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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몬스터만 죽이고 싶음-235화 (235/371)

〈 235화 〉 교류 수업

* * *

결론만 말하자면, 내가 걱정했던 바와 달리 별다른 일은 없었다.

나는 여전히 아카데미 교사로서 재직하고 있었고, 세상은 여전히 평화로웠다.

다시 말해, 지금도 어디선가 누군가는 몬스터에게 잡아먹히고 있을 거라는 뜻이었다.

한동안 나를 들볶던 헛소문도 예은이의 적극적인 대처 아래 진압당했다.

비록 미묘한 분위기가 돌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

적어도 수업을 방해당할 정도는 아니었다.

시간이 부족하지도 않았다.

여하간, 이번 일은 제대로 된 뒷처리도 필요 없었으니까.

불량배들을 담당하는 건 어디까지나 경찰의 일.

놈들의 뒷사정을 조사해 봐야 마신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뿐.

제대로 된 정보를 손에 넣을 수는 없으리라.

아니, 당장 이번에 새로 나타난 마신 또한 마찬가지였다.

놈이 심상찮은 힘을 발휘한 건 사실이다.

적어도 단순한 A+랭크 몬스터, 라고 잘라 말할 수 없을 만한 퍼포먼스가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당장 놈에 대해 무언가 알 수 있느냐.

달리 대비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느냐?

그렇게 물으면 역시 나로서도 고개를 가로저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야 그렇겠지?

결국 뭔데, 그 새끼?

나나 이준구가 알 수 있었던 건 어디까지나 놈이 가진 힘.

아마도 여타 마신들에 비해서도 직접 전투 능력과 생명력에 특화된 듯한 능력 뿐이었다.

외견은 무슨 이상한 그림자처럼 보였고.

다시 말해, 놈을 공략하려고 해도 당장엔 놈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짐작이 가질 않았다.

일단 다른 마신들처럼 기본적인 대비는 할 수 있겠지만…….

솔직히 제대로 된 대책을 궁리하는 건 힘들다.

덕분에 따로 전달할 수 있는 말도 딱 그 정도였고.

새로운 마신 출현. 위험.

그야 최승준도 떨떠름한 얼굴을 할 수밖에 없으리라.

뭐, 본격적으로 마신 제압에 나서기까진 사실 상당히 시간이 남은 상황이었고.

저번 일은 어디까지나 별개.

까놓고 말해, 나로서는 적당히 화풀이를 하려 들었을 뿐이다.

그게 어쩌다 보니 마신 두 마리를 상대로 하는 본격적인 갈등까지 번졌을 뿐.

다행인지 불행인지, 적어도 불만의 마신에 대한 대책 정도는 수립할 수 있었다.

대책이라 해도, 불만의 마신 전용으로 간섭을 피하기 위한 부적 따위를 만드는 일 정도였지만.

어쨌든 당장 따로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따위는 남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런 만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딱 하나.

언제나와 같이 적당히 시간을 보내는 일 뿐이었다.

즉.

"승자, 류지희."

"아자!!"

작년 1학기 시절과는 다르게, 쾌재를 부르며 포효하는 지희.

그런 그녀의 아래 패배한 다른 반 여학생은 살짝 입술을 깨물며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평소와 같은 수업.

그렇게 보이는 모습이었다.

물론 실제로는 달랐다.

흘끔, 하고 시선을 돌려 운동장 어귀를 바라본다.

얼마 전에 있었던 입학식보단 덜하지만, 그래도 상당한 숫자의 인원이 운동장을 메꾸고 있었다.

실질적으로 남은 2학년 학생들 전부.

그들 전원이 한 자리에 집결한 상태였다.

물론 이유는 있었다.

교류 수업.

이번 학기, 정확하게 말하자면 2학년 측에 추가된 커리큘럼 때문이었다.

본디 1학년 당시까지만 해도, 아카데미의 커리큘럼은 거의 자유.

대략적인 시간표나 학습 일정 등을 제외하면 거의 전적으로 담임 손에 달려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헌터를 효율적으로 양성하기 위한 커리큘럼 따위, 아직도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게 현실이었으니까.

효율적인 커리큘럼 따위는 없다.

오히려 그 효율적인 커리큘럼을 개발하고자 이 자리에 모인 것이 바로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솔직히 말하자면 현 2학년 커리큘럼은 완전히 개판이었다.

각 반마다 진도가 다르니 어쩔 수 있나.

예를 들어, 나는 모든 능력을 균등하게 키울 수 있도록 훈련했다.

만에 하나 졸업하고 나서 헌터가 되기로 했을 때.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도록.

그게 바로 내가 둔 주안점이었다.

다만, 다른 교사들은 달랐다.

예를 들면, 어떤 교사는 무조건 능력을 중심으로 훈련시켰다.

다방면 교육, 말로 하면 그야 그렇겠지.

하지만 사람에게는 각기 적성이라는 게 있고, 그 적성을 직관적으로 나타내는 게 바로 능력이다.

때문에 그 교사는 최대한 빨리 한 사람 몫의 헌터를 만들기 위해 그런 선택을 했다.

합당한 이야기였다.

애초에, 헌터 아카데미 프로젝트 자체가 주먹구구식으로 시작된 면도 있다.

이런 말은 조금 그렇지만, 제대로 실적을 못 내면 당장 다음 대통령 대부터 폐쇄될지도 모르는 프로젝트 아닌가.

