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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몬스터만 죽이고 싶음-255화 (255/371)

〈 255화 〉 역습

* * *

뭐, 어느 쪽이든.

해답 없는 문제란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적당한 핑계로 병가를 낸 서아와 달리, 나는 정상 출근하기로 했다.

물론 때 아닌 애사심이 솟아서 그런 건 아니고.

나름 제대로 된 이유가 있었다.

예를 들면, 이번에 서아를 습격한 녀석이 하숙집을 감시하고 있을 가능성.

서아의 축지에 휘말려 저 멀리 날아간 습격자.

헌데, 정작 돌아와서 보니 서아랑 나 둘 다 휴가를 낸 채 하숙집 안에서 쑥덕거리고 있다?

어제 일로 작당모의를 벌이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할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들이야 그래도 상관 없지만.

막말로, 기습이 실패한 시점에서 저 쪽의 어드밴티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서아도 충분히 대비하고 있을 테니.

만약 재전을 벌인다 해도 이번처럼 우위를 잡기는 어려울 테지.

나?

나야 뭐, 두말할 필요도 없고.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습격자도 바보는 아닐 테니까.

즉, 궁지에 몰렸다 착각한 상대가 돌발 행동을 벌이는 게 훨씬 위험하다.

그러므로, 지금은 이렇게 거리를 둔 상태에서 감시하는 게 최선이다.

물론 나로서는 죽을 맛이었지만.

아니, 말이야 그렇게 했지만당장 어제 그런 꼴로 돌아온 애를정말 혼자 내버려둘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래서 지금은 내 능력을 활용해 하숙집을 원격 감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다른 점보다, 하연이 쪽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게 조금 어렵다.

뭐, 그렇다고 해서 불평만 늘어놓을 수도 없으니.

조금 고생스러워도 감수할 수밖에.

이런 말은 조금 그렇지만, 고랭크 헌터들 사이에 있는 일이고.

경찰 따위를 부른다고 해서 어떻게 될 사태도 아니잖은가.

오히려 피해가 늘어난다면 또 모를까.

"지승아, 형 간다. 애들 교육 잘 하고."

"예! 살펴가십쇼, 엉님!"

"징그럽게 무슨."

서아의 빈자리는 대충 시간 남는 녀석에게 짬처리했다.

스케줄에 대대적으로 구멍이 뚫리면 모를까, 하루이틀은 문제 없겠지.

그렇게.

오늘 수업을 마치고 걸음을 옮긴다.

약속 장소는 평소 애용하는 카페.

후미진 골목길에 있었던 덕분일까?

초대형 게이트가 발생한 이후로도 멀쩡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카페.

그 테라스 너머로, 평소 못 보던 얼굴이 하나 있었다.

"아이고, 미안합니다."

"아뇨, 저도 방금 왔어요."

사회 초년생처럼 단정하게 차려입은 정장.

거기에어깨까지 친 보브컷의 영향도 있어, 퍽 풋풋한 인상의 아가씨였다.

듣기로는 아예 어린이집에서 근무하고 있다던데.

뭐, 그거야 내 알 바는 아니고.

"잘 지내셨습니까?"

"그럭저럭?"

사실대로 말하자면, 지금 내게 중요한 건 이 아가씨의 현재가 아닌 과거였다.

즉, 전직 대한민국 3대 길드 소속 퇴역 헌터.

동시에, 현역 당시 서아의 파티원이자 인질이기도 했던 아가씨.

민선아는 그리 말하며 쓰게 웃었다.

"솔직히, 잘 지내지는 못했어요."

"이해합니다."

그럴 법도 했다.

설마 대한민국 3대 길드라는 양반들이 몬스터 사육을 위해 같은 동업자를 인질로 삼는 동네일 줄이야.

'꿈에도 몰랐겠지.'

한 줄로 축약해 말하긴 했지만, 퍽 스펙타클한 인생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눈 앞에서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본 탓일까?

