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5화 〉 악의의 마신
* * *
그렇게 멀지 않은 언젠가, 이 땅에는 신서아라는 여아가 살고 있었더랍디다.
이 계집애는 맹랑한 게 달리 비길 데가 없는 꼬마였는데, 그 덕분에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있었지요.
나는 괜찮아!
그게 바로 요 맹랑한 계집애의 입버릇이었습니다.
실제로도 그러했고 말입지요.
때 아닌 환난 속에 수많은 이들이 가족을 잃어 길바닥에 내몰리는 시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계집애에게 그런 일은 남의 나라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눈에 띄게 부유하진 않지만, 반대로 부족할 것 하나 없는 삶.
의무 교육이 후퇴한 시대에도 평범한 생활을 누릴 수 있었던 그녀의 인생은, 아이러니하게도 '문'이 열리기 전과 얼추 비슷했답니다.
어쩌면 그 때문일까요?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요 계집애는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나는 괜찮아.
여태까지 잘 됐으니까 앞으로도 잘 될 거야.
별다른 근거 하나 없는 확신.
태양이 뜨고 지듯이, 어제도 그랬으니 오늘도 그러하리라는 착각.
사람이라는 종이 안심하고 살아가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사고방식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모든 게 단순한 착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열 아홉 살의 겨울이었던가."
그리고.
신서아는 눈을 떴다.
끝없는 나락.
바닥 없는 무저갱의 가장 낮은 장소에서.
인간의 밑바닥에 자리잡은 무의식.
누군가는 기억의 궁전이라고도 부르는 신서아의 가장 깊은 터부는, 마치 극장과 같은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물론 신서아는 그 이유를 익히 알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눈 앞의 악마가 읊던 나레이션이 말한 그대로였다.
몇 년 전, 그저 막연하게 자신에겐 이런 일이 닥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던 신서아.
그리고 지금 업계 최전선에 서 있는 신서아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온 세상에 횡횡하고 있는 재난은 자신과 상관 없는 일.
그렇게 생각하던 신서아는 더 이상 없다.
막연하게 자신은 괜찮을 거라고, 타인의 불행을 어쩐지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생각할 수 있던 소녀 또한 마찬가지였다.
마치 남의 일.
작금의 신서아에게 있어, 그렇게 말해야 할 건 오히려 몇 년 전의 자신이었다.
이제 와서 저런 모습을 보고 들어도 부끄러움 하나 일어나지 않는다.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하는 감정을 넘어 역으로 신기할 지경이었으니까.
자신이 저런 말을 했다는 사실. 자신이 저런 생각을 품고 있었다는 과거.
어느 쪽도 실감이 가질 않았다.
자신의 과거가 아닌 타인의 기록을 훑는 듯한 기분.
그녀에게 있어, 그 날 일어났던 일은 그토록 무거운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바로 그 날을 경계로 신서아라는 사람이 완전히 달라질 만큼.
참으로 값비싼 성인식이었다.
때문에.
신서아의 의식은 이윽고 방금 전까지 방백을 읊던 나레이터에게 향했다.
악마였다.
아니, 진짜로.
오히려 저렇게 생겼는데 악마가 아니라고 한다면 부족한 신서아의 몬스터 관련 지식에도 한 획을 더해야 할 때겠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특징적인 외견이었다.
사자의 갈기처럼 길게 나풀대는 털. 코끼리의 상아처럼 우악스레 돋은 이빨.
추가로 거기에 정장을 걸친 채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생물이 악마 외에 더 있다면 그야말로 놀랄 노 자일 테니까.
"우리 쪽에선 마신이라는 표현을 보다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
퍽이나 친밀한 태도로 눈 앞의 괴물은 그렇게 말했다.
동시에, 그녀의 어깨가 흠칫 하고 떨렸다.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스스로의 사고를 읽고 답한 악마의 답변에 무심코 몸이 먼저 반응했음이라.
다만.
다음 순간, 자신의 손가락에 걸린 공허함에 그녀는 역으로 냉정함을 되찾았다.
방금 전.
그러니까, 체감 시간이 아닌 객관적인 시간의 흐름 하에서 방금 전.
메인 홀을 덮친 정신 장악 능력 앞에 자신이 정신을 잃고 쓰러졌음을 떠올린 덕이다.
만일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지금 여기는 문자 그대로 의식의 밑바닥.
즉, 신서아라는 개인의 정신 세계일 테지.
