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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몬스터만 죽이고 싶음-125화 (125/371)

〈 125화 〉 사냥감이 사냥꾼을 사냥하는 방법

* * *

'이거 곤란하게 되었군요.'

솔직히 말하자면, 근거 없는 도박은 아니었다.

놈을 설득하는 건 불가능하다.

수많은 상사들이 그렇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내는 진심으로 그리 생각했다.

거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다.

스스로의 눈썰미에 자신이 있기도 했거니와, 지금 얕게 뜨고 있는 시선 너머에 있는 저 사내를 내심 얕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실력은 특필할 만도 했다.

도축업자.

두 번의 대침공을 겪으며 수많은 복수귀들이 난립한 이 세상에서, 오롯이 홀로 그만한 악명을 자랑하고 있다는 건 농담이 아니다.

다만.

복수귀니 뭐니 떠들어도, 그 근간은 감정에 휘둘리는 미숙자.

사냥꾼으로서의 정체성을 건드리기만 해도 행동을 유도하는 건 손쉬우리라 생각했거늘.

이래서야 괜히 긁어 부스럼만 만들었다는 평을 피할 수 없을 듯했다.

……허면, 어떻게 할까.

싸울까?

'미쳤나.'

그야 자신을 여기까지 파견한 너구리들은 박우찬의 죽음을 바라겠지.

하지만 그로서는 호랑이 입에 머리를 들이밀 생각까진 없었다.

당연한 이야기지.

도주진을 회유하는 데엔 실패했다.

역으로 도주진을 제압하느라 이 쪽의 여력을 소비한 상황.

심지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설계한 인질극도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아니, 그 뿐인가?

오로지 인질극을 위해 안배해두었던 학생이 박우찬에 대한 기습을 가로막은 탓에 전황은 다시 한 번 미궁에 빠지고 말았다.

설마 그 정도 관계일 줄이야.

어울리지도 않게 교사 노릇이나 하고 있는 도축업자와 일개 학생.

딱 그 정도 사이라 생각했거늘.

방금 전 대답도 그렇고, 박우찬이라는 사내는 예상 밖인 점이 너무나도 많았다.

하물며 기대했던 두두리조차 별다른 상처를 입히지 못한 지금.

사내는 자신의 승산을 높게 잡아도 대략 1할 미만이라 추산했다.

스스로의 실력에 자신이 없는 건 아니다.

설령 상대가 S랭크 헌터라 해도, 대인전이라면 자신이 앞선다는 확신이 있다.

그러나.

이만한 악재.

거기에, 상대는 예의 두두리를 상처 하나 없이 돌파한 괴물이다.

만전의 상황이라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건만, 하물며 이런 상황에서는 더 말해서 무엇하랴.

시선이 마주치길 찰나.

선수를 쥔 건 사내 쪽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무기의 차이다.

대검과 권총.

게다가 지금 이 간격이라면 설령 상대가 인류 최강 클래스인 괴물이라 해도 선공을 잡을 수 있다.

"칫……!!"

퀵 드로우.

마력 하나 사용하지 않고도 0.5초 이내의 공격이 가능한 최속의 사격이 불을 뿜는다.

예리하기 그지없는 탄환.

전투의 시작을 알린 사내가 처음으로 노린 건 지금도 바닥에 쓰러져 있는 윤하 쪽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찬 박우찬이 방향을 잡는다.

동시에.

날아든 탄환을 대검으로 받아낸 박우찬의 몸이 붕 하고 떠올랐다.

단순한 견제 공격.

박우찬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달랐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리 판단하도록 유도했다고 해야 할까.

이런 상황에서 귀중한 선공을 허비해 윤하를 공격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목적은 어디까지나 견제.

그렇게 오판토록 하고, 처음부터 으뜸패를 꺼낸다.

진득하게 마력을 눌러담은 탄환.

A랭크 몬스터조차 치명상을 피할 수 없을 일격이, 박우찬을 영격한다.