아니면, 동료라고 생각했던 헌터들이 파티원을 사살하던 현장에 있었던 탓일까.

내색하진 않아도 트라우마까지 생긴 모양이고.

업계에서 은퇴한 건 그런 이유도 있을 테지.

일전, 서아가 소속되어 있던 길드가 붕괴했을 당시.

참고인으로서 이리저리 오가며 몇 번 본 적 있던 얼굴이라 기억하고 있다.

번호를 손에 넣은 것도 그 때였으니.

유감스럽게도, 내가 번호를 따기는커녕 연애 관련된 이야기도 아니었지만.

"언니는 어때요?"

"여전하죠."

저 쪽에서 내게 번호를 넘기며 서아 관련으로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고 매달린 탓이다.

나로서는 아쉬울 일이었다.

아니, 애초에 남자친구도 있는 모양이지만.

뭐, 어쨌든.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니만큼 적당히 받아는 두었던 물건을이번 기회에 사용한 셈이다.

저 쪽에서 거는 전화를 받은 적이야 있어도, 내 쪽에서 연락한 건 이번이 처음.

때문에 나 또한 조금은 긴장했으나, 다행히 그녀는 별로 개의치 않는 듯했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

길드가 붕괴한 이후.

서아는 예전 길드 관계자와 단 한 번도 얼굴을 맞대지 않았다.

일찍이 그녀를 협박했던 상층부는 물론이요, 친했던 동생들까지.

대외적으로는 자숙의 의미로.

실제로는…….

'위험하니까.'

십중팔구 그런 이유 때문이었겠지.

직접 물어보진 않았지만, 그 정도는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당장 어제 일을 보면 서아의 염려가 틀린 게 아니었고.

물론 그런 사정을 모르는 이 아가씨 입장에선 애가 탈 수밖에 없었겠지만.

나 참, 도대체 누굴 닮아서 저러는 건지.

주변 사람들 좀 챙기면 덧나나?

하여튼, 내가 이번 정보원으로 낙점 찍은 건 바로 이 아가씨였다.

마침 이름도 비슷한 탓일까.

현역 시절엔 서아랑 언니 동생 하는 관계였다던데.

어디까지나 자칭이긴 했지만, 사실에서 크게 벗어난 이야기는 아니리라.

덕분에 나 또한 다소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먼저 단순한 근황 이야기.

자숙의 의미라지만, 서아가 언제 현역으로 복귀할 생각일지는 이 쪽도 잘 모르겠다.

아니, 애초에 복귀할 생각이 있을까?

서아도 나름 성공적으로 아카데미에 정착한 상황이고.

"하긴, 은퇴할 수 있을 때 기회 잡는 게 낫겠죠."

"음?"

"그렇잖아요? 우리가 하는 일도 다 목숨 걸고 하는 짓인데."

부르르, 턱끝을 떠는 민선아.

안정된 직장이 있다면 구태여 헌터 노릇에 집착할 이유도 없다.

그런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나로서는 공감하기 힘든 발언이었지만, 굳이 말꼬리를 잡진 않았다.

어쩌면 눈 앞에서 머리가 터져 죽었다는 파티원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쉬운 일은 아니죠. 돈이야 넉넉하게 벌지만."

"그렇죠?"

"네. 특히, 여러분들 경우엔 더더욱 그렇고."

"후후. 그래서 저도 은퇴했잖아요."

"다행이지 싶네요. 안 그래도 비슷한 분을 몇 번 뵌 적 있어서."

"비슷한 분이요?"

"아, 예전에 사정 청취할 때 이야기인데……."

뭐, 어느 쪽이든.

성격 좋은 아가씨라 살았다.

예전에 같은 길드 헌터분께서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계시더라.

그렇게 운을 띄우며 적당히 인상착의를 읊는다.

키는 서아랑 비슷한 정도. 사용하는 무기는 단검.

이번에 교전을 치른 서아가 캐낸 정보였다.

"아, 세훈 오빠요?"

