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화 〉 방학식
* * *
그리고.
시험이 끝나, 마침내 남은 학사 일정을 모조리 소화한 끝에.
방학식이 찾아왔다.
내가 염려하던 바와는 달리, 정말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1학기가 종료된 것이다.
"아니, 이럴 리가 없는데?"
"이럴 리가 없기는 무슨, 일이 생기라고 아주 고사를 지내지 그래?"
"서야아, 너도 좀 들어봐. 이럴 리가 없다니까? 분명히 방학식을 폭발로 장식하려 드는 테러리스트들이 올 거라고."
"아, 쫌!"
"아아악."
그렇게 음모론을 주절거리던 나는 결국 서아의 아이언 클로 앞에 굴복하고 말았다.
그렇지만, 내가 호들갑을 떠는 건 또 아니란 말이지~
애초에 요번 1학기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내가 유달리 부산을 떠는 게 아니라, 그냥 그 놈들이 미친 거다.
오히려 최승준이나 이준구를 안전 불감증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막말로, 그런 집단이 있다고 쳐요. 설마 그렇다고 아카데미까지 쳐들어오겠어?"
"쳐들어오던데?"
"아, 말꼬리 그만 잡아! 그건 그냥 사부가 있는 줄 몰라서 그랬던 거고!"
"어우, 갑자기 부담스럽게 왜 이래? 얘가 갑자기 비행기를 태우네."
뭐,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아니, 저렇게 들으니까 내가 엄청 대단한 사람처럼 보이긴 하는데.
그보다는 저들이 상정하고 있던 주적이 최승준이었다는 점이 문제겠지.
아카데미 교사진이 일개 학교의 교관이라 하기엔 퍽 호화로운 구성인 건 사실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S랭크는 흔한 게 아니다.
내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아카데미 전체를 통틀어 S랭크였던 건 최승준 뿐이었으니까.
녀석들의 압도적인 전력을 고려해 보면, 당연히 최승준만 집중 마크했겠지.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여하간, 거기에 나랑 서아까지 있고.
분신이라지만 티아마트까지 합류한 지금 이 상황은, 십중팔구 저들에게도 예상 밖일 게 뻔했다.
애시당초 계획에 비해 아카데미 방위 자체가 지나칠 정도로 비대해진 상황.
이제 와서 최승준 한 명만 공략한다고 어떻게 될 수준이 아니라는 소리다.
"아니면, 그렇게 자하연 그 애가 걱정돼?"
"뭐, 걱정도 되지."
일전, 우리 동아리에 속한 학생들에 한해 서아네 길드와 얽힌 사연을 알려준 적이 있다.
당사자인 서아 또한 상관 없다고 말하긴 했지만, 대신 이 쪽의 사정을 살짝 흘렸고.
덕분에 서아도 지금은 하연이와 관련된 사정을 대강이나마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서아가 보기에도 내 태도는 다소 요란스러운 모양이다.
허나.
"불안한 게 더 크지만."
"불안해?"
"아니, 그렇잖야."
녀석들이 습격하지 않는다는 건, 뭐 좋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녀석들이 정말로 완전히 손을 놓고 있을까?
그리 묻는다면, 나는 고개를 가로저을 수밖에 없었다.
리스크와 리턴의 문제.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예의 집단은 대략 십 몇년 전에 고아원을 찾아 하연이를 맡기고 사라졌다.
애시당초 이토록애타게 찾을 거면 뭐하러 맡겼던 건지, 아니면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던 건지.
혹은조직 내에 배신자라도 있었던 건진 모르겠다.
뭐, 어느 쪽이든.
녀석들은 정확히 16년, 이 나라의 법이 허용하는 동안 하연이를 키워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추가로 거액의 수고비까지 지참한 채.
다만, 무슨 문제라도 있었던 걸까?
마침내 하연이가 고아원을 떠나던 그날 밤.
하연이는 녀석들의 손아귀에서 탈출했고, 녀석들은 도망친 하연이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몬스터를 풀었다.
정작 당사자인 하연이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기억하지 못했지만, 아무래도 수상쩍기 그지없는 정황이다.
이후의 대처만 해도 그렇다.
만일 그들이 법적으로 하연이의 부모라도 됐다면, 과연 나 또한 어쩔 수 없었겠지.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찾아오는 대신 A랭크 이상의 거물들을 연달아 투하했다.
고작해야 열 여섯 살.
헌터로 각성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던 계집애 한 명에게 할애하기엔 지나칠 정도로 과한 전력을.
이는 다시 말해 예의 집단이 그만큼 하연이의 신병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뜻했다.
