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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몬스터만 죽이고 싶음-157화 (157/371)

〈 157화 〉 구울 사냥

* * *

구울들이 몰려든다.

몇 마리를 죽이고 죽여도, 무리에 구멍이 생길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여타 범상한 헌터들에겐 벌써부터 들이닥친 죽음의 향기가 알싸하게 느껴질 상황.

그러나.

어떻게든 상황을 파악한 구울들의 진격을 앞두고도 나나 서아의 행동엔 망설임 하나 없었다.

함정이 설치된 장소들을 우회하며 다가오는 구울들.

허나, 우회한다는 건 다시 말해 시간을 낭비한다는 뜻.

고작해야 C+랭크에 지나지 않는 구울 무리를 상대하는 데에 있어, 그 정도 여유는 곧 구울들의 죽음과 직결한다.

물론 정말로 죽이려 들 필요는 없었다.

하늘을 수놓은 화살비가 다시금 구울들의 다리를 물어뜯는다.

일격 신앙에 기초한 무적성을 알게 된 이후, 서아는 전법을 바꿨다.

첫 번째 공격으로만 죽일 수 있다면, 애초부터 죽이려고 애를 쓸 필요도 없다.

다리를 뭉겐다. 발을 꿰뚫는다. 무릎을 부수고 장딴지를 주저앉힌다.

지금은 구울들을 금족할 수 있다면 족하다.

그렇게 몇 기.

함정을 우회하며 전진하던 구울들이 바닥에 나뒹군다.

동시에, 쓰러진 구울들의 몸뚱이는 다른 구울들의 진격을 가로막는 방파제가 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거점 방위에 가장 먼저 필요한 건 역시 바리케이드다.

물론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습격 탓에 숨 한 번 돌릴 틈 없던 서아로서는 바리케이드를 준비할 시간도 없었겠지만.

지금은 충분하다.

마치 한이라도 맺힌 듯, 구울들의 몸뚱이로 바리케이드를 쌓아올리는 서아.

그렇다 한들, 구울들의 숫자는 압도적이다.

동포들의 시체를 넘거나 우회하는 구울들은 있다.

그런 구울들 또한 서아의 요격에 당해 쓰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조금씩. 그러나 확실히.

거리를 좁히는 구울들은, 독에 당해 지친 작금의 서아로서는 끝까지 감당할 수 없었다.

때문에.

핑그르르르!!

다음 순간.

정문을 향해 달려들던 구울들의 모가지가 하늘을 날았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깔끔한 일섬이었다.

초승달 모양으로 휜 칼날이 구울들의 목덜미를 훑을 때마다 진형에 구멍이 뚫린다.

하숙집의 입구는 정문과 뒷문으로 도합 둘.

달리 접근할 수 있을 만한 장소는 모조리 함정으로 도배된 지금.

고작해야 문짝 두 개, 커버하는 건 어렵지도 않다.

부우우우웅!!

파공성과 함께 휘둘러진 대검이, 다시 한 번 구울들의 목을 포착한다.

뎅겅 하는 소리와 함께 재차 비상하는 머리통이 퍽 화려했다.

두 번의 칼질에 맞추어, 정문 앞까지 밀려들었던 전선이 크게 후퇴한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잔수작을 배제하고 보면, 구울들의 전투력 자체는 별 볼 일 없음.

내가 지키고 있는 정문을 돌파할 수 있는 수준은 못 된다.

때문에, 구울들은 일단 후퇴를 택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제 와서 용납할 생각은 없었다.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던진 쇠구슬이 즉각 놈들의 다리를 파괴한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내 마력 조작 능력을 따라 기동하는 쇠구슬 무리.

삽시간에 정문 앞으로 구울 바리케이드가 완성되었다.

거기에.

'소재는 쇠구슬. 재료로 마력을 지불.'

쫘아아아악!!

날아가던 쇠구슬이 단박에 파열한다.

표면을 이루고 있던 금속들이 쐐기가 되어 구울들의 팔다리를 날려버린다.

소형 클레이모어.

그리 설명할 수밖에 없는 파괴와 함께, 후퇴하던 무리에도 구멍이 생긴다.

"캬아아아악!!"

경악. 고통. 아픔. 두려움.

구울들의 진노가 메아리친다.

뭐, 어느 쪽이든 이제 와서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등을 돌리고 도망치는 구울들의 뒤통수를 향해 다시 한 번 쇠구슬을 던진다.

마찬가지로, 다시 한 번 즉석 연금술.

이번에도 소재는 쇠구슬. 지불하는 코스트 또한 마력이다.

다만.

