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화 〉 장례식
* * *
지금으로부터 반년 전, 남해 바다에 나타난 A랭크 몬스터 귀수산.
그리고 이를 거점으로 삼고 있던, S랭크 몬스터 유성신을 필두로 하는 요호의 무리.
양쪽의 토벌이 끝났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마음 놓고 놀아제낄 수는 없었다.
어쩌면 녀석들에게는 유감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아아아아악!!"
"서희야, 서희야!!"
그 결과, 우리들은 지금 장례식에 와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요호들이 남해 지부를 장악했다지만, 개중에는 이미 기혼자인 이들 또한 더러 있었다.
물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 때의 일탈을 즐기는 이들 또한 없잖아 있었지만, 반대로 그렇지 않은 이들이 더욱 많았다.
때문에.
남해 지부를 점거하고자, 요호들은 술수를 썼다.
연인. 아내. 남편. 딸. 아들. 어버이.
그들의 가족으로 변신해 잠입한 것이다.
……단순한 변장이라면 모를까, 요호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둔갑하기 위해 사용하는 술수는 널리 알려져 있다.
수많은 기록에서 이르길, 당사자의 두개골을 머리에 인 여우는 그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으니.
내가 직접 상대한 유성신을 필두로, 서아네 공략대가 두 마리나 되는 구미호를 떨어뜨린 지금.
요호들의 술수 또한 당연히 들통나고 말았다.
덕분에, 남해 지부는 때 아닌 초상집 분위기였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빌딩 아래에서 들려오는 곡소리가 영 꺼림칙하게 아우성친다.
장례식이라기엔 지나칠 정도로 요란스러웠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어디 한둘도 아니고.
오히려 불쌍할 정도다.
앞으로 3일.
그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딱 그 정도였으니까.
다름이 아니라, 남해 지부에 속한 전원이 줄줄이 줄초상을 당한 게 문제다.
여하간, 이런 일이 일어난 판국에 남해 지부의 업무를 완전히 마비시킬 수도 없는 노릇.
말하자면, 이 3일이라는 시간은 그들이 감정을 추스르는 데에 필요한 시간과 현황의 중요성을 저울질해 얻어낸 시간이었다.
……이 남해를 위해 누구보다 헌신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먼저 몬스터들의 표적이 되어야 한다는 불합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잃었다는 상실감을 달랠 시간마저 부족한.
허겁지겁 공무를 위해 공통 장례식이라는 이름으로 마무리해야만 하는.
이게 바로 헌터의 삶이었다.
"선생님."
비쭉 옥상 너머로 고개를 내민 채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그런 소리가 들렸다.
이런 상황에서도 차분한 어조.
스윽, 스쳐 지나가는 옆모습 너머로 반짝이는 레몬빛 머리칼.
예은이였다.
"여기 계셨군요."
"옹야."
"뭘 하고 계셨나요?"
"구경."
그리 말하자, 예은이는 뚱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낄낄대기도 잠시, 나는 곧 다시금 저 바깥 장례식장으로 들락날락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왜, 힘드냐."
"……조금요. 정말 조금."
"뭐가 그리 힘든데."
"분위기가."
"하긴, 힘들 법도 하지."
반쯤 놀러 온 기분이었을 녀석들에겐, 아무래도 마른 하늘의 날벼락처럼 느껴졌을 테니.
상실이 당연시되는 시대라지만, 죽음에 익숙해질 수 있는 생물은 없다.
하물며, 이토록 많은 타인의 죽음과 연관된 적은 살면서 처음 있는 일이겠지.
자신과 관련된 일이라면, 슬퍼할 수라도 있다.
어쩌면 거무칙칙한 복수심을 품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자신이 알지 못하는, 그러나 어쩌다 얽혀버린 자들의 죽음은 어찌 감당해야 할까.
"그래서 도망쳤고?"
"저만 그런 거 아니에요."
"윤하는 그럴 것 같더라."
"지희도 그랬어요."
어떠한 의무감도 없이, 그저 돈을 벌기 위해 헌터가 되었다 자언하던 윤하.
반은 몬스터이며, 구미호와 마찬가지로 몽마에 속하는 지희.
과연, 어느 쪽이든 좌불안석일 만도 했다.
남아있는 건, 비교적 이런 일에 익숙할 서아와 티아마트.
