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2화 〉 강습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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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를 통해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다면, 신세계 질서 놈들에게 시간을 줘선 안 된다는 점이다.
교주가 우리에게 신세계 질서의 소식을 전달한 직후.
놈들은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그게 바로 이번 습격 사건의 전말이었고.
당연히 우리들 쪽에서는 영 탐탁치 않은 게 사실이었다.
놈들의 신속한 행동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다.
허나.
이런 말은 조금 그렇지만, 서아는 놈들과 직접적으로 적대한 적이 없다.
애시당초 별다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고작해야 내 부탁을 받아 하연이를 대신 호위한 적이 몇 번 있을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놈들은 망설임 없이 서아를 타겟으로 정했다.
다시 말해, 다른 이들 또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비단 학생들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막말로, 놈들이 서아를 건드렸다는 건 우리들 주변 사람들까지 건드릴 수 있다는 뜻이니까.
그나마 이준구는 나은 편이다.
애시당초 건드릴 만한 주변인도 별로 없으니까.
문제는 최승준 쪽이겠지.
우리들이야 놈들의 습격 또한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서아를 우선해 건드린 시점에서, 놈들의 공격이 생각 이상으로 난잡하다는 걸 알게 된 지금.
고작해야 최승준 산하의 기업에 다니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공격당하는 사람이 없으리라고는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게 바로 일찍이 우리가 준비했던 강습 계획을 한 걸음 더 앞당긴 이유이기도 했다.
류인형을 제압했을 당시.
우리들은 지희의 능력을 통해 마신들이 머무르고 있는 아지트 근교의 모습을 확인했다.
동시에, 교주 측을 통해 마신들 내부에서도 싸움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지금.
아직도 그 장소는 마신들의 거점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까지.
당연히 우리들 또한 그 사실을 알게 된 직후부터 줄곧 강습 계획을 상정하고 있었다.
본디 예정된 작전 결행 시점은 대략 여름방학 시점.
그러나.
방금 전 말했던 이유로, 우리들은 한층 계획 진행 시간을 앞당기게 된 것이었다.
"말이야 그렇게 했지만, 혹시 허술하게 진행했다가 놓치는 놈들이라도 생기면 말짱 꽝이야."
"설마."
그게 바로 우리들이 때 아닌 주말 저녁에 모인 이유이기도 했다.
내 투덜거림을 한낯 코웃음과 함께 웃어넘기는 최승준.
아무래도 제 딴에는 이번 계획에 절대적인 자신이 있는 모양이었다.
물론 그럴 법도 했다.
애시당초 이번 계획을 구태여 방학에 진행할 예정이었던 건 단순히 우리들의 일정 문제 때문이다.
어중간하게 진행했다가 차질이 생기느니, 확실한 때를 기해 습격하자.
동시에, 신세계 질서 사이의 내분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못한 시점에서.
그래서 놈들에게 최대한 큰 타격을 입힌다.
그런 골자였으니까.
때문에, 방학이라는 건 우리들의 일정과 계획 준비 내지는 신세계 질서의 내부 상황을 고려했을 때 가장 절묘한 타이밍이었을 뿐.
준비 자체는 지금도 비교적 마무리된 상태였다.
애초에 작전의 중심이 되는 건 결국 나를 비롯한 이 녀석들이다.
그러니, 우리들 사이의 일정 조율만 된다면 지금 당장 계획을 진행할 수 있다는 녀석의 말에도 틀림은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 셋 전원 이번 진압은 대다수 일정보다 우선해야 할 사안이라고 동의했기 때문이다.
……진행 중인 계획은 간단하다.
최승준의 부하들이나 이준구 쪽 인맥을 이용해, 장기간에 걸쳐 작전 목표 주변으로 인원을 전개한다.
그리고 놈들이 수상함을 눈치채기 전에 주변을 소개하고, 우리가 직접 강습한다.
심플한 계획이고, 그렇기에 차질이 생길 만한 부분도 거의 없었다.
놈들이 우리들의 계획을 먼저 눈치챈다.
주변에 인원을 배치하기도 전 자리를 뜬다.
고작해야 이 정도일까.
그리고.
지금 이 시점, 놈들이 우리들의 계획을 눈치챈 듯한 느낌은 없었다.
"네 녀석이야말로 제대로 정신 잡고 있어라. 기껏 제자까지 떼어놓고 온 참이니까."
"씨발아."
점잖게 몸을 풀고 있던 내게, 최승준은 이죽이며 그렇게 말했다.
나도 모르게 욕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번 계획을 앞당기는 데에 내 입김이 적잖게 들어간 건 사실이다.
여하간, 이번에 습격당한 서아는 내 제자였으니까.
다만.
나는 예전부터 연기 쪽엔 죽을 정도로 재능이 없는 편이었고, 최승준과 이준구는 각각 정재계에서 몇 년을 구른 놈들이었다는 게 문제였다.
때문에.
내 완강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나와 서아 사이에 있었던 일이 모조리 까발려져 들통나는 데에 걸린 시간은 고작해야 한 시간.
그 이후, 놈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이죽이며 이번 계획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박우찬이 제자를 잡아먹으려고 한다!
도둑놈 새끼!
아니, 박우찬이 그렇게까지 나왔는데 당연히 우리들도 협력해야지!
숫제 그런 투였다.
'씨, 씨발 새끼들…….'
억울해서 눈물이 다 나올 지경이었다.
아니, 그래.
서아가 습격당한 일도 있으니, 일정을 앞당기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건 사실이다.
