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화 〉 용들의 우두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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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을 향해 솟구치며, 흑룡은 자신이 여기까지 무리를 이끌고 남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떠올리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본디 백두산에 살고 있던 흑룡들이 태백산맥까지 도망친 데에는 나름의 까닭이 있었다.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아니, 잊어버릴 수 있을 리 없다.
백두산에 열린 게이트를 점거한 채, 평화롭게 인간들을 사냥하며 두개골을 씹고 있던 어느 날.
흑룡들이 지배하고 있던 게이트 너머로 홀연히 내려앉은 악몽.
대검이라 말하기도 어색할 정도로 우악스러운 무기를 든 채 방문한 사냥꾼 앞에서 수많은 동포들이 죽음을 맞이했다.
당시 백두산 전역을 장악하고 있던 우두머리는 물론, 대다수 상위 개체들까지 줄줄이 죽어나가던 와중.
작금의 우두머리와 그 휘하에 속한 무리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실로 천운이라 할 법했다.
예의 사냥꾼에게 우두머리의 직계들이 도륙당하는 와중, 정 반대로 방향을 잡은 현 우두머리.
당시까지만 해도 무리의 말석에 지나지 않았던 이 용은, 그러나 성공적으로 이 태백산맥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습격 당시의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예의 사냥꾼과 싸우던 당시 우두머리의 모습이.
물론 흑룡들 또한 알고 있었다.
누군가 가르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깨닫는 움직임.
혹은,부모에게서 아이에게로 대대로 계승되는 사냥의 방법.
이러한 요령들을 한데 모아 흑룡들은 백두산이라는 한반도 최고의 용맥 내에서도 어마어마한 규모의 무리를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사냥꾼이 구사하던 기술은 달랐다.
철저하게 흑룡을 말살하기 위한 동작.
용의 비늘을 벗기고, 그 속살을 도려내던 칼날.
동시에, 내장을 으스러뜨리고 뼈를 끊을 때까지 변변찮은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 우두머리들.
당하는 당사자조차 이해할 수 없었을 그 싸움의 흐름은 실로 치밀하고 아름다웠다.
무기를 휘둘러 상대방의 수를 제약하고, 내밀 수 있는 수단을 한정시킨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고작해야 그 뿐인 이야기.
허나, 예의 사냥꾼은 그토록 간단한 수법을 사용해 우두머리의 모든 술수를 타파했다.
마법을 사용할 만한 거리 따위는 처음부터 내주지도 않았다.
비늘의 방어력을 믿고 돌격하려 들 때마다 역으로 큰 상흔이 남았다.
불꽃의 검으로 맞서려 해도 단순한 실력에서 밀릴 따름이니, 남은 방법은 어떻게든 거리를 벌리려 들 수밖에 없었다.
물론 사냥꾼은 그런 행동조차 쉽게 허가하지 않았다.
덕분에 우두머리는 땅을 기던 뱀처럼 대지에 못박혀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거기에서 이 용은 역으로 착안했다.
허면, 역으로 생각하는 건 어떨까.
성공하기만 한다면 반드시 적을 쓰러뜨릴 수 있을 필살의 수.
예를 들어, 상공에서 내뿜는 호흡에 의한 지상 폭격.
이런 수를 바탕으로 전법을 재정립하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놀라울 정도였다.
비늘의 강도. 용의 육체. 마법의 힘. 불꽃으로 이루어진 칼날.
자신이 보유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적이 준비한 술책을 깎아내린다.
이후 숨결을 통한 마무리.
이토록 간단한 방법만으로도 흑룡은 무리의 우두머리에 어울리는 전공을 쌓아올릴 수 있었다.
당장 이 던전을 지배하고 있던 도적들의 우두머리를 쓰러뜨린 방법 또한 마찬가지였으니까.
지금만 해도 그랬다.
위협을 위해 첫 수부터 사용한 불칼.
자연스레 사냥꾼들의 시선은 거기로 쏠렸다.
비늘이 벗겨졌을 때, 아프긴 했지만 그 이상으로 유쾌한 기분이 들었다.
사냥꾼과 용.
강대한 용을 사냥하기 위해 잠입한 사냥꾼.
그렇게 생각한 사냥꾼을 역으로 사냥하듯 몰아넣는 건 생각 이상으로 즐거운 여흥이었다.
불꽃을 휘두르던 팔 쪽을 노린 시점에서 사냥꾼들의 사고를 손에 잡힐 듯 읽을 수 있었으니까.
거기까지 가면 그 뒤는 간단하다.
적당히 눈속임을 뿌리고, 으뜸패를 내민다.
