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화 〉 움직이는 섬
* * *
그렇게, 남해 지부 소속 직원들이 깨어나길 기다리기도 잠시.
나와 서아는 일단 귀환하기로 결정했다.
처음엔 지부 내의 이변을 깨달은 몬스터의 습격을 염려해 파수를 서고 있었지만, 반응이 영 시원찮았던 탓이다.
뭐, 내 직감에 의하면 당장 지부 근처에 매복하고 있던 몬스터도 없었으니.
덕분에, 지금은 지부에서 가장 먼저 눈을 뜬 헌터에게 후속 조치를 맡기고 먼저 학생 조와 합류할 수 있었다.
물론, 이야기를 들은 우리 꼬마들 또한 상당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여하간, 아직 방을 잡아두는 사이 이번 의뢰의 가닥을 잡은 셈이었으니까.
현역 헌터들의 솜씨에 아이들의 눈이 존경으로 물든다.
정작 당사자 중 한 명인 서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 종종 나를 향해 시선을 흘기곤 했지만.
허나, 덕분에 앞으로 무얼 해야할진 알 수 있었다.
"일단, 셋으로 나뉘자."
다행스럽게도, 내 제안에 반대하는 녀석들은 없었다.
놀고 싶은 마음도 없잖아 있었겠지만, 일개 지부가 완전히 점거당했다는 사실에 심각성을 깨달은 모양이다.
허면, 먼저 인력 분배다.
당장에 손이 필요한 일부터 여럿이니까.
눈을 뜬헌터들에게 이야기도 들어봐야 하고, 본격적인 조사도 착수해야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말하자면, 셋이라는 숫자는 나름대로 심사숙고한 흔적이었다.
남해 지부 청취.
현지인 탐문.
그리고 몬스터 추적.
당면한 과제만 해도 이 정도다.
거기에서, 나는 먼저 서아와 티아마트를 따로 나눴다.
모르긴 몰라도, 상대는 일개 지부를 마비시킨 몬스터.
학생들만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 어디에 누굴 보내야 할까.
"협회 담당은, 당연히 서아."
"아악!!"
서아가 골치아픈 듯 비명을 내지르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번 의뢰를 받은 건 어디까지나 서아였으니까.
나나 티아마트가 지부에 들린다 해도 당사자인 서아만큼 환영받을 거라 생각하긴 힘들다.
하물며, 지부 자체가 발칵 뒤집힌 지금이라면 더더욱.
정식으로 의뢰를 맡았다는 직함이 필요할 때다.
추가로 거기에 지희랑 하연이를 붙이는 게 좋겠지.
다름이 아니라, 매료 때문이다.
몽마 혼혈인 지희.
저주 능력을 보유한 하연이.
저 둘이라면, 몬스터의 매혹에도 어느 정도 내성이 있을 거라는 판단이다.
그럼, 다음은 티아마트 쪽.
"이 쪽은 윤하랑 같이 현지인 탐문."
"음, 맡겨두거라!"
퍽 호방한 태도로, 여신은 그리 외쳤다.
마력을 끌어올리기라도 한 건지, 방금 전과 달리 상당한 역겨움이 느껴진다.
뭐, 어쨌든.
이번 멤버 선정 기준은 단 하나.
활발함 뿐이다.
여하간, 남해는 바닷가니까.
지구촌 사회가 찾아왔다지만, 해안가 특유의 쇠고집과 외부인에 대한 배척 심리는 아직까지도 변하지 않았다.
때문에, 현지 탐문을 위해선 그 틈새를 파고들 수 있을 법한 친화성이 필요했다.
거기에, 추가로 몬스터에 대한 지식까지.
적어도 현지인들의 증언을 총합해 어떤 부분이 수상한가 정리할 수는 있어야 한다.
윤하가 뽑힌 이유 또한 바로 그 때문이었다.
단순한 활기참이라면 지희도 뒤지지 않을 테고, 몬스터에 대한 지식이라면 하연이도 나쁘지 않겠지.
다만.
혼혈이라는 특성 탓에, 어느 정도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마는 지희.
직접 몬스터를 해체한 적은 없는 하연이.
이 둘보단 역시 윤하가 최적의 인선이었다.
허면?
"남은 건 나랑 예은이가 되겠네."
우리 둘이 사냥조다.
음, 훌륭한 배치다.
내가 봐도 다소 노골적인 분배였다만, 여기에는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원래 민간 조사는 와꾸 좀 되는 여자들을 보내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아니, 성차별이 아니라 진짜로.
심지어 바닷가라면 더더욱 그렇다.
