹과 격돌했다.

결과.

"크, 아아아악!!"

직접 퍼부은 냉기는, 마신의 육체를 침범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대로 팽창하는 얼음의 가시.

단순한 물리 공격은 마신이라 해도 무효화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팔을 잃은 건 마신 뿐.

한 호흡에 넝마짝이 된 오른팔을 부여잡으며, 마신이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무어라 소평하려던 최승준.

그러나.

"……?!"

다음 순간.

최승준의 시야가 핑 하고 돌았다.

그리고.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최승준의 시야가 암전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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