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5화 〉 강을 먹는 사룡
* * *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놈의 덩치다.
최승준의 능력은 무한에 가깝지만, 그러나 무한은 아니기 때문이다.
즉.
'예쁘게 베기도 능사가 아니라 이거지.'
만약 놈에게 다짜고짜 날린 시그니처가 성공했다고 치자.
그럼?
저만한 거룡의 시체와 거기에서 나온 독혈?血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최승준의 능력도 무한하진 않다.
눈 앞의 거룡을 처리한 이후, 군을 불러 시체를 인양할 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아니, 애초에 여기서 용을 죽이면흐른 피가 도심지를 향해 넘쳐버리고 말 테지.
때문에, 상황을 정돈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크기만 따지면 도시 주변의 위성도시들까지 한번에 짓뭉겔 거체라거나 뭐라거나.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긴 했지만, 정말로 이 주변에 위성도시 따위가 있는 건 아니다.
애초에 이 신도시도 제 2차 대침공 당시 붕괴했다가 재건한 거고.
위성도시까지 재건하기에는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했던 탓이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덕분에 대충 가닥이 잡혔다.
아무튼 잘 해서 놈을 도시 밖으로 떨어뜨린다.
그리고 거기에서 잡는다.
완벽한 계획이다.
"도대체 어디가……?"
"야,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계책이지."
뭐, 정작 내가 입안한 작전을 들은 예은이 쪽에선 그렇게 핀잔을 넣기도 했지만.
허나.
나름 나쁘지 않은 계책이라는 건 진심이었다.
작금의 상황은 그렇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일단 발판이 생겼다는 건 좋다.
도시에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점도 나쁘진 않다.
하지만.
지금 내 몸 상태는 농담으로도 괜찮은 편이 아니다.
만전에는 한없이 멀고, 두통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눈 앞의 거룡은 여전히 요지부동.
덕분에 마력은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었지만, 그조차 3할을 밑돈다.
내가 마력을 과도하게 소비하는 편은 아니라지만, 솔직히 말해서 아슬아슬한 수준.
신체 강화.
거기에 시그니처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까놓고 여유는 없다.
우두머리 구울과 싸우며 맛이 간 정장은 물론, 용맥 폭발에 휘말린 코트도 수복할 여지는 없음.
현역 시절 장비의 로테이션을 생각해 준비한 예비 방어구를 걸치긴 했지만, 없는 것보단 낫겠지 싶은 정도다.
한 마디로 말해 썩 위태위태한 상황이라는 소리인데…….
반대로 이점 또한 있었다.
첫 번째는 저 거룡의 행동이다.
초대형 몬스터가 으레 그렇듯이, 놈은 외부의 자극에 둔했다.
지금만 해도 그렇고.
갑자기 발 밑에 생긴 얼음 발판을 보고도 개의치 않은 채 눈을 감고 있을 정도니.
사실상 우리가 무조건 선수를 쥘 수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번째는 지금 이 상황 그 자체.
소환이 성공한 건지, 그렇지 않으면 실패한 건진 모르겠다.
다만.
당장 눈 앞에서 느껴지는 거룡의 마력은 얼추 S랭크 몬스터.
개중에서도 최상위에 해당한다.
추가로, 예의 소환 의식에 의한 효과일까?
현재 도시 하늘을 덮고 있는 발밑의 초대형 게이트가 놈과 연결되어 있는 게 느껴졌다.
마치 터주처럼.
터주.
게이트가 선택한 게이트 내 최강의 첨병.
때문에, 게이트는 앞으로 자신의 남은 마력 전부를 동원해 놈을 보조할 테지.
여기까지만 들으면 이점이 아니라 단점처럼 들리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여하간, 여기는 게이트 안이 아니니까.
다시 말해, 게이트의 법칙이나 환경이 우리를 적대할 일도 없다.
용의 권속이나 부하들이 나타나 앞길을 가로막을 일도 없다.
어디까지나 게이트에 의한 추가 마력만 가산해 고려하면 될 뿐.
터주를 상대한다는 전제로 말하자면, 이 이상 있을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한 호조건이다.
세 번째는이 발판이 최승준의 능력으로 이루어졌다는 점.
다시 말해, 놈들 도시 바깥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발판을 폭파시키고 할 필요가 없다.
최승준 쪽이 적절하게 도움을 줄 테니.
나로서는 다행일 따름이다.
평소운 박사 측에서 회수한 마법 중엔 지형 파괴에 도움이 될 만한 물건도 있긴 하다만…….