배 타면서 신기루 운운하는 양반들은 대부분 남자일 수밖에 없으니까.
노동 강도 문제도 있거니와, 해안가 특유의 미신 때문이다.
비유하길, 바다는 여심과 같으니.
여자를 태우면 질투심에 풍랑을 일으킨다나 뭐라나?
목숨이 관련된 일이기 때문일까.
이런 해안가에는 이상할 정도로 미신의 위세가 강했다.
애초에, 이번 의뢰 또한 십중팔구 직접 배에 오르는 사람들이 넣은 거겠지.
미신에 특히나 예민한 양반들이고.
잡설이 길었는데, 말하고 싶은 건 하나다.
이번 의뢰의 주축이 된 현지인들은 대부분 뱃일하는 남정네들.
즉, 여자가 먹힌다는 거다.
참으로 한심한 이유이긴 했지만, 이게 현실이에요~
솔직히 나만 해도 그렇고.
어디서 온 건지도 모를 수상한 남정네 하나랑, 그럭저럭 와꾸 되는 여고생?
이건 후자다.
거기에, 협회를 서아에게 맡긴 건 다른 이유도 있었다.
서류 작업이 싫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거 할 생각이었으면 애초에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지~'
남해가 오죽 머냐?
됐으니까 몬스터나 내놓으라, 이 말이야.
그렇게 되서, 나랑 예은이가 추적조로 배치되었다.
목적은, 물론 몬스터 흔적 탐지.
다만, 그렇다곤 해도 당장에 짐작이 가는 부분은 없었다.
내 직감에 의하면, 당시 지부 근처에서 매복하고 있던 몬스터는 단 한 마리도 없었으니까.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해 지부에는 몬스터 특유의 악취가 진하게 배어 있었다.
즉, 이 주변 일대에 몬스터가 있다는 건 거의 확정된 셈이다.
말하자면, 우리들은 일종의 정찰반이었다.
사전에 몬스터의 둥지를 색출하기 위해 차출된 조사반.
막말로, 상대는 어차피 몬스터다.
다른 조의 조사가 완료된 이후 부랴부랴 나설 수도 있겠지만, 미리 죽여둬서 나쁠 건 또 없다.
행복한 이벤트 타임이라는 뜻이다.
'분명히 그랬을 텐데…….'
공교롭게도, 그렇게 되진 않았다.
왜냐하면, 그렇게 나뉜 이후부터 줄곧 뚱한 얼굴을 하고 있는 예은이 때문이었다.
물론 겉으로 보기엔 딱히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적어도 예은이한테 현지인 탐문을 맡길 순 없겠지, 내심 그렇게 생각했던 무표정 그대로.
그러나.
요 최근, 계집애들의 비위를 맞추는 데에 도가 튼 나는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 예은이가 기분이 나쁘다는 걸……!
"예은아, 무슨 일 있니?"
혹시 그 날이면 말하고.
그렇게 말하려다, 간신히 참았다.
내 경험이 경종을 울린 탓이다.
훗, 이런 이런.
경험과 직감이 합쳐진 초최강 박우찬이라니, 무적이 된 기분이다.
"아뇨, 별로."
"에이, 너무 그렇게 말하지 말자."
"개인적인 문제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렇지만, 이예은은 겉보기와 다르게 실로 사나이다운 기풍을 지니고 있었다.
알고 있었지만, 너무 단호하게 자기 사정이라 잘라 말하는 모습에 조금 쫄았을 정도다.
단지.
"선생님."
"엉?"
"혹시, 제가 제일 애물단지인가요?"
시시콜콜하게 스스로의 감정을 숨기는 타입도 아니다, 이 아가씨는.
면피를 쓰긴 하지만, 한 번 긁으면 의외로 알기 쉬운 격정가.
일전 판단했던 그대로, 이예은은 대뜸 그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이런.'
이럴 땐 조금 사양해도 되는데!
나도 모르게 그리 생각하고 말았다.
"갑자기 왜?"
"방금 전 일 때문에 그래요."
"응? 방금 전?"
"네. 마지막에 절 데려오셨잖아요."
"그렇지."
"혹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어서 데려오신 게 아닐까 싶어서요."
틀린 말은 아니네, 그렇게 말하려다 참았다.
떨떠름한 기분을 속으로 삼킨다.
아니, 그럼 이 아가씨는 자기가 현지인 탐문이 가능할 성격이라 생각하는 건가?
협회 지부 방문도 마찬가지다.
다른 애들이야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이예은은 바로 그 이준구의 여동생이다.
그런 이예은을 남해 지부로 보낸다고?
대통령 일가 방문이나 다름없지 않나, 그거?
