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화 〉 전후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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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살살 하시지 그러셨어요."
박우찬의 뒤를 따르며, 황윤하는 마치 농담처럼 그렇게 말했다.
방금 전, 박우찬이 던진 훈계 때문이었다.
말이 훈계지 거의 힐난에 가까운 강도의 발언들.
덕분에 한동안 뒤에서 훌쩍이던 소리가 귓가를 간질였을 정도니.
"그 정도로 말하는 게 아니면 못 알아들어."
허나, 정작 당사자인 박우찬은 그렇게 잘라 말할 뿐이었다.
뭐, 필요한 일이었다는 말엔 동의할 수밖에 없었지만.
여하간 목숨까지 걸린 일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박우찬 앞에서 위장 크림 덕지덕지 바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고집을 부리던 일행들이 역으로감탄스러울 지경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담임이라면 십중팔구 그런 이유로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보단 성실한 쪽을 더 좋아할 텐데 말이지.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좁히며 황윤하는 툭 하고 내뱉었다.
"아니, 그야 그렇겠지만요."
"왜?"
"다른 애들이 착각하면 어떻게 하시려고."
"착각?"
"어, 쌤이 화가 났다던가?"
"화난 거 맞는데."
"에이, 걱정하신 거면서."
"포장도 그 정도면 예술이로구나. 뭐,어이가 없어서 넋이 나간 걸 그렇게 표현하지 못할 건 없겠지."
"글쎄, 보통 제자들이 시험 치르는 데에 따라와서 몬스터들이 마실 물에 독을 푸는 건 팔불출이라고 하지 않나……?"
툭, 슬쩍 시선을 돌린 채조약돌을 걷어차는 황윤하의 행동에 맞추어 앞장서던 박우찬의 걸음이 멈췄다.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황윤하는 바보가 아니었다.
말했다시피, 몬스터 또한 결국은 생물이다.
완전히 낯선 타향에서 적응하는 데엔 적잖은 노력이나 조건이 필요한 법.
하물며 단일 개체조차 아닌 무리를 이끌고 남하한 흑룡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먹이. 환경. 기후.
나아가서는 적절한 마력까지.
몬스터라고 하는 거대 생물군을 부양하기 위해선 그에 걸맞는 조건이 필요한 법이다.
태백산맥이라는 환경 상, 먹이는 풍부했다.
백두대간이라는 성질을 고려하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애시당초 화산의 열기를 상징하는 존재인 흑룡이라면 남방에서 세를 불릴 수도 있겠지.
강원도 지부 측에서 관리하던 용맥에 기생한다면 마력 또한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을 테고.
허면, 반대로 생각해 보자.
남하한 흑룡들은 어째서 이 근처에 자리를 잡은 걸까?
이런 말은 조금 그렇지만, 냉정하게 보았을 경우 이 장소는 그렇게 좋은 입지가 아니다.
십중팔구 지하국 대적이 살고 있으리라 강원도 지부 쪽에서도 넘겨짚을 정도로 지하국 대적들이 밀집한 장소.
서로를 먹고 그 마력을 흡수해 스스로의 힘을 불리는 몬스터들의 생태를 고려했을 때.
지하국 대적과 그 휘하의 무리는 도저히 좋은 상대가 아니었으니까.
우두머리는 특유의 불사성 때문에 죽이기 어렵고, 부하들 쪽은 고작해야 수만 많은 오합지졸.
효율적인 선택이라곤 도저히 말할 수 없다.
오히려완전히 속 빈 강정이라 할 수 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의 흑룡들은 이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그건 무엇을 암시하는 행동인가.
남는 시간동안 황윤하는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백두산 흑룡들의 생태를 조사했다.
덕분에 눈치챌 수 있었다.
백두산 흑룡과 지하국 대적 사이에는 공통된 요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한반도 대다수 지역에서 가뭄이나 용암 등이 구현된 존재라 일컬어지는 흑룡.
그러나 흑룡강 등 일부 지역에 한해, 백두산 흑룡은 중국 백룡의 침략을 저지하는 수호신으로서 등장한다.
그리고 그런 일부 전승 속에서, 백룡과 싸움을 거듭한 끝에 추락한 흑룡은 근처 주민들의 보살핌을 받는다.
자신들을 보호하고자 중원의 백룡과 맞선 흑룡.
그런 흑룡을 위해 온갖 열과 성을 다하는 주민들.
