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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몬스터만 죽이고 싶음-164화 (164/371)

〈 164화 〉 강을 먹는 사룡

* * *

실로 압도적인 위용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 또한 헌터로서 초대형 몬스터를 상대한 적은 있었다.

개중에서는 극히 드물게도 지금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용보다 거대한 존재 또한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면 애초에 크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웅장하다고 해야 할까?

생물이라기보다는 배경.

배경이라기보다는 환경.

그런 생각이 드는 게 현실이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말하자면, 눈 앞의 거룡은 참으로적절했다.

인간이 생물이라 인지할 수 있는 크기 내에서 최고 사이즈를 아슬아슬하게 초과하지 않은 듯한.

이 이상 거대하다면 도저히 생물이라 인식할 수도 없을 듯한.

인간 인지력의 한계선.

그 금선을 밟고 서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늘을 가릴 듯 드넓은 날개.

산맥과 같이 준엄한 꼬리.

계곡을 뒤덮을 양 거대한 동체.

비늘의 빛깔은 태양마저 삼킬 듯한 검은색.

세로로 찢어진 동공 너머는 마치 벌꿀로 이루어진 바다와 같이 호박색으로 빛났다.

전체적인 형태는 동양의 용과 서양의 용을 적절하게 배합한 듯한 모습.

뱀과 같이 기나긴 몸체에, 피막으로 이루어진 날개.

거기에 추가로 네 개의 다리가 달렸다.

전신은 빼곡하게 비늘이 덮였고.

여기에서 알 수 있는 점은 한 가지.

'중동의 용이군.'

좆됐네, 이거.

아니, 그야 그렇겠지.

만약 정말로 게이트 너머에 신화 속 생태계가 갖추어져 있다면.

구울이 출몰한 게이트와 연동해 소환된 드래곤도 중동 출신일 수밖에 없겠지.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다.

일격 신앙에 의한 방호 능력.

일전에도 말했듯, 이 능력은 구울의 전유물이 아니다.

중동 출신의 용과 구울이 공유하는 능력이다.

즉.

'저걸한 방에 죽여야 한다고?'

진심이냐?

농담이 아니다.

상대는 용.

비늘의 단단함은 방패를 상회하고, 그 생명력은 비늘보다 두텁다.

말 그대로, 홀로 나라를 멸할 수 있는 생명체.

그게 용이다.

하연이와 처음 만났을 당시처럼 폴리모프를 하고 있는 중도 아니고.

이만한 덩치를?

'시그니처밖에 없다.'

시그니처, 예쁘게 베기.

여기 걸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러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할 도심 쪽 헌터들이다.

만약 헌터들이 무작정 저 용을 향해 공격을 퍼붓기 시작한다면?

내 시그니처에 의한 데미지가 제대로 박히기도 전에 회복하고 말 거다.

내 시그니처라면 일격 신앙에 의한 방어 능력 또한 찢어버릴 수 있겠지.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공격에 한한 이야기.

다른 녀석들에게 작용하는 재생 능력까지 사라질까 어떨까…….

'전혀 모르겠군.'

짐작이 가질 않았다.

아니, 일격 신앙 보유 몬스터 상대로 협력을 해 본 적이 있어야 말이지.

다행인지 불행인지, 놈은 소환된 직후 포효Fear를 터트렸다.

용의 압력에 피아 구분 따위는 없으니, 도시 쪽의 구울이나 저랭크 헌터들은 대부분 기절했을 확률이 높나.

일반인 중에 심장 마비로 죽은 사람이 없길 바랄 뿐이다.

허면, 남은 문제는 대충 두 가지.

첫 번째는 아직 기절하지 않은 상위 헌터들의 개입.

두 번째는 지금 저 용의 행동이다.

등장한 직후 포효를 터트린 거룡.

허나, 그 뒤로도 별다른 반응이 없자 놈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저만한 덩치의 생물이 응당 그렇듯이, 외부의 자극에 둔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문제는, 놈이 문자 그대로 주변 상황에 신경을 껐다는 점이었다.

그래.

비행마저도.

요컨대, 다음 순간 놈은 지상을 향해 추락하기 시작했다.

"어어, 씹!!"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당장 저 게이트만 해도 도시 하나가 쏙 들어갈 만한 물건이다.

그런데 그 이상으로 거대한 용이 도시를 향해 추락한다면?

물론 두말할 것도 없는 상황이다.

애초에, 저 덩치를 보라.

도시는커녕 위성도시까지 전부 말려들고도 남을 생김새.

아무리 나라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쓸만한 수는 달리 없었다.

시그니처?

쓸 수야 있겠지.

그렇지만, 몬스터는 어디까지나 몬스터.