허면, 무기 따위를 소환할 수 있을 리 없다.
사부를 따라 구비했던 공간 조작 능력을 담은 도구 따위, 정신 세계에서 효력을 발휘할 리 없으니까.
"거 참 냉정하시군."
빠르게 냉정함을 되찾는 신서아의 모습을 보며, 스스로를 마신이라 자칭한 악마는 조용히 혀를 내둘렀다.
대다수 사람들은 물론이요, 헌터들 또한 난데없이 이런 장소에 당도하게 되면 당황을 금치 못하는 법이다.
애시당초 헌터들에게 있어 정신 장악 계통 능력은 극복하는 게 아니라 대비하는 것.
한 순간의 망설임도 곧 죽음으로 이어지는 전장 속에서 한가하게 정신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을 시간 따위는 없다.
당연히 몬스터들 또한 그런 깨달음을 기다리진 않는 법이고.
때문에.
당장 이 녀석이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뭐든 굳이 말로 할 필요도 없을 테니 꽤나 편리하겠다 생각하고 있는 눈 앞의 여자.
신서아의 반응에 대해선 스스로를 마신이라 소개한 악마 또한 비아냥을 감출 수 없었다.
"물론 내가 자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직접 대화를 나누지 않겠나?"
"……."
"오, 그래. 악마 주제에 이상하다고 생각할 법도 하지. 그렇지만, 나는 대화를 좋아하거든."
능청스레 그리 답하는 악마의 모습이 흉악하게 일그러진다.
설마 저걸 웃는답시고 웃은 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한숨과 함께 신서아는 입을 열었다.
"마신?"
언제나 그랬듯, 목소리는 착 가라앉은 상태였다.
딱히 눈 앞의 상대에게 짜증이 난 탓은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신서아는 본래부터 이런 인물이었다.
사부나 엄마 앞에서만 밝고 쾌활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을 뿐.
어차피 몬스터라면 이제 와서 친절하게 어울릴 필요도 없다.
어차피 정신 세계라면 죽일 수도 없는 판국에 피곤하게 날을 세울 필요도 없다.
담담한 평서문.
그게 바로 신서아의 선택이었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신이라 자처하는 악마는 어깨를 좁혔다.
"그렇지. 위대한 왕을 섬기는 일곱 마신의 일각, 악의의 마신 된■■■■■■이라고 하네."
"거 참 관대하시군."
"자기소개는 대화의 기본이 아니겠는가."
피식, 자신도 모르게 신서아는 웃음을 터트렸다.
참으로 가증스러운 발언이라 생각한 탓이다.
물론 눈 앞의 악마가 자신의 정신을 장악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다만.
정신 장악 능력이라고 해서 무조건 상대를 자살시킬 수 있는 건 아니다.
모든 능력이 그렇듯이, 타인의 체내에 대해선 간섭하기 힘든 법.
정신 장악 능력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타인의 생명력이나 마력 등이 원활한 능력 사용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막말로 그런 게 가능했다면 누가 원소를 던지며 싸우겠나.
아카데미의 교장이며 현재는 그녀의 상사이기도 한 최승준 헌터라면 상대방의 심장에서 얼음을 솟아오르게 하면 끝일 텐데.
정신 장악 능력으로 따지자면, 사념을 읽거나 사고를 유도할 수는 있겠지.
허나, 타인의 사고를 일방적으로 짓누르거나 자신의 생명에 위해가 되는 명령을 내린다?
어지간한 차이가 있어도 상당히 힘든 일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정신 장악 능력자가 타인에게 위해를 끼치기 위해선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신력 대결.
대상의 무의식을 무대로 삼아 의식의 제어권을 완전히 찬탈하기 위한 승부.
한 마디로 말하자면, 정신력 대결이다.
그리고.
지금 이런 상황이라면, 누구에게도 딱히 유리하다 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애시당초 정신 간섭에 대해선 상당한 내성을 자랑하는 그녀다.
어지간한 정신 계통 능력이라면 자신에게 간섭하는 순간 위협을 찰지, 억지로 정신을 안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객관화.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이 지금 화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다.
신서아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지간한 헌터라면 무심코 주도권을 넘겨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 평정을 찾은 건 바로 저런 특기 덕분이기도 했다.
'아니, 성격인가.'
악마.
아니, 방금 전 스스로를 악의의 마신이라 소개한 악마는 그리 생각했다.
