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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몬스터만 죽이고 싶음-82화 (82/371)

〈 82화 〉 케이크를 먹듯 손쉽게 몬스터필리아를 때려잡는 방법

* * *

언젠가와 마찬가지로, 박우찬은 창고 속에서 꺼낸 냉기 결정을 쥐어 부쉈다.

동시에, 혀를 찼다.

……김민철에게 저런 방어 기능이 있을 거라는 사실은 처음부터 짐작하고 있었다.

여하간, 박우찬 또한 경험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으니까.

저런 부류의 능력자들이 으레 갖추기 마련인 방어 능력이다.

마음 같아서는 처음부터 냉기 결정을 준비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만약 그랬다면 애시당초 기습은 물건너가고 말았겠지.

결국 마력 결정은 어디까지나 소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의 능력이 아닌 만큼 섣불리 제어할 수도 없으며, 강제로 억누를 경우 냉기의 태반은 대기 중으로 흩어지고 말겠지.

조금이라도 마력 감지에 소양이 있는 자라면 눈치챌 수밖에 없다.

요컨대, 기습에서 사용할 만한 물건은 못 된다는 뜻이다.

덕분에,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힌 건 서리의 성질이 주각된 대못 하나 뿐.

대검에 의한 참격은, 실질적으론 김민철을 하연이로부터 떨어뜨려놓는 데에 그쳤다.

실제로, 폐공장 벽 너머로부터 모습을 드러낸 김민철 또한 어깨에 뻥 뚫린 구멍을 제외하면 별다른 부상은 없어 보였다.

"야아, 이거 참. 급하기도 하──."

이러한 사실을 과시하기 위해 말문을 연 김민철은, 그러나 다음 순간 입을 다문 채 고개를 젖힐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박우찬이 던진 철구가 어느덧 코앞까지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우옷?!"

기겁하는 소리와 함께 간신히 공격을 피한 김민철에게, 연달아 쇄도하는 쇠구슬.

박우찬이 주로 사용하는 투척 무기였다.

각종 신화 속 희귀 금속으로 단조된, 야구공 크기의 포환.

기본적으로 검에 가까운 형상의 애병 탓에, 참격 내성 따위를 보유하고 있는 몬스터를 공략하고자 따로 준비한 보조 무기다.

어깨를 격철로, 팔꿈치를 방아쇠로.

그리고 손가락을 강선으로.

마치 야구 선수처럼 내던진 철구슬이, 폭음과 함께 작렬한다.

박우찬의 팔이 주포라면, 헌터 특유의 힘은 화약이라 할 수 있겠지.

노호성을 터트리며, 김민철을 향해 돌진하는 철구는 이미 화망이나 진배없다.

아무리 김민철이라 해도, 이런 상황에서 불꽃을 일으킬 수는 없었다.

불꽃을 일으키기보다 빠르게, 작렬한 섬광이 그 머리를 물어뜯기 위해 달려들었으니까.

애시당초 불꽃으로 손쉽게 녹여버릴 수 있을 만큼 느슨한 물건도 아니다.

냉기를 두른 쇠구슬들은, 어설픈 방어 따위 단박에 무너뜨리고 그 몸을 박살내겠지.

지금은 어떻게든 아슬아슬하게 피하곤 있지만, 거기에도 한계는 있다.

냉정하게, 박우찬은 그러한 사실들을 복기한다.

김민철이 무어라 지껄이려 하는 건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방금 전 보았던 하연이의 너덜너덜한 모습을 떠올린다.

……역시.

몇 번을 생각해 봐도, 이제 와서 저 녀석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따위는 없다.

그런 결론을 한층 더 단단하게 다질 수 있을 따름이었다.

"쯧."

결국 김민철 또한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었다.

동시에, 한 손에 예의 지팡이를 불러들였다.

화려하기 짝이 없는 쿼터스태프.

지금 김민철이 걸치고 있는 로브와 한 세트나 다름없는 물건이라고 들었다.

분명 A+랭크로 승급한 그를 위해 티아마트가 맞춰준 장비라고 했던가.

물론 여신으로서는 이런 식으로 성능을 확인하고 싶지는 않았겠지만.

세상 참 모를 일이다.

뭐, 어느 쪽이든.

대략적인 성능은 이미 들어 파악했다.

그러므로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순간, 박우찬이 김민철을 상대로 앞서는 건 대략 두 가지.

하나는 티아마트를 위시로 한 정보전이요, 둘째로는 장비의 질이었다.