'씨발!'

거기까지라면 이해할 수 있다.

다소 거리를 벌렸을 뿐, 저 쪽이 선공권을 내버린 건 마찬가지니까.

허나, 지금 이 상황에서 굳이 이런 선택을 했다는 건…….

"이런 염병할 새끼!!"

역시 예상대로였다.

시야 끝.

초격 발사 직후, 곧바로 등을 돌려 도망치는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으르렁거리듯 울음을 빼어 문 박우찬이 다음 공정에 착수한다.

투척 무기. 불가능. 창고를 여는사이 도망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검. 불가능. 탄환의 위력 때문에 아직도 자세를 바로잡지 못했다.

허면?

"뒈져!!"

부우웅!!

다음 순간, 박우찬이 내던진 쇠사슬 끝 무게추가 사내의 날개뼈를 향해 날아들었다.

우직, 섬뜩한 소리와 함께 내려앉는 사내의 어깨.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내는 멈추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주저앉은 어깨에 맞추어 몸을 기울이는 것으로 뒤이은 쇠사슬을 피하기까지.

결국 박우찬 또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사내는 느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흔들리고 있던 주변 일대의 마력이, 한 순간 가지런하게 정렬하는 것을.

형언할 수 없는 오싹함.

무어라 말하기 힘든 직감에 의존해, 사내는 자세를 뒤틀었다.

정답이었다.

만약 그러지 않았더라면, 사내의 몸은 그대로 두동강났을 테니까.

예쁘게 베기.

허우적대듯 허공을 걷어찬 발끝으로부터 절초가 작렬한다.

양 팔이 막히고, 등을 땅에 부딪히기까지 한 상황.

하물며 상대는 몬스터조차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스탬피드가 한창인 지금.

사내까지 대상에 포함해 휘두른 일격은 지독할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크, 아아아악!!"

두두두두둑!!

팔이 파열한다.

방금 전, 어깨를 내주었던 오른팔이 세로로 두쪽났다.

그리 표현할 수밖에 없는 일격이었다.

'보이지 않는 참격?! 공기의 칼날?! 아니, 다르다!!'

작열하는 고통에 사고조차 흐려진다.

다만, 직감할 수 있었다.

이건 고작해야 그 정도 기술이 아니다.

베였다는 느낌조차 없다.

그렇다기보다, 팔이 멋대로 갈라진 듯한……!

미쳐 날뛰는 고통.

생각할 수 있는 건 거기까지였다.

망루 밖.

한달음에 산마루 끝까지 도착한 사내는 그대로 산등성이를 향해 투신했다.

"씹창!!"

그렇게.

산등성이 너머까지 메아리치는 박우찬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때 아닌 망루에서의 교전이 끝났다.

총 교전 시간 도합 1초 이내.

객관적인 결과는 나쁘지 않았으나, 박우찬으로서는 소화가 덜 된 듯한 결말이었다.

*

당연하지만, 강원도 지부에서는 아주 난리가 났다.

우두머리를 잡겠다고 올라갔던 사람이 도주진의 시체와 함께 내려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

허나, 다행스럽게도 내가 의심을 사진 않았다.

도주진의 방에서 발견한 쪽지 때문이었다.

예의 집단의 꼬드김에 속아 산을 오르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쪽지.

사실상의 유언장이었다.

그리고 그 유언장엔 도주진이 어떤 경위로 자리를 비우게 된 건지 소상하게 적혀 있었다.

방금 전, 나와 교전한 예의 가이드가 도주진에게 접근한 건 점심시간이 끝난 직후였던 모양이다.

무언가 도주진의 환심을 살 만한 제안을 건넨 예의 가이드.

그렇게 대화를 나눈 결과, 도주진은 예의 가이드의 언행에서 위화감을 느낀 모양이었다.

어쩌면 강원도 지부에 들어온 첩자가 아닐까.