아무리 그래도 어설픈 마법으로 최승준이 만든 발판을 부수려 드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겠지.
어느 쪽이든, 이 쪽의 수고가 줄어든다면 우리 쪽으로선 반길 일이다.
이러한 조건들을 모두 고려하면, 승산은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고.
적어도 저만한 거체가 도시 내로 추락하는 쪽보단 훨씬 낫다.
"준비 됐니?"
"네."
그렇게 말하면서도 예은이는 제 얼굴을 뒤덮은 방독면 쪽을 만지작대고 있었다.
아무래도 영 익숙해지기 힘든 모양이다.
뭐, 어쩔 수 없지.
중동의 용은 독기를 내뱉는다.
아무리 그래도 예은이의 손을 빌리기로 결심한 지금,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었다.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는다.
처음부터 방독면을 쓰고 있었던 덕택일까.
당장 눈 앞에 초대형 몬스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름 침착한 기분이 들었다.
차라리 푹 쉬고 도전할 수 있을 정도라면 나도 마음을 편하게 먹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고.
이런 상황에서도 멀쩡한 대검을 움켜쥐며, 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
용.
전설에 전하는 괴물의 왕.
수많은 생물들의 정점에 선 존재로서, 압도적인 힘과 마력을 자랑하는 존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용이라는 괴물은 언제 어디서나 그 이름에 걸맞는 강력함을 자랑한다.
개중에서도 수많은 헌터들을 좌절하게 하는 것이 바로 용의 비늘.
하나하나가 철로 이루어진 방패의 견고함을 상회한다 일컬어지는 용의 갑옷이다.
그런 비늘이 실로 수만.
바야흐로 무한한 용의 생명력을 나타내듯, 용의 비늘로 이루어진 성벽을 타도하기 위해선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뭐, 간단한 이야기지.
철로 이루어진 방패를 넘어 적병을 죽이기 위해, 방패가 부서질 때까지 도끼를 내려치는 얼간이는 없다.
박우찬이 사용한 수단 또한 마찬가지였다.
방패를 누르고 비늘 너머의 속살을 저민다.
병사의 방법이요 사냥꾼의 방법이었다.
때문에.
다음 순간, 통각과 함께 눈을 뜬 거룡을 덮친 건 무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자신의 비늘이 뜯겨져 날아가는 광경이었다.
"우오오오오!!"
노호와 함께 질주한 박우찬의 칼끝.
구조적으론 도리어 끌에 가까운 쐐기가 비늘 밑을 저민다.
동시에, 전신으로 무기에 매달리는 박우찬.
몬스터에 한해 지독할 정도로 예리함을 자랑하는 감각에 힘입어, 전신의 무게중심을 움직인다.
그 결과.
파아악!!
무적이라 일컬어지는 용의 비늘이, 힘없이 신체에서 분리당했다.
지레의 원리라 말하기엔 지나칠 정도로 과격한 동작.
전신을 사용해 비늘 하나를 뜯어내는 게 고작이라는 압도적인 불합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냥꾼은 가장 먼저 거룡의 비늘 한 장을 뜯어내는 데에 선공권을 사용했다.
이후.
콰드드드득!!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한 용을 향해, 세차게 질주한 강철이 이를 드러낸다.
평소 박우찬이 애용하는 투척 무기.
창고를 바닥까지 털어 이예은에게 제공한 물건들이었다.
……이예은의 능력은 동급생들 사이에선 틀림없는 군계일학이다.
그렇지만, 저만한 거물을 상대로 통용될 정도는 아니다.
박우찬도 이예은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때문에.
이예은이 맡은 역할은 어디까지나 보조.
비늘을 벗긴 장소에 무기를 쑤셔 넣어 그 틈새를 벌리는 역할이다.
솔직히 말해, 그조차 무기의 성능이 없다면 힘들다.
비늘보단 덜하다 해도, 용의 육체는 만만한 게 아니니까.
하물며 이만한 사이즈의 거룡이라면 더더욱.
그 피륙조차 이미 하나의 병기나 다름없는 거체.
그러나.
말마따나 무기의 성능 때문이겠지.
현직 S랭크 헌터조차 보조 무기로 활용하기엔 충분한 물건을, B랭크 상당의 염력으로 투척한다.
비늘 밑으로 드러난 살을 저며내기엔 그 정도면 충분했다.
푸확!!
용의 피가 솟는다.
단순한 잔상처.
물론 잔상처라 한들 어디까지나 거룡에 한한 이야기.
