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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몬스터만 죽이고 싶음-248화 (248/371)

〈 248화 〉 대회

* * *

굳이 말하자면, 자하연의 실력이 부족한 건 아니다.

지금 이 경기를 보고 있는 사람이라면 십중팔구 그렇게 생각하리라.

본인의 소양. 잘 맞는 전법.

동시에, 그런 자하연을 위하여 맞춤 커리큘럼을 구상한 박우찬의 노력까지.

물론 신세계 질서와 얽힐 때마다 멋대로 상승하는 마력 덕도 있겠지.

허나, 고작해야 1년 사이 B랭크 가까운 실력을 손에 넣었다는 건 마력만 있다고 어떻게 되는 수준이 아니다.

단지.

"어이가 없네……!!"

그런 자하연이 보기에도 정필연의 실력은 말이 안 될 정도였다.

정필연 또한 그런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안 그래도 아카데미 입학 전부터 주 분야에 한해선 C랭크에 준한다 일컬어진 정필연이다.

거기에 더해, 아카데미의 커리큘럼.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박우찬의 교육으로 세세한 부분을 보완한 시점.

정필연은 전체적으로 C랭크 헌터에 걸맞는 실력을 손에 넣었다.

거기에, 초대형 게이트 발생 당시 직접 현장에서 구울을 상대한 경험까지.

저번 1년 사이, 정필연은 B랭크에 필적하는 자리까지 올라왔다.

무엇보다, 올해 초 있었던 자경단 활동 당시.

박우찬과 마신의 교전에 참관할 기회가 있었던 정필연은 이미 다음 단계에 한 발짝 발을 딛고 있었다.

실질 B+랭크.

무기술 분야에 한해, 어쩌면 A­랭크.

어느 쪽이든, 학생은커녕 아카데미가 목표로 잡고 있는 수치도 진즉 뛰어넘은 수준이었다.

지팡이와 맞대고 있던 칼날을 비틀어 튕겨낸다.

자하연의 기습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지금.

공세가 뒤바뀐다.

엉겁결에 검을 휘둘렀을 뿐인 정필연이 공세로 나선다.

그 사실에 무심코 어깨를 긴장시킨 자하연.

그러나.

"어?"

다음 순간, 시야가 핑그르 하고 돌았다.

마침내 공세로 나선 정필연이 처음으로 사용한 수단은, 아이러니하게도 검이 아니었다.

다리를 사용한 인파이팅.

말 그대로, 다리를 걸다 못해 날려버릴 듯한 로 킥이었다.

눈 앞에 있는 검을 쫓아 시선을 움직이고 있던 자하연에게 있어선 말 그대로 불시의 기습.

깔끔하게 작렬한 일격이 그대로 자하연의 몸을 허공에서 반 바퀴 돌려버렸다.

물론 자하연 또한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부웅!!

직후.

넘어진 자하연을 향해 단번에 마무리를 지으려던 정필연의 코 앞을 자하연의 다리가 스치고 지나갔다.

섬머솔트 킥.

어떤 자세에서도 최소한 싸울 수는 있도록 훈련시킨 박우찬의 재치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쯧!"

당연히 정필연 또한 이번엔 고개를 젖혀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역시 쉽게 흘러가지는 않나.

아이러니하게도, 방금 전 자하연이 했던 것과 동일한 생각을 흘리는 정필연.

의식 변두리에서 기습.

그리고 깔끔하게 추가타.

확실하게 승부를 지으려던 속셈이 망가지고 말았다.

전투 개시로부터 2초 내외.

서로가 서로를 향해 기습 한 번으로 날로 먹으려 드는 모습은 바야흐로 박우찬의 제자들 다웠다.

동시에.

터터텅!!

다시 한 번 수세로 전환한 정필연을 향해 추가타가 날아들었다.

마치 사슴처럼 쭉 뻗은 자하연의 다리가, 기묘한 방향으로 휘어들었다.

칼을 들어 막지 않았다면 단박에 그의 어깨를 내려앉혔을 일격.

그러나 거기에 아쉬워하는 기색 하나 없이, 자하연은 바닥을 짚은 팔을 튕겨 하늘로 몸을 날렸다.

동시에.