당연한 이야기.

김민철은 협회를 등진 뒤 그대로 교단에 투신했다.

이후, 몬스터를 사냥하는 대신 수련에 매진했지.

그런 만큼 실력은 눈에 띄게 올랐겠지만, 반대로 장비의 질 자체는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김민철 나름대로 보충하긴 했겠지.

인맥을 동원하거나, 교단의 파이프를 동원하는 식으로.

허나, 고작해야 그 뿐.

로브의 상태로 보건대, 최대치로 잡아야 간신히 저 지팡이를 보수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닐까.

게다가, 상대는 박우찬이다.

몬스터 소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사냥감과 동일한 등급의 광물 소재를 찾아 불법 경매장을 서성거리던 미치광이.

어떻게 해도 장비의 질에 있어선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물며, 박우찬처럼 별도의 무장이나 보조 무기 등을 구비하는 건 꿈도 꾸지 못했겠지.

헌터들이 격투기에 발을 들이길 꺼려하는 이유와 마찬가지다.

세상 만사, 어떤 일에든 리스크와 리턴이 있는 법.

몬스터를 숭배하는 교단에 투신한 김민철로선, 아무래도 몬스터 소재를 구하기 퍽 요원할 수밖에 없다.

격투기를 익히면 그 사이에 업계 최전선에서 밀려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헌터가 있듯이.

마찬가지다.

때문에.

박우찬도 김민철도, 다음에 서로가 취할 행동은 쉬이 예측할 수 있었다.

그대로 지팡이를 고쳐 잡은 김민철이, 날아드는 철구 중 하나를 쳐냈다.

그리고.

절묘한 방향으로 날아간 철구가, 뒤이어 날아오던 철구를 요격한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

박우찬이 유도했고, 김민철 또한 알고 있으면서 당할 수밖에 없는 그림이다.

그렇기에, 양자가 취한 행동 또한 일목요연.

화망에 구멍을 만든 김민철이, 크게 한 걸음을 내딛었다.

동시에, 폭발하는 화염.

철구에 의한 견제 따위론 도저히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한 불꽃이 넘실대기 시작한다.

그에 비해, 박우찬이 선택한 건 후퇴였다.

박우찬이 쫓고, 김민철이 견제하던 일전과는 정 반대인 구도.

당연하지만, 어느 쪽도 진심은 아니었다.

대검을 꺼내든 박우찬은 물론이요, 화염을 일으킨 김민철 또한 마찬가지.

스태프를 다루는 김민철의 솜씨는 야매로 칼질을 배운 박우찬보단 훨씬 낫다.

하지만.

전문적으로 무기술을 갈고닦은 헌터보단 역시 못했다.

이 또한 당연한 이야기.

무술이란 고작해야 몇 년만에 통달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니까.

그러니.

녀석이 노리는 건 하나.

단순한 시간 벌기다.

박우찬은 그리 결론지었다.

김민철이 바보가 아닌 이상, 이미 드러난 수단을 으뜸패로 삼을 리는 없겠지.

때문에, 우악스레 휘두르는 쿼터스태프는 눈속임.

목적은 어디까지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시간 벌기다.

개중에서도, 가장 큰 미끼는 역시 시그니처.

지금 이 상황을 단박에 뒤엎을 수 있는 필살수다.

저렇게 달려드는 걸 보니, 시그니처는 근접 전투용일까?

혹은, 단순한 기만책에 지나지 않는가.

이렇게 두 가지 선택지를 제공하고, 고민하는 사이 술책을 짜낼 심산이리라.

다만.

거기에는 지대한 문제가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흐름을 설계한 건 어디까지나 박우찬이라는 점이다.

당연히 박우찬 또한 김민철의 행동을 100%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식으로 판을 이끌어갈 건지 대략적인 견적은 이미 끝냈다.

만반의 준비를 다할 수는 없었으나, 적어도 생각할 시간은 풍족했기 때문이다.

투웅, 박우찬의 발뒤꿈치가 칼끝을 차올린다.

그 동작이 언젠가 보았던 서양식 대검술에 가깝다는 사실을 김민철이 눈치챘을 때.

박우찬은 어느새 눈 앞에 서 있었다.

축지.

저번 전투에서도 보여준 전법이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무대를 갖추기 위해 잔탄을 사용해야 했던 그 때와는 달리, 본격적으로 축지를 전투에 운용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형태는 김민철의 예상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대기 속 마력의 흐름을 밟은 박우찬의 발이, 앞으로 걸음을 내딛는 대신 칼끝을 걷어찬다.

