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2화 〉 사냥감이 사냥꾼을 사냥하는 방법
* * *
'아무리 그래도 이건 뭔가 이상한데.'
황윤하는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그렇게 평가했다.
도주진인지 뭔지 하는 헌터를 마주치길 어언 10분.
그 때부터 지금까지 도주진은 줄곧 산행만을 계속하고 있었다.
처음엔 주변에 있는 몬스터라도 솎아낼 생각인가 싶었지만,아무래도 그건 또 아닌 듯하고.
심지어 몇 번을 불렀는데도 여태까지 반응 한 번 없는 걸 보면 생각에 잠겨도 단단히 잠긴 것 같다.
결국 황윤하 또한 이해를 포기하고 그 발자국을 뒤따르길 잠시.
슬슬 산 정상의 망루가 보이기 시작했을 땐 아무리 황윤하라 해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뭐야 이거.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 상황이다.
황윤하는 알고 있었다.
이 산 정상에는 강원도 지부가 설치한 던전 감시용 망루가 있다는 사실을.
헌데, 갑자기 저길 왜?
'우리들을 찾으러 왔던 게 아니었나?'
당장으로선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고작해야 던전 체험 하나 때문에 망루를 가동시킬 리도 없으니.
설령 그렇다 치더라도 정작 당사자인 학생 본인의 말을 무시해서야.
하여튼,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는 건 자명한 일이었다.
때문에 황윤하 또한 더 이상 여유를 부릴 수는 없었다.
끈적끈적한 위화감이 목덜미 너머로 다가오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허나.
"아니, 씹!!"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윤하는 지금 이 상황에 손 한 번 쓸 수 없었다.
왜냐하면 저 멀리 뛰어가는 도주진의 발걸음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었던 탓이다.
거의 전투 상황에 가까운 속도였다.
마지막까지 어떻게든 따라붙기 위해 애를 쓰던 황윤하였으나, 결국 따라잡기는커녕 도주진의 모습을 놓치고 말았다.
물론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도주진의 모습으로 보건대 정상의 망루를 향하고 있었던 건 거의 확실했으니까.
문제는.
'이대로 뒤를 밟아도 될까?'
여하간, 지금 도주진 헌터의 모습은 어딜 봐도 심상찮기 그지없었다.
무슨 사정인지는 몰라도, 일개 학생인 자신이 끼어들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다음 순간 그녀는 별다른 망설임 없이 정상을 향해 발을 옮겼다.
박우찬이 이야기했던 황윤하 특유의 대범함.
무심함에 가까운 반응이 역으로 작용한 것이다.
당연하지만, 그녀도 바보는 아니다.
거기에는 몇 가지 확신이 있었다.
예를 들면, 장소.
학생들이 던전 체험을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 심각한 일을 벌이진 않을 거라는 확신.
혹은, 설령 위험에 빠져도 자신을 구하러 올 사람이 있다는 기대다.
그런 사람이니까.
아마도 지금껏 자신이 허둥대는 모습을 멀리서 관람하고 있을, 성격 나쁜 담임 교사는.
……어쩌면 방심에 가까운 마음. 신뢰라 포장하기엔 무거운 감정.
그러나 현실은 그런 사정을 고려해주지 않는다.
때문에.
"컥, 커헉……!!"
별다른 생각 없이 망루로 올라간 윤하가 보게 된 것은, 한 사람의 죽음이었다.
심장에 구멍이 뚫린 채 그대로 널부러지는 사내.
방금 전까지만 해도 씩씩하게 산을 오르고 있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얼굴로, 생명이 식어간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방금 잠깐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그런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한다.
농밀한 죽음의 향기.
동시에.
'화약 냄새?'
윤하의 후각이 알싸하기 짝이 없는 냄새를 포착했다.
확실했다.
이 시대에선 보기 드문 초연의 향기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거기에 대해 윤하가 대답을 내리기도 전.
"비참하기 짝이 없는 몰골이로군요."
누군가.
도주진 앞에 서 있던 누군가는,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그리 소평했다.
흠칫, 무심코 어깨가 떨릴 정도로 냉혹하기 그지없는 목소리.
나긋나긋한 어조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생사에 일체 개의치 않는 무정함이 느껴지는 언동이었다.
"그러게 순순히 협력했으면 좋았잖습니까."
"네, 놈새끼야말로 무슨 목적이냐……!"
"으응? 아니, 말씀드렸지요?"
"이제 와서 그딴 말을 믿으라고……?!"
"아아, 도축업자 운운하는 이야기야 당연히 거짓말이지요."
하지만.
그런 그녀라 해도 무시할 수 없는 단어가 있었다.
'도축업자?'
알고 있는 단어였다.
아니, 별칭이라고 하는 편이 좋을까.
현역 시절 일찍이 담임의 별명이었다고 했던가.
헌데, 여기서 왜 그 이름이?
자신도 모르게 숨소리를 죽이며 윤하는 다음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다만, 수단 쪽은 진심이었답니다."
"미친 자식……!!"
"너무하시네. 상처받는다구요?"
그리 말하며 능청스레 어깨를 으쓱이는 사내.
현재 윤하가 있는 위치에서는 얼굴조차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지만, 그 목소리에서 남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니, 그 이전에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스탬피드를 일으키면 몬스터와 싸우는 도축업자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틀린 말은 없지 않나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나는, 헌터다!"
"네. 감동적인 연설, 아주 잘 들었습니다. 직업 만족도가 높은 삶을 살아오신 듯하여 마음이 놓이네요."
그리고.
탕, 탕!!
연거푸 쏘아진 사격이 다시 한 번 도주진의 몸을 꿰뚫었다.
