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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몬스터만 죽이고 싶음-260화 (260/371)

〈 260화 〉 사제 관계에도 끝이 있다

* * *

그렇게.

때 아닌 음모도 끝이 났다.

아니, 정작 내가 왔을 때는 이미 상황도 끝물이었지만.

뭐, 그렇게 되겠지.

애시당초 서아는 길드에 속해 있었을 때부터 첫손에 꼽히는 실력자였다.

하물며 요 최근 우리 쪽과 어울리며 실력이 늘었으면 늘었지, 적어도 줄지는 않았을 테지.

당연히 길드 소속 헌터들을 상대로 맥없이 패할 리도 없다.

물론 저들이 방심했다는 건 아니다.

다만.

길드 내에선 아군이라 할 수 있었던 서아가 적으로 돌아설 경우.

얼마나 되는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계산이 잘 서지 않았던 거겠지.

심지어 그조차도 아슬아슬하게 어떻게든 수습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여하간, 당시 그들에게는 서아조차 예상할 수 없었던 약칭 개조 헌터가 있었으니.

……내게서 헌터로서의 기술을 사사한 서아는, 자신의 기술로 사람을 죽이려 들지 않는다.

설령 자신이 먼저 암살당할 뻔했던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만약 그대로 전투가 이어졌다면, 점차 서아에게 불리한 상황으로 흘러갔겠지.

만에 하나 서아가 그 개조 헌터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쓰러뜨렸던 헌터들 중 한 명이 눈을 뜨는 순간, 전장의 저울은 확 하고 기울 수밖에 없으니까.

말하자면, 그들의 실수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전력 산정의 실수.

일찍이 상층부 측에게 협박을 받았던 탓일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서아는 주변 사람들에게 별다른 말 하나 없이 놈들을 습격했다.

그리고.

실제로 놈들 또한 서아 한 명을 상대로는 충분히 승리를 노릴 수 있었을 테고.

문제는 서아 측에 내가 있었다는 점이다.

막말로, 결국 서아가 아군 한 명만 데려왔으면 붕괴할 정도로 아슬아슬한 계획이었으니.

계획이 붕괴하는 건 실로 당연한 수순이었다.

덕분에 대다수 친구들은 감옥 내에서 옛 길드 친구들과 재회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번에는 그 연구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저번에는 일반인이 헌터를 상대로 어떻게 저항할 수 있었겠냐며 정상 참작되었던 모양인데…….

이번 습격 사건은 그럴 수 있을 만한 일이 아니었으니까.

어쨌든.

그런 사정을 주워담아 바리바리 싸들고 온 나는, 놈들에게 때 아닌 동질감을 느끼게 되었다.

"왜 왔어?"

전력 산정 실수.

그런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동시에, 나도 모르게 입에서 튀어나온 한숨까지.

이번 사건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 사이의 관계는 무언가 뚜렷하게 변하지 않았다.

아니, 그야 그렇겠지만.

말이야 어쨌든, 이번에 내가 한 일은 결국 서아 뒤를 따라 놈들을 개박살낸 일 뿐이었으니.

애시당초 우리 둘 사이에 맴도는 이 어색한 분위기는 그런 이유 때문에 만들어진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곧바로 무언가 변할 리도 없었다.

그건 알고 있었지만…….

슬쩍, 서아의 몸을 내려다본다.

다행스럽게도, 서아의 부상은 심각하지 않았다.

헌터의 회복력 덕분일까.

딱히 입원할 정도도 아니었으니까.

반대로 말하자면, 헌터가 아니었다면 곧바로 입원할 만한 상처였다는 뜻이기도 했다.

사지 골절에 내장 파열.

어느 쪽이든, 자칫 잘못했으면 목숨까지 위험했을지도 모르고.

그리고 그게 바로 내가 우리 사이의 어색함을 어떻게든 타파해야 하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하숙집 안.

혹시 몰라서, 만약을 대비해…….

그런 이유로 온 몸에 깁스를 둘둘 둘러싼 서아의 모습은 다소 입맛에 썼다.

하물며.

"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농담하는 거 아니야."

짐짓 유쾌한 분위기로 그렇게 말하려 해도, 서아는 그런 변명을 허락하지 않았다.

마음을 먹은 건 서아 또한 마찬가지였던 걸까.

황금색으로 빛나는 눈동자가 나를 향한다.

"왜 왔냐니까?"

그리고.

서아는 내게 그렇게 물었다.

물론 거기에 대해 내가 할 말은 하나 뿐이었다.

"그럼 내버려 두냐?"

막말로, 내 제자가 암살당할 뻔했던 판국이다.

거기에.

독에 당해 자리에 누웠던 녀석이 곧바로 놈들의 본거지에 들이받았다는데, 그럼 가만히 내버려 둘 사람이 얼마나 된단 말인가?

그런 요지를 담아 답하니, 나도 모르게 퉁명스러운 어조가 나오고 말았다.

내심 이런 상황이 지긋지긋했던 탓일까.

아니면 정말 위험했던 주제에 내게 따지고 드는 서아의 모습에 코웃음이 나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버려 둬야지."