도주진의 쪽지에는 그런 의혹이 기입되어 있었다.

때문에, 도주진은 가이드의 제안에 응하는 척했다.

예의 가이드가 제시한 조건은 한 개.

특정 시간까지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산마루까지 올 것.

누군가 이 쪽지를 발견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를 지부장에게 알려달라는 말과 함께 쪽지도 끝났다.

……어리석다고 말하면 그 뿐이겠지.

스스로의 실력을 너무 과신한 결과, 상대의 바닥을 보지 못한 건 틀림없는 실수다.

그렇지만 본인으로서는 나름 합리적으로 판단한 결과겠지.

설마 지나가던 일개 가이드가 자신을 상회하는 S랭크 실력자일 거라고 도대체 누가 예상할 수 있었겠나.

산 정상에 매복하고 있을 다수에 의한 협공 정도는 이 쪽지를 발견한 지부 측에서 지원을 보낼 때까지 버틸 자신이 있었겠지.

여러모로 보았을 때, 도주진의 판단은 합리적이었다.

그러므로.

굳이 따지자면, 합리적이지 않은 건 바로 이 세상이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까지만 해도 맹위를 떨쳤던 대침공을 다시 한 번 일으키려는 녀석들이 있다.

이에 맞추어 나라를 팔아 자신들의 안전을 도모하려는 세력도 있다.

인류를 배신하고 자신들만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작자들도 있다.

비합리적인 세상. 비합리적인 사고.

비합리적인 이 시대에서, 우리들 사냥꾼은 언제나 싸우지 못하는 이들을 대신해 판단하길 종용받는다.

만에 하나 오판을 내리면 날아가는 건 자신의 목.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참으로 비합리적인 운영이다.

하지만 이 세상은 게임이 아니었고, 때문에 선택을 그르친 도주진 또한 스스로의 선택과 그 결과를 감당해야 했다.

흔한 일이었다.

어쨌든.

덕분에 나와 윤하 또한 별다른 문책을 당하진 않았다.

스탬피드 내내 숨어있던 윤하의 짝꿍 또한 마찬가지였다.

물론 현장학습 일정은 남김없이 중단.

남은 예정 또한 하는 듯 마는 듯 대충 시간만 떼우길 하루.

마침내 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다.

"이야, 다른 애들은 이거 모르겠죠?"

그리고.

버스에 오르기 직전, 황윤하가 눈을 떴다.

다행스럽게도, 윤하 또한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옆구리에 구멍이 뚫렸다 다시금 메워진 걸 어쨌든 나았으니 괜찮다는 식으로 치부한다면 말이지만.

최고급 포션 덕분일까, 아니면 나름 극진했던 강원도 지부의 대접 때문일까.

윤하는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옆구리로 생명을 쏟아내고 있던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활기찼다.

방금 전 질문만 해도 그랬다.

"모르지."

말 그대로였다.

다른 애들은 이번 현장학습 동안 일어난 사태에 대해 자세히 듣지 못했다.

스탬피드가 일어났다는 것 정도는 짐작하겠지.

갑자기 취소된 일정 또한 그 일환이라는 사실도.

어쩌면 다음 날 뉴스 따위를 보고 기적적으로 민간 피해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에 감탄을 토할지도 모른다.

다만, 딱 거기까지.

현장학습 도중 일어난 스탬피드가 달린 누군가의 손길이 닿은 인위적인 사건일지도 모른다는 점.

나아가서는, 그 과정 도중 도주진이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은 어느 신문에도 실리지 않을 거다.

동료나 가족들은 안타까워하겠지.

그러나 이 미친 세상에서, 고작해야 헌터 한 명의 죽음은 그렇게 신기한 일도 그렇게 다루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머잖아 우리들이 떠나고 나면 강원도 지부에서도 장례식이 시작되겠지.

학생들 앞에서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 없어 입을 다물었던 이들 또한 눈물을 흘릴 수 있으리라.