마침내 우물 가장 깊은 곳에서 샘솟은 신이한 약수로 입을 적신 흑룡은 그 힘을 회복.
다시 한 번 백룡과 다툰 끝에 이윽고 승리를 거머쥐었다던가.
즉, 지하국 대적의 약수.
어쩌면 박우찬 또한 염두에 두었을지 모르는 영약을, 흑룡 또한 복용할 수 있다.
허면?
최후의 자폭 당시, 만약 흑룡이 살아있었다고 가정하면 어떻게 될까.
미약하게 숨을 붙들고 있던 용이 전설 속 영약을 다시 한 번 입에 대었다면?
모르긴 몰라도, 남은 여력을 모조리 소비한 일행들로서는 당해낼 수 없었으리라.
……물론 정확한 사실은 모른다.
박우찬 또한 답하지 않았으니까.
어쩌면 정말로 브레스가 유폭된 시점에서 죽었을지도 모르고.
그렇지만, 수준 낮은 흑룡조차 브레스의 반동 한 번에 죽음을 맞이하는 건 비교적 드문 일이었다.
애초에 브레스 한 번 요격했다고 죽일 수 있었다면 드래곤은 최강의 몬스터가 아니라 제일 쉬운 몬스터라 불리고 있었겠지.
모든 여력을 남김없이 쏟아낸 끝에 아슬아슬하게 쓰러뜨릴 수 있었던 상대.
말이야 좋지만, 지금 와서 보기엔 지나칠 정도로 작위적인 결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말할 정도는 아닌데."
다소 떨떠름한 어조로, 박우찬은 그리 화답했다.
이윽고.
"어떻냐……?"
주어 하나 없는 질문이었지만, 황윤하가 무슨 뜻인지 알아듣기에는 충분했다.
몇 번 심호흡을 반복한 끝에, 황윤하는 솔직한 본심을입 밖으로 내뱉었다.
"좆같네요."
"어? 그, 그 정도니?"
"네. 다른 게 아니라, 확 정신이 든 기분이라서요."
까놓고 말해, 황윤하는 내심 얕보고 있었다.
백두산 흑룡. A+랭크 몬스터.
그렇게 말한다 한들, 박우찬이 상대한 몬스터에 비하면 별 거 없는 상대 아닌가.
할 만하다.
할 수 있다.
그런 의식이 싹트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허나, 현실은 이 모양 이 꼴이다.
일개 우두머리를 상대하는 데에도 총력을 끌어모아야 하며, 그조차 마무리도 어설펐을 지경이라니.
도대체 눈 앞의 사내와 자신들 사이엔 얼마나 깊은 격차가 있는 걸까.
신세계 질서Novus Ordo Seclorum.
놈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너희들의 힘이 필요하다고, 담임은 그렇게 말했지만…….
이래서야 여전히 신세를 지고 있을 뿐 아닌가.
바닥 모를 무력감이 윤하의 목을 옥죄기 시작한다.
실제로,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만약 박우찬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글쎄, 모르긴 몰라도 지금처럼 아슬아슬한 싸움이 되지는 않았겠지.
예를 들면 처음에 그녀들이 돌파할 수 없으리라 판단한 암반 내지 흑룡들의 감시도 박우찬이라면 능히 돌파할 수 있으리라.
축지를 병용한 일격이라면 난입과 동시에 우두머리의 목을 떨어뜨릴 수 있을 테고.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박우찬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이야기.
박우찬이 보기에 윤하를 비롯한 학생들의 발전은 충분히 눈부신 편이었다.
아니, 눈 앞에서 말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지만.
때문에, 박우찬은 윤하가 진정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꽉 쥐고 있던 주먹에서 힘을 빼는 윤하.
그 모습에 내심 한숨을 돌린 박우찬은 곧 능청스러운 어조로 다시금 입을 열었다.
"뭐, 용이란 놈들이 다 그런 법이지. 사실 선생님도 한창때는 백두산에서 흑룡 모가지도 썰고 그랬어."
"에이, 오버는."
"진짜야, 인마. 만약 선생님이 거기 없었으면 모르긴 몰라도 백두산은 폭발했을 거다."
짐짓 쾌활한 어조로 너스레를 떠는 윤하.
이젠 정말로 괜찮은 건지, 아니면 괜찮은 척 하는 건지.
어느 쪽이든, 선물을 건네기엔 나쁘지 않은 타이밍이었다.
