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 〉 케이크를 먹듯 손쉽게 몬스터필리아를 때려잡는 방법
* * *
말하자면, 시그니처란 개인의 능력과 성향을 한계까지 규명한 기술이다.
같은 계통의 능력이라 해도, 본인의 적성에 따라 발생하는 차이.
거기에 왼쪽으로 불을 쏘는 게 익숙한가, 오른쪽으로 바람을 내보내는 게 더 좋은가 하는 사소한 취향까지.
설령 동일한 능력이라 해도, 사용자에 따라 발생할 수밖에 없는 차이를 극대화시킨 절초.
시그니처Signature란, 문자 그대로 한 개인의 상징이 되다 못해 그 개인만이 사용할 수 있는 오의를 뜻한다.
그러다 보니, 완성된 시그니처는 좋든 싫든 사용자의 심리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이준구의 시그니처.
속칭 피카츄라 불리는 '뇌신'이, 늦지 않게 누군가를 구하고 싶다는 이준구의 마음을 나타내고 있듯이.
예를 들어, 최승준의 시그니처.
속칭 얼음땡이라 불리는 '절대영도'가, 소꿉친구를 향해 달려들던 몬스터를 멈추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었던 것처럼.
박우찬의 시그니처 또한 마찬가지다.
통칭 '예쁘게 베기'.
아무튼 그냥 몬스터만 죽이고 싶다는 박우찬의 감정을 정제한 결과물.
이처럼, 시그니처란 헌터 개인이 품고 있는 구상을 투영하기 마련이다.
감정과 능력 사이의 상관관계, 따위의 케케묵은 논문을 들먹일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당연한 일.
헌터 또한 사람인 이상, 자신이 바라는 쪽으로 능력을 개발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말하자면, 김민철의 시그니처는 참으로 김민철다웠다.
포토스피어.
내심 박우찬이 파이리라고 명명한 김민철의 시그니처는, 자그마한 불똥에서 시작되었다.
……손가락 마디보다 작은 불씨든, 그렇지 않으면 건물을 불사를 작열이든.
사실, 어느 쪽이든 별다른 차이는 없었겠지.
왜냐하면, 김민철의 시그니처가 품은 본질은 단순한 불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핵심은 불꽃의 조성이다.
마력으로 화염을 터트리기 위한 능력의 구성에 손을 대는 것이다.
불은 산소를 먹고 몸집을 키운다.
능력으로 일으킨 불꽃은, 여기에 더해 마력까지 먹이로 삼는다.
거기에, 포토스피어는 한층 더했다.
본디 자신의 마력이나 산소를 불태워 빛을 발하는 불꽃에, 추가적인 가공을 더한다.
결과적으로, 포토스피어는 더 이상 김민철의 마력에 의존하지 않는다.
불이 붙은 숙주의 마력을 불사르며 더욱 크게 타오르는 것이다.
이렇게 가공한 능력 일체, 혹은 가공법을 통틀어 김민철은 포토스피어라 명명했다.
문자 그대로, 김민철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 중에서도 가장 강렬하고 악랄한 일격이었다.
이론 상, S랭크 발화 능력자가 흩뿌리는 모든 불씨를 하나하나 대처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방어 불가에 회피 불가.
능력으로 방어하려 해도, 방어하기 위해 사용된 마력을 불사른다.
직접적인 능력 운용은 물론, 방어구조차 마찬가지.
방어구 내에 기입된 술식이나, 특수한 소재가 자체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마력도 예외는 아니다.
회피 또한 마찬가지.
한 번이라도 포토스피어와 접촉한 이상, 회피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설령 불이 붙은 환부를 잘라낸다 해도 피할 수 없으니까.
포토스피어가 불태우는 건 어디까지나 육체가 아닌 마력.
육체에 불이 붙는 건 단순히 마력을 불사른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잘라내 봐야, 잘린 환부에서 넘어온 마력이 다시금 불타오를 뿐이겠지.
문자 그대로, 마력이 고갈될 때까지 불타던가.
그렇지 않으면, 마력의 순환을 멈추고 김민철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던가.
최악의 이지선다 뿐이다.
심지어 공격에 사용된 마력조차 잡아먹는 포토스피어를 상대론, 요격조차 선택할 수 없다.
……시그니처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흉악한 성능.
S랭크 발화 능력자의 절묘한 기교 하에 탄생한 비술이다.
허나.