범람하는 강과 같은 기세로, 거무죽죽한 피가 흐른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박우찬은 이미 자리를 벗어난 뒤였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방금 벗긴 비늘의 바로 위.
두 번째 비늘 밑으로 대패를 꽂아, 축지.
우드드드득!!
순식간에 두 개의 비늘이 하늘을 난다.
"───────!!!!"
거룡이 포효한다.
단순한 아픔.
그리고 그 이상의 분노.
방금 전까지만 해도 느긋하게 꼬리를 젓던 거룡이, 드디어 본격적인 전투 태세로 돌입한다.
물론 박우찬이나 이예은이 알 바는 아니었다.
두 번째 비늘이 드러난 장소에, 각기 다른 투척 무기를 꽂아넣는다.
마치 비늘의 틈새를 고정하는 듯한 감각.
그 모습을 확인하며 착지한 박우찬은, 쯧 하고 혀를 찼다.
방금 전 솟구친 용의 독혈에 닿은 얼음이 녹아내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단순한 고온, 은 아니겠지.
'마력을 녹이고 있군.'
명명하자면 마력독이라고 해야 할까.
저 최승준이 실시간으로 보강하고 있는 얼음이, 한 순간이나마 녹아내렸다.
우두머리 구울과 비교해도 지독할 정도다.
혀를 차며, 박우찬은 대검을 역수로 쥐었다.
동시에.
카가가가각!!
떨어진 비늘 위를 대검에 딸린 못으로 긁는다.
일격 신앙에 의한 방호 능력은 절단된 신체 부위와 공유되지 않는다.
구울들을 통한 실험으로 알아낸 사실이다.
'빛, 벼락, 불!'
동시에, 못에 주각된 성질 중 반응이 좋은 순서대로 확인.
창고 사정을 감안할 때, 당장 숫자가 남는 건 벼락 쪽인가.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즉시, 박우찬은 창고 속에서 두 개의 약병을 꺼내 내던졌다.
전격 사용자의 마력을 가공한 우레 덩어리였다.
개중에서 하나를 집는다.
남은 한 병은 이예은이 염력으로 회수.
이후 투척 무기를 사용할 때 요긴하게 이용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한가롭게 무기에 인챈트를 걸고 있을 시간 따위는 없었다.
쿠르르르릉!!
지면을 뒤흔드는 압력과 함께,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쳤다.
거의 반사적으로 도약한 뒤에야, 박우찬은 방금 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다.
'니미.'
꼬리 흔들기.
그렇게 명명해야 할까.
박우찬의 공세에 눈을 뜬 거룡이, 드디어 반응을 보인 것이다.
방금 전 하늘을 찢어가른 천둥은 바로 그 일환이었다.
대지를 휩쓸듯 휘두른 거룡의 꼬리가, 대기의 벽을 쌓아올리고 부순다.
일시적인 진공 상태라도 발생한 듯한 어마어마한 중량감.
그에 반비례하는 속도.
찰나에, 도시 규모를 휩쓰는 파괴가 작렬한다.
그리고.
"예은아!!"
박우찬은 반사적으로 그렇게 외쳤다.
물론 이런 굉음 속에서 들릴 거라고 생각하긴 힘들다.
그렇지만, 외치지 않을 수 없었다.
정확한 타이밍에 맞춘 도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덧 다가온 꼬리가 박우찬을 정면으로 후려치려 들었기 때문이다.
……박우찬의 도약에 맞추어 요격했다던가, 추가로 꼬리를 흔들었다던가.
그런 수준이 아니다.
족히 A+랭크에 필적하는 신체 능력으로도 저 꼬리는 피할 수 없었다.
지나칠 정도로 거대한 크기 탓이다.
다시 말해, 피했다고 생각한 건 어디까지나 박우찬 본인의 착각.
전력을 다한 도약으로도 거룡의 꼬리와 그 범위에선 벗어날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이예은의 반응은 실로 적절했다.
박우찬의 몸을 염력으로 쥐어 옮기려 드는, 그런 비효율적인 행동 따위는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턱.
분명 아무 것도 없을 허공을 박우찬의 발끝이 딛었다.
염력으로 이루어진 발판을 밟고, 재도약.
바야흐로 두 번의 도약 끝에, 그제서야 박우찬이 꼬리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난다……!!
'애미.'
물론, 후폭풍은 별개다.
말려드는 바람. 솟구치는 용권풍.
박우찬의 몸이 바람에 휩쓸린다.
동시에.