"아, 그래. 윤하야, 여기."
"네?"
그렇게 말하며 박우찬은 방금 전 창고 속에서 꺼낸 물건을 윤하에게 내밀었다.
엉겁결에 받아든 윤하가 천천히 그 물건을 살피면…….
"방패?"
방패였다.
확실히 자신이 지급품을 날려먹긴 했지만, 눈 앞의 물건은 그런 보급품 따위가 아니었다.
아니, 애시당초 박우찬의 창고 속에 적당히 방치되어 있던 물건도 아니리라.
그렇게 생각하기엔 사용된 소재가 지나칠 정도로 투박하다.
거기에 이상하리만치 깔끔하기도 했다.
마치 새로 만들기라도 한 듯.
"네 거야."
"네?"
실제로도 그러했다.
윤하가 부순 보급품을 배상하기 위해 방문한 강원도 지부 내 장인 단지.
거기에서 박우찬은 모종의 제안을 들었고, 이를 수락하는 대신 방패의 발주를 맡겼다.
물론 박우찬이 마음만 먹는다면 학생들 전원 분량의 장비를 맞추는 일도 어렵지는 않겠지.
하지만 박우찬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장비에 휘둘릴 게 뻔하다는 이유야 둘째치더라도, 자신이 직접 의뢰를 맡긴 장비만큼 헌터로서의 심지가 되는 물건도 적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우찬은 이번에 한해 그런 원칙을 접어둔 채 그녀를 위한 장비를 손수 발주하기로 했다.
"이번에 네가 특히나 더 고생했잖니."
거 참 섬세함 없는 대사였다.
아니, 애초에 누가 자기 학생한테 이런 선물을 준단 말인가.
황윤하 특유의 얼마 남지 않은 소녀심이 아니더라도 어이가 없을 만한 선물이었다.
그야 필요하냐 물으면 필요하긴 하겠지만.
단지.
네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역시 방패가 필요하겠지 싶었다, 창술도 꽤 괜찮더라…….
그런 식으로 눈치 없이 떠드는 박우찬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황윤하 또한 무심코 웃음이 나왔다.
감히 자신하건대, 이처럼 미묘한 선물도 드물겠지.
리더 역할로 고생했으니 적당히 괜찮은 방패 하나 주겠다니.
다만, 그런데도 황윤하는 내심 즐거움을 느끼는 자신의 모습에 당황을 금할 수 없었다.
언제나 그랬다.
이번 던전 공략도 아쉬운 점은 더러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봐도 우두머리 쪽은 아까웠고, 도와줄 거라면 진즉에 도와주지 싶은 마음도 없잖아 있다.
그렇지만.
네 모습을 보고 있었다.
네 앞날을 생각하면 이렇게 싸우는 법이 좋다고 생각했다.
서투른 선물이나 멋부린 말보다 황윤하는 누군가 자신의 미래를 함께 걱정해주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뛰었다.
"그래서 그런데, 윤하야. 강원도 지부 측에서 제안이 하나 들어왔거든?"
"싫어요."
"응?"
때문에.
황윤하는 박우찬의 말을 전부 듣지도 않고 거절을 말할 수 있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무슨 이야기가 나왔을진 불을 보듯 뻔했다.
이번에 그녀가 보인 활약은 솔직히 본인이 보기에도군계일학이었으니까.
스카우트.
강원도 지부 측에서는 황윤하를 스카우트하려 했다.
자신만 따로 보자고 한 시점에서 쉬이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나쁜 조건도 아니리라.
여하간 황윤하가 헌터가 되기로 한 건 어디까지나 돈을 벌기 위해서였으니까.
태백산맥의 탈환을 지상명제로 내걸고 있는 강원도 지부라면 다른 지부에 비해서 보수도 두둑한 편이겠지.
박우찬 또한 같은 이유로 제안을 전한 걸테고.
"으, 으음. 뭐, 위험한 직종이긴 하지."
다소 떨떠름한 기색으로, 박우찬은 그렇게 말했다.
숫제 자신에게 들려주는 듯한 어조였다.
아무리 그래도 이토록 단호하게 거절할 거라고는생각하지 못했던 탓일까.
아니면 이번 경험을 통해 그녀에게 모종의 트라우마가 생긴 건 아닐까 걱정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황윤하가 알고 있는 박우찬은 충분히 그럴 만한 사람이었다.