대지의 힘.

소위 말하는 진각의 요령으로, 자전하는 별의 움직임을 담아 대검에 추력을 붙인 그 순간.

박우찬의 몸은 마치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리듯 순식간에 김민철 앞까지 쇄도했다.

당사자인 박우찬조차 제대로 통제하기 힘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위력이, 역으로 그의 몸을 날려버린 것이다.

검을 들고 달려들었다기보단, 앞으로 쏘아진 검에 매달려 뒤따라간 듯한 모양새였다.

그러나.

효과는 확실했다.

결론적으로, 김민철의 시점에서 본 박우찬의 행동은 다음과 같았다.

뒤로 물러선다 생각했던 우주복이, 단박에 눈 앞까지 달려들었다.

동시에.

치켜든 칼날.

마치 단두대처럼, 호선을 그리며 추락한다.

축지의 엄청난 에너지를 통째로 공격력으로 전환한 일격.

풀 스윙조차 넘어서는 이 내려찍기가, 대검술에 있어선 가장 큰 빈틈이라 일컬어지는 연계의 초입부라니.

과연 그 누가 믿을 수 있으랴.

'이런.'

받아내는 건, 불가능하다.

한 호흡에 확신했다.

폭발에 의한 반응 장갑도, 저 일격엔 대처할 수 없다.

심지어 냉기까지 두르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아마도 방어 째로 양단당하겠지.

거기까지 판단할 수 있었다면, 이야기도 빠르다.

달려들던 김민철의 전신에서 화염이 분출했다.

목표는 전방.

달려들던 박우찬을 향해 터져 나온 폭발이 순식간에 김민철과 박우찬 사이에 끼어든다.

동시에, 반동 때문에 크게 뒤로 날아가는 김민철의 몸.

썩 화려한 백스텝이다.

허나.

자신의 공격이 빗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박우찬은 망설임 없이 대검을 내려찍었다.

소리는 없었다.

작열하는 굉음도 없다.

단 일격.

내려친 일검이, 순간적으로 방출한 S랭크 발화 능력자의 불길을 일자로 참수했다.

그 사실에 오싹함을 느끼기도 잠시.

다음 순간, 김민철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았다.

불꽃을 가르고도 위력이 죽지 않은 대검이, 바닥을 내려친다.

무기를 뽑아내는 데에만 해도 지나치게 오래 걸리지 않을까 싶은 강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우찬은 대검의 손잡이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철컥.

도리어, 검신에 달린 보조 손잡이를 움켜쥐기까지 했다.

동시에.

무기를 내려친 반동을 살려, 허공에 몸을 날린다.

도약.

혹은 비상.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격렬한 회전과 함께, 바닥에 꽂힌 대검이 뽑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오히려 반대였다.

쿠르르르릉……!!

천변지이나 다름없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방금 전, 박우찬이 대검에 '꽂고' 휘두른 폐공장의 바닥이 통째로 건물에서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다.

이 순간.

폐공장의 2층과 3층이 하나로 연결됐다.

문자 그대로 바닥이 증발한 상황.

그리고 그렇게 증발한 폐공장의 2층 천장이자 3층 바닥은, 박우찬의 무기가 되어 김민철을 향해 작렬했다.

'뭐 이런 무식한 새끼가 다 있나.'

김민철로서는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비록 테러리스트라 하나, 헌터 출신이었던 김민철로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전법이었기 때문이다.

저런 행동을 가능케 한 신체 능력도 대단하지만, 그 이상으로 건물을 무기로 쓰겠다는 발상 쪽이 문제다.

협회에 소속된 헌터들으 좋든 싫든 언제나 재산 피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으니까.

박우찬은 다르다.

김민철과 정 반대라고 할 수 있겠지.

비록 지금은 협회에 적을 두고 있다 하나, 그 근간은 어디까지나 비 인가 헌터.

박우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언제나 몬스터의 토벌이었다.

물론, 거기에도 선은 있다.

이준구와 어울리며 나름대로 재정한 금역.

사람은 미끼로 쓰지 않는다, 자신의 쾌락을 위해 더 큰 피해를 좌시하지 않는다.

그 정도 기준은 있다.

다만.

'재산 손괴는 돈으로 보충할 수 있잖아?'

이용할 수 있는 건 전부 이용하는 게 좋다.

현역 시절부터 박우찬이 가지고 있는 철칙이었다.