내가 본래 비 인가 헌터였던 건 사실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무고한 협회원들을 고문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가씨는 진심으로 그런 사실을 고민하고 있는 듯했다.
이해하지 못할 건 또 아니지만.
요 최근, 그녀가 겪은 일만 해도 그렇다.
본디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일대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고 있던 이예은.
그러나, 몇 번 이야기했다시피내 교육 방침은 전원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쪽이다.
다시 말해, 못하는 쪽은 될 때까지 굴린다.
잘 하는 쪽은 다른 분야의 지반을 다진다.
장기적으로 볼 때, 내 교육 방침이 맞아떨어질 거라는 확신이야 있다.
그렇지만, 당사자인 그녀가 보기엔 아카데미에 입학한 이래 줄곧 성적이 따라잡히고 있는 기분이었겠지.
자신의 실력에 대한 의혹도, 필시 저런 이유에서 나온 말일 테고.
다만.
"예은아?"
"죄송해요, 제가 괜한 말을 했네요."
"아니, 혼내려는 거 아니니까 좀 들어보렴."
"……알겠습니다."
"사람에게는 각자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기 마련이란다."
예은이의 담담한 시선이 나를 마주본다.
가을 하늘이 떠오르는, 청량한 빛의 눈동자.
거기엔 일말의 동요도 없었다.
자신의 부족함을 토로하는 와중에도, 주눅 든 어조를 제외하면 한없이 조용했던 것처럼.
오히려, 예은이가 그토록 격정적인 속내를 드러낸 건 여태까지 단 한 번.
이준구가 관련된 사안밖에 없었지.
뭐, 그 이상으로 내 말이 지나칠 정도로 뻔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사람에게는 각자 장단점이 있다!
네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런 만큼, 네가 할 수 없는 부분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면 된다!
이런 이야기.
말만 안 했지, 어떤 의미로는 지금 네가 도움 안 되는 건 사실이라 못박는 거나 다름없는 표현이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하려는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었다.
보다 더 실생활, 다시 말해 사냥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지.
"근성론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생물학적인 의미야."
"네?"
"들어본 적 있지? 사람이 다른 동물에 비해 힘이 약한 대신, 지혜를 손에 넣었다고."
내 말에 예은이 또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인류는 엇비슷한 체급의 생물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힘이 약하다.
그렇지만.
지혜. 근지구력. 투척에 적합한 신체 구조.
이런 특징을 적절하게 활용해, 인류는 만물의 영장이라는 자리에 올랐다.
지혜로 도구를 만들었고, 뛰어난 근지구력을 이용해 사냥감을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추적한다.
그리고.
투척에 특화된 신체 구조를 활용해, 투창 따위를 활용한 인류는 문자 그대로 지상 최강의 생물이 되었다.
이와 마찬가지였다.
"사람도 각자 할 수 있는 일이 다르단다."
"제가 윤하나 지히처럼 붙임성있게 굴지 못하는 것처럼요?"
"너랑 달리, 윤하나 지희가 침착하게 사태를 파악할 수 없는 것처럼."
단순히 기를 살려주기 위해 한 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예은이에게는 그런 분위기가 있었으니.
이준구의 동생이었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익힌 걸까.
흔들리지 않는 초연함.
예은이에게는, 소위 말하는 강자의 기백이라는 게 있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그 실력과 같이 미약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스스로의 초조함을 드러내지 않을 수 있다는 건, 의외로 강력한 무기가 된다.
어떠한 위기 상황을 앞두고도 냉철한 눈동자.
아직 제 실력을 전부 드러내지 않았다는 듯이, 조용히 마주보는 시선.
그런 모습은, 가만히 있기만 해도 다른 사람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강자의 기백이다.
게이트를 공략할 때.
수많은 몬스터들을 상대로, 전선을 지탱해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이 사람이 있으면 괜찮다.
이 사람이 있으면, 안심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에이스의 기풍이다.
장담할 수 있다.
이준구의 여동생이라는 사실을 제외하더라도, 우리 학교 학생들 중 가장 먼저 스타 헌터가 되는 건 역시 이예은일 거라고.
물론, 비주얼의 역할도 있다.
하지만, 얼굴만으론 스타 헌터가 될 수 없다.
애시당초 다른 녀석들이 그렇게 뒤떨어지는 얼굴도 아니고.
꼬맹이들이 들으면 미쳐 날뛸까봐 대놓고 말하진 못하겠지만.
"그러니까, 사람들은 자기가 유리한 전장에서 싸우는 거란다."
사냥과 마찬가지다.