협회에서는 유족들에 대한 보상을 약속할 테고.

도주진의 경력을 고려하면 그조차 없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렇게.

아직 우리들에게도 희망이 있다 말하기 위해 사람의 손으로 띄운 별Star이, 또 하나 저문다.

언제나 그랬듯이.

도대체 얼마나 되는 별을 떠나보내야 이 끝없는 밤을 모조리 불사를 수 있을까.

누구 하나 답을 아는 이들은 없이, 오늘도 사람들은 새로이 떠오른 계명성에 환호하겠지.

환호하며 눈을 돌리지 않고선 살아갈 수 없을 만큼 각박한 세상이니까.

드넓은 우주 속에서, 별의 죽음이란 이토록 초라했다.

그리고 윤하 또한 이를 실감하고 있었다.

"쌤."

"왜."

"사실 저 자퇴하려고 했음."

"왜?"

"헌터 관두려고요."

"그러냐."

영양가 없는 대화의 행진이었다.

그런 내 반응에, 윤하는 삐죽 하고 입술을 내밀었다.

"거 반응 한 번 더럽게 담담하네."

"여기서 내가 눈물 콧물 짜면서 말릴 수도 없잖냐."

"왜 안되는데요?"

"네 앞으로의 인생이 걸린 문제니까."

그러니 내가 함부로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그렇게 말하려던 입을 다문다.

어째서일까.

적당한 답. 괜찮은 답.

무난한 해답 대신, 나는 다음 순간 진심을 내뱉고 있었다.

"그리고."

"그리고?"

"쓰레기 같은 직업이잖니."

내 말에 윤하가 문득 쓴웃음을 지었다.

단, 반론은 없었다.

아마도 윤하 또한 어딘가에서 실감하고 있었던 사실이겠지.

남해 지부에서의 일일까, 그렇지 않으면 무엇일까.

어쩌면 이번 사건을 보고 한층 더 깊어진 생각일지도 모르고.

자세한 사정은 역시 알 수 없다.

알 수 없지만, 사실 몰라도 별로 상관은 없으리라.

미쳐버린 상실의 시대다.

나야 좋답시고 깔깔대며 살아가곤 있지만, 헌터가 회의감을 느끼기 위해 굳이 사연을 찾아 나설 필요까진 없는 세상.

그게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첨단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놀랐네요."

"또 뭐가."

"말리실 줄."

"내가 왜?"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야 윤하에 대해선 여러모로 손을 쓰기도 했지.

지금 알바 자리만 해도 자퇴를 막고자 주선한 면모도 있고.

다만.

아무리 그래도 목숨이 아까워 자퇴하겠다고 하면, 역시 나로서도 말릴 수 없다.

"아쉽긴 하겠다만."

"네?"

"뭐냐, 그 반응은. 윤하 너, 선생님을 얼마나 냉혈한으로 보고 있던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아쉬워요? 왜?"

"재능 있으니까."

내 말에 윤하가 한층 더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었다.

하긴, 재능이라 해도 갑자기 와닿진 않겠지.

아마도 윤하가 생각하고 있는 재능은 예은이 쪽이랑 비슷한 부류일 거고.

뭐, 윤하의 능력도 나쁘진 않지만 역시 예은이가 능력을 다루는 모습에 비하면 부족한 게 사실.

다만, 내가 말한 재능은 그런 게 아니었다.

"윤하야."

"옙?"

"도와줘서 고맙다, 이번 싸움."

"엥? 아, 그거요?"

멋쩍은 태도로 뒤통수를 긁적이는 윤하.

아무래도 영 탐탁치 않은 모양이다.

하긴, 본인이 보기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

심각한 상황이라 생각해 뛰어들었더니 정작 당사자인 나는 이렇게 멀쩡하고.

거기에 윤하 자신까지 멀쩡한 걸 보면 애초에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

물론 실제로 기습을 허용했다면 상당히 위험했겠지만, 그건 차처하더라도.