허면 저 쪽에서는 멋대로 당황하며 자신들이 가진 수단을 남김없이 사용한다.
그리고.
이만한 공세를 흘리기 위해 사용한 수단이라고 하면, 당연히 빈틈 또한 큰 법.
이러한 틈새를 노려 날아오른 끝에, 여유롭게 호흡에 의한 폭격을 가한다.
흑룡의 필승 전법이었다.
"이 새끼가!!"
한 가지 즐거운 점이 있었다면, 작금의 도전자들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솟구치는 용의 거체를 쫓아 날개를 펄럭이는 반인반마.
마차가지로 동굴의 벽을 밟으며 질주하는 방패 역할.
그 뒤를 쫓아 날아드는 염동력자.
보조 역할 내지 사수 역할을 제외한 전원이 줄줄이 뒤따라오는 모습엔 다소 유쾌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이 쪽의 모습에 손도 발도 못 쓰고 그저 망연히 올려다보는 면면들을 굽어보는 건 나름 각별한 맛이 있지만…….
사냥꾼들의 마지막 발악을 손수 분쇄하는 일 또한 나쁘지 않았다.
허면, 이 하늘 아래에서 승부를 가려야 하겠지.
다시 한 번 꼬리를 치며, 용이 가속했다.
"아, 씨발!!"
용의 육체가 만들어내는 난기류 속에서 가장 먼저 비명을 지른 건 역시 류지희였다.
다른 학생들과 달리 자체적인 비행 능력을 갖춘 그녀.
당연히 흑룡이 동굴 천장을 향해 비상할 때도 가장 먼저 따라붙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딱 거기까지.
공교롭게도, 그녀에겐 눈 앞의 용을 공략할 수단이 없었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류지희의 전법은 어디까지나 맨손 격투.
거기에 몽마 특유의 물리 내성과 매료 능력을 복합적으로 구사하는 식이다.
날개에 의한 삼차원 기동.
몽마의 능력을 활용한 기습 능력.
본인의 적성도 있어 나름 높은 수준으로 완성된 이 전법은, 그렇지만 딱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바로 본인의 공격력을 뛰어넘는 방어력을 지닌 존재와 대면했을 시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었다.
어떻게든 의식을 다른 데에 돌리고 기습을 꽂아넣는 게 최선일까.
물론 지금 이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다.
때문에, 자연스레 대처는 다음 차례로 옮겨질 수밖에 없었다.
즉, 벽면을 박차며 도약하고 있는 황윤하였다.
그렇지만.
'달리 방법이 있나?!'
애시당초 단순한 신체 능력을 제외하면 별다른 공격 수단을 갖추지 못한 그녀다.
당장에 사용하고 있는 무기조차 신서아에게 빌린 물건이었을 정도니.
그토록 어설픈 실력으로 용을 격추하는 건 무리다.
허면, 그녀가 노릴 수 있는 건 단 하나.
일전과 마찬가지로 용의 독샘을 노린 투창 뿐이다.
……그리고 그건 순전히 모든 걸 운에 맡긴다는 말과 다를 바 없는 이야기였고.
아무리 그래도 이런 막무가내 계획에 목숨을 걸 순 없었다.
"준비 됐지?"
"응."
마지막으로, 뒤늦게 날아오른 둘.
스스로의 능력에 힘입어 부상한 이예은과 그 뒤에 선 자하연이었다.
후방에서 상황을 관조하고 있었던 덕택일까.
앞선 둘과 달리, 이예은은 상황을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용의 숨결을 막는 건 불가능하다.
지극히 물리적인 문제 때문이었다.
비늘의 방어력을 돌파할 수단은 있다.
방금 전 사용했던 단검 등이 그렇다.
다만, 딱 거기까지.
이예은이 눈 앞의 흑룡에게 가할 수 있는 공격은 단검을 조작해 비늘의 빈틈을 후벼파는 정도.
고작해야 그 정도 공격으론 용의 숨결을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막말로, 손톱 하나 내어주고 브레스를 사용하기라도 하면 위험에 처하는 건 일행들 쪽이었으니까.
때문에, 처음부터 노리고 있던 건 단 하나.
용의 숨결에 대한 카운터였다.
다감한 사고가 교차한 끝에, 흑룡의 꼬리가 하늘에 닿는다.
그리고.
쩌억.
지상을 겨누는 포구와 같이, 흑룡의 아가리가 크게 열렸다.
몰아치는 마력의 격류.
호흡할 때마다 마력을 자아내는 용들의 심장조차 비명을 지를 정도로 격렬한 마력의 결집.
