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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몬스터만 죽이고 싶음-131화 (131/371)

〈 131화 〉 진상

* * *

'뒈지고 싶다는 뜻인가?'

솔직히 말해, 방금 전 문영석의 말을 들었을 땐 그렇게 생각했다.

인공 헌터 개발 프로젝트.

눈 앞의 사내가 말했듯이, 일찍이 이 나라의 그림자에서 행해졌던 인체 실험이다.

고아들을 데리고 능력을 각성시키기 위해 고농도의 마력과 충돌시키는 시험.

당사자였던 이준구조차 제대로 된 설명을 꺼렸던 걸 생각하면, 적어도 게이트에 던져넣는 일 정도는 있었겠지.

죽은 녀석들도 적잖이 있었을 테고.

"제가 그 프로젝트를 거들고 있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물론 문영석은 그리 항변했지만.

어느 쪽이든, 그런 말을 들은 시점에서 녀석의 연구실에 들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말로 녀석이 예의 프로젝트에 한 발 들이고 있진 않은지 확인해야 할 테니까.

뭐, 설령 그렇다 치더라도 당장 안내를 맡을 수 있는 건 당사자인 문영석 뿐.

내 반응을 살피고 인공 헌터 개발 프로젝트와전혀 관계 없는 연구소를 향해 앞장설 수도 있겠지만…….

'이준구 앞에 던져보면 알겠지.'

만약 문영석 박사가 정말로 우리 쪽에 망명할 생각이라면, 어차피 이준구와의 대면은 필수불가결하다.

과연 인류 최강이라는 이름 앞에서도 일개 서생이 거짓말을 할 수 있을지 어떨지.

꽤나 흥미로운 사색거리가 되지 않을까.

"헌데, 정녕 이대로 뒤를 따라도 되겠느냐?"

"엉?"

"아니, 결국 속임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은 바뀌지 않았잖느냐."

"뭐, 그야 그렇지."

"방책은 있느냐?"

"없는데."

"뭬에야?!"

빼액 하고 소래기를 내지르는 티아마트.

그런 녀석의 목소리에 맞추어, 앞장서던 문영석이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문영석을 향해 됐으니 앞장서라고 손짓하길 잠시.

다시금 앞을 향해 걷기 시작하는 문영석의 뒤통수를 향해 한숨을 내쉬며 나는 티아마트를 타박했다.

"야, 아무리 그래도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 어떡하냐?"

"그, 그건 미안하구나. 허나 이해해다오. 그런 말을 들어서야, 본인도 당황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그렇게 말해도 말이지……."

방금 전, 문영석이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한 시점에서 어차피 녀석들의 연구소는 들러야만 했다.

나중에 따로 만날 약속까지 잡을 순 없는 노릇이니.

조직의 시선을 피해 나와 접촉한 문영석과, 마찬가지로 청준필 아저씨 찬스를 써서 클럽에 잠입한 나.

어느 쪽이든, 재회 일정을 잡기엔 아무래도 썩 여의치 않는 사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말하자면, 문영석 저 친구가 꽤나 머리를 잘 썼다고 해야겠지.

"당장 고민해도 어쩔 수 없잖냐. 몸으로 때워야지 뭐."

"이런 무책임한 놈."

그야 고민해서 해결책이 나올 만한 문제면 나도 얼마든지 고민해주겠지만.

그럴 만한 문제도 아니니, 생각해도 시간만 아까울 뿐이다.

여기서는 플랜 C, 몸이 나쁘면 머리가 고생한다 전략으로 갈 수밖에.

"애초에, 왜 그리 호들갑이야?"

"그럼 호들갑을 떨지 않게 생겼느냐! 지금 본인의 힘이 얼마나 되는지 보거라!"

뭐, 확실히.

지금 녀석의 힘은 대략 E랭크 몬스터 이하.

거의 일반인에 가까운 수준이다.

방금 전, 티아마트한테 추근대던 녀석들 중 한 명이 진심으로 손을 들었다면 꽤나 곤란해질 정도?

나와 함께 잠입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다만.

"어차피 분신이잖아."

"캬아악!!"

죽어도 되는 거 아니냐?

아무리 그래도 면전에서 그렇게 말하긴 조금 그래서 입을 다물었지만, 별로 도움이 되진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만약 예의 조직과의 전면 대결이 된다 쳐도 별다른 문제 하나 없는 녀석이니까 데려온 거기도 하고.

"죽어도 된다니, 그런 말이 세상 천지에 어디 있느냐?!"

"아니,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꼭 누구 한 명 죽어도 상관 없다 말하는 것처럼 들리잖아."