습격에 동원된 이들의 인선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고.
사실상 하연이의 신병에 공수표를 내민 셈이다.
헌데, 이제 와서 포기한다고?
아니, 애초에 포기할 수 있을 만한 사정이었다면 저렇게 공수표를 남발하진 않았겠지.
진즉에 손을 뗐을 거다.
때문에, 나로서는 무언가 물밑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예감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젠장, 차라리 쳐들어오기라도 하면 마음이라도 편하지.
일단 눈 앞에 있는 놈을 조지면 대충 끝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
비교하자면, 불편한 쪽은 역시 후자다.
뭐, 말마따나사서 근심한다는 기분도 없잖아 있지만.
슬쩍, 주변으로 지나가는 학생들의 얼굴을 살핀다.
최승준의 폐회사가 끝난 뒤, 삼삼오오 몰려나오는 학생들.
실제로 거기에는 어떠한 근심 걱정도 없었다.
그럴 만도 했다.
여하간, 잠시 찌라시 비슷한 기사가 나돈 걸 제외하면 여태까지 아카데미 일정엔 별다른 차질이 생기지 않았으니까.
기껏해야 실습 수업 당시 발생한 잡음이 전부이며, 그조차도 대다수 학생들에게 있어선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게이트는 천재지변이나 다름없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문제가 생겼다던 그 게이트도 다시 개방하지 않았나.
혼인회와의 드잡이, 교장인 최승준의 혼혈 포용 발언 등은 대부분 흥미로운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을 테고.
……저 웃는 얼굴을 위해, 여태까지 얼마나 많은 노고가 있었던가.
수많은 노력의 결과물을 눈 앞에서 확인하자, 여태까지 겪은 고생이씻은 듯 사라지기는 개뿔 곰곰이 생각해 봐도 역시 좆같았다.
미친 새끼들,무지성 몬스터 투하 실화냐?
정말로 몬스터만 보냈다면 차라리 기분이라도 좋았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문득 이 쪽을 향해 손을 내저으며 다가오는 하연이의 모습이 보였다.
"선생님!"
다른 학생들이 보는 눈도 있기 때문일까.
평소와는 달리 선생님이라는 호칭과 함께 목소리를 틔우는 하연이.
다소 어색한 표현이 오히려 재미있다는 양, 가볍게 웃으며 입가를 만지작대는 모습이 보인다.
이 쪽도 너무 눈에 띄진 않을 정도로 마주 손을 흔들면, 종종걸음치며 푸른 머리카락이 다가온다.
여태까지 서 있으면서 몇 번 정도 다른 학생들의 인사를 받아준 덕분에, 내가 생각하기에도 퍽 자연스러운 태도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끝났나 보구나."
"네. 다른 애들이랑 인사도 마쳤어요."
"그래? 다행이네. 혹시 따돌림당하고 있는 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진심, 왜 말을 그렇게 해요?"
"아니, 저번에 무단으로 결석한 적 있잖니."
"갑자기 윤하한테 왜 그러세요."
"어, 네가 더 너무하지 않냐?"
"괜찮아요. 만약 제가 경원시당한다 해도, 십중팔구 병명 때문일 테니까."
"그렇게 말하면 또 내가 할 말이 없네."
투정을 부리듯 그리 말하는 하연이를 보며, 나도 모르게 양 손을 들고 항복 자세를 취했다.
얼마 전, 하연이가 김민철에게 납치당했을 당시 상황 때문이다.
일단 김민철을 조져두긴 했지만, 정작 하연이가 결석했다는 사실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때문에, 나로서는 당장 하연이가 의심받지 않을 만한 사정을 만들어두어야 했다.
갑자기 결석할 만한 사정.
동시에, 곧바로 돌아와도 달리 지장 없을 병명.
거기까지 가면, 생각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탈모 뿐이다.
덕분에 하연이가 퇴원한 직후, 쭈뼛거리는 동급생들의 시선도 볼만했지.
물론 나는 죽을 맛이었지만!
사정을 알게 된 하연이가 족히 며칠 동안 말을 붙여주지 않았으니까.
동아리 내에서 사정을 털어놓은 그 날도 우중충한 얼굴로 책상에 이마를 박고 있었으니 말 다했다.
'치질이라고 했으면 진짜 죽었겠지…….'
그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치질 대신 탈모를 고른 내 순발력에 감탄할 뿐이다.
어쨌든, 다른 애들한테도 인사는 마쳤다고 하니 나로서는 다행일 따름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자라나라 머리머리 소리를 들으며 눈물짓는 하연이는 없었던 모양이다.