용의 숨결.
화산 분화에 필적하는 열량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이예은과 자하연이 노리고 있었던 건 바로 그 때였다.
"가!"
이예은의 외침과 함께, 자하연이 마력을 해방했다.
스멀거리는 저주의 덩어리.
아카데미에 입학한 학생들 중에서도 능력이라는 분야에 있어선 군계일학이나 다름없는 이예은.
다름 아닌 그녀조차 무심코 눈을 의심할 만큼 농밀한 마력이었다.
저번 사태 이후 급격히 늘어난 마력.
던전 공략 도중에도 억누르고 있었던 힘을 남김없이 풀어헤친다.
물론 상대는 용.
괴물의 왕이라 불리는 존재이며, 거대한 마력의 덩어리나 다름없는 존재.
숨을 쉴 때마다 마력을 생산한다 일컬어지는 용의 마력 앞에선 불꽃이나 벼락과 같은 수단조차 별다른 효과를 보기 힘들다.
대해와 같은 마력이 곧 장벽이 되어 마력을 무산시키기 때문이다.
하물며, 대상의 체내에 침입해야 하는 저주라면 더더욱 말할 필요도 없겠지.
그렇지만.
이예은의 그런 걱정 혹은 예상과 달리, 자하연은 실로 침착했다.
여하간, 상대는 용이니까.
용이 상대라고 한다면, 망설일 필요는 없다.
이유는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할 나위 없는 확신을 담아, 자하연은 그렇게 고했다.
"멈춰."
뚝.
용이 멈췄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용의 안광.
소위 말하는 드래곤 피어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와 마찬가지다.
일행들은 알고 있었다.
지금 그녀들의 뒤에는 박우찬이라는 사냥꾼이 있다는 사실을.
눈 앞의 흑룡보다 강력한 사냥꾼.
그런 믿음이 용의압력을 떨쳐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된 셈이다.
때문에, 눈 앞의 흑룡 또한 거부할 수 없었다.
자신보다 상위인 용종의 마력을 빌려 고하는 명령.
의식보다 먼저 육체가 기동을 정지한다.
물론 고작해야 한 순간에 지나지 않았다.
여하간, 저 마력에 깃든 용의 기색은 정말로 소량.
고작해야 한 마디 말로 용을 결박할 수 있었던 건 확실히 놀라운 성과였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다만.
피이이이잉!!
섬광이 솟구쳤다.
당연하게도, 신서아는 이런 기회를 놓칠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다시 한 번 발사된 화살이 용의 독샘을 노린다.
용의 숨결을 내뱉는 순간 벌릴 수밖에 없는 주둥이 너머.
천리안을 지닌 신서아에게 있어, 자하연이 벌어들인 1초는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티아마트의 축복. 이예은의 염력.
두 종류 이상의 마력으로 덧칠된 화살이 깔끔한 궤적을 그렸다.
직격한다면 틀림없는 즉사.
어찌저찌 독샘을 피한다 할지라도 그 이상 전투를 지속하는 건 불가능할 테지.
그러므로.
찰나의 경직을 넘어, 흑룡 또한 망설임 없이 수를 두었다.
콰드득!!
생물의 육체에서 난 소리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굉음과 함께, 다음 순간 동굴 내부로 때 아닌 비가 내렸다.
용의 피로 이루어진 빗방울과 비늘로 이루어진 우박의 이중주.
그래.
마지막 순간, 용은 팔을 휘둘러 화살을 받아냈다.
물론 그 대가는 가볍지 않았다.
화살을 받아낸 팔의 비늘이 열 장 이상 박살나며 뒤로 꺾인다.
용의 재생력을 고려해도 두 번 다시 사용할 수 있을까 싶은 부상.
아무래도 좋다.
채찍과 같은 꼬리를 가볍게 홰쳐 이예은과 자하연을 견제한다.
"큭……?!"
단순한 견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예은과 자하연을 감싸고 있던 염동력이 와르르 무너져내린다.
왈칵, 이빨 사이로 새는 핏물.
능력의 반동이 내장을 쥐어짜는 가운데, 이예은과 자하연이 바닥을 향해 쳐박힌다.
이로서 사실상 용의 숨결을 견제할 수단 따위는 단 하나도 남지 않은 상황.
망설임 없이, 용은 다시 한 번 불씨를 당겼다.
"야!! 류지희!!"
그러므로.
지금 이 상황에서 용의 태만을 힐난하는 건, 지독할 정도로 잔인한 이야기겠지.
방패는 달리 수를 쓰기도 힘들다.
