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화 〉 병문안
* * *
그렇게, 김민철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 또한 끝을 맺었다.
탈주한 전직 헌터.
괴수 숭배자.
여신의 정체는 물론이요, 납치나 자폭까지.
일어난 사건들의 규모에 비하면 퍽 시원스러운 결말이었다.
내 무단 결근 또한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말 한 마디 없이 사라진 자하연 학생을 찾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솔직히 말해, 생도 한 명 한명이 헌터인 아카데미가 아니었다면 먹히지 않을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최승준에겐 정말로 미안할 따름이다.
이번엔 나 혼자 멋대로 벌인 일이었으니 말이지.
뭐, 사실상 통보나 다름없는 결근이었으니 감봉이나 경고 정도는 있었다만…….
막말로, 이제 와서 내게 와닿는 말은 아니다.
내가 생각해도 별로 좋은 태도는 못 됐지만, 그거야 어쨌든.
그렇게.
나와 티아마트는 인근 병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연이의 병문안을 위해서였다.
의사의 소견에 따르면, 다행히 눈에 띄는 부상은 없는 모양이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여신인 티아마트가 회복을 베풀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상이 남긴 했다는 뜻.
김민철 그 놈이 얼마나 호로 새끼였는지 알 수 있는 이야기다.
그렇게 되서, 병원 뒤.
부지 한켠에 덩그러니 동떨어진 그 장소에서, 나와 티아마트는 서로 시간을 떼우고 있었다.
할 말은, 있다.
그러나, 당장 그런 이야기를 꺼내기엔 무언가 어색한 분위기였다.
이런 분위기의 중심에 있는 건, 역시 그 녀석이다.
김민철.
한때 티아마트의 양자였으며, 성좌로서의 능력을 증명하고자 헌터로 각성시킨 소년.
동시에, 협회 소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헌터들을 등진 배신자이자 테러리스트.
무엇보다도, 괴수를 숭배하며 사랑했다 전해지는 괴수 신앙자이자 몬스터필리아.
마지막엔 내 손으로 직접 모가지를 딸 수밖에 없었던 이 정신병자는, 저 얽히고설킨 타이틀처럼나와 티아마트에게 있어선썩복잡한 화두이기도 했다.
'힘들구만~'
다른 점보다, 놈이 몬스터로서 죽어버렸다는 사실이 문제였다.
물론 놈이 몬스터가 아니었다 한들 죽여버릴 생각이었던 건 변함없다.
다만.
만일 놈이 인간으로서 죽었더라면?
나 또한 어느 정도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지도 모르지.
어쩌면 첫 살인의 무게에 벌벌 떨면서 질질 짰을지도 모른다.
허나, 놈은 몬스터인 채로 뒈져버렸다.
그렇기에.
솔직히 지금 내겐 어떠한 양심의 가책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그 뿐이랴.
까놓고 말해, 엄청 즐거웠다.
신나, 짜릿해. 매 순간이 새로워!
……도저히 고인의 가족 앞에서 할 말은 아니다.
마음 속으로는 알고 있었다.
김민철 또한 본래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그러나.
김민철은 인간이었노라 몇 번이고 되내이려 한들, 당시 그 모습이 명확히 각인된 내 머리는 김민철을 멋대로 몬스터라 판단해버리곤 했다.
한 마디로, 실감이 들질 않았다.
사람을 죽였다 생각해보려 해도, 그냥 몬스터 한 마리 죽인 기분.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S랭크 몬스터를 죽인 기분이다.
덕분에, 내게 있어 김민철의 죽음은 생명의 무게 따위가 아닌 단순한 즐거움의 요소에 지나지 않았다.
도저히 슬픈 척 눈물을 짜낼 수가 없었다는 뜻이다.
'이런.'
표정 관리해야지.
멋대로 풀어지려는 얼굴을 헛기침과 함께 가다듬는다.
김민철의 죽음을 떠올려 기분이 좋아진 탓이다.
하긴, 도대체 얼마만에 고랭크 몬스터 사냥인지.