동시에, 박우찬은 깨달았다.
집착.
김민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이 불꽃에는 녹아들고 있었다.
상대가 거부하거나 대답을 피해도, 어떻게든 따라붙고 말겠다는 질척함.
여신에 대한 농밀한 집착을 화염의 형태로 빚은 듯한 성능이었다.
아니, 어쩌면 제 딴에는 진지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여신에 대한 사랑을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표현하기 위해 만든 시그니처일지도 모르지.
그렇게.
마치 남일처럼 생각하고 있던 박우찬의 시야가, 진득한 불꽃으로 가득찬다.
그런 박우찬의 모습을, 김민철은 내려다보고 있었다.
"후우, 곤란하다니까. 끈질긴 남자는 인기가 없다는 걸 모르나?"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칼을 쑤시던 박우찬을 향해, 김민철은 조롱하듯 그리 말했다.
온 몸이 불꽃에 휩싸인 채, 바닥을 구르는 우주복.
애석하게도 헬멧에 방독면까지 쓰고 있는 탓에 비명 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나, 이걸로 싸움은 끝났다.
포토스피어.
자신의 시그니처는, 저렇게 아둥바둥한다고 해서 극복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니까.
설령 마력 조작 능력이 있다 해도 마찬가지다.
마력 조작 능력을 발동하기 위해선 결국 마력이 필요하니까.
포토스피어가 상대라면, 일개 조작 능력 따윈 단번에 잡아먹히고 말겠지.
끝이다.
확신과 함께, 김민철은 고개를 들어올렸다.
폐공장, 4층.
문자 그대로 증발해버린 3층 바닥 너머, 휑뎅그렁한 건물 위.
티아마트는 거기에 있었다.
필시 박우찬에게 미리 언질을 들어두었던 거겠지.
재빨리 자하연을 데리고 위층으로 피신했던 티아마트와, 눈이 마주친다.
흠칫 어깨를 떠는 티아마트.
그런 그녀를 향해 조용히 미소를 짓는 김민철.
곧이어, 김민철은 미리 챙겨두었던 회복약을 꺼내 자신의 환부에 뿌렸다.
꽤 심각한 부상인 덕택에 당장 회복되진 않았으나, 그래도 사용하기 전보단 훨씬 나았다.
고통이 가신다. 점차 살이 붙는 게 느껴진다.
"후."
다시 한 번, 더운 숨을 토해낸 김민철이 시선을 던진다.
그리고, 도약.
단 한 번의 뜀뛰기로, 김민철은 단박에 여신이 기다리는 4층까지 도착했다.
타닥, 가벼운 발소리.
김민철이 마음처럼 들뜬 신발이, 4층 바닥과 부딪혀 경쾌한 소리를 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신님."
대답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김민철 또한 내심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이유는 정 반대였지만.
티아마트 또한 여신이기 이전에 여인.
그리고 여인이란 언제나 정숙히 부군을 기다려야 하는 법이다.
당사자인 티아마트 또한 마찬가지였지만, 아직 현세를 모를 적 고대의 기준에 따라 교육한 김민철의 남녀관은 다소 낡은 면이 없잖아 있었다.
"……."
꼬옥, 품 안에서 쓰러진 자하연을 안아 보호하는 티아마트.
여신의 경계심 어린 모습에 잠시 고개를 갸웃이던 김민철은, 그제서야 자하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치, 방금 전까진 자하연이 거기에 있는지 전혀 눈치채지도 못했다는 듯한 동작이었다.
'아, 맞다. 저런 애도 있었지?'
처음엔 필요할 거라 생각해서 데려왔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완전히 시간 낭비였다.
아니, 이렇게 여신님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으니 새옹지마라고 해야 할까?
어느 쪽이든, 머지 않아 자하연은 김민철의 의식 속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지금 중요한 건 저런 계집애 따위가 아니다.
"본래는 차근차근 찾아뵐 생각이었습니다만,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군요."
"……차근차근?"
"예. 그런 의미에서 말하자면, 다행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다행, 다행이라."
마치 넋이 나간 듯, 여신은 그리 중얼거렸다.
자수정을 닮은 보랏빛 눈동자가, 살짝 눈매를 좁힌다.
그 사실에, 김민철은 경악하고 말았다.
누구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끌어올랐다.
도대체 누가 여신님께 감히 저런 표정을 짓게 만들었단 말인가!