설령 저 놈이 별다른 발악 한 번 없이 죽음을 맞이한다 치더라도, 그 유해는 곧바로 도시를 향해 떨어진다.

게다가, 놈은 중동의 용.

다시 말해, 그 피는 틀림없이 독으로 이루어져 있을 테지.

중동의 용들이 지닌 특성이다.

그렇기에, 나로서는 용의 낙하에 대응할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이 도시에 사는 이들 전원을 수장시킬 생각이 아니라면 나로서는 손을 쓸 수 없었던 탓이다.

때문에,용의 낙하에 대응한 건 내가 아니었다.

콰드드드득!!

대지로부터 용솟음치듯, 얼음으로 이루어진 송곳이 솟구쳤다.

누구인지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최승준.

놈의 능력이었다.

그렇게 형성된 기둥을 중심으로 잡아 얼음으로 이루어진 우산이 펼쳐진다.

수십 개나 되는 얼음 우산이 아예 얼음으로 된 하늘을 형성하기도 잠시.

쿠우웅!!

추락하는 용의 육체를, 얼음 천장이 받아낸다.

"그렇지!!"

충격을 반감할 수만 있어도 다행이다.

그렇게 생각했던 내 예상을 배반하듯, 크게 기우는 얼음 천장을 방금 전의 두 배 이상 되는 얼음 기둥이 지탱했다.

동시에, 균열이 달리기 시작하는 얼음 기둥을 한층 더 보강하는 한파.

처음 모습을 드러낸 얼음 기둥의 두 배, 세 배.

이윽고 다섯 배에 달하는 얼음 기둥들이 우산을 펼치고 천장을 보강한다.

세계 최고봉의 재능.

단순한 능력의 총량과 출력에 있어, 인류가 도달할 수 있는 한계치.

그렇게 평가받는 최승준의 능력은 거룡의 추락마저 받아낸 것이다.

문제는 이 쪽 또한 아직 착륙하지 못했다는 점이고.

후우우우웅, 찢어질 듯 귓가에 대고 비명을 지르는 공기의 절규가 참으로 감미롭다.

물론 이 쪽 또한 대책은 준비했다.

아마도 의식이 완료되기 전에 벗어나는 건 힘들지 않을까 하는 판단이 선 그 시점부터.

"예은아. 설명할 시간은 없는데, 당황하지 마라. 너, 염동력자인 것도 꼭 기억하고."

"선생님!!"

……역시 보험이란 들어두고 볼 일이다.

용맥의 분출에 의해 하늘로 날아간 직후.

예은이는 내 품에 없었다.

아니, 애초부터 예은이와 떨어지지 않고자 취한 행동도 아니었고.

만약 그랬다면 편하긴 했겠지만, 현실적으론 힘들다.

내 목적은 어디까지나 예은이의 보호.

그 뒤로는 예은이가 추락하는 나를 찾아주면 족하다.

못 찾으면?

뭐, 낙하산 신세를 졌겠지.

예전부터 혹시 몰라 챙겨둔 물건이 하나 있으니까.

써 본 적은 없지만.

솔직히 말해서, 단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는 낙하산을 이런 상황에서 쓸 수 있을까 하면 말이지요~

아무래도 힘들겠지.

그렇게 판단했다.

그래서.

용맥 분출의 충격으로 예은이가 기절하지 않도록 보호했다.

만에 하나 예은이가 기절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끊임없이 되새겼다.

하필이면 용이 나왔을 땐 전부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탁!

허공에서 내 손을 낚아채는 움직임.

보시다시피, 어떻게든 정신을 붙잡은 모양이다.

처음 사용하는 낙하산에 의지해 기절한 예은이를 찾아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 다행일까.

주변 공기를 단단히 붙든 염력이 조심스레 우리의 몸을 받아 내려놓는다.

그렇게.

우리들 또한 얼음 천장 위로 착륙했다.

아직까지 용은 별다른 반응 하나 없었다.

"도,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사실 나도 잘 몰라."

"네?"

"그렇지만, 몬스터를 앞두면 헌터가 해야 할 일은 하나 뿐이지."

그렇게 말하며 칼을 빼들자, 예은이는 질끈 하고 눈을 감았다.

하긴, 나라도 당황스럽겠지.

평소처럼 등교할 생각으로 집을 나선 예은이.

그러다가 갑자기 의식이 끊겼는데, 눈을 뜨고 보니 눈 앞에서 담임이 몬스터랑 싸우고 있다.

일단 뒤에서 능력을 사용해 괴물을 죽이긴 했는데, 여기가 집이 아니더랜다.