"그렇게 말하지 않았느냐!!네 녀석, 혹여 분신이니 죽어도 괜찮을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어……."

"허면, 방금 전 놈팽이들 중 한 명이 본인을 희롱하려 해도 가만히 있었을 게냐?"

살짝 시무룩한 어조로 그리 말하는 여신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확실히 뭔가 미묘한 발언이긴 했다.

뭐, 분신이라 해도 그 매커니즘은 사실상 원거리 빙의에 가까운 물건이니.

방금 전 녀석이 언급한 비유로 따지자면 퍽 하고 머리가 날아가는 느낌은 남는단 거겠지.

적절하게 연결을 끊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일반인 수준으로 전반적인 능력을 낮추고 있는 지금은 힘들 테고.

"이미 죽었다 살아난 주제에 엄살은."

"뭐, 뭣이?! 이 놈아,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아니라……."

"아, 알겠어 알겠어. 지켜주면 되잖아, 됐지?"

씨발, 시체 방패 전략은 폐기다.

내심 그렇게 투덜거리고 있자니, 녀석은 또 좋답시고 대가리를 끄덕이는 중이었다.

"흐, 흐흠. 뭐, 그래. 지켜준다니, 확실히 네 녀석도 반성하고 있는 모양이로구나."

"어, 그래."

"좋다. 허면, 여신을 지키는 기사의 의무. 최선을 다해 수행토록 하거라."

아주 지랄 염병을 떠는군.

내심 한숨을 쉬었다.

아니, 다른 건 다 둘째치더라도 너희 시대에 기사가 어디 있냐?

미친 우가우가 원시인 주제에.

참고로 티아마트라는 이름이 등장하는 판본이 대세였을 적 중동의 왕들 중에선 나체로 적에게 돌진하는 광전사도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그토록 즐겁게 나누시는 건진 모르겠지만, 슬슬 도착했습니다."

그런 우리들을 향해 문영석은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확실히, 어두운 암실에도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복도 한구석에서 대화하고 있던 우리를, 문영석은 건물 3층의 어떤 방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그 방으로 들어선 우리들을 맞이한 건 헌터의 시각으로도 사물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어두운 암흑이었다.

거기에서 또 얼마간.

상당히 오랜 시간을 걷던 끝에, 저 멀리 어렴풋하게 빛이 새어나오고 있는 문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하로군.'

동시에.

나는 그런 계산을 하고 있었다.

어두운 암실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시야를 차단하는 것.

그대로 문영석의 뒤를 따라 걷던 나는 점차 미묘하게 기울어진 바닥의 높이를 체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밖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건물 전체의 높이 이상으로 하강한 후에야 나타난 연구실.

십중팔구 연구소를 숨기기 위한 방해 공작이겠지.

우리처럼 타인의 이름을 빌려 잠입한 스파이가 연구소의 위치를 밀고하는 걸 방지하기 위한.

'확실히.'

이런 구조라면 연구소는 3층에 있다는 말을 듣고 건물 채로 날려버린다 한들 정작 연구소에는 피해 하나 가지 않는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신세계 질서Novus Ordo Seclorum.

이 클럽은 역시 예의 조직의 중계 거점이었던 모양이다.

클럽 내에 이런 시설이 비치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그럼, 잘 오셨습니다. 신세계 질서Novus Ordo Seclorum, 그 중추 연구실에."

문영석은 그리 말하며 문짝 근처에 달린 패스포트를 조작했다.

지이잉, 얕은 기계음 소리.

그리고 암실 내에 있던 우리들을 향해 폭발하듯 빛이 솟구쳤다.

"오오……."

갑자기 기관총이 날아들지는 않을까 경계하고 있던 나와 달리, 티아마트는 순순히 감탄을 토한다.

그런 그녀를 향해 핀잔을 던질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눈이 빛에 완전히 적응하자 나 또한 비슷한 반응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고작해야 일개 건물 잠든 시설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화려했다.

강원도 지부에서 보았던 백색 패널 위를, 연구소 중앙의 시설에서 흘러나온 마력이 질주한다.

비합법적인 시설인 만큼, 강원도 지부처럼 용맥을 사용할 수는 없다.

정부에서도 용맥의 사용과 관리에 대해선 눈독을 들이고 있으니까.

그걸 녀석들은 어마어마한 재력과 설비로 만회했다.

연구소 중앙.

나로서는 차마 이해할 수도 없는 설비가 전기를 마력으로 변환한다.

이윽고 그렇게 변환된 마력은 연구소 각지를 향해 배분된다.

악의 조직, 그 비밀기지.