"정녕, 정녕 그게 전부더냐?"
"예?"
"이번 일에 전혀 관계 없는 아이에게까지 손을 대더니, 이제는 그 사실에 분노한 보호자까지 역으로 공격했구나. 그럼에도, 정녕 느끼는 게 없더냐?"
"여신님, 무슨 말씀을 그리 하십니까. 물론 저도 안타깝다 생각합니다. 그들이 저와 여신님 사이를 방해하지만 않았다면, 이럴 필요도 없었겠지요!"
"방해라니……."
탄식과 함께, 여신은 제 이마에 손을 얹었다.
물론 김민철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여신님께서는 어째서 저런 표정을 지으시는 걸까?
박우찬 때문이다. 김민철은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뿌드득,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아니, 막말로 저들의 잘못이 아니던가!
방금 전, 김민철이 한 말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진심이었다.
유감스럽게도, 저들이 자신의 구애 사업을 훼방놓지만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정녕 그리 말한다면, 나 또한 어쩔 수 없구나."
그 말에 김민철의 표정이 반색했다.
드디어!
드디어 여신께서 자신의 마음에 응해주시려 하는 건가?!
어울리지도 않게 쿵쿵 하고 심장이 뛰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심장아, 체통을 지켜라.'
자신도 모르게, 김민철은 여신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심장 소리에 여신께서 놀라시진 않으셨을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티아마트가 말을 건네고 있는 대상은 김민철이 아니었다.
"……베거라."
질끈, 여신이 눈을 감았다.
지금부터 눈 앞에서 벌어질 광경을 보고 싶지 않다는 듯.
그럴 만도 했다.
다음 순간, 김민철은 어깻죽지부터 허리춤까지 사선으로 베어 가르는 참격에 등을 내주고 말았으니까.
"어?"
그런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철퍽, 떨어지는 핏줄기가 섬뜩한 소리를 낸다.
완전한 방심 상태에서의 기습.
자동 방어조차 베어넘긴 냉기의 칼날이, 무정하게도 살점을 취한다.
치명상이었다.
그렇게 두어 걸음.
주춤대며 앞으로 몸을 기울인 김민철이, 간신히 몸을 돌린다.
거기에는.
"안녕, 씹새끼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폐공장 밖에서 불타고 있던 우주복이, 우뚝 서 있었다.
*
솔직히 말해, 예상 이상의 성능이었다.
김민철의 시그니처, 포토스피어.
설마 마력으로 이루어진 거라면 뭐든 불태워버릴 줄이야.
다만.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성능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예측과 상당히 흡사했다 말해야 하겠지.
여하간, 사용자인 김민철부터 영 특이한 녀석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거기에, 발화 능력이 가진 특징을 생각해 보면 더더욱 일목요연한 일이었다.
저번 전투에서 김민철이 사용한 화염 조작 능력.
김민철의 능력은, 발화 중에서도 불꽃 자체를 제어하는 데에 특화되어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잘은 몰라도 불꽃을 제어하는 기술일 공산이 크다.
그 시점에서, 문제는 단 하나.
김민철의 시그니처, 포토스피어의 완성도가 상상 이상이었다는 점이다.
예상할 수는 있었지만, 내 예측보다 몇 배는 흉악했고.
애초에 나로서는 달리 대처할 수도 없는 기술이었으니까.
차라리 이준구나 최승준처럼 어마어마한 마력을 방출하는 물건이었다면, 나도 억지로 시그니처를 쥐어짜 대처할 수 있었겠지.
하지만, 포토스피어는 그런 기술이 아니었다.
기교라기보다는 기예.
차라리 그런 말이 어울리는 기능이다.
불씨 하나에서 시작되는 시그니처라니.
아무리 그래도 모든 불씨를 하나하나 대처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러나.
내게는 고작해야 그 정도론 문제도 되지 않을 어드밴티지가 있었다.
요컨대, 내게 주어진 이점.
장비의 차이다.
몇 번이나 이야기했다시피, 세상 만사는 결국 리스크와 리턴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겁하게 인간으로 태어난 김민철이 내게 우위를 가져갔듯이, 인간으로 태어난 리스크 또한 있는 법.
즉.
김민철이 S랭크 발화 능력자이며, 여신의 신도이자 몬스터필리아 테러리스트라 해도 변하지 않는 점이 있다.
인류인 이상, 최승준의 능력을 넘어설 순 없다는 명제다.