요 최근은 사람 잡는 헌터라느니 하프라느니 하는 녀석들과 싸우고 있었으니, 이런 기분이 들 만도 했다.
물론 몬스터 촌락 정도는 몇 개 베어 넘기긴 했지만, 역시 고랭크 몬스터는 고랭크만의 각별한 맛이 있단 말이야.
"……뭐냐, 거."
"음?"
"저번에 그거 있잖아, 그거."
"으음."
"왜 한 거냐?"
무어라 설명하기 힘들어, 나도 모르게 손을 휘젓고 만다.
권속화.
그렇게 불러야 할까?
그 날, 티아마트가 김민철에게 내린 축복은 확실히 신화 속에 등장하는 지모신의 힘 그 자체였다.
허나.
'협회 또한 그 능력을 알고 있을까?'
그렇게 묻는다면, 나로서는 고개를 가로저을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공개할 수 있을 만한 능력이 아니다.
여하간, 헌터의 양산조차 여신의 변덕에 휘둘리고 있는 판국이다.
헌데, 그토록 변덕스런 여신이 사실은 헌터조차 몬스터로 바꿔버릴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지상에 강림한 성좌라는 메리트를 잃는다 해도, 제거하자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겠지.
아니, 오히려 성좌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여태까지는 단순히 변덕 삼아 헌터를 양성하는 여신으로서 협회 위에 군림하고 있었던 티아마트.
하지만.
만일 그녀가 몬스터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표된다면?
어느 날, 갑자기 저 변덕이 나를 향한다면 어떻게 될까.
몬스터가 되어버리는 걸까?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사람 심리다.
그런 만큼, 의문이 들었다.
여신 티아마트.
어째서 그 날 이 녀석은 내 앞에서 그런 무지막지한 능력을 쓴 걸까?
물론 나로서는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만약 내가 김민철의 자폭을 저지하는 데에 실패한다 할지언정, 분신인 이 녀석이 피해를 입지는 않았을텐데.
이런 말은 조금 그렇지만, 내가 그렇게 배려심 넘치는 성격도 아니고.
하물며, 이 녀석이 상대라면 더더욱 그렇다.
까놓고 말해, 내가 이 사실을 공표하기라도 하면 도대체 어떡하려는 걸까?
"그러는 네 녀석은?"
"으엉?"
"말이야 죽이니 뭐니 했지만, 정작 머뭇대고 있더구나?"
"으, 으음."
틀린 말은 아니긴 했다, 틀린 말은.
아니, 정말로.
공교롭게도, 이 녀석이 생각하는 이유 때문인 건 아니겠지만.
상대가 인간이면 아무래도 힘이 나질 않을 뿐이다.
보다 물리적인 이유라고 해야 할까.
뭐, 옆에서 내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면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겠다만.
어느 쪽이든, 내가 물은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방금 전, 여신의 동문서답이 내 질문을 알아듣지 못한 탓인지.
그렇지 않으면 대답을 피한 건지, 도무지 짐작이 가질 않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리 사이론 다시 한 번 정적이 찾아왔다.
자식의 원수와 그 자식의 죽음에 한 손을 거든 어미.
우리 둘 사이의 관계는, 이토록 한데 잘라 말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뭐, 너무 걱정하진 말거라. 그건 그리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도 아니니까."
"그러냐?"
"음. 본인과 권속, 양 쪽이 동의해야 내릴 수 있는 힘이니라."
"꽤 골때리는 조건인데."
"지금의 자신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 깊이 동의해야 하니 말이지."
짐짓 쾌활한 어조로, 여신은 그렇게 말했다.
물론 나 또한 이런 이야기를 섣불리 떠들고 다닐 생각은 없었으나, 다른 녀석들에게 말하진 말라는 식의 함구령 또한 없었다.
이처럼, 우리들 사이의 대화는 무언가 맥이 빠져 있었다.
중언부언한다고 해야 할까.
사실 아무래도 좋은 말을 억지로 주고받는 기분.
단지.