"알고 있었지? 상대가 너보다 강하다는 거."

"어, 그렇죠 뭐."

"그런데도 너는 뛰쳐나왔어. 그리고 내 목숨을 구했지."

내게 포션이 있다는 사실.

어쩌면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상대의 목적이 나라는 사실.

그래서 본인이 공격당할 위협은 거의 없다는 사실.

이 모든 사실을 알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윤하는 몸을 움직였다.

……그건 충분한 심사숙고 끝에 내려진 판단이 아니었다.

거의 반사적인 행동이었을 테지.

솔직히 말하자면, 헌터로서도 담임으로서도 칭찬해선 안 될 행동이다.

그렇지만.

그런 의무감.

앞뒤 상황 재어보고 승산이 충분할 때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달려드는 행동.

바로 그런 마음이야말로, 우리들을 피에 미친 괴물이 아닌 괴물 잡는 사냥꾼으로 만드는 기준이 된다.

물론, 실수 한 번이 죽음으로 직결된다 이야기한 내가 할 말은 아니겠지.

다만, 내가 도주진의 위태로운 속내를 눈치채고도 따로 불러내 훈계하지 않은 이유 또한 바로 거기에 있었다.

아무리 뛰어난 헌터라 해도, 판단을 그르친 순간 맥없이 죽어버리는 게 바로 이 세계다.

허나.

저런 마음이 없다면 설령 헌터가 된다 할지라도 사람을 구할 순 없는 법이다.

"푸, 하하, 푸하하하핫!!"

그런 내 말을 듣고 한동안 멍하니 있던 윤하가, 문득 웃음을 터트렸다.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잠시 기다리고 있자니, 점차 윤하의 웃음소리 또한 잦아들었다.

그리고.

"에이, 씨. 기분이다!! 그런 말도 들었겠다, 까짓거 헌터 함 해 봅시다!"

"……괜찮겠냐?"

"어, 그런 질문 금지. 마음 흔들리니까."

"아이고, 아주 장사 납셨군."

"뭐 어때요, 요즘이 전공 맞춰서 직장 다니는 시대도 아닌데. 마침 재능 있으면 좋을 일이지, 뭘."

틀린 말도 아니었다.

"게다가, 나도 들었거든요."

"뭘?"

"제 3차 대침공이 어쩌고저쩌고 했었죠?"

"……깨어 있었니?"

"비몽사몽하긴 했는데."

"그래. 그런다더라."

"거 참, 호로 새끼들이네."

씨익,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웃어 보이는 윤하.

"제 동생들이 사실 중학생이거든요."

"알지 그럼."

"아, 직접 보셨댔지. 뭐, 어쨌든. 걔네들은 저번 대침공 때 완전 꼬마들이었거든요."

"넌?"

"에이, 전 그 때도 소녀 가장이었죠."

퉁퉁, 가볍게 주먹을 맞부딪힌다.

숫제 우스꽝스러운 행동.

때문에, 나 또한 그 사이로 조용히 떨고 있는 윤하의 주먹은 못 본체 넘어가기로 했다.

"아무리 그래도 걔들한테 대침공 한 번 겪어보라는 식으론 말 못 하죠."

"그러냐."

"좋은 경험도 아니잖아요?"

"그렇지."

거기까지 가면 내가 해줄 수 있는 말도 하나 뿐이다.

"윤하야."

"……네."

"선생님보다 먼저 죽진 마라."

대답은 없었다.

그 사실이 조금 아니꼽게 느껴지긴 했지만, 슬슬 버스도 떠날 시간이었다.

"됐다, 가자. 버스 떠난다."

툭, 툭.

가볍게 윤하의 어깨를 두들기며 걸음을 옮긴다.

마찬가지로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지만, 그 뒤로 조용히 따라붙는 발소리가 대신 내 귓가를 울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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