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6화 〉 몽마들의 여왕
* * *
호텔 상공.
탁 트인 하늘 아래로 대치가 이어진다.
한 쪽은 몽마.
여태까지 그 힘을 숨긴, 두렵기 그지없는 몽마들의 여왕.
한 쪽은 사냥꾼.
몽마의 여왕을 죽이기 위해 지금 이 상황을 유도한, 괴물을 죽이는 수렵자다.
그렇기에.
무겁게 깔린 정적을 깨트린 건, 몽마가 아닌 사냥꾼.
다시 말해 박우찬 쪽이었다.
몽마 특유의 마력이 완전히 파훼당한 지금 이 시점.
과연 어떤 수를 두어야 할 것인가?
여왕과 달리, 박우찬은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던 덕이다.
부우우우웅!!
파공성.
방금 전까지만 해도 대검 손잡이에 감겨 있던 쇠사슬이 몽마를 향해 날아들었다.
원심력 하나 싣지 않은 언더 스로.
그러나.
단순한 견제라 말하기엔 지나칠 정도로 섬뜩한 굉음이었다.
사슬 끝에 달린 무게추가 닥쳐드는 모습을 보며, 급하게 날개짓하는 여왕.
아슬아슬하게 여왕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간 무게추가, 다음 순간 핑그르 하고 돌았다.
쇠사슬 끝.
가볍게 손목을 튕긴 박우찬의 동작에 따라, 사슬이 마치 채찍처럼 휘었다.
그대로 여왕의 팔목을 물어뜯는 강철의 뱀.
거기에 질겁한 몽마가 무어라 입을 열기도 전에, 곧 뭉툭한 충격이 사슬을 타고 흘렀다.
'성수!'
일전에도 언급했다시피, 아무리 박우찬이라 해도 성수를 상시 구비해둘 순 없었다.
제대로 된 성수를 만들기 위해선 고위 성직자의 축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그렇게 구한 성수조차 본질은 단순한 물.
가만히 내버려 두면 증발해버리고 만다.
때문에, 박우찬은 다른 도구와 달리 성수에 한해선오히려 박리다매를 선호하는 편이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성수 또한 마찬가지였다.
농담으로도 고품질이라 말할 수 있을 물건은 아니다.
단지.
아주 잠깐, 성수와 접촉한 여왕의 몸이 굳었다.
그리고 박우찬에겐 그 정도만 있어도 충분했다.
날개조차 휘적대지 못할 찰나.
그 틈을 타, 대검의 보조 손잡이를 쥔 박우찬이 온 몸의 힘을 다해 이를 휘둘렀다.
손잡이 끝에 연결된 사슬이, 차르륵 쇳소리를 낸다.
동시에.
다시 한 번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여왕의 몸이 하늘 멀리 솟구쳤다.
"흐으음!!"
"꺄아아아악?!"
쇠사슬에 감긴 여왕의 몸을 한층 더 높이 던져버린 탓이다.
마비된 날개를 억지로 움직여, 간신히 자세를 바로잡는 여왕.
그런 그녀를 향해 성수에 적신 쇠구슬들이 날아들었다.
평소 박우찬이 애용하는 야구공 사이즈의 철구와는 달리, 딱 유리구슬만한 암기.
성수에 담가두기엔 최적의 크기였다.
"큿!"
물론 사슬의 길이에도 한계가 있다.
하늘 멀리 날아간 덕택에 역으로 자유를 되찾은 손목을 문지르며, 여왕이 회피 기동을 취한다.
무대는 하늘.
조막만한 쇠구슬 따위로 날개 달린 몬스터를 포착하긴 어렵다!
당연하지만, 박우찬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다음 순간, 빗나간 쇠구슬이 빛을 발한다.
그리고.
"끄윽……?!"
여왕을 지나친 쇠구슬이, 스스로 궤적을 바꾸어 그 등허리를 내려찍었다.
구슬의 표면을 감싸고 있던 박우찬의 마력 때문이었다.
마력을 조작해, 실시간으로 쇠구슬의 움직임을 제어한다.
말이야 쉽지, 이미 던진 공의 표면과 마찰력 따위를 계산해 자유롭게 제어하는 듯한 묘기다.
고작해야 몇 개밖에 안 되는 쇠구슬이 대상이라 하나, 박우찬이 아니면 불가능할 기예였다.
안 그래도 줄곧 박우찬에게 수를 내주고 있는 상황.
자유롭게 움직이는 쇠구슬을 상대하고 있으니, 하늘 아래에서도 점점 피할 장소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허면.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정말로 몇 개 되지 않는다.