그리고 철 들었을 때부터 주변에 있는 이들 전원이 남이었던 하연이 정도인가.
"선생님."
"왜."
"혹시, 이걸 의도하신 건가요? 저희가 업계의 실상을 알 수 있도록……."
"미쳤냐?"
"……아닌가요?"
"야, 나도 얼마 전에 왔거든?"
이래저래 다망하긴 했지만, 내가 남해까지 내려온 건 고작해야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
만약 서아가 의뢰 운운하던 시점에서 이런 상황을 예측할 수 있었던 놈이 있다면 그게 신이겠지.
성좌 따위 말고, 진짜배기 신.
물론, 신이라 해도 악신이겠지만.
아니, 그렇지 않은가.
도대체 어떤 미친 놈이 고등학생들한테 이런 걸 알려주려 든다고.
언젠가 알려줄 필요는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적당한 쿠션은 필요하겠지.
그렇지 않으면, 충격 요법이 아니라 단순한 충격이다.
"그런 걸 물어본다는 건, 꽤나 놀란 모양이구나."
"……네."
잠시 머뭇대긴 했지만, 예은이는 곧 솔직하게 토로했다.
뭐, 그럴 수밖에 없겠지.
내가 계획한 거냐고 물어볼 만도 하다.
스스로가 헌터라는 직업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던 윤하.
마찬가지로, 혼혈이라는 걸 숨기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던 지희.
마지막으로, 오빠를 모방하기 위한 과정에 지나지 않던 예은이까지.
어느 쪽이든 뭐라도 생각해 볼 여지는 있다.
"뭐, 거지같은 일이긴 하지."
"그런가요?"
"옹야. 아, 이 분위기를 말하는 건 아니야. 오히려 지금은 나은 편이지."
"나은 편, 이라구요?"
"그럼. 적어도 저 친구들이 우리를 원망하진 않잖니."
"네?"
도대체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반문하는 예은이.
그야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드문 일은 아니다.
오히려 흔한 편이지.
"인지부조화가 오는 거야.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평화롭던 가정을, 헌터들이 들쑤시고 갔다는 식으로."
"아……."
"사람의 뇌는 생각보다 단순한 부분이 있으니까."
헌터들이 오자, 가족들이 사라졌다.
헌터들이 떠나자, 가족들이 죽었다.
이번 사례로 비유하자면 이렇게 될까?
슬픔에 젖은 사람의 뇌는, 저런 식으로 사태를 축약하는 경향이 있으니.
"그으럼, 선생님께서는 그럴 때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엉?"
"어, 저기……."
"해결 안 하는데."
"네?"
"것보다, 못하지. 내가 그런 걸 어떻게 하냐?"
그런 건 나 같은 무지렁이가 아니라, 전문 심리 상담사가 해야 할 일이다.
애초에.
"죽는 것보단 낫지 뭐."
딱히 진심으로 그리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필시, 이 시대에 이름을 붙이자면 상실이 되리라.
그렇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모든 이들이 상실에 무뎌질 수 있는 건 아니다.
원망할 대상이 필요한 이들도, 분명히 있다.
그렇지 않으면 무너질 사람들 또한, 분명히 있다.
우리가 마주한 건 그토록 크나큰 재난이기 때문이다.
뭐, 말이야 어쨌든.
"도저히 수지가 맞질 않는 직업이긴 하지."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면 그야 좋겠지만, 그게 그리 쉽지가 않으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너무 삐지지는 말고."
"안 삐져요."
"너무 빠지지도 말고."
"……."
안타깝게 여기는 건 좋다.
동기로 삼아도 괜찮다.
하지만, 무력감에 빠져 허우적대서는 아니 된다.
자신도 저리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함께, 사냥꾼이 은퇴하는 이유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감정.
자신이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는 사이에도, 희생당하는 사람이 있다.
이렇게 몬스터를 죽이고 또 죽여도, 정말로 끝이 오기는 할까.
저런 감정에 좀먹혀, 마음이 꺾인 사냥꾼들은 정말 수도 없이 많다.
때문에.
나는 이 꼬마들을 각성자나 영웅 따위가 아닌, 사냥꾼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이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선, 한 걸음 물러서야 할 때가 있다.
짐승을 죽이고, 짐승에게 죽는다.
이는 자연의 섭리다.