물론 그 반대급부로 여자애들에게 욕을 먹는 박우찬은 있었다.
왜지.
"하연이도 돌아가는구나?"
"네, 신서아 헌터님."
"으흠, 서아 언니라고 불러도 되는데."
"아뇨, 공사 구분은 철저히 해야죠."
"……흐응, 그래? 뭐, 돌아갈 땐 말하렴. 어쩔 수 없는 사정 때문이라지만, 지금은 우리 집 하숙생이니까."
"어머, 감사드려요.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만약 저를 구해주신 게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과연 어떻게 됐을지."
"선생님이 구해주시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가 아닐까?"
"그렇게도 말할 수 있겠네요."
마찬가지로, 하연이와 가볍게 잡담을 나누는 서아.
사이가 좋은 건 괜찮지만, 아무리 그래도 듣는 귀가 있는데 하숙집 얘기를 꺼내더니.
서아답지 않게 부주의한 행동이다.
'뭐, 방학식이니까.'
풀어질 만도 하지.
처음 겪는 아카데미 생활.
교사도 학생도, 그야 지칠 수밖에 없겠지.
"신서아 헌터, 슬슬 돌아가지?"
"아, 사부까지 왜 그래? 내가 사부 제자인 거 누가 모른다고."
"알겠다, 알겠어. 그럼, 하연아? 먼저 가 보마."
"……네. 먼저 가 계세요."
뭐, 아무리 그래도 방학식을 방패 삼아 하연이랑 같이 하교할 수도 없는 노릇.
때문에, 나와 서아는 하연이보다 먼저 교문을 나섰다.
물론 하연이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뒤를 따라올 테지만.
당연히 내 감응 능력 또한 어느 때보다도 첨예하게 하연이의 위치를 포착하고 있었다.
나 참, 매일매일 출퇴근이 서스펜스 잠입물이고 지랄.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김민철 사건이 고작해야 며칠 전이다 보니 그럴 수도 없었다.
"이야, 살다살다 내가 고등학교 방학을 다시 겪게 되네."
"세상 다 산 늙은이처럼 말하지 마라. 너, 여기서 일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거 참, 기분이 그렇다 이거지! 애초에, 처음 하는 일이면 뭐든 힘든 법이야. 알간?"
"하긴, 틀린 말도 아니다."
"그래서 그런데, 사부."
"엉."
"혹시 방학 때 무슨 예정 있어?"
"너 나 먹이냐 지금?"
나한테 그런 게 어디 있어.
격한 분노가 솟아오른다.
그러자,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손을 휘휘 내젓던 서아가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럼 방학 동안 뭐라도 같이 해볼까 했지!"
"어? 싫어."
"……응? 어, 어째서?"
"잘 들어라, 서아야. 네 사부는 말이야, 아무 것도 하기 싫어."
"뭐, 뭐야. 그런 거였어? 아니, 그보다 지금도 매일 퇴근하면 그러고 있잖아!"
"어허, 하늘 같은 사부의 말씀이시다. 경청하지 못할까!"
"넹."
"씁. 비음 넣지 말고. 그래서, 방학을 맞이한 지금은 보다 적극적으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구나."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당황한 듯 어리벙벙하던 서아의 얼굴이 나를 한심해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뭐. 왜, 뭐.
"그런 의미에서 내가 생각을 좀 해봤거든?"
"또 무슨 미친 소리를 하려고?"
"아니, 요즘 익숙하지 않은 일에 너무 시달린 기분이야. 오늘부터 여름잠이라도 자야겠어."
"여름잠은 또 뭐야. 겨울잠 반대?"
"엉. 그러니까 개학하면 깨우렴. 그 때까지 잘 거니까."
"진심."
한층 더 강해진 멸시의 시선이 심장을 후벼판다.
그렇지만, 나는 진심이었다.
머리털 난 이래 이랬던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진심이다.
애들을 돌보는 게 재밌고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그딴 거 다 모르겠고, 일하기 시작하니 쉬고 싶다.
내 생각에, 직장이 자아 실현의 기회라 떠드는 녀석들도 월요일 아침만 되면 사표 초안을 짜고 있을 거라고 본다.
"애초에, 방학이라 해서 교사들까지 쉬지는 않잖아."
"뭐? 진짜로?"
"그럴걸? 아니, 개학 때보단 낫겠지만."
"진짜냐, 최승준 죽여버린다."
허나, 서아의 말을 들은 다음 순간 나는 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세상의 모든 부조리를 체감한 듯한 기분이었다.
최승준 이 새끼, 뭐하는 거야.