결과는 달랐다.

구울들의 뒤통수를 향해 날아가던 쇠구슬이 쭈우욱 하고 좌우로 늘어났다.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우스꽝스러운 모습.

하지만.

다음 순간 눈 앞에 펼쳐진 모습은 전혀 우습지 않았다.

쇠구슬을 이루고 있던 금속이 얇게 펼쳐져 늘어난다.

순식간에 쇠구슬에서 강사가 되어버린 철선이 다시 한 번 구울들의 모가지를 물어뜯었다.

우드득!

섬뜩한 소리와 함께, 한 무더기의 구울들이 쓰러진다.

"편리하긴 하네."

솔직한 감상이었다.

어느 정도 감은 잡았고.

방금 전 사용한 기술들만 봐도 그랬다.

쇠구슬을 부수는 데에도, 쇠구슬을 얇게 펴는 데에도 어마어마한 양의 마력이 소비되진 않았으니까.

덕분에 단순한 견제 용도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보조 무장도 충분한 화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쓸데없이 재료를 소비한다는 점일까?

여하간, 몬스터를 상대로도 통용될 법한 무기에는 고급 소재가 사용되는 법이다.

예를 들면 지금 서아가 사용하고 있는 활과 같이.

일반적으로 헌터들은 자신이 사냥한 몬스터의 소체를 재료로 삼는다.

혹은 나처럼 마력을 머금어 변질된 광물 부류를 사용할 수도 있겠지.

즉, 이런 식으로 보조 무장을 소비하는 건 그렇게 경제적인 행동은 아니었다.

물론 방금 전까지 사용한 쇠구슬은 그렇게 고급진 물건은 못 된다.

이리저리 사용한 끝에 남은 짜투리 광물 몇 개를 녹여 틀만 잡은 물건이고.

까놓고 말해, 남는 물건이 아까워서 만든 거니까.

하지만 이렇게 되니 남은 장탄수가 조금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아니, 당분간 문제는 없겠지만.

'마력 소비도 없는 건 아니고…….'

마법을 시험한다는 의미에선 나쁘지 않은 전장이었지만, 역시 내게 맞는 건 이 쪽이다.

철컥, 손에 쥔 강철이 시린 울음을 토했다.

그리고.

"갸아악……?"

뒤에서 날아들던 쇠구슬 폭격이 멈추자, 문득 위화감을 느낀 구울들 중 한 마리가 슬쩍 뒤쪽을 확인했다.

동시에.

놈들의 두 눈이 놀라움으로 젖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정문에 떡 하니 버티고 있던 내 모습이 어느 순간 사라졌던 탓이다.

한 순간의 갈등.

다시 한 번 하숙집을 함락시키기 위해 돌격해야 할까 하는 번민이 놈들의 머리를 스친다.

그리고 내게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촤아악!!

구울의 피를 물감으로 쓰는 한붓그리기.

그리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진형에 구멍을 뚫었다면, 그 다음은 날뛸 때다.

무리 한 가운데로 기척을 죽이고 뛰어든 내가 주변으로 대검을 휘두른 탓이다.

이번에도 놈들의 머리는 별다른 문제 하나 없이 하늘을 날았다.

뻥 뚫린 구멍이 한층 더 넓어지는 가운데.

"캬아아아악!!"

놈들 또한 죽음을 각오하고 달려들 수밖에 없었다.

물론 놈들이 달려든 데에는 일말의 승산을 본 탓 또한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내가 건물을 등지고 있을 때에 비하면 지금 상황이 낫다 판단했기 때문이겠지.

제 발로 무리 한 가운데에 뛰어든 지금.

목숨을 걸고 달려들면 발톱 정도는 꽂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탓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달려들도록 내가 유도한 탓이었다.

이윽고, 죽음이 휘몰아쳤다.

카가가각!!

다시 한 번 대검을 휘두른다.

사방 팔방에서 달려들던 놈들의 발톱을 튕겨내며 회전하는 대검.

덕분에 충분한 힘이 실린 대검을 따라, 나 또한 도약했다.

동시에.

핑그르 회전하며 세로 베기.

덤벼들던 구울들 중 한 마리의 머리통을 정수리부터 세로로 쪼갠다.

속절없이 땅에 꽂히는 대검.

대검의 손잡이를 붙잡은 채 물구나무를 선 나를 향해 놈들이 달려들기도 잠시.

그대로 팔꿈치를 굽혔다 펴며 한층 더 몸을 날린다.

그러자 내 몸은 어느덧 구울들이 붙잡을 수 없는 높이까지 날아올랐다.