확실히, 마신의 눈으로 보기에도 눈 앞의 여자는 다소 독특한 성미였다.
보통 몬스터가 자신을 소개한다고 하면 대다수 헌터들은 얼이 빠지기 마련.
지나가는 듯한 자기소개에서 나오는 친근감을 바탕으로 정신을 뒤흔드는 건 그의 상투 수단이었다만…….
아무래도 별다른 효과를 보기는 힘들 듯했다.
뭐, 실제로 틀린 말도 아니고.
비록 그녀의 정신을 완전히 장악하진 못했으나, 의식 밑바닥까지 밀고 들어온 건 사실.
지금이라면 당장 이 자리에서 왕의 이름을 밝힌다 한들 그녀가 현실에서 눈을 뜨면 모두 잊어버리게 할 수도 있었다.
그녀 또한 그런 사실은 익히 눈치채고 있었던 거겠지.
입가에 내건 웃음에는 바로 그런 의미가 담겨 있었다.
"하물며, 악의의 마신이라고?"
"오, 기억해 주니 고맙군."
"요컨대, 파티 회장에서 있었던 일도 전부 너 때문이라는 거잖아?"
신서아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하긴, 어쩐지 이상하지 싶었다.
갑자기 치솟던 부정적인 생각.
사고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듯한 감각.
만약 눈 앞에 있는 자칭 마신이 정말로 악의를 관장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면 모조리 납득할 수 있다.
단지.
득의양양한 얼굴로 그렇게 선언하는 서아와 달리, 눈 앞의 마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양복의 커프스를 만지며 옷매무새를 다듬고 있을 뿐.
외모 혹은 악의의 마신이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신사적인 태도였다.
다만.
악마의 그런 태도와는 달리, 신서아는 점차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그래. 공연한 화풀이는 끝났나?"
그리고.
그런 균열은 악마가 지나가듯 그리 첨언했을 때 끝을 맞이했다.
당연한 이야기지.
나쁜 건 전부 악마 탓.
신서아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다면, 애초에 이 의식 속 좌담회도 끝을 맞이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는 건…….
사실 그녀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악의의 마신.
확실히, 눈 앞의 존재에게는 그렇게 일컬어질 만한 능력이 있다.
그러나.
신서아가 지닌 자질.
스스로의 감정을 마치 제 삼자처럼 관조할 수 있는 시야.
어지간한 정신 간섭 능력에 대해 대다수 부적 이상의 내성을 자랑하는 그 성품도, 거짓은 아니다.
즉.
악의의 마신이 그녀의 마음에 간섭할 수 있었다면, 그건 그녀의 마음에 빈틈이 생겼다는 뜻.
다시 말해, 그녀가 애초부터 품고 있던악의때문이라는 뜻이 된다.
"뭐, 나는 그저 싹이 트기 시작한 자네의 악의에 등을 밀어주었을 뿐이라거나 하는 말은 하지 않겠네."
너무 흔한 말이거든.
마신은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좁혔다.
실로 소탈하기 짝이 없는 태도였다.
마치 그녀의 정신을 장악하는 데엔 사실 별다른 관심도 없다는 듯한…….
"틀린 말도 아니지."
그럴 리 있나.
그렇게 생각하려던 신서아보다 앞서, 마신은 조용히 첨언했다.
흠칫.
다시 한 번, 자신도 모르게 신서아는 어깨를 떨었다.
방금 전과 달리, 정말로 놀라서 그런 건 아니었다.
정곡을 찔린 듯한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럴 리도 없건만.
애초에, 그렇다면 이런 식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필요도 없다.
무심코 그런 생각을 떠올린 그녀에게 답하듯, 마신은 슬쩍 어금니를 삐죽였다.
"뭐,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야. 확실히, 자네의 마음에 빈틈이 생긴다면 나 또한 망설임 없이 빼앗을 테고."
"……그럼?"
"굳이 말하자면, 지금 이 행동이 내게 있어선 취미의 일종이기 때문일까."
취미.
마신은 그런 단어를 혓바닥 끝으로 굴렸다.
동시에, 방금 전과 같이 기이하게 뒤틀린 미소를 짓는다.
마치 취미라는 단어를 맛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난생 처음 보는 산해진미를 입에 댄다 해도 저러할까 싶을 정도로.
달콤하게, 달짝지근하게.
눈 앞의 악마에게 있어서, 취미란 그토록 음미할 가치가 있는 단어인 걸까.
