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9화 〉 일곱 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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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로아스터 교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 역시 그 교리에 있다.
선과 악의 이원론.
후일 수많은 아브라함계 종교에 영향을 미쳤다 하는 개념.
방금 전, 천사와 악마라는 비유를 들긴 했지만 굳이 따지자면 원조는 이 쪽이겠지.
허면.
조로아스터 교의 일곱 마신.
타 종교의 대악마에 대응한다는 놈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거기에 대해 설명하려면 가장 먼저 조로아스터 교 내에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입지에 대해 숙지할 필요가 있다.
조로아스터 교에 있어, 선과 악은 곧 인간의 마음에서 자라나는 감정.
다시 말해, 인간의 마음이 선이나 악 중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에 따라 조로아스터 교의 선악은 그 강함이 달라진다.
말하자면, 조로아스터 교에 있어 선과 악의 대립이란 곧 일종의 땅따먹기나 다름없다.
인간 세상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점거하는 세력에 따라 선악의 천칭이 흔들리는 셈이니.
물론 종교인 이상 기본적으로는 인간의 선성을 더욱 높게 치는 편이지만…….
'우리가 기대하긴 힘들겠지.'
티아마트의 말에 의하면 그 잘나신 선신들이 전부 박살이 난 덕택에 놈들이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걸테고.
어느 쪽이든, 선신 따위가 갑자기 뿅 하고 등장해 놈들을 박살낼 거라는 기대 따위는 진즉에 접어두는 게 좋으리라.
실제로 놈들 또한 그런 건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활개치고 있기도 하고.
만에 하나 선신 측 진영이 멀쩡했다면 있기 힘든 광경이다.
여하간, 선과 악이라는 개념을 상징하는 선신과 악신.
그 둘을 제외한 휘하의 선신이나 마신들은 서로 대립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래.
인간의 마음에 선과 악이라는 개념이 있다면, 선과 악이 자라기 위한 토양이자 토대.
인간의 마음을 선이나 악으로 기울이는, 조로아스터 교에서 정의한 일곱 요인.
개중에서도 후자가 바로 놈들,악신의 직속이라 할 수 있는 일곱 마신들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마음을 악으로 유도하는 일곱 감정이 구현되었다 전해지는 대악마들.
그게 바로 일곱 마신의 정체다.
즉.
"이렇게 되겠지."
조로아스터 교의 악신.
놈들이 소환하려고 하는 규격 외 등급 몬스터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마룡 밑.
다소곳이 나열된 일곱 머리통들에 나는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 부연했다.
냉혹의 마신.
불만의 마신.
억압의 마신.
파괴의 마신.
죽음의 마신.
증오의 마신.
그리고 대가리가 깨져 뒈진 악의의 마신까지.
본디 조로아스터 교의 일곱 성신과 대립하며 그 균형을 맞췄어야 할 악마들.
그런 놈들의 이름을 바라보는 녀석들의 시선은, 솔직히 말하자면 상당히 미묘했다.
뭐, 그야 그렇겠지.
"조금 그렇지?"
"엇, 네? 아, 아뇨. 대단한 이름들이네요."
"솔직히 말해도 돼."
그럴 만도 했다.
꽤나 그럴듯한 이름이긴 했지만, 결국 전원이 A+랭크 악마계 몬스터.
악의의 마신이 내 손에 명을 달리한 지금, 마신들의 전력이라 해 봐야 A+랭크 여섯 마리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저번 던전 공략에서 예은이는 A+랭크 몬스터의 힘을 체감한 바 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어떻게든 사냥에 성공한 게 사실.
허면?
이번 1년.
충분히 실력을 쌓은 다음 격돌할 경우, 마신 한 마리 못 잡을 거라 생각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틀린 말도 아니었고.
내가 한 마리. 이준구가 한 마리. 최승준이 한 마리. 실력을 드러낸 티아마트가 한 마리.
거기에 서아가 성장해 한 마리를 맡는다고 가정할 경우, 우리 꼬마들이 A+랭크 한 마리를 사냥하면 그만.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단순히 정면으로 붙어도 승산이 있을 정도다.
하물며 지금처럼 하나하나 따로 각개 격파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더더욱 그렇겠지.
구태여 계획이나 작전 목표를 세우는 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차라리 저번에 나타난 거룡 쪽을 대처하려 든다면 모를까.
다만.
나로서는 그리 말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놈들은 단순한 A+랭크 몬스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한 힘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놈들에겐 힘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무언가, 인가요?"