"음? 아시는 분입니까?"

"네. 일단은? 허리에 주렁주렁 단검 매달고 있으면 아마 맞을 거에요."

"하긴, 같은 길드니까."

"꼭 그런 건 아니에요. 나름 유명한 사람이었거든요."

다행스럽게도, 그녀 또한 알고 있는 인물이었던 모양이다.

구태여 돌아갈 필요는 없게 됐나.

내심 그렇게 생각하며 이야기를 경청한다.

강세훈.

일찍이 서아와 같은 길드에 속했던 A랭크 헌터라고 한다.

능력은 중첩.

말 그대로, 자신의 행동을 연달아 중첩시키는 능력이다.

칼을 휘둘러 동시에 열 번을 벤다던가, 한 순간에 스무 번 이상 땅을 박찬다던가.

듣자하니 꽤 우수한 헌터였던 모양이다.

주 무기는 단검.

단순한 공격력은 능력으로도 보충할 수 있으니 신속한 전법을 택했던 거겠지.

소위 말하는 스피드 타입.

말하는 낌새로 보건대, 길드 분해 당시 상층부랑 손을 잡고 있던 쪽은 아닌 듯하고.

즉, 협력자가 있다 쳐도 상층부 쪽 인사는 아니라는 소리다.

오히려 당사자인 강세훈과 같이 길드에서 짤리고 난 뒤 취업난을 겪고 있는 부류가 대다수일까.

나중에 관련 인물들만 따로 협회에서 찾아보면 되려나.

거기까지 생각한 끝에 무심코 한숨이 나오고 말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꼴인지.

신세계 질서 놈들과 얽힌 탓일까?

어느덧 사람 뒤를 캐는 일에도 나름 능숙해진 스스로의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아니, 이딴 걸 몬스터 잡는데 어디다 쓰라고?

"어쨌든, 언니한테도나중에 따로 한 번 보자고 전해주세요."

"하하. 네, 알겠습니다."

글쎄, 서아 성격을 보면 쉽게 응하진 않겠지만…….

그거야 저 쪽도 알고 있겠지.

말 한 마디 전해주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적당히 언약을 건네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직접 질문을 던지지는 않았지만, 들을 건 전부 들었다.

만약 놈에게 협력자가 있어 서아의 지인 전원을 감시하고 있다 한들 상관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오래 가지는 않을 테니까.

길어도 일주일.

그 안에 놈들을 뿌리뽑는다.

물론 녀석들의 근거지가 짐작이 가질 않는다는 문제가 있지만, 조사하기 어렵지는 않겠지.

흔적을 추적하는 건 어렵지 않다.

서아가 싸웠다는 장소도 나중에 따로 조사할 필요가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적당히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적어도 하루 사이에 얻은 성과로는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약 우리에게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면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

불통.

애초에 서아는 오늘 출근하지도 않았다.

나름대로 감시를 의식한 결과, 나 또한 서아와 별도로 사건을 조사할 생각이었고.

문제는 서아가 책임감 강한 성격이라는 점이다.

평소 모습만 보면 생각하긴 어렵지만, 예상 이상으로 철저한 타입이니까.

다른 사람에게 자기 영역이 침범당하는 걸 싫어한다는 점은 최승준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까.

허나,서아가 그 이상으로 싫어하는 건 자신 때문에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는 상황.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빚을 지는 상황이다.

그러니 저번 길드 사태 당시에도 부득불 속에 쌓아두기만 할 뿐, 내 앞에서 본심을 털어놓는 일 한 번 없었던 거겠지.

그러므로.

"학생!! 우찬 학생!!"

"아니, 제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학생이라고 부르세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서아, 서아가!!"

"엥?"

이런 사태 또한 예상했어야 할지도 모른다.

내가 나름 나쁘지 않은 성과를 올렸다 자축하며 하숙집에 돌아왔을 때.

서아는 역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실로 환장할 호흡이라고 할 수 있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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