이론 상 인류에게 허락된 최대 용적의 마력.
그리고 그 이상의 출력과 범위.
상대가 용의 심장을 씹은 헌터라 해도, 인류라는 종족 자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최승준 이상의 능력을 행사할 수는 없다.
허면, 이야기도 간단해진다.
이 시점, 내가 보유하고 있는 최승준의 마력 결정은 도합 세 개.
다시 말해, 내겐 무조건적으로 김민철을 압도할 수 있는 으뜸패가 세 개나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질 리가 있나.'
본래라면 이렇게 팍팍 남발할 수 있는 물건은 아니지만, 인내심의 한도를 맞이한 내겐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어떠한 마력도 무작정 잡아먹는 불길이, 어떠한 마력이라 해도 순식간에 동결시킬 수 있을 냉기와 뒤섞인다.
여기까지 가면, 남은 건 단순한 출력 승부.
그리고.
말했다시피, 출력 승부에서 최승준을 능가할 수 있는 인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근성론 이전에, 생물학적인 의미로.
뭐, 만약 김민철의 시그니처가 어마어마한 마력을 단번에 방출하는 계통이었다면 조금 곤란했겠지만~
내 시그니처론 대처할 수 없는 형태였던 만큼, 최승준의 마력 결정이 유효했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말해, 김민철의 시그니처는 내게 어떠한 부상도 입히지 못했다.
심지어 우주복 덕에 당사자인 김민철 또한 이를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으니.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애시당초 이를 위해 우주복을 입고 참전했다 말해야 할까.
어쨌든, 나는 방금 전까지 우주복 표면에 달라붙은 불길 위로 실감나는 연기와 함께 나뒹굴고 있던 셈이다.
바로 지금.
김민철이 마침내 마음을 놓는 이 순간까지.
내가 생각해도 참 끝내주는 연기였다.
쪽팔려서 비명은 못 질렀지만.
"그런, 가. 내 마음 속에 남아있던, 인간으로서 가진 일말의 양심이 발목을 잡다니……."
"뒤진다 진심."
그런 사정을 친히 설명해 주자, 김민철은 그딴 소리나 씨부리고 있었다.
이 새끼, 천재인가?
날 빡치게 하는 천재.
하여튼, 마지막까지 반성 하나 없는 놈 답다.
……처음부터 최승준의 마력 결정을 사용하지 않은 데에는, 그런 이유도 없잖아 있었다.
김민철의 시그니처를 유도한 뒤, 승리를 확신하고 있을 때 뒤를 노린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김민철의 어머니라 할 수 있는 티아마트 앞에서 놈을 베여 죽여야 한다는 상황에 거부감이 없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 되겠지.
흉흉하게 말하긴 했지만, 내 손에 인간의 피를 묻히는 게 영 꺼림칙한 탓도 있었고.
차라리 처음부터 따라오지 못하게 하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뭐,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
애시당초, 김민철을 색출하는 데에는 나보다 티아마트의 공이 컸으니까.
때문에.
빚도 갚을 겸, 나는 자그마한 미끼를 던졌다.
나를 쓰러뜨린 뒤, 여신을 앞둔 상황.
맹목적인 적대감을 거둔 김민철은, 과연 무슨 말을 할까?
나는 그걸 들어보고 싶었다.
어쩌면 반성할지도 모른다, 사과할지도 모른다…….
어렴풋이 그런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지.
그리고.
지리멸렬하기 짝이 없는 녀석의 언행을 들은 뒤에야,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죽여야 하는 놈 맞다니까, 이거~'
여신 티아마트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자신의 아들이나 다름없던 김민철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기 힘들었던 탓일까.
그렇지 않으면, 지금 눈 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지는 김민철의 추악함을 직시하기 힘들었기 때문일까.
글쎄.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르고, 반대로 둘 다 아닐지도 모른다.
나 또한 괜한 말은 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할 말도, 하고 싶은 말도 없었으니까.
이야기해 봐야 내 기분만 나빠지겠지.
마찬가지로, 시시콜콜한 유언 따위를 들어줄 생각도 없다.
그냥 일 끝내고 집에 가서 시원하게 맥주 한 캔 까고 싶은 기분?
"자, 슬슬 죽자 민철아!"
비석은 남부럽지 않게 세워 주마!!
뭐, 병신이었다고 써둘 거지만.
나는 그대로 검을 내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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