그렇게 바라볼 줄 아는, 사냥꾼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니까.
"저희 오빠도 그렇게 생각했을까요."
"아니."
"……말씀하신 거랑 다르지 않나요?"
"그러니까 그 놈이 영웅이라고 불리는 거야."
이런 상실의 시대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서.
어떠한 불합리도 쳐부술 수 있는, 그런 힘을 바라서.
늦지 않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때문에, 놈의 시그니처는 그런 형태가 되었다.
뇌신.
벽력과 같은 힘으로 적을 쳐부수고, 벼락과 같이 누구보다 빠르게 사람들을 구할 수 있도록.
인류 최강이자 인류 최속.
녀석이 되고자 하던 자신은, 아마도 그런 모습이었을 거다.
"제가 들은 말과는 조금 다르네요."
"엥?"
"그래도 구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정치를 하기로 했다고."
지금만 해도 그렇지 않냐고 반문하는 예은이의 모습에, 나 또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녀석이 아무리 빠르다 해도 시간의 흐름은 거슬러 오를 수 없다.
자그마치 6개월 전.
반년 전부터 꾸준히 남해 지부를 침략한 요호들의 술책은, 그 우두머리를 쳐죽인다고 해서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참으로, 세상은 요지경 요 꼬라지다.
악의 거두를 쓰러뜨린다고 해서, 알기 쉽게 해결되는 일 따위는 없다.
악전고투 끝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해도, 잃어버린 무언가가 되돌아오지는 않는다.
남겨진 사람들은 앞으로도 상실을 곱씹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겠지.
그렇기에, 놈은 정치가가 되기로 했다.
이런 일이 일어나고 나서야 뒤늦게 행동할 수 있는 사냥꾼으로는 아니 된다고.
사전에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고.
헌터들의 권리. 일반 계층과 헌터들 사이의 괴리감을 좁히기 위해 정계로 나선 녀석의 행동은, 아이러니하게도 정장을 입고 있는 지금조차 내가 알고 있는 그 어느 누구보다 사냥꾼다웠다.
"이젠 알겠어요."
"또 뭐가."
"오빠가 어째서 당신을 닮으라고 한 건지."
……잠깐, 그 말에 위화감을 느꼈다.
당신이라는 낯선 표현도 그렇지만, 녀석이 나를 닮으라고 했다는 소리에 더더욱.
아니, 무슨 소리야 그건 또.
것보다, 갑자기 왜?
"오빠는 계속해서 이런 광경과 마주 본 거군요."
허나, 예은이는 곧바로 내 의문에 답하는 대신 옥상 밖으로 슬며시 고개를 디밀었다.
그 밑으로는, 여전히 장례식.
사람의 죽음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예은이의 시선만이 달랐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먹구름을 닮은 듯했던 눈동자에, 어느덧 빛이 돌아온 상태였다.
맑디 맑은, 하늘색 눈동자였다.
"저는 오빠를 존경하고 있어요."
"알지 그건."
"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말하더군요. 어쩌면 자신은 도망친 걸지도 모른다고."
어느 날.
예은이는 그리 말했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첫 실습 수업 당시.
아카데미 안에 예의 몬스터가 튀어나온, 바로 그 날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필시 예은이 또한 짐작하고 있을 거다.
내가 눈치챘다는 사실을.
그러나, 굳이 부연하는 대신 예은이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처음엔 무슨 소리냐고 생각했어요."
"나도 그래."
"그렇죠? 세상 사람들한테 물으면, 십중팔구 다들 그렇게 말할 거에요."
실제로도 그러했다.
도망쳤다니, 누가?
이준구가?
글쎄, 그토록 녀석과 어울리지 않는 표현도 드물지 않나 싶다.
설령 그 누가 상대라 해도, 주먹을 굳게 말아쥐며 한 걸음 앞으로.
적어도 내가 기억하기에, 이준구란 놈은 언제나 그랬으니까.
"정작 오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이에요."
"도대체 왜?"
"오빠는 자기가 세상의 험악함 앞에서 도망쳤다고 했어요."
"아니, 그건……."
"네, 단순한 부채 의식이죠."
솔직히,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녀석이라면 그리 말할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말이야 좋지, 결국 전장에서 도망쳤을 뿐.