그리 표현할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반응을 보니 덩달아 저도 뿌듯해지는군요."

"방금 전, 신세계 질서의 중추 연구실이라 말했지. 너희들이 속한 조직 이름도 그렇게 부르는 건가?"

"대개 그럴 겁니다. 제가 듣기론, 이 클럽이 조직 창설의 근간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흐음."

제 1차 대침공이 종식되고 새로운 시대가 탄생할 거라 기대했던 이들이, 지금은 제 3차 대침공이라는 시대를 추종하고 있다는 건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이야기였다.

뭐, 그건 그거고.

"이름 한 번 존나게 기네."

노부스 오르도 세클로룸?

그게 뭔데, 씹덕아.

앞으론 귀찮으니 그냥 개새끼들이라 부르도록 하자.

"화려하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이걸로 끝은 아니겠지?"

"물론입니다."

만약 이걸로 끝이었다면 굳이 인공 헌터 발생 실험 운운할 필요는 없었겠지.

실제로 문영석은 익숙한 태도로 우리에게 몇 가지 자료를 배부하곤 자리를 잡았다.

영락없는 대학 교수 꼴이었다.

"허면, 시작하기에 앞서 이 비밀 조직의 목적부터 되짚어볼까 합니다."

"제 3차 대침공이었지?"

"정확합니다. 현재 이 조직은 제 3차 대침공을 의도적으로 일으키려 하고 있죠."

몬스터들 또한 이를 위해 협력하고 있는 판국이고 말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몬스터들이 게이트 너머에서 이 세계로 넘어오고 있다는 건 무언가 목적이 있겠지.

그렇기에, 몬스터들은 제 3차 대침공의 발생을 기다리고 있다.

잘은 모르겠지만, 녀석들의 목적을 위해서.

뭐, 대충 세계 정복같은 게 아닐까.

아무래도 좋을 일이다.

인간 쪽이라면 모를까, 몬스터 놈들은 어차피 다 죽일 거라서 알아야 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결국 이 조직은 뭘 어떻게 해서 제 3차 대침공을 일으키겠다는 걸까요?"

"어……."

그러게 말이다.

으음, 어디 보자.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대침공이라는 현상은 결국 게이트의 과다 발생이라는 말과 대동소이하다.

그리고 게이트의 발생은 밀집된 마력의 폭발에 의해서.

"마력 폭탄같은 걸 끼얹나?"

"그것도 나쁘진 않겠습니다만, 사실 여태까지 일어난 대침공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공통점?"

"어마어마한 거물의 등장이지요."

그렇게 말하면 확실히 들어본 적은 있다.

제 1차 대침공.

시칠리아, 에트나 화산 밑에서 시작되었다는 대분화를 계기로 발생한 대재해.

제 2차 대침공.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시작되었다는 대지진을 계기로 발생한 대재해.

그런 건가?

"규격 외 등급에 대한 이야기겠지."

그런 내 반응과는 다르게, 티아마트는 심드렁한 태도로 대답했다.

물론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규격 외 등급?"

"협회 최고 기밀이다. 원칙적으론 S랭크 헌터도 열람할 수 없는, 최우선 지시 사항이지."

"어어, S랭크 몬스터 얘기냐?"

"아니."

규격 외.

현대 인류 사회가 동원할 수 있는 화력으론 구분할 수 없어, 특수 등급Special Rank으로 셈하는 괴물들.

말 그대로, 일국의 총력을 동원해야 상대할 수 있거나 단독으로 국가를 멸망시킬 수 있는 몬스터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그 이상이지."

"뭐?"

그 이상이라고?

뭔 씨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래냐?

어이가 없어 나도 모르게 문영석을 돌아보고 있자니, 정작 당사자인 문영석은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따름이었다.

"정확합니다."

"엥?"

"간단한 게다."

문영석의 말을 받아, 침착하게 부연하는 티아마트.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는 몰골이 아무래도 영 내키지 않는 듯했다.

"특수 등급, 현대의 화력으로 셈할 수 없는 존재들. 그게 S랭크지. 그렇지 않느냐?"

"그렇지."

"허면, 개중에서도 규격 외라 함은 무엇을 뜻하겠느냐?"

현대의 화력으로 잴 수 없기에, 특별한Special 등급을 따로 만들어 분류했다.

하지만.

그 이상, 화력이고 뭐고 이전에 달리 셈할 수 없는 존재…….

"전 인류의 최우선 사항."

딱, 딱.

손가락 끝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티아마트는 해답을 토했다.

"강함이 어떻고 분류가 어떻고 하기 이전의 문제."