격투가는 애초에 이 쪽을 방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할 수 없는 오한이 흑룡의 등골을 달렸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외친 황윤하가 류지희에게 던진 건 자그마한 주머니였다.
……허면, 비교적 당연한 이야기를 할까.
얼마 전에도 말했다시피, 던전 공략에는 몇 가지 목표가 있다.
예를 들면 우두머리의 격파.
예를 들면 던전의 해체.
예를 들면 무리의 해산.
거기에 뒤잇는 대중적인 목표가 바로 마력 소재 탐사다.
하오마 등의 예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력을 머금은 물질은 그 성질이 다소 변하는 경향이 있다.
박우찬이 장비를 맞출 때마다 애용하는 희소 광물 또한 마찬가지.
이런 식으로 던전 깊은 장소나 게이트 등의 마력과 접촉해 그 성질이 변모한 광물을 뜻한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몇 번 이야기했듯이, 마력에는 고유한 성질이 있다.
방금 전 언급한 예시를 들어 말하자면, 그리스 방면의 마력을 머금은 광물들이 아다만트 등으로 변질되듯이.
특정한 지역의 마력이나 모종의 경향성을 띤 마력과 접촉한 물질은 그에 가까운 성질을 내포한다.
허면.
화산과 용암의 체현이라 불리는 흑룡들의 거처에서 마력을 머금고 자라난 식물들은 어떤 성질을 품게 될까.
하물며 그런 식물들을 정제한 분말을 흑룡의 숨결 앞에 내던지면 어떻게 될까.
"너나 뒈져!!"
정답은 얼마 전 황윤하의 투창에 유폭당한 뱀고기 꼬락서니가 된다.
이예은과 자하연의 견제는 물론이요, 티아마트의 힘이 담긴 신서아의 저격까지.
일행들이 벌어들인 건 고작해야 두 호흡.
그렇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 두 호흡 사이, 황윤하는 무작정 달리고 있었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어쩌면 괜한 노력을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
그녀의 노력 없이도 용의 숨결은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반대로 그렇지 않다 한들 그녀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그녀도 회의적이었다.
그래도.
'만에 하나 필요할 때 없는 것보다야!!'
……수단은 없다.
도저히 용에게 닿을 수 있을 만한 간격이 아니다.
단 두 호흡 사이에 좁힐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던 탓이다.
투창이라면 아슬아슬하게 닿을지도 모르겠지만, 분말 주머니 따위로는 힘들겠지.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달린 결과, 황윤하는 류지희에게 분말 주머니를 넘겨줄 수 있었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게 있다면, 류지희는 이 분말 주머니의 내용을 모른다는 사실 정도일까.
물론 별다른 문제는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 뿐이었으니까.
방금 전까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몽마의 딸이 비상한다.
그리고.
"뭐?!"
흑룡의 손아귀가 그런 몽마의 딸을 가로막았다.
방금 전 화살에 꿰뚫린 팔과 반대쪽 손.
용이라 말하기엔 지나칠 정도로 끈질긴 집념에, 류지희가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킨 다음 순간.
피피핑!!
날렵한 소리와 함께, 다시 한 번 피가 튀었다.
동시에, 쩌렁쩌렁한 용의 포효가 동굴에 메아리친다.
방금 전 추락한 이예은이 자신과 자하연의 낙하에 제동을 거는 대신 선택한 행동.
용의 피를 머금은 투척용 단검이 흑룡의 육체를 유린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고작해야 투척용 단검을 가지고 흑룡의 행동을 방해하는 건 불가능하다.
실제로 이예은 또한 그런 수단은 처음부터 도외시하고 있었고.
그렇지만.
용의 숨결은 막을 수 없어도, 용의 팔을 움츠리게 할 수는 있다.
하물며 비늘이 벗겨진 틈새를 노린다면 더더욱.
교전 초, 황윤하와 힘을 합쳐 벗겨낸 비늘 한 장.
고작해야 비늘 한 장 분량의 빈틈에 용이 무심코 노호성을 토한 바로 그 순간.
용의 혀뿌리에 가죽 주머니가 닿았다.
"우와, 이 정도면 나 야구 했어도 됐겠는데?"
실없는 농담과 함께, 용의 아가리에 분말 덩어리를 내던진몽마의 딸이 날개를 펄럭인다.
그리고.
이미 두 호흡.
확실한 승리를 위해 두 호흡을 다른 헌터들의 견제에 사용한 흑룡으로서는 이 이상 숨결의 격발을 미룰 수 없었다.
때문에.
다음 순간, 강렬한 폭음이 동굴 안을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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