애초에, 몬스터는 사정 봐가면서 싸울 수 있는 상대도 아니고.

지켜야 할 명예도 체면도 없는 비 인가 헌터만이 가능한 전법이긴 했지만, 틀림없이 효과적이기는 했다.

하물며 여기는 주인 없는 폐공장.

이처럼 좋은 조건이 있을 리 있나.

거기에, 무엇보다 훌륭한 점이 한 가지 더 있었다.

"아니, 뭔데 이건 씹──."

날아드는 건물 바닥을 향해 불길을 일으키던 김민철이, 자신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내뱉고 말았다.

일단 급한 대로 공세를 저지하기 위해 일으킨 폭발이, 삽시간에 흩어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딱히 박우찬이 무언가 손을 써둔 건 아니었다.

단지.

여기까지 오면서, 박우찬은 이 폐공장의 도면과 내역을 입수했다.

그렇기에, 박우찬은 알고 있었다.

본래 이 건물이 신도시라는 이름에 걸맞는 종합 백화점으로 기획되었다는 사실을.

게이트 발생 이후, 건축사들에겐 몬스터의 습격이나 비 인가 헌터들의 테러에 대비해 특수 소재로 건물을 올려야 할 의무가 생겼다.

백화점과 같이, 인구 밀집도가 높은 건물이라면 더더욱.

이 폐공장에 사용된 강재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기본적인 마력 확산 소재.

거기에, 백화점이라는 특성에 더불어 추가적인 내염 처리까지.

덕분에 박우찬 또한 기분이 좋았다.

이 녀석들이 양심적인 건설사라 다행이다.

만약 보고서만 저렇지 실제론 강재를 빼돌리기라도 했다면, 싸움이 끝나고 찾아가야 할 장소가 하나 더 늘어날 뻔했으니까.

뭐, 비록 폐공장을 부숴버리긴 했지만 괜찮겠지.

건설사들 또한 본래 목적대로 사용된 강재를 보면 만족할 거다.

돈도 있고.

쿠우우우웅!!

2층의 천장이자 3층의 바닥이었던 강재와 부딪혀, 건물의 외벽이 박살난다.

그렇게.

박우찬이 떼어내 휘두른 건물이 일부가, 바닥과 격돌했다.

자욱하게 일어나는 흙먼지.

다행스럽게도, 김민철은 무사했다.

공중에서 화염을 분출해 움직임을 제어, 호버링에 성공한 덕이다.

허나.

'이런.'

설계 한 번 제대로 했네, 자신도 모르게 김민철은 그리 투덜대고 말았다.

저번 전투보다 훨씬 더 크게 일어난 흙먼지.

이렇게 가려진 시야는, 전적으로 은신이나 마력 감응 능력자의 무대다.

그리고.

서슬 퍼런 칼날이, 흙먼지 너머에서 솟구쳤다.

어떤 의미로는 예상하기 쉬운 기습이다.

그러나.

건물의 복도를 문자 그대로 뽑아내 휘두른다는, 파격적인 공격법.

이를 통해, 한 순간이나마 먼지 구름으로 시야를 차단.

그렇게 만들어낸 시야와 의식, 양 쪽의 사각을 파고드는 칼날.

지금 이 한 순간, 김민철과 박우찬 사이에 있던 대인 전투에서의 우위는 완전히 뒤집혔다.

방금 전 기습과는 다르다.

아낌없이 때려넣은 마력과 함께, 대검이 김민철의 몸을 관통했다.

푸욱.

살이 꿰뚫리는 소리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섬뜩하다.

박우찬은 자신도 모르게 그리 생각했고, 그렇기에 더더욱 의식적으로 검을 쥔 손에 힘을 불어넣었다.

심각한 부상이다.

하지만, 상대는 헌터.

확실히 쓰러뜨렸다고 말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나 참."

그리고.

다음 순간, 박우찬의 전신에 오한이 들었다.

턱.

사내의 어깨를 짚는 김민철의 손.

위화감의 근간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화창하기 그지없는 미소가 후드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다.

파리한 안색. 피에 젖은 손바닥.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우찬은 지금 이 순간 누가 우위에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찰나, 김민철이 입을 연다.

처음엔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역시 관뒀다.

상찬. 감탄. 칭찬. 분노.

어느 쪽이든, 눈 앞의 사내가 이제 와서 자신의 말을 새겨들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여.

다음 순간, 김민철이 입 밖에 낸 말은 단 하나.

"포토스피어Photosphere."

태양.

자신의 시그니처, 그 이름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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