다음 순간, 그녀의 전신을 몽마 특유의 마력이 감쌌다.
성수의 품질 자체는 싸구려.
마력으로 방어하지 못할 정도도 아니다.
거기에, 지금까지 입은 데미지도 따지고 보면 얼마 되지 않는다.
애시당초 몽마는 꿈 속의 존재.
성수가 없다면 물리적인 간섭도 힘들고, 그조차 그녀 정도가 되면 저렴한 성수로는 제대로 된 타격조차 주기 어렵다.
두텁게 전개된 마력이 이윽고 날아들던 쇠구슬을 완벽하게 방어한다.
그렇기에.
숨을 돌리고자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있던 여왕은, 다음 순간 머리 위로 작렬하는 충격에 무심코 헛숨을 토하고 말았다.
물론 박우찬 때문이었다.
마력에 의한 방어.
당장 취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다.
반대로 그런 만큼 예측하기도 쉬웠다.
쇠구슬 자체를 파괴하거나, 데미지를 무시하고 돌진.
어느 쪽이든, 태생이 육탄전에 적합하지 않은 몽마로서는 쉬이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다.
허면, 저 쪽이 선택할 만한 수는 십중팔구 마력에 의존한 방어.
그 틈을 노린 일격이었다.
몽마의 마력이 지닌 본질이라 하면 안개 혹은 그림자.
전개할 시, 단박에 시야를 확보하긴 어렵다.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무작정 마력을 휘두를 경우, 스스로의 시야까지 자연스레 차단하고 말겠지.
물론 태생이 안개나 그림자에 어울리는 종족이므로, 그건 정말로 찰나에 지나지 않으리라.
'충분하지.'
그 정도면 박우찬에겐 차고도 넘친다.
축지.
마력으로 전신을 고치처럼 감싼 여왕의 배후를 점한다.
사내가 가장 먼저 몽마의 여왕을 상공으로 내던진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첫째는 비행 능력을 제약하기 위해서.
선수를 취할 수 있다는 이점을 활용해, 날개의 기동성을 신체의 제어에 할애하도록 강요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둘째는 민간인 보호를 위하여.
호텔 밖으로 몸을 던진 여왕의 행동은, 사실 박우찬으로서도 상당히 귀찮은 수였던 탓이다.
여러 층으로 나뉜 호텔과 달리, 창 밖은 곧바로 하강해 민간인을 인질로 잡을 수 있을 테니까.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박우찬 또한 조심에 조심을 더하겠지만, 만에 하나라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가장 먼저 기동성을 묶는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전장으로 끌어들인다.
그래야 할 필요가 있었다.
때문에, 날개의 움직임을 빼앗았다.
암기를 사용해, 공간을 장악했다.
방어를 강요해, 스스로의 시야를 차단토록 했다.
여기까지 몰아넣었다면, 이 다음은 손쉽다.
"10억 베기!!"
힘차게 휘두른 일격이, 마력의 고치를 내려쳤다.
쿠우웅!!
여왕의 육체가 호텔 옥상에 정확히 쳐박혔다.
마력 장벽 때문에 제대로 목을 취하진 못했으나,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랫쪽에서 공격이 날아들던 탓일까?
여왕의 반응이 늦었다.
허망하게 비산하는 마력 너머로, 당장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이해하지 못한 듯 곤혹을 삼키는 여왕의 얼굴이 보였다.
그런 몽마를 향해, 사냥꾼은 대기를 박차며 추락했다.
"20억 킥!!"
그리고 다음 순간, 여왕은 생각했다.
아니, 킥이 아니잖아 이거.
박우찬이 다루는 거검.
그 손잡이에 달린 무게추가 여왕의 빰을 후려갈겼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던 신음성이 우직 하고 짜부라지는 게 느껴졌다.
쿠웅, 가라앉는 옥상.
단 두 번의 공격으로 수십억 대의 피해를 발생시킨 사냥꾼과 그 피해자인 여왕이, 호텔 최상층으로 추락한다.
동시에.
"30억 펀치!!"
물론, 다음 순간 날아든 공격 또한 당연히 펀치가 아니었다.
혹시 몰라 아껴두었던 칼날이, 이번에야말로 그 목을 노리기 위해 이를 번뜩인다.
여왕의 뺨을 갈기기 위해 밑으로 향했던 손잡이를, 핑그르 손아귀 안에서 회전시킨다.
이를 이용한 올려 베기.