당황한 듯 멈칫하는 구울들.

놈들 중 한 마리를 향해 나는 적당히 가늠하지 않고 손잡이를 휘감고 있던 쇠사슬을 풀어 던졌다.

퍽!!

쇠사슬 끝에 달린 무게추가 직격하며 오른팔이 폭발한다.

다만, 딱 거기까지.

일격 신앙에 의한 방어 능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이 이상 쇠사슬로 저 놈을 공격할 수는 없었다.

허나.

일격 신앙에 의한 방어 능력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오히려 도움이 된다.

손목을 위로 튕기며 쇠사슬을 조작.

본디 놈의 머리통을 부수고도 남을 위력의 쇠사슬이 그 목을 옥죈다.

당연히, 놈은 내 공격을 피하거나 막으려 들진 않았다.

뻔한 이야기지.

전승에 따르면, 초격에 치명상을 입되 죽진 않은 구울들은 차라리 죽여달라며 전사들에게 자비를 구걸한다고 한다.

거기에 속아 다시 한 번 칼을 휘두를 경우.

구울은 첫 번째 공격에 의한 부상마저 회복하고 자비를 보인 전사를 향해 이를 드러낸다던가.

마찬가지다.

첫 번째 공격 이후, 구울들이 무적에 가까운 방어 능력을 발휘하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다만.

첫 번째 공격에서 입은 부상까지 치료되는 건 아니다.

때문에 놈들은 두 번째 공격을 구걸한다.

두 번째 공격을 힘으로 바꾸어 데미지를 재생하기 위해서다.

어중간하게 살아남을 경우, 첫 번째 공격에 의해 즉사하진 않더라도 점차 죽어갈 뿐이니까.

나나 서아의 공격 또한 마찬가지다.

다리를 날려버린다 한들, 곧바로 구울들이 죽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후의 사격에 대해선 내성을 획득하겠지.

허면?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가.

대다수 생물들은 다리가 잘리고 방치되면 죽는다.

무릎에 독이 들어가도 죽고, 최소한 무력화되기 마련이다.

구울의 상위종이라면 모를까, 하위종 구울 따위는 다리 하나만 잘라도 쉽게 무력화할 수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목이 죄인 구울의 안색이 점차 새파래진다.

물론 그 실체는 단순한 위장이다.

실제로 목을 옥죄는 사슬에 맞추어 놈의 팔뚝이 다시금 돋아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밟힐 정도였으니까.

다만.

지금 내게 필요한 건 큼지막한 무게추.

좋답시고 그대로 붙잡힐 만큼 멍청한 놈이라면 오히려 딱 좋을 지경이다.

"흡!!"

상반신의 근육을 이용해 허공에서 몸을 뒤튼다.

이에 맞추어, 멱살이 잡힌 구울의 몸이 부웅 하고 나보다도 더 높게 날아올랐다.

이윽고, 추락.

나를 중심으로 크게 원을 그린 구울이 마치 망치처럼 지상을 향해 작렬했다.

콰아앙!!

무리를 강타한 충격에 구울들이 크게 비틀거린다.

그리고 그 옆에는 하숙집 방어를 위해 준비한 함정들이 빼곡하게 깔려 있었다.

놈들의 다리를 절단하는 와이어. 마치 지뢰처럼 격발하는 쇠구슬.

한층 일그러진 무리 너머로, 착지와동시에 공간 너머에서 꺼낸 기름통을 흩뿌린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천 년 전, 제국의 비보라 일컬어진 마력 병기였다.

동시에.

'소재는 금속. 재료로 기름과 마력을 지불.'

행사한 마법이 형체를 빚는다.

소비된 마력은 함정을 기름에 적시는 수준의 노동력.

얼마 되지 않는 마력과 함께, 주변에 널린 와이어가 기름을 머금는다.

동시에.

화르륵!!

대형 함선조차 순식간에 불사를 수 있다는 동로마 제국의 병기가, 불꽃을 머금었다.

싸구려 마력석이 격발한 불꽃으로도 충분했다.

불 붙은 구울들이 사방 팔방으로 미쳐 날뛴다.

굳이 불타는 철사를 조종할 필요도 없었다.

동포. 동족.

불타는 일부 구울들을 통해 무리 전체로 불길이 퍼진다.

서아와 합류하기 전, 몇 번의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일격 신앙에 의한 방어 능력은, 불꽃엔 작동하지 않는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불이 꺼지기 전까진 한 번의 공격으로 취급된다고 해야 할까.

어느 쪽이든.