"뭐?"

"사부가 뭔데? 아니, 내가 사부한테 뭔데?"

서아가 말하고자 하는 건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는다.

그런 내 낯빛을 살피면서도, 서아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아니, 막혔던 둑이 터진 듯 한번 터진 설움을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는 듯했다.

"막말로, 내가 지금 사부한테 뭐야? 옛 제자? 직장 동료?"

"서아야."

"딱 그 정도 아니야? 나는,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 돼. 옛날엔 제자였다, 지금은 같은 직장 다닌다……. 고작 그런 일로 다른 사람 목숨 달린 일에 머리를 들이미는 사람이 어디 있어?"

단순한 억지라고 말하는 건 쉬웠겠지.

애초에 서아 또한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서아가 내 밑에서 자립한 건 사실이다.

허나, 학생이 졸업했다고 일찍이 있었던 사제 관계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고작해야 그 정도 관계라고 정리하는 건 힘든 법이다.

그러나.

내가 서아의 말에 섣불리 대답하지 못한 이유는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주춤하는 틈을 타, 서아는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알고 있어. 무슨 생각 하는 건지. 그런데, 사부는 정말로 그런 사람 맞잖아?"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다.

고작해야 그런 이유로 다른 사람 사정에 머리를 들이미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서아는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그런 인간이었다.

내가 특출나게 주변 사람들에 비하면 착하다는 건 아니지만.

단지.

이런 시대니까.

내게는 힘이 있고, 대다수 불합리는 힘으로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다.

때문에.

만에 하나 정말로 내가 모르는 사람이나 같은 직장 교사들이 비슷한 일을 겪으면, 나는 적당히 그 일에도 발을 들이밀었겠지.

마침 그런 일을 해결할 수단도 있으니까.

만약 내게 힘이 없었다면 조금 사릴 필요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구태여 조심할 필요가 있겠는가.

시시콜콜한 정의론 이야기가 아니라, 내게 대다수 사람들의 사정은 딱 그 정도였다.

거리에 떨어진 휴지를 주워 쓰레기통에 넣듯이.

나는 거리에 떨어진 휴지를 주워 쓰레기통에 넣는 수준의 노력만으로도 대다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마음 내키면 다른 사람 사정도 도와줄 수 있는 법이다.

그리고.

"아니면, 내가 바보같아? 주제도 모르는 꼬맹이처럼?"

"서아야, 진정해. 그런 거 아닌 거 알잖아."

"알긴 뭘 알아!!"

어느덧 목소리에 섞인 울분 위로 울음기가 섞이기 시작했다.

……결국 문제가 되는 건 바로 거기에 있었다.

내게 있어 이번 일은 달리 특별한 경우가 아니었다.

그야 내 제자니까, 내 제자를 건든 녀석들이 괘씸해 움직인 건 있지만.

단지.

말하자면, 내가 이번에 서아를 향해 할애한 노력은거리에 떨어진 휴지를 주워 쓰레기통에 넣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아가 품고 있던 대다수 문제는 그 정도 노력만으로도 쉽게 때려부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문제가 있다면, 서아는 내게 평범함이 아닌 특별한 관계를 요구했다는 점이다.

나는 그걸 거절했고.

내게 있어, 서아는 어디까지나 제자.

그렇기에 그런 일이 있고 난 뒤에도 나는 서아를 제자처럼 대했다.

아니, 조금 거리를 두긴 했지만.

제자처럼 아꼈고, 제자처럼 돕는다.

허면.

정작 당사자인 서아의 기분은 어떨까.

나야 서아를 제자처럼 대하고 싶었을 뿐이지만.

내게 특별한 관계를 요구했던 서아에겐 어떻게 느껴졌을까?

자신의 목숨이 걸린 이야기에 발을 들이밀면서도, 여전히 제자라고 선을 긋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지.

아니면 단순히 거리를 두고 싶었는데도 성큼성큼 발을 들이미는 내 모습이 떨떠름했던 건지.

어느 쪽이든,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너는 내 제자잖니."

내게 있어, 서아는 첫 번째 제자다.

자랑스러운 제자고, 첫 번째 수제자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서아를 바라보면서 그 마음이 자리를 벗어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잔인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내가 서아에게 품고 있는 감정이었다.

그런 내 말을 듣고, 서아는 힘이 빠진 듯 피식피식 웃었다.

기가 찬 걸까, 그렇지 않으면 어떤 걸까.

천천히 그 모습을 바라보는 가운데, 서아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사부는 바보야?"

"아니, 왜……."

"사부한테 있어서, 나는 언제나 첫 번째 제자일 뿐이라는 거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런 내 태토에 대해서 서아는 크게 군소리를 내지 않았다.

단지.

"그럼 왜 몰라?"

"응?"

"사부한테 있어서 내가 언제까지나 첫 번째 제자일 뿐이라면, 나한테 사부는 어떨 것 같은데?"

내게 있어 서아가 어디까지나 첫 번째 제자일 뿐이라면.

서아에게 있어, 나는 어떤 존재일 것인가.

서아는 내게 그런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입을 여는 순간.

서아의 얼굴이 내게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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