초승달 모양으로 휜 칼날이, 몽마의 턱끝을 쪼개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걸 피할 수 있었던 건 정말로 단순한 우연의 산물이었다.
몽마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재산은 결국 얼굴.
때문에, 일단 얼굴이라도 지키고자 턱끝을 젖힌 여왕의 판단이 간신히 그 명줄을 붙들어놓은 것이다.
방금 전과 같은 굉음은 없었다.
절제된 기술.
칼날에 담긴 무식한 힘을, 사냥꾼이 온전하게 제어한다.
그리고.
바닥에 넘어진 여왕의 심장을 향해, 수직으로 곤두세운 칼날이 떨어졌다.
서겅!!
피보라가 날았다.
이번에도 판단은 나쁘지 않았다.
서큐버스라 한들, 그 본질은 인간의 정욕이 구현된 악마.
신체 구조만큼은 인간과 별로 다를 게 없다.
심장을 뚫리면 죽는다.
그러니 다른 걸 내준다.
바야흐로 악마적인 판단이라 할 수 있었다.
가슴팍을 가린 양팔이 그대로 하늘을 날았다.
대검 끝.
초승달 모양으로 꺾인 칼날이 절묘하게 움직여 두 팔을 정확히 도려낸 탓이다.
그렇게 번 시간도 결국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머잖아 심장을 내어줄 수밖에 없겠지.
그러나.
지금 여왕에게 있어선 그 찰나조차 귀중한 시간이었다.
힘껏 웅크린 날개가, 다시 한 번 호텔 바닥을 때린다.
내려친 대검의 위력이 나가떨어진 양 팔을 통해 바닥으로 분산된다.
덕분에.
"흠."
처음으로 사냥꾼이 군소리를 내고 말았다.
방금 전 몽마의 행동에 의해, 다시 한 번 호텔 바닥이 붕괴한 탓이다.
추락에 뒤이은 추락.
박우찬의 대검 또한 덕분에 여왕의 심장을 취하지 못했다.
아쉬움은 잠시.
부유감 속에서, 사냥꾼의 시선이 다음 층을 살핀다.
무너지는 호텔 바닥을 방패로 삼아 여왕이 그 모습을 감추었기 때문이다.
물론 능력을 사용하면 색출하는 건 손쉽겠지.
다만.
'내키지 않아.'
고랭크 헌터와 몬스터 사이의 싸움은 한 수 한수가 서로의 목을 옥죄는 법.
능력 한 번 쓴다고 그 사이 뒤집힐 만한 판세는 아니었지만, 반대로 정직하게 수를 허비할 필요도 없다.
그렇기에, 다음 순간 박우찬은 망설임 없이 허리춤에 찬 병을 허공으로 내던졌다.
몽마의 여왕 또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치이익, 팔의 단면이 섬뜩한 소리를 냈다.
성수가 발휘하는 효과였다.
다행스럽게도, 방금 전 임기응변은 나쁘지 않았다 스스로도 자평할 수 있었지만…….
'어떡하지, 어떡하지?!'
결국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저 성스러운 천을 돌파할 수 있을까.
아직 제대로 된 해법을 찾지 못한 여왕의 머리가 바쁘게 돌아간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박우찬은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할 시간 따위 줄 생각이 없었다.
전투에 할애되어 있던 여왕의 사고가, 다음 순간 분홍빛으로 물든다.
시야 한구석에서 나타난 유리병 때문이다.
나부끼는 뚜껑 너머.
새하얀 액체를 흩뿌리고 있는 저 병들은…….
"와아아아악!!"
여태까지 하고 있던 모든 고민을 방폐한 채, 여왕이 뛰쳐나왔다.
팔이 있었다면 아주 네 발로 기어다닐 기세였다.
'쉽구만.'
그 모습을 바라보며, 박우찬은 검을 고쳐 쥐었다.
박우찬이 서큐버스들을 빡대가리라 비하하는 건 다름이 아니다.
보다시피, 정말로 빡대가리인 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중세의 수도사들도 그렇게 믿었다.
전승에 이르길, 서큐버스는 멍청하기 때문에 우유와 정액을 구분하지 못한다.
때문에, 머리맡에 우유 담은 잔을 놓아두면 수도사들을 착취하는 대신 좋답시고 그걸 가져간다던가.
저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무래도 틀린 말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설마 몽마의 여왕이라는 작자가 편의점에서 사 온 우유 몇 병에 눈이 돌아갈 줄이야.
센스는 나쁘지 않지만, 본능까진 극복하지 못했다고 해야 할까.