아카데미 지하에서 이상한 사교 컬트의 의식과 같은 장면 한 가운데.

거기에 놓여 있던 소녀를 향해 수많은 구울들이 달려들었다.

담임의 말에 따라 구울들을 죽이기도 잠시.

곧이어 제대로 된 설명 한 번 없이 담임한테 껴안긴 채 하늘을 날게 되었으니.

당황이야 이루 말할 수도 없을 게 뻔했다.

비록 나로서는 거기에 한 마디 덧붙이고 싶었지만.

'당한 건 내 쪽 아니냐?!'

억울했다.

그렇지만, 그런 말을 할 만한 분위기도 아니었다.

하늘에는 게이트. 대지에는 구울의 무리.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카데미 지하에 있었던 그녀에게는 질 나쁜 거짓말처럼 느껴질 테지.

그러나.

내 감상을 말하자면, 애시당초 이 세상은 대략 20년 전부터 질 나쁜 거짓말이나 다름없었다.

때문에 나는 검을 들었고, 예은이도 눈을 떴다.

[멀쩡한 듯해서 다행이군.]

그렇지만, 우리가 그대로 거룡과 격돌하는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다음 순간 우리 앞에 그렇게 적힌 글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니, 글자?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글자 모양으로 나열된 얼음이었다.

"……최승준이냐?"

나도 모르게 그리 중얼거렸다.

아니, 들을 수 있을 리도 없지만.

뭐 어떻게 해야 해, 이건?

슬쩍 주변을 둘러봐도 마땅히 연락을 나눌 수단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그대로 말하면 된다. 진동으로 대충 유추할 수 있으니까.]

"미친."

단지, 상대는 인류 최고봉의 이능력자였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한다는 건지 상상도 안 가네.

이만한 대능력.

거기에, 이만한 세밀 조정.

양 쪽을 동시에 행하고도 문제 없는 능력과 총량까지.

나로서는 진이 다 빠질 지경이었다.

다만, 덕분에 이야기가 편해지기는 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일이냐 반문하는 녀석을 향해, 방금 전 있었던 일을 대략적으로 설명한다.

동시에 일격 신앙에 의한 방어를 고려해 헌터들의 공격이나 군의 공습을 막아달라는 부탁까지.

[나 참, 별 능력이 다 있군. 알겠다. 이거야 원, 혹시 몰라 공격하지 않은 쪽이 정답이었나.]

다행스럽게도, 최승준은 별다른 말 없이 수락을 표했다.

이 시점에서 외부 간섭은 차단 완료.

당장 눈 앞에 있는 거룡만 염두에 두면 된다.

[헌데, 지친 건가? 목소리가 말이 아니군.]

"아직 팔팔해."

[필요하다면 말해라. 원한다면 이준구를 보내도록 하지.]

"절대 안 돼."

내 반대에 예은이가 의아하다는 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다만, 나로서는 당연한 판단이었다.

이번 사태는 어디까지나 예의 조직의 계획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으니까.

다시 말해, 놈들 또한 지금 이 상황을 관측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아직까진 이준구나 최승준 덕택에 별다른 개입을 하진 못했지만…….

그것도 여기까지.

저만한 거룡을 통째로 지탱하고 있는 최승준의 저력은 틀림없이 대단하다.

바야흐로 세계 최고봉의 재능이라는 찬사에 걸맞는다 할 수 있겠지.

그렇지만, 나와 거룡의 전투가 시작된다면?

아무리 최승준이라 해도싸움의 여파가 도심에 미치는 일 없도록 주의에 주의를 거듭해야 한다.

당연히 놈들을 견제할 여력 따위 생기지도 않을 거다.

즉, 당장 놈들을 견제할 수 있는 패는 이준구 한 명 뿐이라는 소리다.

'그걸로도 충분해.'

단지, 인류 최강의 이름은 겉멋이 아니다.

단독으로 예의 조직을 억제할 수 있는 억제력.

벼락과 같은 속도로 작렬하는 인류 최강이라면, 도심 내에서 예의 조직이 무슨 일을 벌이더라도 손쉽게 대응할 수 있다.

나와는 달리.

나는 어디까지나 대 몬스터 특화 유닛이다.

만일 나와 이준구의 역할을 서로 바꾼다면?

눈 앞의 거룡을 쓰러뜨리는 건 가능할지도 모르지.

다만, 이 쪽은 아무래도 손이 달린다.

당장엔 여력도 없고.

만에 하나 놈들이 끝장을 보자는 심산으로 태시영을 비롯한 헌터들까지 전원 출격시킨다면?

그 날로 우리들의 패배가 되는 셈이다.

아니, 지금 이 몸 상태로 태시영을 상대하는 건 무리야~

하물며, 그렇지 않더라도 마찬가지.