신체 강화 능력으로 간신히 목숨만 부지하고 있던 도주진 헌터에게 있어선, 틀림없는 치명상.
덕분에 황윤하도 알 수 있었다.
방금 전, 도주진이 마지막으로 쥐어짜낸 목소리가 사실상 그의 유언이 되었다는 사실을.
……그 뒤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시체를 만든 사내는 그대로 모습을 감추었다.
동시에, 쿵 하는 땅울림.
지진이라도 시작된 양 이리저리 흔들리기 시작하는 망루 어귓가에서, 황윤하는 무릎을 웅크린 채 벌벌 떨고 있었다.
눈 앞에서 일어난 참상.
사람의 죽음.
몬스터가 일으킨 비극엔 익숙해도, 사람이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은 아무래도 익숙해지기 힘든 무언가가 있었다.
투둑, 투둑.
내리기 시작한 빗소리가 쏟아지듯 경쾌한 리듬을 이루고, 어느 순간 그조차 뚝 하고 끊겼을 때.
두려움에 사로잡힌 윤하의 시계 한구석에, 난입자가 나타났다.
"도주진 이 씨발 새끼!!"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경박함.
쩌렁쩌렁한 목소리.
담임인 박우찬이었다.
그 사실에, 황윤하가 얼마나 되는 안도감을 느꼈던가.
나를 구하러 온 걸까?
에이, 아무려면 어때.
차라리 올라오질 말 걸 그랬어.
어느 쪽이든, 나 좀 살려줘요 선생님.
그렇게 말하려던 황윤하의 입이 덜컥 하고 멈췄다.
단순한 우연인가?
아니면, 누군가의 의도인가.
그리 말하며 뛰쳐나가려던 황윤하의 눈에, 망루 저편에서 슬며시 고개를 내민 총구가 보였다.
덜컥.
두려움이 그 발목을 잡아챈다.
저게 뭐야.
저게 왜 여기.
말도 안 돼.
도망친 게 아니었어?
왜?
사고가 벼락을 맞은 듯 가속하기 시작한다.
쭈욱 하고 잡아늘어진 시간 속.
당황한 듯 경직된 박우찬의 얼굴이 지독할 정도로 선명하게 보였다.
지금 나서지 않으면 죽는다.
죽어버린다.
그런 사실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 정도로 깔끔한 기습이었다.
때문에.
남은 1초동안, 황윤하는 세상을 원망하며 시간을 보냈다.
말해야 해.
알려주지 않으면 죽을 거야.
아무리 담임이라 해도 저건 못 버텨.
피해야 해.
그러면?
내가 피하라고 하면, 그 다음은?
내가 죽는 거 아니야?
왜?
난 죽기 싫은데.
내가 범인이어도 나를 노리지 않을까?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러면?
하필이면 왜 내가 이런 상황에 놓인 거야?
제기랄, 난 헌터 따위 하고 싶지도 않았다고.
돈만 많았으면 처음부터 거들떠보지도 않았을걸.
돈이 없잖아.
비극의 시작이었지.
진짜로 싫어.
돌아가면 포기할 생각이었다고.
애초에 누가 죽길 바란단 말이야.
죽고 싶다는 말은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뜻이라고.
죽기 싫어.
그럼 가만히 있으면 되잖아.
"쌤!!"
다음 순간, 황윤하는 달리고 있었다.
왜일까. 어째서일까.
몇 번이나 자문해도, 뚜렷한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씨발.'
자신도 모르게, 황윤하는 그리 헛웃음을 흘렸다.
세상에 이런 빡대가리가 다 있나.
단지.
한 가지 깨달은 사실이 있었다.
그런 빡대가리라 해도 깨달을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방금 자신이 떠올린 생각은 실로 역겹기 그지없었다는 것.
죽기 싫으니까, 무서우니까.
그런 이유로 아는 사람을 향해 나 대신 죽어달라 부탁하는 건 뭔가 생각 이상으로 쪽팔린 짓이었다.
……의무감 따위가 등을 떠밀었던 건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조금 쓸쓸하겠다고 생각했다.
무엇이?
'담임이 사라진다는 게.'
문득, 황윤하는 언젠가 보았던 담임의 얼굴을 떠올렸다.
미친 납치범을 상대로 자신을 구해낸 그 옆얼굴이, 아니다.
어느 날.
학교를 빠지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자신을 찾아와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던 담임의 표정이.
새로운 아르바이트를 소개해 주고, 그 근황을 물으러 찾아오던 담임의 뻔뻔스러운 낯짝이.
다른 누구에게도 털어놓은 적 없던 자신의 고민에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던 담임의 모습이.
이제 와서 사라진다는 건, 조금 쓸쓸한 일이었다.
……쭈욱 하고 잡아늘어진 시간 속.
앞으로 남은 1초동안, 황윤하는 세상을 원망하며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찰나가 지난 다음 순간, 황윤하는 불현듯 자각했다.
어째서 자신이 이렇게 구구절절 되지도 않는 말을 늘어놓고 있는 건지.
그리고.
충분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담임의 당황한 얼굴은 어째서 저토록 선명하게 보이는 건지.
'니미.'
이거, 주마등이구나.
마력을 담은 탄환이 방패를 산산조각낸다.
뒤늦게 발동한 능력조차 별다른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처음으로 총을 맞은 감각이 어땠는진, 아무래도 설명하기 힘들었다.
백열하는 듯한 고통. 아픔. 추적추적 흐르는 피의 감촉과 향기.
삽시간에 들이닥치는 감각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황윤하의 의식은 무저갱 너머로 가라앉았다.
틀림없는 치명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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