마치 발 끝에 자석이 붙기라도 한 것처럼, 내려친 발꿈치를 받아낸 정필연의 검을 짓밟고 도약한다.

격투라기보다는 묘기.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는 동작과 함께, 정필연의 눈 앞으로 푸른 머리카락이 물결쳤다.

콰자작!!

이어진 추가타를 막아낸 건, 거의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정필연의 검을 밟고 도약한 자하연이, 그대로 온 몸을 회전시키며 가한 일격.

머리 위에서 뿜어진 전신 풀 스윙 스매시가, 연이어 정필연의 검을 가격한다.

'검을 봉쇄할 생각인가?'

만약 그렇다면 현명하다고는 말할 수 없으리라.

그리 되새기며, 정필연은 손목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타닥, 하고 정필연 건너편에 착지한 자하연 앞.

단박에 쇄도한 정필연이 다시 한 번 칼날을 밀어붙였다.

"흠!"

짧은 기합성과 함께, 정필연이 손아귀에 힘을 불어넣는다.

물론 단순한 힘 싸움이라면 정필연이 유리하겠지.

다만.

받아내는 건 한 순간이면 충분하다.

제 때에 지팡이를 들어 검격을 방어한 자하연.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정필연의 뇌리에, 경종이 울린다.

부우웅!!

턱끝을 젖힌 건 바로 그 때문이었다.

바로 밑.

위쪽으로는 정필연의 검을 받아낸 자하연의 쿼터스태프가, 마치 낭창낭창한 봉처럼 회전한다.

그렇게.

다시 한 번 의식의 사각에서 가해진 추가타.

쿼터스태프 밑단을 이용한 짓쳐 올리기도, 정필연의 턱끝을 스치지는 못했다……!!

'이걸 피해?!'

만약 다른 학생들이 상대였다면 결정타가 되기에 충분했을 일격.

그 사실에 혀를 차면서도, 자하연은 곧바로 다음 행동에 돌입했다.

호쾌하게 빗나간 쿼터스태프의 움직임을 제어하려 드는 대신, 거기에 몸을 싣는다.

그렇게 반회전.

온 몸의 체중을 실은 팔꿈치.

백 스핀 엘보가 정필연의 관자놀이를 노리고 작렬한다……!!

쿵!!

다만.

이번에도 유효한 효과를 발휘하진 못했다.

미리 그 공격을 눈치챈 정필연이 어깨를 앞으로 내세운 탓이다.

묵직한 충격이 실린 팔꿈치도, 단박에 어깨를 박살내는 수준까진 미치지 못했다.

그 사실에 자하연은 자신도 모르게 탄식을 터트렸다.

"내가 이렇게 가볍지만 않았으면……!"

"너는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오냐?"

비록 대치 중이라지만, 정필연 또한 한 마디 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행동에 빈틈은 없다.

연이은 반격이 모조리 가로막힌 자하연.

그 품을 향해 정필연이 강하게 한 걸음을 딛는다.

그리고.

"컥!"

반대쪽 손으로 움켜쥔 검 손잡이가, 자하연의 명치를 갈겼다.

차오른 호흡을 토하며 두어 걸음 뒷걸음질치는 자하연.

그 뒤를 따라, 정필연은 이번에야말로 반격에 나섰다.

양 손으로 검을 쥔 채, 연이어 칼을 휘두른다.

자하연의 눈으로는 차마 다 쫓아갈 수도 없을 정도의 검리.

그렇지만.

'불완전해.'

자하연 본인은 인정하긴 싫겠지만, 전 체중을 실은 팔꿈치다.

설령 받아냈다 해도 멀쩡할 리가 없는 일.

실제로, 정필연이 펼치는 검무에는 다소의 빈틈이 있었다.

방금 전, 공격을 받아내느라 욱씬거리는 어깨의 통증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짧은 심호흡으로 숨을 되돌린 직후, 자하연은 그 앞으로 발을 딛었다.

어차피 전부 받아내는 건 불가능하다.

설령 어깨의 부상이 있다 해도 마찬가지.

다만.

공격에 빈틈이 있다면, 견디고 파고들 수는 있다.

이번 무기술 종목의 승패를 가르는 조건은 방호 부적의 사용.