만약 내가 놈들이 추가로 투입한 별동대 따위에 애를 먹는 모습을 보인다면?

놈들이 바라보는 박우찬의 전투력에 낀 거품이 그대로 사라진다.

차후 이를 이용하기도 힘들게 되겠지.

최악은 아니지만, 차악이라 할 만한 수다.

이준구만 올려보내는 건 더더욱 언어도단이고.

신세계 질서의 눈이 남은 시점에서 도시를 포기하겠다는 소리밖에 안 된다.

때문에.

"어떻게든 해 볼 테니 걱정하지 마라."

[흠. 그래. 도축업자가 그렇게 말한다면, 믿어보도록 하지.]

마지막까지 재수 없는 말투 하기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저도 있어요."

그런 내 옆으로 다가온 예은이는 조용히 그렇게 덧붙였다.

물론 예은이 또한 알고 있겠지.

당장 이 전투에서 자신이 할 일은 없다는 걸.

그렇지만.

"응?"

어라?

그제서야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예은아, 너 어떻게 여기 있냐?"

"네? 서, 선생님이 보호해 주셨잖아요. 꽉 끌어안고……."

[뭐라고?!]

"최승준 이 새끼!!"

눈 앞에 떠오른 얄미운 글자를 향해 주먹을 휘두른다.

그렇게 최승준의 변론을 찍어누르긴 했지만, 작금의 상황의 의문스러운 건 마찬가지였다.

용의 위압Dragon Fear.

생물체의 정점에 서는 존재로서 보유하는, 포식자의 기백.

모든 용들은 이러한 압력을 자연스레 두르고 있으며, 용의 앞에 설 실력이 없는 자는 그대로 기절해버리고 만다.

때문에, 용을 상대하는 데에 있어선 군대의 힘을 빌릴 수 없다.

수많은 동화 속에서 용의 굴을 향해 소수 정예를 잠입시키는 이유이기도 하고.

헌데, 방금 전 발산된 용의 노호에도 불구하고 예은이는 지금까지 의식을 유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용과 사실상 독대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용의 압력을 뿌리치는 데에 필요한 조건은 몇 가지.

가장 대중적인 방법은 역시 용의 위압에 당하지 않을 정도로 실력을 쌓는 쪽이다.

용의 압력이라는 건 결국 포식자의 울음소리와 마찬가지니까.

자신이 피식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신할 수만 있다면, 꼴사납게 눈을 까뒤집고 기절하는 일은 없다.

어디가 대중적이냐 묻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다른 방법이 방법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다른 하나는, 아무튼 영웅적인 정신으로 뿌리치는 법.

서사시 속에 등장하는 기사들과 같이, 강대한 적을 상대로도 물러서지 않는 정신을 갖추는 것이다.

적어도 사냥꾼에게 요구할 수 있을 만한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남은 하나는…….

"용에게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경우, 인가."

"그거네요."

주로 비룡 따위를 사역하는 소환술사 따위가 그렇다고 알고 있다만.

정작 당사자인 예은이는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확신했다.

왜냐하면.

"저, 선생님을 믿고 있거든요."

저런 용 따위는 내게 전혀 상대가 되지 않을 거라 믿는 확신.

예은이의 눈동자 안에는 그런 기백이 있었다.

"어, 으응."

"잠깐, 뭔가 반응이 이상하지 않나요?"

"으, 응? 아, 아닌데? 착각 아닐까, 예은아?"

물론 나로서는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아니, 나도 학생의 신뢰엔 응하고 싶지.

응하고 싶긴 한데, 방금 전 그렇게 말한 입으로 내 입술을 빼앗았잖아 너……!!

상황이 상황이라 말할 수는 없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는 눈 앞의 거룡보다 예은이 쪽이 더 무서웠다.

[속보, 이준구한테 이를 거임.]

"최승준 이 씹새끼!!"

때문에.

말이야 그렇게 하긴 했지만, 적절하게 분위기를 끊은 최승준 쪽의 발언이 내게는 적잖이 고마웠다.

"……상처야."

"뭐, 뭐가?"

"소녀의 마음에."

내 소녀심은 방금 전 네가 빼앗았어!!

그렇게 말하고 싶은 기분을 억누르며 한숨을 내쉰다.

뭐, 어쨌든.

정말로 예은이가 용의 위압을 버틸 수 있다고 한다면, 지금 이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아니, 이 상황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야 할까.

머릿속으론 전황을 그리며용을 죽이기 위한 계책을 짜맞춘다.

설마 이런 식으로 학생에게 용살을 지시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자, 오랜만에 거룡 퇴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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