"즉,출몰하는 시점에서 전 인류가 힘을 합쳐야 하는 난적입니다."

어처구니없는 스케일이었다.

아니, 이건 또 무슨.

인류?

그야 놈들을 인류의 배신자라고 칭하긴 했지만, 갑자기 분위기 인류?

"농담으로 하는 말은 아니다. 애초에, 네 녀석이라면 알고 있지 않느냐?"

"어, 뭘?"

"몬스터에 대해 누구보다 해박한 너라면 알고 있겠지. 에트나 화산, 아타카마 사막이라는 장소가 가진 의미를."

그렇게 말하니 또 짐작이 가는 게 없지는 않았다.

에트나 화산.

그리스 로마 신화에 있어, 대장신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이라 일컬어지는 장소.

대장장이 헤파이스토스는 바로 그 에트나 화산의 용암을 이용해 신들의 무기를 단조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리스 로마 신화 내에서 에트나 화산의 분화 이상으로 뜨거운 불길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지옥Tartaros?"

"조금만 더 생각해 보거라."

어디 보자.

가라사대, 헤파이스토스 신이 에트나 화산에 대장간을 차린 건 화산 밑의 지옥을 감시하기 위해서라고도 한다.

요컨대,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에트나 화산 밑에 그리스 신화의 지옥Tartaros이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아."

깨달았다.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그리스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다.

에트나 화산은 본디 시칠리아 산에 있던 게 아니었다.

언젠가 자신의 옥좌에 도전해, 실제로 자신을 패퇴시킨 존재를 봉하기 위해 제우스가 준비한 지옥의 마개.

지하에서 몸을 뒤흔들어 대지를 뒤틀기에 지진.

끝없는 분노로써 화염을 토해내기에 화산.

파도로써 바다의 배들을 뒤집기에 해일.

폭풍을 부르는 존재이기에 태풍.

동시에, 백 개의 머리로 천둥을 부르기에 벼락이라.

"티폰인가."

그리스 로마 신화, 최강의 괴물.

온갖 자연재해를 상징하는 존재이자, 수많은 괴물들의 아버지.

전능한 신 제우스마저 패퇴시킨 적 있다 일컬어지는 대괴수다.

아타카마 사막 또한 마찬가지.

아타카마 사막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아타카마 사막의 거인이겠지.

세상에서 가장 큰 인간형 지상화.

거기에, 현지 전설에서는 먼 옛날 잉카의 신 비라코챠와 맞서 싸웠다는 거인의 모습을 봉한 것이라 설명하기도 한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그 거인이 눈을 뜨는 날에는 자신을 누르고 있던 남미 대륙을 내던지고 인류 문명을 일소할 것이라 하던가.

"그래. 어느 쪽이든, 설명할 필요도 없는 난적이지."

"어, 그러니까 대침공 때마다 존나게 센 놈들이 한 마리씩은 나온다 이 말이지 지금?"

"아니,녀석들이 대침공이다."

응?

"간단히 생각해 보거라. 게이트의 발생 조건은 기억하고 있겠지?"

"그거야 뭐."

"허면,별다른 방해가 없을 시 단독으로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몬스터가 품고 있는 마력은 어떻겠느냐."

아니, 모르겠는데.

씨발,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본 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짐작이야 어쨌든, 추측은 할 수 있었다.

"좆됐군."

"네. 그게 바로 대침공의 정체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아무튼 게이트가 엄청나게 발생한 끝에 규격 외 몬스터가 나타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정 반대라고 말해야겠지.

단독으로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몬스터가 나타난 탓에, 급격히 상승한 마력 농도.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다발하기 시작하는 게이트.

이게 지금 녀석들이 말하고 있는 대침공의 정체였다.

"애미."

아니, 말이 되는 소리냐 그게?

그러니까.

"여태까지 인류가 겪은 두 번의 대침공이,고작해야 여파에 지나지 않는다고?"

"정답입니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었다.

단지, 문득 생각했다.

신세계 질서.

녀석들을 미화할 생각은 없다.

어떤 사정이 있었다 한들, 녀석들은 인류의 배신자다.

그렇지만.

'이래서야 원.'

사회 상류층이니 뭐니 해도, 그 본질은 어디까지나 민간인.

헌터가 아니다.

그야 이런 진상을 접하면 당연히 지레 겁먹을 수밖에 없겠지.

"요컨대, 이 조직은 규격 외 등급 몬스터를 소환해 그 여파로 제 3차 대침공을 일으키려 하고 있습니다."

뭐, 그거야 어쨌든.

면전에서 저런 말을 들으면 있던 동정심도 날아가는 법이다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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