그리고 방호 부적이란 곧 소유주가 받은 일정 이상의 피해를 대신 부담하는 물건이다.

다시 말해, 어느 정도의 견제라면 감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교복의 방어력을 믿고 한 걸음 앞으로.

그런 자하연의 모습을 보며, 정필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상한데.'

비록 제대로 된 장창은 아니라지만, 쿼터스태프 또한 장병기.

검을 상대로는 거리를 벌리는 게 유리할 터.

실제로, 정필연의 자하연 대책 또한 그런 간격을 해소하는 데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자하연은 억지로 거리를 좁히려 들고 있었다.

인파이트.

쿼터스태프는 물론이요, 검의 간격조차 닿지 않을 도수공권.

그게 바로 자하연이 노리는 영역임을 정필연은 깨달을 수 있었다.

허면.

'어째서?'

사거리 따위를 앞세운다 한들 승리할 수는 없다.

그렇게 판단한 건가?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르지.

하지만.

무언가 수상하다.

정필연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므로.

화아악!!

다음 순간, 자신의 안면을 노리고 날아든 손바닥을 정필연은 피할 수 있었다.

"……후!"

아슬아슬했다.

쿼터스태프의 이점.

그리고 검의 간격조차 무시하고 밀고 들어온다는 건, 곧 노림수는 무기에 없다는 뜻.

즉, 자하연이 노리고 있는 건 하나.

체술이다.

그러니 정필연 또한 자하연의 공세를 예상할 수는 있었다.

다만.

"쯧!"

한 가지 예상 밖인 건, 자하연의 저돌성이었다.

내지른 손바닥을 회수하는 대신, 억지로 비틀어 정필연의 멱살을 움켜쥔다.

지나칠 정도로 과감한 동작.

즉, 자하연은 여기에 승부수를 걸었다.

"하아아아앗!!"

그 사실을 깨달은 즉시, 정필연의 귓가에 자하연의 기합성이 울렸다.

동시에.

방금 전, 정필연이 선보였던 우악스러운 엎어치기와는 다른 진짜배기 엎어치기.

정필연의 무게중심을 무너뜨리고, 곧바로 내던지는 일격이 깔끔하게 작렬한다.

하지만.

멱살을 잡힌 시점에서, 자하연이 엎어치기를 시도할 거라는 점은 이미 알고 있었다.

뚝.

그대로 바닥을 향해 쳐박히던 정필연의 몸이 돌연 정지한다.

무장 형성.

반대쪽 손에서 다시 한 번 형성한 칼날이, 그대로 바닥을 꿰뚫고 정필연의 몸을 지탱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여기서 놀라야 할 건 그런 게 아니다.

오히려 한쪽 팔로 자신의 몸을 지탱하고 있는 정필연의 근력 쪽이야말로 특필할 만한 부분이겠지.

"미치겠네."

자하연이 그렇게 중얼거릴 법도 했다.

동시에.

연격이 날아든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공방 또한 방금 전 있었던 모습을 반대로 뒤집어놓은 듯했다.

정필연의 칼을 밟고 뛰어올라 공세를 퍼부은 자하연.

그리고 이번에는 정필연의 차례였다.

바닥에 꽂힌 칼을 붙잡은 팔을 기점으로 삼아, 정필연의 몸이 회전한다.

우악스럽기까지 한 발차기.

도저히 가볍게 받아낼 수는 없을 일격에, 제대로 가드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자하연의 몸이 크게 밀려나고 만다.

기회다.

정필연은 그리 직감했다.

자하연이 노리던 맨손 싸움의 간격은 아니고, 동시에 장병기의 거리감을 살리기엔 가깝다.

실로 적절한 간격에 위치한 자하연을 향해, 정필연은 그대로 몸을 날렸다.

한 팔로 스스로의 몸을 날리며, 내려베기.

정필연의 전 체중을 실은 일격이 자하연을 겨냥한다.

받아낼 수는 없다.

받아내려 들었다간 보급품인 지팡이 따위는 순식간에 두동강이 나고 말겠지.

그렇다고 해서 피하기에도 상황은 여의치 않다.

마치 벽력처럼, 공기를 가르고 내려찍는 일검.

때문에.

파아앗!!

"갸아악!!"

다음 순간.