몬스터를 공략하기 위해 몇 날 며칠을 준비하는 사냥꾼과 같이.
승리를 손에 넣기 위해, 반드시 상대보다 강해야 할 필요는 없다.
아니, 그럴 수 있으면 편하긴 하겠다만.
딱히 그렇지 않아도 상대를 앞지르는 건 가능하다는 뜻이다.
전장을 고르는 사냥꾼처럼, 무엇으로 싸워야 할지 고르고 고른다.
그렇게 선별한 수단을 갈고닦아, 상대를 자신의 무대로 유도한다.
거기까지 가면, 이길 수 있다.
일점 집중.
단 한 부분.
단 하나만이라도 상대보다 앞설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바로 그 특기를 활용해 승부를 보면 그만이니까.
단적으로 말해, 저렇다고 해서 다른 애들이 예은이에 비해 절대적으로 뒤떨어진다 말할 수 있을까?
아니, 그러진 않겠지.
류지희라면, 특유의 쾌활함과 그 속에 감춰진 미스테리함을 무기로 삼을 수 있겠지.
황윤하라면, 격조 없는 태도로 오히려 친밀하게 다가설 수도 있다.
반대 또한 마찬가지다.
비록 예은이가 다른 애들에 비하면 친화성이 떨어지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그걸 가다듬는 건 어디까지나 예은이의 몫이니까.
가만히 내버려 두면 싸가지없다 욕이나 먹고 끝날 그 태도도, 갈고닦으면 고고함으로 포장할 수 있는 게 바로 이 업계니까.
다른 사람들과 좋게좋게 협력하면 된다.
서로 보충해나가면 된다.
그런 사람 좋은 이야기를 할 생각도 없고.
뭐, 딱히 저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난 솔로 헌터였으니까 말이지.'
내가 말해봤자 그냥 공치사잖아, 그거.
그러니까,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사냥의 기술.
한 순간, 상대를 뛰어넘을 수 있는 테크닉 뿐이다.
자신보다 강한 이. 자신보다 우월한 이.
혹은, 자신과 비등한 이를 상대로 정정당당하게 승부해 줄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애시당초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 또한 마찬가지 아닌가.
정정당당하게 승부할 생각이었다면, 처음부터 매료의 마력 따위를 사용하지 않았겠지.
이 쪽 또한 매료의 마력을 날려버릴 생각 따위는 하지도 않았을 테고.
상대가 생각한 무대에서 싸워줄 생각이 없으니까 이러고 있는 거다.
예은이 또한 그렇다.
지금 이 시점에선 단점밖에 안 되는 타이틀도, 언젠가 무기로 삼을 때가 온다.
오히려 대다수 상황에 쓸 수 있을 만큼 범용성 높은 무기고.
그런 점을 갈고닦아 승부에 나서면 그만이겠지.
쌀쌀맞은 태도가 도도함으로 둔갑할 수 있듯이.
"애초에, 내가 널 고른 건 그냥 손이 남아서 그런 게 아니라고."
"그, 런가요?"
"엉. 적어도 너는 지켜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고른 거야."
내 말에, 예은이의 눈이 크게 열렸다.
티아마트나 류지희라면, 남해 지부의 눈이 도사리고 있는 지금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윤하나 하연이라면, 나를 지켜줄 필요도 상대를 약화할 필요도 없는 지금 썩 좋은 조합이라고 말하긴 힘들다.
역시 여기에선 본인의 실력도 가장 우수하고, 스스로를 보호할 여력도 있는 전투 담당.
즉, 이예은이 최적의 인선이라 생각했을 뿐이다.
"지켜줄 필요……."
"응. 이건 비밀인데, 사실 선생님은 다른 사람들 보호하면서 싸우는 건 잘 못하거든. 그보다, 단 한 번도 제대로 성공한 적 없었으니까."
아니, 솔로 헌터였으니 당연한 이야기지만.
도대체 내가 어디서 방위 전술 따위를 배운단 말인가.
애초에 배울 필요도 없었고.
오히려 최근 일정이 맛이 간 편이다.
그조차 제대로 보호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니.
예의 실습 사태 때도 코트 하나 씌워주는 게 전부였고.
심지어 하연이나 윤하는 납치당하는 걸 막지도 못했다.
하지만.
'응?'
정작 당사자인 예은이까지 놀란 표정을 짓고 있으니.
어, 뭐지?
딱히 그렇게 놀랄 만한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다소 미묘한 감상을 품으며, 나는 한층 더 바삐 걸음을 재촉했다.
남해까지 내려오기 전, 보고서를 통해 사전 확인해두었던 장소 중 하나가 어느새 코앞이었으니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