채 1초도 걸리지 않아 완전한 몬스터가 되어버린 김민철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나나 다른 이들에겐 몰라도 녀석에겐 바라마지 않았던 결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쳤다.
"여러모로 생각해 보았느니라."
"엉?"
"본인이 부족했던 걸까? 그렇지 않으면 무얼까."
"또 뭐가."
"네 녀석과 민철이, 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었다 생각하느냐?"
글쎄, 지능 아닐까?
그리 생각했지만, 지금은 도저히 그렇게 말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때문에, 이번엔 그냥 닥치고 있기로 했다.
"너희 둘 다 몬스터에게 가족을 잃었지. 허나, 한 명은 사냥꾼이 되었고 한 명은 몬스터가 되었구나. 후후, 이렇게 얄궂은 일이 다 있나."
아니, 누구야 그거.
뒤이은 여신의 말엔 아무리 나라고 해도 미묘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렇게 듣고 보니 나 또한 환경이 문제가 아니었나 하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알고 있느니라. 본인에겐 울고 있을 자격이 없지. 민철이의 일에 있어, 본인은 어디까지나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니까."
내 표정을 보고 착각하기라도 한 건지, 씁쓸한 어투로 여신은 그리 덧붙였다.
그렇게까지 말하진 않았다고…….
누가 모자 관계 아니랄까봐, 분위기 조지는 데엔 일가견이 있구만.
그렇다고 해서 대충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주제도 아니었다.
틀린 말도 아니었으니까.
김민철이 날 때부터 미치광이었다는 건 확실하지만, 당사자인 티아마트로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없겠지.
그리고 요 며칠동안 지켜보며 깨달은 사실이지만, 이 여신님은 의외로 잔정이 많았다.
여하간, 자신의 기대를 저버린 김민철에게도 꼬박꼬박 이름을 불러주던 녀석이다.
하물며 김민철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는 사람들에 이르면, 외면할 수 있을 리도 없다.
의외로 인간적이라고 해야 할지, 그렇지 않으면 여신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눈높이라고 해야 할지.
"현충원에 무덤 세우자는 것도 아닌데, 아무려면 어때."
단지, 이 정도는 말해줘도 괜찮지 않을까.
아니, 김민철의 피해자들이 들으면 눈이 뒤집힐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가 자식을 잘못 키웠구나 한탄하는 어머니 옆에서 상처를 헤집을 필요는 없으리라.
뭐, 정작 당사자인 티아마트는 어리벙벙한 얼굴로 눈을 크게 흡뜨고 있을 뿐이었지만.
"눈알 찌르고 싶네."
"진심."
"아, 이런. 실수."
괜찮냐고 물어볼 생각이었는데.
덕분에 여신 또한 순식간에 표정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다소 여유를 되찾은 듯도 했다.
"뭐냐, 오늘은 꽤나 친절하구나. 거 참, 무슨 바람이 분 건지."
키득키득, 가벼운 웃음과 함께 별다른 일도 다 있다는 듯 입을 여는 티아마트.
아니, 그렇게 말해도 말이지.
"애초에 나, 딱히 널 싫어하진 않는데."
"……으잉?"
그냥 죽이고 싶을 뿐이다.
게다가, 그조차 어디까지나 티아마트의 종족이 몬스터이기 때문.
티아마트라는 개인에 대해선, 비교적 아무래도 좋다.
아니, 것보다 불만을 가질 여지도 없지 않나.
인류를 위해, 대한민국을 위해.
지상으로 강림한 이래 줄곧 손을 보태고 있는 성좌.
싫어할 이유가 어디 있겠나.
이번 사태만 봐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죽이고 싶어하는 나를 옆에 두고도, 망설임 없이 능력을 개방하던 그 모습.
때문에, 나로서는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김민철이라는 범죄자를 양성한 건 틀림없이 티아마트다.
그러나.
이 이상 티아마트에게 책임을 묻는 건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닐까, 하고.
연좌제가 횡횡하던 시절도 아니고.
심지어 티아마트는 불필요한 출혈을 감수하며 녀석의 토벌을 거들지 않았나.