하긴, 혼혈들조차 어느 정도 본능에 귀속당하기 마련이니.
진짜배기 몬스터라면 더더욱 그렇겠지.
'지희도 훈련시켜야겠네, 이거.'
몽마나 혼혈이라 한들, 일부 능력자의 무조건적인 상위호환은 아니다.
이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광경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고작 우유 몇 병에 빈틈을 보여서야.
아니, 팔이 날아간 만큼 힘을 보충하려는 본능이 강해진 탓도 있겠지만…….
어느 쪽이든, 박우찬이 고려해야 할 사항은 아니었다.
"자, 잠깐!!"
그제서야 뒤늦게 박우찬을 발견한 여왕이 그렇게 외친다.
물론 박우찬은 멈추지 않았다.
당연히, 여왕 또한 기대하진 않았다.
다음 순간.
콰르르르륵!!
불어닥친 바람과 함께, 호텔의 외벽이 날아갔다.
바로 밑.
아랫층을 통째로 삼키며 모습을 드러낸 괴물 때문이다.
이게 바로 그녀가 호텔을 통째로 대절한 이유.
중층에 설치한 공간 조작 마력 결정 너머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몬스터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와우.'
이건 예상 못했는데.
그렇게 뇌까리는 박우찬 너머로, 괴수가 준동한다.
완전히 날아간 호텔 상층부.
처음 싸우기 시작할 때보다 훨씬 깊게 파고들었음에도 불구하고,어느덧 날아간 호텔 외벽 너머론 푸른 하늘이 보일 지경이었다.
설마 다른 몬스터를 사역하고 있었을 줄이야.
아니, 몽마의 여왕 즈음 되면 짐승이나 붉은 용을 타고 있는 모습으로도 나타나니 그럴 만도 한가.
감상을 마친다.
어마어마한 덩치 탓인가, 슬쩍 훑어본 걸로는 어떤 종인지 알아보기 힘들었다.
느껴지는 마력은 A랭크 이상.
얼추 보기엔 곤충형 몬스터같긴 한데.
'몽골리안 샌드웜?'
당장 생각할 수 있는 건 그 정도였다.
확실히, 서유기 속 멤버들이 떼몰살당할 뻔한 괴물 샌드웜에 대한 전설이 몽골 쪽에 전해지고 있었던가.
아무래도 좋을 사실이다.
그렇기에.
쨍그랑!!
창고 속을 뒤적이던 박우찬이 곧 무언가를 내던졌다.
그렇게 내던진 물건이 유리창 깨지는 소리와 함께 푸른 빛으로 바스러지길 잠시.
끊임없이 용틀임하던 괴물 벌레의 아가리가 뚝 하고 멈췄다.
신의 눈Nazar Boncuğu.
터키나 그리스 등에서 전해지는 부적이다.
현대엔 단순히 행운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 본질은 마안 대처.
바라보는 행위를 통해 타인에게 불행을 흩뿌리는 '사악한 시선'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배화교의 창시자 된 조로아스터의 일화에서 등장하는 바와 같이, 신성한 눈을 본뜬 부적으로 이를 빗겨대는 것이다.
그리고.
저 부적이 효력을 발휘했다는 건, 달리 말하자면 이 일대에 마안의 영향이 작용하고 있었다는 뜻.
아무래도 마안을 사용해 억지로 사역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괴물 벌레 새끼도 번쩍 정신이 든 모양이고.
'좀 낫군.'
전설 속 몽마의 파트너 따위를 데리고 온 거였다면 과연 이 쪽도 조금 더 손을 써야 했겠지.
그렇기에 박우찬은 순수한 마음으로 감사를 표할 수 있었다.
"입 닫지 마라, 좆같으니까."
물론 감사와 보답은 별개다.
다시 한 번 창공을 박찬다.
닫혀가던 하늘 너머.
순식간에 벌레의 주둥이를 벗어나자리를 잡은 박우찬이 마음껏 숨을 삼켰다.
벌레 새끼의 구취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콤한 향이 느껴지는 듯했다.
그 마음을 담아 칼끝에 마력을 싣는 박우찬.
동시에.
하늘 위에선 있을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한 회전을 더한다.
"50억 쳐죽이기!!"
그렇게 흩뿌린 마력의 칼날이, 다물린 벌레의 주둥이 위로 작렬했다.
그리고.
그 이름과 같이, 벌레의 육신과 함께 호텔의 사회적 가치를 통째로 양단해버리고 만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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