만약 그렇다면, 하나 뿐인 능력을 갈고닦아 개발한 헌터 쪽이 오히려 더 각광받게 될 수도 있다.

막말로, 전체적으로 평범하게 평균치가 높은 헌터와 단 하나 화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헌터.

이미 자리를 잡은 팀이 눈독을 들일 만한 건 후자일 테니까.

마찬가지로, 게이트는 언제든지 열릴 수 있다는 점에 의중을 두고 생존을 중심으로 훈련시킨 교사.

혹은 반대로 다른 헌터와의 연계를 중심으로 훈련시킨 교사가 있다.

……뭐, 어느 쪽이든.

발상 자체는 나쁘지 않다.

적어도 헌터 아카데미에 들어오기 전과 후.

대다수 학생들은 실력이 훨씬 향상된 게 사실이었으니까.

대다수 학생들이 E랭크. 일부 유명한 학생들이 D랭크.

개중에서도, 일부는 자신의 특기 분야에 한해 C랭크에 필적할 정도.

고작해야 그 정도였던 수준에 비하면, 지금은 전체적으로 상당한 실력을 손에 넣은 게 사실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벌써부터 교류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솔직히 미묘한데.'

그게 내 감상이었다.

여하간, 당장 교류 수업이라 해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한정되어 있었다.

왜냐하면, 지금 아카데미 내 게이트를 이용할 수 있는 건 1학년 쪽이었으니까.

아니, 작년엔 우리도 그랬으니 당연한 이야기지만.

즉, 실질적으로 교류 수업이라는 이름 하에 현 2학년들이 진행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대인 훈련.

서로에 대한 대련 뿐이다.

게이트도 사용할 수 없다. 다 같이 시험지나 풀고 있는 건 또 아니다.

그렇다면 서로 실력 평가라는 명목으로 대련이라도 붙여보는 게 고작이었으니까.

문제는, 딱히 대련 성적이 좋다고 해서 헌터로서의 실력이 좋다는 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야 그렇겠지?

여하간, 말이 좋아 대련이지 결국 하는 일은 학생들 싸움 붙이기인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운동장에 우루루 몰려가 서로 상황 주고 치고받는다?

이래서야 제대로 서로의 실력을 평가할 수 있을 리도 없다.

막말로, 몬스터는 잘 잡는데 사람한테 칼을 휘두르는 건 고역인 학생이 있다면?

반대로, 몬스터는 잘 못 잡는데 격투기 경험이 있는 학생이 있다면?

만약 두 학생이 붙었을 경우, 헌터로서의 실력은 전자가 높아도 승리하는 건 후자가 될 공산이 컸다.

요컨대, 지금 이건 완전히 쓸모 없는 훈련이었다.

물론 이유 정도는 짐작하고 있다.

흘끔, 각 반을 통해 내려온 공문 따위를 살핀다.

거기에는 이번 수업의 취지 따위가 적혀 있었다.

앞으로 있을 체육 대회를 대비해 각 반의 경쟁심을 고취하고 운운하는 이야기.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게 진짜일 거라고 생각하는 얼간이는 없었다.

뭐, 체육 대회라는 이름이야 어쨌든 말이지.

지금 이 시점, 교류 수업이라는 이름으로 무언가를 진행한다 한들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굳이 따지자면 서로 반을 섞어 수업하는 정도?

그조차 한창 헌터로서의 스타일을 만들고 있는 지금은 오히려 방해가 될 공산이 더 크고.

하물며 아직 제대로 된 커리큘럼 하나 확립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때문에.

이 공문이 내려온 장소를 짐작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위인가.'

최승준이 아니다.

것보다, 그 놈은 이렇게 시시콜콜 하나하나 지시하는 타입이 아니니까.

과연 대기업 오너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조금 일목요연하다.

지금 이 시점.

체육 대회, 경쟁심 고취라는 이름을 달고 교류 수업을 권장하는 공문이 내려온다면?

당장 교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 뿐이다.

이번과 같이, 각 반의 실력 테스트라는 이름으로 학생들 사이에 대련을 붙이는 것.

그리고.

그 경우, 학생들 사이에 경쟁심은 고취될지언정 헌터로서의 실력 향상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허면?

반대로 생각해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애초부터 헌터로서의 실력 향상과 관련이 없는 공문이라면?

얼마 후에 있을 체육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여기까지 보면 너무 1차원적이고.

'역시 그건가.'

그렇다면, 당장 생각할 수 있는 건 역시 그것 뿐이었다.

일전에 발생했던 초대형 게이트.

그 때문에 일부 상층부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거다.

여하간, 아카데미를 설립할 때까지만 해도 다소 애매했던 위협이 현실로 다가온 거니까.

그리고.

정말로 대침공이 발생한다면, 사람들은 몬스터가 아닌 서로 싸워야 할 가능성도 있다.

그게 대침공이니까.

그 경험을 쌓아두게 하려고 한다, 라면 너무 달콤한 이야기겠지.

즉.

'누군가 의도하고 있군.'

누군가.

머잖아 있을 대침공을 대비해, 학생들에게 대인전 경험을 쌓아두게 하려고 한다.

자신의 경호원으로 쓰고 싶은 건지, 그렇지 않으면 어떤 건지.

어느 쪽이든, 내게 마냥 좋게 보이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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