자네의 마음에 빈틈이 생긴다면 망설임 없이 빼앗을 테지.
그러니 마음을 단단히 먹어라.
당사자의 눈 앞에서 그렇게 경고를 던질 정도로?
"확실히, 놀랄 만도 하겠지. 평소 길드에서 행하던 테스트도 별다른 문제 없이 통과하던 자네가, 이제 와서 이런 술수에 걸릴 줄이야!"
지나칠 정도로 자연스럽게, 마신은 그녀의 과거를 언급한다.
다소 뒤늦게서야 그것이 자신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임을 깨닫게 되었을 정도로.
무의식 속에 잠긴 그녀의 과거를 건져 읽은 덕택이리라.
그러나.
눈 앞의 악마는 그러한 과거를 악용해 그녀의 정신을 빼앗으려 들지는 않았다.
도리어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다만, 내 입장에서 보자면 길드 측의 평가는 아무래도 과장된 면이 있군."
"뭐라고?"
"거의 명경지수에 가깝다? 흠, 터무니없는 과대평가인데."
실제로, 지금처럼 그녀의 경계심을 살 만한 발언을 일삼기도 했고.
악마.
마신이라 자칭하던 존재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도 될진 그녀 역시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 앞에서 펼쳐지는 악마의 재담은 온전한 진심처럼 들렸다.
취미.
일이 아니다.
일이 아니니까, 취미니까.
그러니 진심으로 할 수 있다는 걸까.
"실제로는 단순히 거리를 두고 있을 뿐인데 말이야."
때문에.
정말로 청중이라도 된 기분으로 듣고 있었던 탓일까?
마신의 그 말에 대해서도 다소 뒤늦게 반응하고 말았다.
"혹자는 말하지. 낯가림이 심할 뿐이라고. 부모와 사부를 제외하면 자네의 울타리 바깥에 있을 뿐이라고."
막아야 한다.
가장 먼저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다만, 내가 보기엔 정 반대로군? 부모와 사부만이 울타리 내부에 있는 게 아니야."
활은 없다.
그래도 상관 없다.
팔다리는 있으니까.
"부모와 사부. 가족과 은인이 아니고서야 울타리 속에 넣을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비좁은 게야."
어느 쪽이든 상관 없다.
일단 저 놈을 닥치게 해야 한다.
"물론 이해할 수는 있지만. 눈 앞에서 가족을 잃어버린 트라우마 때문이겠지."
주먹이든 발이든, 일단 놈의 주둥이에 쑤셔 넣고 보자.
팔이 잘려도 상관 없다.
어차피 정신 속의 이야기니까.
아프기야 하겠지만, 참으면 그만이다.
실제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니까.
"다른 이들과 달리, 20년 가까이 평화를 구가한 반동이겠지. 현실이 밀어닥치는 모습을 눈 앞에서 보았으니까."
……그렇지만.
신서아는 일어설 수 없었다.
일어서지 못했다.
마치 극장 좌석에 못박히기라도 한 듯, 밀려드는 두려움이 보이지 않는 손이 되어 그녀의 어깨를 짓눌렀기 때문이다.
"때문에, 거리를 두는 편이 익숙하다. 이 이상 지킬 게 늘어나도 곤란하니까."
그래.
두려움이다.
처음 보는 악마한테 선수를 빼앗긴 상황에서도 순식간에 냉정함을 되찾았던 그녀의 마음이 두려움에 들썩이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 이상 다른 누군가를 울타리 안에 넣지도 않는다."
타인을 대상으로 평범하게 감사할 수 있는 재능 따위, 더 이상 자네에게는 남아있지 않으니까.
마신은 그렇게 평했다.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재능을 잃어버렸다고 해야 할까.
때문에, 그녀가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은 실로 한정적이다.
아직 그녀가 타인을 사랑할 수 있었던 시절.
동시에, 그녀와 같은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누군가.
……말하자면, 신서아는 어머니와 박우찬에게만 유독 살갑게 구는 것이 아니다.
저 둘을 제외한 어느 누구에게도 호의적인 감정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뭐, 그러니까 진지하게 학생들을 살해할 계획 따위를 세우고 있었던 거겠지만."
그리고.
방금 전, 스스로 자신의 정체를 언급했을 때와 같이.
지나가는 듯한 어투로, 마신은 그렇게 말하며 이죽였다.
"이거야 원, 교사 실격이로구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