황금빛 시선.
마력 깃든 용의 안광이, 박우찬의 모습을 포착했다.
찾았다.
"뭘 꼬라봐, 씹새끼야."
그렇게 말하는 듯한 용의 안구를 향해, 박우찬은 가볍게 손목을 털었다.
쐐애애애액!!
동시에.
소매 사이로 숨기고 있던 비수가 작렬했다.
이예은에게 넘긴 투척 무기와는 별도.
박우찬 또한 일부 투척 무기를 챙기고 있었던 덕택이다.
현역 시절.
용을 살해하는 데에 사용한 단검이었다.
동족살상.
용을 죽인 무기는 용을 죽이는 데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신화 속 절대적인 법칙에, 거룡의 시선이 멋대로 반응한다.
물론 저렇게 조막만한 단검 따위로는 거룡의 육체에 해를 입히기도 힘들다.
다른 무기보다 잘 박히긴 하겠지만, 절대적인 크기 차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몽마의 딸인 류지희가 우유를 담은 컵에 반응하듯, 용도 무심코 눈꺼풀을 떨고 말았다.
사람으로 따지자면 가볍게 움찔한 수준이었지만, 박우찬에게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때문에.
다음 순간, 용은 자신의 시야 속에 있던 박우찬의 모습을 놓치고 말았다.
박우찬이 취한 행동은 실로 간단했다.
사슬을 풀어 바닥을 향해 던진다.
조준은 엉망이다.
그렇지만.
콰드득!!
바닥에서 솟구친 얼음이 무게추를 붙잡고, 박우찬을 억지로 끌어내린다.
이용할 수 있는 건 이용한다.
박우찬의 철칙이다.
그런 만큼, 최승준이나 이예은의 협력 또한 이제 와서 아낄 생각은 없었다.
것보다, 아낄 만한 여유도 없다.
질량은 힘.
그렇게 말하는 듯한 공세였다.
'코트가 있었어도 별로 다를 건 없었겠는데.'
버텨도 한 번이나 두 번.
코트가 없는 지금은 일격필살.
스치기만 해도 죽는다.
노 히트 클리어를 노릴 만큼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단지.
노 히트 클리어가 아니면 쓰러뜨릴 수 없다.
박우찬은 조용히 그렇게 확신했다.
저만한 거체. 그 거체에서 나오는 질량과 공격 범위.
덕분에 이 쪽은 비늘의 틈새를 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솔직히 별다른 도움은 되지 않는다.
애초에 비늘 몇 장 뗀다고 뒤집힐 만한 전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박우찬 또한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비늘을 노리던 이유.
공교롭게도, 그게 가장 승산이 큰 전법이었기 때문이다.
단순한 이야기.
대왕고래와 같은 경우다.
저만한 생물을 유지하기 위해, 심장은 얼마나 되는 혈액을 생산하고 있을까.
전신에 혈액을 보내기 위해 얼마나 되는 힘과 시간이 필요할까?
용의 심장Dragon Heart이 있어도 쉬운 일은 아닐 게 분명하다.
신화고 판타지고 나발이고, 생물이라면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는 한계다.
마력의 힘을 빌린다 해도 마찬가지.
오히려 그런 움직임에 마력의 힘을 빌려야 하는 시점에서 소비가 없을 리 없다.
즉.
비늘을 뗀다. 출혈을 일으킨다.
하는 김에 이 쪽을 향한 짜증과 분노로 이성이 날아가면 더더욱 좋다.
실혈사.
스치기만 해도 눈 앞에 주마등이 아른거리는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박우찬이 선택한 공략법은 오히려 장기전 쪽이었다.
"씁."
차라리 공략할 시간이라도 여유로웠으면 좋았을 텐데.
먹이나 함정, 어느 쪽이든 전력을 깎아놓고 시작할 수 있었다면 여유가 생겼을까.
있을 수 없는 사치를 부리며, 박우찬은 대검의 옆면에 약병을 내려쳤다.
우레의 마력이 대검을 감싼다.
남은 용살의 단검은 네 자루.
놈을 보고 다시 한 번 미쳐 날뛰는 감각으로 보건대, 앞으로 시도할 수 있는 축지는 세 번 내외.
시그니처를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두 번이 한계다.
마력과는 별도로신경이 무뎌지지 않는 데에도 한계가 있으니까.
허면, 어떻게 할까.
머릿속으로 그린 그림을 향해 용을 밀어넣어야 하는 불합리.
도축업자는 천천히 마른 입술을 핥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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