그러므로, 황윤하는 박우찬의 고민을 덜어주기로 했다.
"아뇨. 저, 쌤 좋아하잖아요."
"……응?"
"그래서 떨어지기 싫음."
실로 황윤하다운 어조였다.
정말로 박우찬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서일 뿐이라는 듯, 그 이상의 의도는 없다고.
어떠한 무드도 분위기도 없이, 툭 하고 튀어나온 결론.
그러나.
만약 지금 이 광경을 다른 누군가가 보고 있었다면, 한 가지 정정할 필요가 있다 말하겠지.
황윤하다운 발언.
실로 소탈한 어조.
방금 전, 박우찬을 포함한 대다수는 그렇게 평했지만…….
"……윽."
스스로가 한 말에 부끄러워하며, 손등으로 입가를 가린 황윤하.
새하얀 팔 너머로 도리어 눈에 띌 만큼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
그 모습은 말 그대로 사랑하는 소녀였다.
황윤하 또한 예상하지 못했다.
이런 말은 조금 그렇지만, 자신은 그런 캐릭터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다른 애들처럼 들뜨는 마음에 밤을 지새우고, 안절부절하는 건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필시 자신은 누구보다 쿨하고 담담하게 이 마음을 고백할 수 있을 거라고.
헛소리다.
이래서야 인정할 수밖에 없겠지.
좋아한다는 말.
엉겁결에 내뱉은 한 마디.
고작해야 그 한 마디만으로도 심장이 뛴다.
손가락 끝에서 발가락 끝까지 모든 혈관이 달아오르는 듯한 기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그 감각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있어.
황윤하는 다른 그 무엇보다도 스스로가 당혹스러웠다.
방금 전의 말도.
자신의 앞날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진솔하게 고민하던 그 옆얼굴도.
때 아닌 거절에 오히려 자신을 염려하듯 살피던 눈동자도.
황윤하는 천천히 눈 앞에 선 사내의 모습을 훑었다.
선이 굵은 편인 외모.
적어도 소위 말하는 미청년의 상은 아니다.
애초에 외모 또한 그녀의 취향은 아니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윤하는 그렇게 생각했다.
생각하고 말았다.
방금 전, 자신의 앞날을 걱정하는 그 목소리처럼.
만일 자신의 앞날에 함께 할 누군가가 있다면, 다름 아닌 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누군가는 말하겠지.
애초에 그건 정상적인 연애 감정이 아니리라고.
어렸을 때부터 너무나도 많은 짐을 짊어지고 있던 그녀에게, 누군가 그 짐을 함께 나누어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기쁘게 다가왔을 뿐이라고.
어쩌면 네가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건 눈 앞의 사내가 아닌 자신이 힘들 때 다가와 준 누군가일지도 모른다고.
딱히 눈 앞의 남자가 아니어도 상관 없을 거라고.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어쩌면 황윤하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제대로 된 물건은 아닐지도 모르지.
박우찬이라는 개인이 아니라, 단순히 자신을 위해 고민하고 있는 누군가라면 아무래도 좋았던 게 아닐까 싶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지금 여기에 있는 황윤하는, 자신이 고민하고 있을 때 다가온 사람이 박우찬이라는 사실에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아마도 눈 앞의 사내는 모르겠지.
자신이 건네는 한 마디 말,자신이 건네는 한 마디 위로가 누군가의 인생에 있어선 천의 행복이나 만의 영광보다 바라 마지않는 선물이 되었다는 사실을.
바로 그 덕분일까?
머쓱함. 부끄러움. 기분 좋음. 쑥쓰러움. 행복함.
온갖 감정의 분류 속에서, 황윤하는 모종의 유쾌함을 발견했다.
과연, 박우찬이 그토록 조사와 대책을 강조했던 이유도 알 것 같다.
자신이 바라던 말을, 자신이 바라던 위로를 자신이 바랄 때마다 건네던 남자.
어쩌면 자신의 속내를 이미 알고 있는 게 아닐까 은연중에 생각했던 사내 또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기습에 한껏 당황하고 있었으니까.
부끄러움. 곤란함. 멋쩍음. 거기에 자그마한 의구심까지.
사내의 얼굴을 각양각색으로 덧칠한 수많은 감정이 자신의 입으로부터 나왔다는 사실에 황윤하는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
아카데미 개교로부터 고작 1년.
연말에 있었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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