당장 교육 제도부터 개편하지 못해?
"그래서 그런데, 사부. 나랑 같이 의뢰 안 갈래?"
"의뢰?"
"응, 의뢰."
"의뢰가 뭐냐."
"응?"
아니, 뭔데 그게.
그렇게 되묻자, 서아는 멀뚱멀뚱한 얼굴로 이번 의뢰에 얽힌 배경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뭐 길드에서 나갔던 일로 이래저래 잡음이 있었다느니, 자기가 건재하다는 걸 알리기 위해 의뢰를 맡을 필요가 있었다느니…….
내가 듣고 싶었던 바와 전혀 반대되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그제서야 짐작이 가는 게 있었다.
'아, 과연.그딴 게 있었지, 참?'
생각해 보니, 협회에는 분명 그런 구조가 있었다.
협회를 기점으로 대한민국 각지에서 들어온 의뢰를, 손이 비는 헌터들에게 나누어주는 시스템.
문자 그대로, 헌터들에 대한 창구다.
가깝게는 헌터의 노동력이 필요한 각종 현장에서, 대침공 당시에는 몬스터에 대한 토벌 의뢰까지.
비교적 최근 협회에 가입한 내게는 퍽 낯선 이야기였다.
아니, 들어본 적은 있지만.
나랑 평생 관계 없을 이야기라 생각해 잊어버렸을 뿐이다.
"씨발, 헌터 협회도 미쳤군. 몬스터 토벌을 정식으로 수주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니."
"나는 방금 전부터 사부가 돌아버린 게 아닌가 걱정되기 시작했어."
스마트폰을 처음 본 원시인.
혹은, 그런 원시인을 바라보는 문명인.
지금 서아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이름을 붙이자면 필시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
그러나 내게는 참으로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세상에,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몬스터 출몰 정보가 들어온다니?!
일본의 택시 문화를 본 칠레인 아저씨처럼 이마를 치고 싶은 기분이다.
미쳤군, 미쳤어…….
"그럼 가는 거지?"
"그러지 뭐. 어, 그런데 무슨 의뢰라고 했지?"
"방금 전까지 설명했잖아?!"
"미안, 미안. 그래서?"
서아가 게거품을 물기 직전이었지만, 일단 물어보기로 했다.
막말로, 이번에 들어온 의뢰가 단순한 공사판 노가다면 어쩌게.
보람이야 있겠지만, 그보다는 몬스터를 죽이고 싶다.
여태까지 수많은 몬스터를 사냥한 나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더욱 많은 몬스터를 떼몰살하고 싶은 기분이란 말이다.
"어휴, 진짜. 일단, 남해 부근에서 들어온 의뢰야."
"남해?"
"응. 듣기로는 이상하게 안개가 낀다거나, 섬이 움직인다거나 한다던데?"
"이야, 예전 생각 나네. 이준구 그 새끼가 없었으면 지금쯤 한반도도 수직 보행하면서 냥냥 펀치 날리고 있었을 텐데."
"어, 뭐야 그건. 난생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아, 기밀이었거든. 어디 가서 말하고 다니지 마라. 그래서?"
"아니, 너무 간단하게 넘어가는 거 아냐? 하여튼, 하필이면 그 근처에 게이트가 있었다고 하더라."
"오, 게이트 폭주인가?!"
"……사부, 왜 그렇게 기뻐해?"
"기뻐하다니.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네가 착각한 거겠지. 그래서? 뭔데?"
"일단 일차적으로 게이트 점검 의뢰가 하나, 이차적으로는 만약 게이트에서 빠져나온 몬스터들이 있으면 토벌하라는 게 둘. 어때?"
"딱 좋네."
남해 바다에서 움직이는 섬.
당장 생각나는 몬스터만 해도 몇 마리는 된다.
아무래도, 서아 덕분에 이번 방학도 지루하진 않을 듯싶다.
뭐, 방금 전 이야기를 고려해 보면 시간이 비는 날을 따로 잡아야 할 것 같긴 하지만.
"나야 상관 없긴 한데, 따라가도 돼? 의뢰받은 당사자도 아니잖아."
"응, 괜찮아 괜찮아. 따로 고지하면 돼. 사부는 헌터기도 하고."
"뭐, 그렇다면 나야 다행이지만."
"그럼 가는 거다?"
"그러지 뭐."
"좋아!!"
이젠 고전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축구 신화를 이룩한 모 명감독처럼, 절찬리에 허공으로 어퍼컷을 내지르는 서아.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이렇게 보고 있으면 아직 어린애란 말이지. 그런 생각과 함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