무대를 환하게 밝힌 섬광에, 사람들은 정말로 벼락이라도 친 건가 하는 감상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런 형편 좋은 이야기는 일어나지 않았다.

정필연의 검이 자하연을 노리고 달려들던 그 순간.

빛을 발한 건 바로 자하연의 지팡이었다.

정필연 쪽을 향해 무기를 겨누는 자하연.

그 사실에 정필연은 오싹함을 느꼈다.

확실히, 저 지팡이는 단순한 격투전을 위해 마련된 물건이 아니다.

지팡이 위에 달린 마력 결정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허면?

자하연은 어떻게 올 생각인가?

마법?

설마.

이 거리에서라면 정필연의 공격이 작렬하는 게 더 빠르다.

능력?

마찬가지.

박우찬이 염려했듯, 현재 정필연의 검은 자하연의 능력을 베어가르기에 특화된 형태.

만약 이제 와서 저주 따위를 날린다 한들, 이 검 앞에서는 별다른 힘을 발휘할 수 없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필연은 방심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자하연이 저렇게 나온다는 건, 틀림없이 비장의 수단이 있다는 뜻이리라.

그렇게 예감하고 어떤 마법이라 한들 대처할 수 있도록 온 몸을 긴장시킨 순간.

자하연의 지팡이가 빛을 내뿜은 건 바로 그 때였다.

그게 바로 박우찬이 제시한 노림수였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자하연의 무기는 지팡이 따위가 아니었다.

이번 무기술 분야를 위해 준비된 보급품.

그 중에 존재하던 마력 결정 중 하나를 스태프 위에 고정시켰을 뿐.

조악한 완성도였지만, 애초에 마법의 소양 따위는 없는 정필연이다.

눈치챌 수도 없었거니와, 오히려 보급품이라면 저런 게 당연하지 싶어 넘어갔을 따름.

그렇게.

여태까지 자하연이 숨기고 숨겼던 비장의 수단.

빛의 마력 결정이 사르륵 하고 기화되며, 주변에 섬광을 터트렸다.

온갖 주의를 자하연에게 기울이고 있던 정필연으로서는 말 그대로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었다.

불꽃. 벼락. 얼음.

어느 쪽이든 교복의 방어력을 고려하면 데미지를 주긴 힘들었겠지.

하지만.

단순히 눈 앞에서 빛이 반짝거린다는 건, 그 이전의 문제다.

결국 정필연의 검 또한 대상을 잃고 허우적댈 수밖에 없었다.

시야가 닫힌 상황에서 강검 따위를 휘두를 수 있을 리 없다.

때문에.

정필연은 그대로 바닥을 구르듯 자세를 수습하며, 오감을 세웠다.

어디냐.

어디냐?!

이렇게까지 준비를 했다면, 이어질 행동은 뻔하다.

즉, 기습.

카아앙!!

거기까지 생각했기 때문인가.

정필연은 바로 뒤에서 가해진 자하연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만약 그의 눈이 회복된다면, 이것도 막아낸다는 사실에 어이없음을 느끼는 자하연의 표정 또한 눈에 들어왔겠지.

하지만.

자하연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정필연의 시야가 막힌 이 상황.

지금 이 때에 한해 쓸 수 있는 기책.

즉, 자하연이 준비한 비책이 빛을 발할 때였다.

그러므로.

다음 순간, 정필연은 검을 맞댄 지팡이가 문득 가볍다는 생각을 했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 지팡이는 내용물이 빈 물건이었으니까.

마력 결정을 사용한다면, 십중팔구 이번 기책은 수정 쪽에 있다고 생각했겠지.

허나.

기책은 두 개.

그대로 지팡이를 쥔 자하연이, 지팡이의 밑단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지팡이.

아니, 분리된소드 스틱이 호를 그렸다.

"뒈져어어엇!!"

도저히 여고생이라 생각할 수 없는 고함과 함께, 정필연의 몸을 휘두른 소드 스틱이 포착한다.

그리고.

"아니, 미친년아──."

그렇게까지 이기고 싶었냐?

자신도 모르게 그런 말이 목구멍까지 솟구치기 직전.

정필연의 몸에서 효과를 발휘한 부적이 타닥 하는 소리와 함께 타들어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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