이준구가 정계에 투신하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렇게 입방아를 찧던 녀석들도 있었으니까.
실제로,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른다.
앞으로의 백년대계를 고려하면, 헌터 출신 정치가는 반드시 필요하다.
민중과 헌터 사이의 괴리를 막고, 국가를 단합시킬 영웅.
언젠가 찾아올 세 번째, 네 번째 대침공을 대비하기 위해 대한민국은 다시금 하나가 되어야만 한다.
이를 해낼 수 있는 명성과 정치력.
양쪽을 전부 갖춘 건, 역시 이준구 뿐이다.
그렇지만.
백년대계라는 이름 하에 이준구가 구할 수 있었던 사람들도, 과연 그리 생각할까.
뭐, 나라면 좆까라 말해버리고 말겠다만.
'그럴 수도 없겠지, 그 새끼는.'
그런 성품이니까.
단지.
"도망, 인가."
무슨 뜻으로 그런 표현을 사용한 걸까.
짐작은, 있었다.
이래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주먹구구식으로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을 뿐 아닌가.
결국 대증요법에 지나지 않아.
세상을 바꾸기 위해선, 보다 근본적인 해답이 필요해.
모든 몬스터를 쓸어버리면 된다는, 알기 쉽되 수행하긴 어려운 해결책.
이를 앞두고 정치판을 향한 자신의 선택을, 녀석은 그리 표현했던 모양이다.
과연 나로서도 감탄할 수밖에 없는 책임감이다.
다만.
'왜 하필이면 나지?'
그래서, 결국 내 이름이 나온 이유는 또 뭐냐?
공교롭게도, 전혀 짐작이 가질 않았다.
이런 주제이니만큼 더더욱.
그런 마음에 다시 한 번 그녀를 바라보자, 예은이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전장에서 도망친 자신과는 다르게, 아직도 싸우고 있는 녀석이 있다."
"어?"
"대침공이 지난 지금까지. 마음의 불을 꺼트리지 않은 채, 줄곧."
마치 지저귀는 듯한 억양이었다.
단지, 듣고 있는 나로서는 죽고 싶은 기분이었다.
화악, 얼굴이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아니, 마음의 불이라고 해도 말이지?
저기, 곤란하거든?
비교적 진심으로?
미쳐버릴 것만 같은 기분에 슬슬 예은이를 만류하려 했지만, 정작 당사자는 이에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사람으로서는 아슬아슬해서, 솔직히 불안하다고도 했어요."
"이런 씹."
"그렇지만, 사냥꾼으로서는 존경할 수 있다고 말하더군요."
"흠흠."
"……어떠한 부조리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는다. 얼마나 부조리한 폭력 앞에서도 무릎은 꿇지 않는다."
그리고.
짧게 운을 뗀 예은이가, 다시 한 번 장례식장을 향해 눈을 돌렸다.
"어떤 슬픔을 맛봐도, 끊임없이 이를 드러낸다구요."
아니, 맛본 슬픔이고 뭐고 없는 건뎁쇼?
도저히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줄곧 맥빠진 표정이었던 예은이가어느덧 어엿한 사냥꾼의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한 오빠의 모방. 어줍잖은 우상화 활동.
허심탄회하게 말하자면 딱 그 정도에 지나지 않았던 그녀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의젓한 태도였다.
……눈 앞의 비극을 목격한 탓일까.
자신들을 향해 기대하겠다 말하던 헌터들의 덕담이, 이준구의 여동생이라는 무게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건지.
비로소 깨달은 듯했다.
동시에, 나는 언젠가 떠올린 적 있던 생각을 다시 한 번 반추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나를 아카데미의 교사로 추천할 생각이었던 이준구.
마찬가지로, 동생의 문제를 내게 짬때리던 이준구.
놈의 태연자약한 얼굴을 보며, 나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어쩌면 이 놈은 처음부터 동생 교육을 내게 맡길 생각이었던 게 아닐까?
그리고.
"선생님."
"……옹야."
"저도 당신같은 헌터가 될 수 있을까요?"
그렇게 말하는 예은이를 마주보며, 나는 내 예감에 확신을 달았다.
당신.
다시 한 번 그렇게 말하는 예은이의 등 너머 남해 하늘 아래로, 화사한 금발이 휘날린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과연 나 또한 고개를 가로저을 수는 없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