"권능이다."
조로아스터 교에 있어, 창조의 권능은 어디까지나 선신 아후라 마즈다의 영역이다.
때문에, 악신은 악마들을 따로 창조하지 않았다.
악신이 저지른 파괴와 악행의 결과가 따로 구현화된 게 바로 저 일곱 대악마들.
피조물이 저지르는 악으로 인해 탄생한 여타 악마들과는 격을 달리하는, 악신으로부터 탄생한 직속 권속이다.
즉, 저 일곱 악마들은 조로아스터 교에 있어서도 다른 악마들과 별격으로 취급받곤 했다.
악신의 휘하에 속하긴 해도, 근본적으로 악신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존재.
그게 바로 저 일곱 마신들이다.
덕분에 나 또한 놈들을 단순한 A+랭크 몬스터라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여하간, 실제로도 그러지 않았는가.
"네?"
"거 왜, 저번 파티 때 있잖냐."
그 때.
신세계 질서는 당시 연회장 안으로 악의의 마신을 잠입시켰다.
그리고 그 악의의 마신은 단 한 순간에 회장 전역을 장악했고.
새삼스레 생각해 보면, 그건 거의 말도 안 되는 능력이다.
여하간, 몽마의 딸인 지희조차 그렇게 판단했으니까.
B+랭크인 류인형의 정신에 개입하기 위해선 최소 동 랭크의 헌터가 필요.
심지어 류인형이 정신 간섭에 대한 대책을 짜두었다는 걸 고려하면 A+랭크.
그조차 류인형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섬세한 간섭 능력이라면, 적어도 S랭크는 요구된다.
허나.
당시 파티에 잠입했던 악의의 마신은 헌터들조차 섞여 있던 회장을 일순간에 장악했다.
만에 하나를 대비해 최승준과 이준구를 따로 불러낸 사이 일을 벌이긴 했지만…….
'글쎄.'
어디까지나 게릴라처럼 치고 빠질 예정이었기에.
놈들이 이준구나 최승준을 따로 불러낸 건 딱 그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가?
당시 회장엔 실질 S랭크에 준하는 남상원까지 있었으니까.
물론 거인의 힘을 사용한다는 특성 상, 남상원은 다른 능력자보다 정신 간섭에 약하다.
랭크에 비하면 한 단계 이하, 얼추 A+랭크에 가깝겠지.
다만.
남상원은 우리 이상으로 잔뼈가 굵은 양반이다.
그런 양반이 자신의 약점이 정신 간섭에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을까?
나로서는 그리 생각하기 힘들었다.
모르긴 몰라도, 평범한 S랭크 수준의 저항 능력은 갖추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
그런 남상원을 포함한 대다수를, 한 순간에 장악한 제어 능력.
만약 그 자리에 이준구나 최승준이 있었다 한들, 저항할 수 있는가 묻는다면 솔직히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만에 하나 저항할 수 있다 치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전원을 대상으로 한 정신 간섭 뿐.
혹시 상대가 이준구나 최승준을 지정해 정신을 장악하려 들었다면?
다른 한 명이 빠르게 악마를 제거하는 데에 실패하기라도 하는 날에는 어마어마한 참사가 되었겠지.
이처럼, 당시 놈이 발휘한 퍼포먼스는 엄격하게 따져볼 경우 도저히 A+랭크 몬스터 수준이 아니었다.
정신 간섭에 특화된 A+랭크 몬스터라 치기에도 지나칠 정도로 압도적이다.
정신 간섭에 한해 S랭크에 필적할 수 있는 게 전부였다면, 남상원 한 명을 장악하는 데에 능력을 전부 할애해야 했을 테니까.
그조차도 결과는 잘해야 반반.
썩 신통치 않았을 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녀석이 보였던 모습은…….
"녀석들은 단순한 A+랭크 몬스터가 아니야."
토대가 되는 마신 개인의 힘이 A+랭크 몬스터.
거기에 추가로 그들의 근간 되는 악신에 가까운 '힘'이 따로 존재한다.
말하자면 외장 하드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그 힘은, 일체의 과장 없이 S랭크조차 초과하는 수준.
바야흐로 규격 외다.
그게 바로 나와 최승준이 내린 결론이었고, 놈들의 토벌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한 이유이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개중에서도 가장 성가실 정신 간섭 특화 마신은 미리 처리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남은 놈들도 그렇게 만만하진 않겠지."