……자신의 손으로 키운 아이를, 자신의 손으로 떠나보냈다.
이 정도라면 여신 티아마트 또한 충분히 책임을 졌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본인 앞에선 아니꼬워 말하지 못하겠지만, 개인으로선 충분히 존경할 수 있을 처신이다.
아니, 저 모든 장점을 포괄해도 몬스터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죽이고 싶어지는 게 나지만.
애초에 내가 이 녀석과 사생결단을 내지 않는 까닭 또한 마찬가지다.
죽일 이유가 없으니까. 죽이면 피눈물 나올 사람이 여럿이니까.
그게 전부다.
까놓고 말해, 내가 협회 눈치 보는 성격도 아니고.
"여하간, 지금 너 정도면 충분히 책임도 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그러하냐."
내 말에, 여신은 기쁜 듯 곤혹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울음은 보이지 않는다.
충분히 했다고, 괜찮다고.
그런 말을 들은 뒤에도.
……자신에게 눈물을 흘릴 자격은 없다, 그렇게 말했던가.
필시, 이 녀석에게 있어 그건 진심이었던 거겠지.
다른 이들의 힐난을 피하기 위한 면피성 발언이 아니라.
국제 기준으로 따졌을 때, A+랭크 혹은 S랭크.
현대 사회의 척도로 측정할 수 있는 무력의 한계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이들은, 그런 만큼 더 이상 거리낄 게 없다.
사회의 규율에 하나하나 주의를 기울기는 대신, 사회의 규율을 자신에게 걸맞는 방향으로 뜯어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만한 존재들이 평소 주변에 내비치는 모습은 곧 시그니처처럼 스스로의 본질을 투영하기 마련이다.
말로는 어떤 꿍꿍이를 숨기고 있을지 모른다 말하면서도, 여신을 예의 집단과 대적하기 위한 팻감으로 선정한 데에는 그런 이유 또한 있었다.
적어도, 녀석은 일개 국가마저 멸망시킬 수 있다는 S랭크 몬스터 치곤 지나칠 정도로 섬세한 성미였기 때문이다.
아니, 이슬람 성전사한테 뚝배기가 깨질 뻔한 경험 덕택일지도 모르겠지만.
학습 지성이라는 녀석이다.
이슬람 존나 세.
"슬슬 가 볼까."
그럼, 낯뜨거운 이야기도 여기까지.
자리를 털고 일어나기 전, 나는 마지막으로 그녀를 향해 물었다.
"개인적인 질문인데."
"음."
"네가 마지막에 쓴 그거, 혹시 사람이 상대라면 내가 시달릴까봐 그런 거냐?"
"글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구나."
"그러냐."
거기까지 물은 뒤, 나는 가볍게 어깨를 좁혔다.
꼬치꼬치 캐물을 이야기도 아니었거니와, 정말로 개인적인 호기심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볍게 손을 흔들며, 나는 병원 계단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티아마트는 따라오지 않았다.
따로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지만, 나 또한 굳이 재촉하진 않았고.
본인에게 울 자격은 없다.
녀석은 그리 말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감정을 정리할 시간은 필요하겠지.
'자, 그럼.'
남은 건 정말로 병문안 뿐인가.
김민철에게 얻어맞아 잔뜩 부어오른 하연이의 얼굴이, 아직도 눈 앞에 아른거렸다.
'마침 잘 됐지.'
하고 싶은 말도 있었다.
이제 막 깨어난 애한테 할 말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번에 화를 내러 온 거니까.
물론, 하연이가 김민철을 상대로 마지막까지 저항한 건 틀림없이 훌륭한 일이다.
어쩌면 내가 이길 수 있었던 이유 또한 바로 그 덕분일지도 모르지.
단지.
그런 사정을 감안해도, 역시 스스로를 더 챙겼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여하간, 이런 일까지 있었으니.
이전부터 나와 하연이 사이에 있었던 미묘한 엇갈림을 청산하기엔 딱 좋은 기회가 되겠지.
그리 생각하며, 나는 하연이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계단을 올랐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