"거 참, 잘 탄다~"

멋대로 자멸하기 시작한 구울 무리를 보며, 나는 그런 감탄을 토했다.

이제 남은 일은 시체 바리케이드 위에 같은 기름을 뿌려두는 것 정도일까.

적어도 당분간 방위에도 여유가 생기겠지.

"와오."

"와오, 는 무슨. 너, 내가 방심하지 말라고 했지?"

주변에 널린 구울들이 대충 정리가 된 탓일까.

내 옆까지 다가온 서아를 향해 나는 그리 핀잔을 주었다.

물론 상황이 나빴다는 건 참작해야겠지.

그렇지만, 이번에 서아가 선보인 활약은 솔직히 기대 이하였다.

"다른 건 몰라도, 내 제자라는 놈이 구울 속임수 따위에 당해?"

"……아니, 계속 그렇게 말하는데 보통 구분 못 하거든 그런 상황에선?"

내가 이상하다는 듯이 말하는데, 나는 분명히 구울에 대해서도 가르친 적 있다.

헌데도 내가 오기 전까지 일격 신앙에 의한 방어 쪽도어떻게 된 건지 짐작조차 못 하고 있었으니.

쯧, 나도 모르게 혀를 차고 말았다.

잘 막기만 했다면 그야 문제는 없겠지만, 정작 본인은 옆구리를 내주고 말았으니.

괜한 상처를 입었다는 생각도 들 수밖에 없었다.

아니, 노력한 건 알겠지만.

"이야, 그래도 이 정도면 꽤 괜찮게 끝난 편 아닌가?"

그런 내 힐난이 부담스러운 듯 서아는 슬며시 시선을 돌리며 그렇게 말했다.

하긴, 확실하진 않다고 해도 지금 이 상황이 내가 자리를 비운 탓에 일어난 일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있는 지금.

서아는 도리어 제 역할에 충실했을 뿐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하숙집을 지킨 건 틀림없이 서아였으니까.

뒤늦게 돌아온 내가 이제 와서 뭐라고 왈가왈부하긴 아무래도 힘들었다.

어쨌든 하연이도 잘 지켰고.

현재 하연이는 반지하에서 아주머니와 함께 농성하고 있는 중이다.

서아의 말에 의하면 일단 본인은 나서서 싸우길 자처했던 모양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구울을 상대할 수는 없을 거라 판단한 서아는 조금 색다른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때문에, 지금은 혼절하신 아주머니를 지키기 위해 후방 대기 중.

만에 하나 서아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아주머니를 데리고 도망치는 역할을 맡았다던가.

뭐, 정답이다.

하연이의 능력을 고려하면구울을 상대로 맞서 싸울 수는 있어도 이기긴 힘들 테고.

그조차 다수의 구울을 상대론 순식간에 무력화당하고 말 거다.

아주머니의 안위를 맡은 이상 섣불리 경거망동할 수도 없었을 테니,적절한 지시였다고 평할 수 있겠지.

물론 서아 또한 정말로 구울들에게 죽음을 각오한 건 아니었겠지만.

방심이라는 평가 또한 피할 수 없는 이유다.

"뭐, 위험하긴 했지."

결국 서아 또한 그렇게 시인했다.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어쩔 수 없더라. 만약 상위종이 몇 마리 더 섞여 있었더라면 정말로 위험했을 거야."

"……응?"

탄식하듯 그렇게 뇌까리는 서아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던 나.

그런 내게, 문득 위화감이 달렸다.

응?

아니, 방금 뭐라고 했지?

만약 상위종이 몇 마리 더 섞여 있었더라면?

그건, 어라?

"뭔가 이상한데."

"응? 뭐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흐릿했던 위화감을 입 밖으로 내뱉자, 놈은 한층 더 뚜렷한 형체를 취했다.

상위종이 없어?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내가 서아와 합류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 주변엔 변변찮은 상위종 하나 없었으니까.

그걸 보고 나는 서아가 상위종 위주로 저격하고 있다 생각했었다.

헌데, 상위종 자체가 별로 없었다고?

'왜?'

가장 먼저 떠오른 의문은 그것이었다.

왜?

어째서 상위종이 없는 거지?

다름이 아니라, 여기엔 하연이가 있다.

서아의 지시가 빛을 발해 놈들이 하연이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었다 해도, 놈들은 이 하숙집을 집중 마크하고 있었다.

게이트의 크기만 해도 그렇고.

상위종이라 한들, 고작해야 B+랭크.

저만한 게이트에서 상위종의 숫자가 부족할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지독한 위화감.

구울들의 시체가 널부러지 가운데, 무언가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내 목덜미를 간질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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