당장 남은 녀석들만 해도 그렇다.
여하간, 당시 내가 사냥한 악의의 마신의 신체 능력은 A+랭크 몬스터에 필적하는 수준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만한 정신 간섭 능력에 추가로 A+랭크 수준의 신체 능력이 있다는 시점에서 말도 안 되는 사기 캐릭터겠지.
그러나.
남은 녀석들은 더하면 더하지 그보다 덜하진 않을 테지.
당연한 이야기다.
조로아스터 교의 일곱 마신이 담당하고 있는 건, 인간의 마음에 악의를 불러일으키는 일곱 감정들.
그리고 거기에 부속하는, 바야흐로 권능이라 해야 할 힘 그 자체다.
허면?
악의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었듯, 정신 간섭에 특화되어 있던 대악마 아코만Akoman.
놈과 다른 영역에 속하는 악마들은 어떨까.
적어도 아코만보단 육체적으로 강력할 확률이 높다.
당연한 이야기지.
악의의 마신 이상으로 정신 간섭에 특화된 녀석 따위는 단 한 명도 없을 테니까.
여하간, 이번에 정체를 드러낸 추정 불만의 마신만 해도 그렇다.
길어도 반 년 사이에 B+랭크 헌터를 인격 성형했다는 건 확실히 어마어마한 성과다.
당장 우리들 또한 S랭크 수준이라고 짐작했을 정도니.
그렇지만, 악의의 마신은 그 이상.
족히 S랭크를 뛰어넘는 수준의 정신 간섭 능력을 발휘했으니까.
달리 말하자면, 추정 불만의 마신이 지닌 정신 간섭 능력은 악의의 마신 이하라는 결론이 나온다.
허면?
만일 일곱 마신 전원이 동등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가정할 시.
불만의 마신은 정신 간섭 능력에서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만큼 다른 부분에서 가점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다른 마신들 또한 마찬가지겠지.
그리고 이런 식으로 셈하다 보면, 틀림없이 단순한 전투 능력이 A+랭크 이상인 녀석 또한 없잖아 있을 테고.
거기까지 가면 단순한 랭크 사기다.
때문에, 나로서는 그리 말할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불만의 마신이면 나아."
정신 간섭 능력.
인격 성형도 물론 위험하기 짝이 없다.
그렇지만, 그 이름으로 미루어볼 때.
놈의 능력은 본디 대상이 품고 있던 불만을 증폭시키는 계통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류인형도 그런 집구석에서 살고 있다 보면 가족들에 대한 불만이 쌓이지 않을 수 없을 테고.
것보다, 대다수 사람들은 자기 가족들에게 무언가 불만을 품고 있기 마련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인격이 뒤틀리는 건 말로 다할 수도 없는 고통이겠지.
더 낫다고 할 수 있는 물건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예외다.
"만에 하나 다른 마신들과 마주친다면, 비위를 맞추든 도망을 치든 뭘 하든 살아남는 것만 생각하도록."
다른 마신들과 학생들이 마주칠 경우.
십중팔구 죽는다.
인격 성형이라면 차라리 어떻게든 회복할 가능성이라도 있지, 죽으면 전부 끝이니까.
나로서는 그리 경고할 수밖에 없었다.
던전 탐험 덕분에 그럴 걱정은 비교적 적은 편이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
만에 하나 학생들이 마신과 1대 1로 마주칠 경우.
솔직히 말하자면, 살아남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당장 놈들을 우선해 토벌해야 하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였다.
신세계 질서라는 조직의 힘을 사용할 수 없는 지금.
마신 놈들이 인간 세상의 균형이나 밸런스 따위를 걱정하며 적당히 손속에 자비를 둘 거라고 생각하긴 힘들었으니까.
말하자면, 조직이 상대가 아닌 대신 오히려 정면 충돌의 가능성은 높아진 셈이다.
당장에 마신과 정면에서 대응할 수 있는 건 나나 최승준, 혹은 이준구 뿐이겠지.
서아도 조금 불안하고.
"으음, 확실히. 두렵기 짝이 없구나……. 뭐, 본인은 지켜주겠다는 사람이 있어서 괜찮지만! 괜찮지만!"
"씹년아."
그 외에 다른 한 명이 있다면 저 녀석 정도겠지만.
든든한 버팀목이나 학생들의 보호자를 자청하기는커녕 온갖 꼴깝을 떠는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푸욱 하고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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