단지.
그런 내 행동에, 서아를 피하고자 하는 도피성 의도가 없었느냐 묻는다면 섣불리 대답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서아는 말했다.
내가 서아를 단순한 제자로 볼 수밖에 없듯이, 서아도 나를 단순한 사부로 여길 수는 없다고.
정말로 유감이라는 듯, 어쩔 수 없이.
짐짓 유쾌한 어조로 그리 밀어붙인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나로서는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예컨대 예은이와 마찬가지인 이야기였으니까.
아니, 막말로 내가 나서서 정신 간섭 능력자를 섭외해 서아를 세뇌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게다가.
슬쩍 올라가려는 손을, 초인적인 인내심을 동원해 강제로 끌어내렸다.
만에 하나 이 놈들 앞에서 입술을 만지는 행동이라도 했다간 향후 30년 술안줏감이 되리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내 입가 위에는 그 날 서아가 남기고 간 향기가 남아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그래.
막말로, 그런 상황에서 설레지 않을 남자가 몇이나 있다고?!
솔직히 이런저런 생각이 들기는 했다.
서아도 참 예뻐졌구나.
애초에 사제 관계라고 해도 다른 학생들처럼 나이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고.
고작해야 세네 살 차이니까…….
뭐, 그런.
만에 하나 내가 직접 입 밖에 내면 그 날로 평생 놀림감이 될 생각들.
때문에.
저번과 비슷하게, 그러나 저번과는 명백히 다른 이유로 나는 서아를 피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 서아와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면 내가 어떻게 돌변할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던 탓이었다.
'씨, 씨발.'
천하의 박우찬이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다니.
무심코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말마따나, 지금 이 계획을 앞당긴 덕분에 할 수 있는 생각이기도 했다.
본래 이 계획에 동원될 건 우리 셋이 전부는 아니었다.
여름방학 즈음이 되면 충분한 실력을 쌓았을 학생들.
우리 셋에 더해, 서아나 근처 아는 일부 헌터들까지.
물론 적진의 주력, 다시 말해 마신을 상대하는 건 우리들이 됐겠지만.
단순한 발 묶기.
혹은, 부하 악마들 따위를 소탕하는 데에는 손이 많아서 나쁠 일은 또 없는 게 사실이었으니까.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갑작스레 앞당긴 일정에 맞추어 다른 인원들까지 움직일 수는 없는 게 현실이었다.
때문에.
기껏 움직일 수 있었던 건 우리 셋.
거기에 최승준의 비서 한 명과, 이준구 쪽에서 섭외한 회복역 한 명이 전부였다.
다른 학생들이야 아직 이번 작전에 참가할 만큼 성장했는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고.
무엇보다,서아는 바로 얼마 전 부상을 입은 참이었으니까.
본인은 이미 다 나았다며 부득불 나서려 했지만, 내가 만류했다.
그리고 그게 이 놈들이 나를 놀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괜찮아."
"뭐?"
"원래 전선에 여자는 안 데리고 오는 법이야."
"죽여버린다!!"
어울리지도 않는 시대착오적 발언을 하는 이준구.
놈을 보면서, 나는 살의라는 감정이 이토록 쉽게 솟아오를 수 있다는 걸 처음 깨달았다.
개새끼들아.
애초에 너희들은 전선 뛸 때도 여자 한 명씩은 끼고 있잖아……!!
그렇게 외치고 싶었지만, 이런 입싸움에서는 아무래도 내가 불리한 게 사실이었다.
본래부터 묘한 관계였던 비서 양반이 능력을 각성해 그 옆에 조수처럼 두고 있는 최승준.
헌터로서 전선을 돌아다니다가 다른 여성 헌터들과 염문을 뿌린 적이 있는 이준구.
거기에 비해, 한때 제자였던 서아 이름이 나올 수밖에 없는 나.
어딜 어떻게 봐도 열세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서아가 정말 부상 하나 없었다 하더라도 이번엔 두고 작전으로 도피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고.
푸욱, 한숨이 나왔다.
아니, 내 딴에는 나름 깔끔하게 정리할 생각이었는데 말이지.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문득 씁쓸한 기분이 입가를 맴돌았다.
뭐, 어느 쪽이든.
내게는 퍽 진이 빠지는 일이었다.
"뭘, 너무 걱정하지는 말거라. 본인이 있지 않더냐."
"엉, 그래."
"아, 아무리 그래도 너무 맥빠지는 반응이지 않느냐……?"
다만.
일정을 확 앞당긴 덕분에 구성에 틈이 생긴 건 사실이었지만, 딱히 실패를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다.
물론 만전을 기하지 못하게 된 건 사실이지만, 반대로 그 구멍만큼을 보충할 전력을 따로 불렀기 때문이다.
일정을 앞당김에 따라, 이번 작전에서 빠지게 된 건 우리 학생들 대다수.
동시에, 일부 고랭크 헌터들이다.
거기에 비해, 새로 증원된 전력은 단 한 명.
최소 S랭크에 필적하는 몬스터 한 마리였다.
여신 티아마트.
그리고 내가 보기에, 단순한 전력비는 본래 계획보다 지금이 명백히 우세에 있었다.
때문에.
내 기분과는 별개로, 나 또한 이번 작전에는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자, 그럼.
이번 작전으로 몇이나 되는 마신들의 모가지를 떨굴 수 있을까.
그 셈을 하면서도 한숨이 나오는 게, 단단히 중증이구나 싶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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