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화 〉 이상 성욕에는 약도 없다
* * *
그렇다 해도, 마땅한 대안이 있는 건 아니다.
말마따나 이 쪽은 축지를 사용해 기껏 벌어들인 간격까지 포기하고 만 상황.
공교롭게도, 지금 이 거리는 어디까지나 후위의 영역이었다.
후끈한 열기가 닥친다.
폐가 이글거리는 듯한 열풍.
냉기의 갑옷을 걸쳤다 해서 쉬이 흘려넘길 수 없을 정도로 농밀한 열이 용솟음친다.
'시발, 이 정도면 그냥 추정 S랭크라고 기록해 둬라.'
속으로 협회의 평가원들에게 욕설을 내뱉는다.
아니, 아무리 협회를 떴다지만 범죄자라면 랭크 정도는 제대로 갱신해야 할 거 아니야.
이 새끼 잡으려고 A+랭크 보냈다간 뼈도 못 추린다, 이거.
일렁이는 불길.
마치 뱀의 혓바닥처럼 날름대는 화염이 내가 서있던 장소를 불태웠다.
……공격을 피하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공격을 피할 때마다 다음 공격을 피할 장소가 사라지고 있다.
몰이사냥.
가장 먼저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이번 전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김민철의 능력 사용법은 크게 두 가지.
첫째. 공간 발화로 대표할 수 있는, 대기 중의 마력을 발화시키는 전법.
이 쪽은 내 감응 능력으로 어떻게든 대처할 수 있다.
문제는 둘째.
즉, 자신의 마력을 통해 행사하는 화염이다.
당연하지만, 대기 중의 마력을 장악하고 불을 붙이는 데에 비해선 김민철 본인의 마력을 사용하는 쪽이 훨씬 더 간단할 수밖에 없다.
일단 마력을 장악하기 위해 별도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도 없거니와, 발화 능력을 각성한 김민철 본인의 마력도 이에 적합하도록 변화했을 테니.
그런 만큼, 위력이나 조성도 비교가 되질 않는다.
다양한 형태를 이루며 나를 몰아넣는 불길은, 앞선 공격과 달리 냉기의 흐름으로 흘려넘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약점이 있다면, 그나마 공격이 가지는 지향성.
다시 말해, 본인의 마력을 사용한다는 특성 상 발생할 수밖에 없는 빈틈이다.
요컨대, 자신의 몸을 기준으로 불꽃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점.
공간 발화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읽기 쉽다.
공격이 착탄할 때까지 발생하는 딜레이가 있으니까.
문제는, 김민철 또한 그 정도는 알고 있다는 사실.
첫 번째 공격을 지나칠 정도로 손쉽게 파훼한 탓일까?
이후, 김민철은 첫 번째 공격과 두 번째 공격을 적절하게 섞어 이 쪽을 견제하고 있었다.
물론 그 뿐이었더라면 연계 사이의 빈틈을 비집어 열 수도 있었겠지만…….
"쯧!"
김민철이 휘두른 화염의 채찍이, 그 형상을 뒤바꾼다.
풀 한 포기 없는 모래 위로, 불길이 타오른다.
주변의 마력을 잡아먹으며 덩치를 불리는 작열.
발화 능력 활용, 그 세 번째.
마력으로 불씨를 붙이는 게 아니라, 화염을 마력으로 제어하는 기술이다.
냉기나 번개 따위에 비해, 불꽃이 가지는 특징.
공격의 흔적이 전장에 잔류한다는 점을 이용한 테크닉.
타오르는 건물.
빗나간 공격이라 해도, 쉽사리 꺼트릴 수 없는 불꽃.
이 때문에, 협회 소속 헌터들이 가장 싫어하는 헌터를 꼽으면 첫손에 발화 능력자가 꼽힌다.
왜?
피해 액수가 차원이 다르거든.
그러나.
그런 만큼, 이런 활용에 있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마련이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벼락이나 유동성이 부족한 얼음과 달리, 불꽃은 전장에 흩뿌린 불씨 한 줄기 한줄기가 다음 공격의 포석이 된다.
비유하자면, 바둑과 같다.
공세를 반복하면 반복할수록, 내가 내밀 수 있는 수.
착점할 수 있는 장소가 점차 사라지고 만다……!!
허면?
'판을 엎을 수밖에.'
김민철의 공격이 바둑과 닮았다 한들, 헌터들 사이의 전투는 바둑이 아니다.
판을 엎는 건 물론, 이미 돌이 놓인 착점 위로 새로운 수를 둘 수 있는 게 바로 사냥꾼 사이의 싸움.
그런 의미에서 말하자면, 헌터들의 전법은 바둑보단 차라리 오셀로를 닮았다.
환경. 대비. 준비. 대책.
준비한 수를 두어, 전장의 형세를 뒤집는다.
차수를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한 번 우위를 점하면, 거기서 끝.
바둑판 너머에 앉은 상대를 죽여버릴 수 있다면, 우위인 상태에서 게임을 끝낼 수 있다.
……싸움이 시작된 이래, 이 공터를 벌써 몇 바퀴나 돌았던가.
지형은 숙지했다. 김민철 개인의 패턴도 학습했다.
요컨대, 공략할 준비도 끝났다는 소리다.
다음 순간.
과감히 스텝을 밟는다.
앞으로.
내가 도망칠 장소를 없애고자 똬리를 틀던 불의 감옥을 향해, 역으로 몸을 던진다.
"이런!"
아연한 목소리를 흘린 건, 내가 아닌 김민철 쪽이었다.
당연한 이야기.
결국, 이 공격들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몰아넣기.
직격한다면 모를까, 충분히 각오하고 영격한다면 흘리는 건 손쉽다.
전신에 두른 냉기가 삽시간에 깎여나간다.
내염 처리가 되어 있는 정장 위로도 후끈한 열기가 느껴진다.
그러나.
두 번에 걸쳐 감쇄된 불길은, 내 몸에 제대로 된 상처 하나 남기지 못했다.
스스로가 일으킨 불길에 가로막혀, 역으로 차단당한 김민철의 시야.
피부를 핥는 불줄기 안에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다.
망설임은 한 순간.
화염을 제어할 수 있는 김민철에게, 이 정도는 눈속임에 불과하겠지.
물론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바로 그 눈속임 한 번이었다.
부우우우웅!!
찰나의 망설임을 꿰뚫고, 기억해두었던 불길 너머 김민철의 위치를 향해 무기를 내던졌다.
물론 김민철 또한 이런 수에 당하진 않겠지.
손에 든 지팡이를 휘둘러, 날아든 무기를 쳐낸다.
"뭣?!"
허나.
예상 이상의 위력에, 김민철의 몸까지 휘청대고 만다.
마력조차 불사르는 화염을 뚫고 작렬했다기엔 이상할 정도로 무거운 일격이다.
보나 마나 김민철은 그렇게 생각했겠지.
아니.
공교롭게도, 무거운 건 중량 쪽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사용할 수 있을 만한 공격 수단은 총 두 가지.
하나는 창고에서 꺼낼 투척 무기요, 다른 하나는 거검의 손잡이에 부착된 쇠사슬이다.
그리고 어느 쪽이든, 김민철은 손쉽게 처리할 자신이 있었던 거겠지.
'뭐, 그렇게 생각하라고 유도한 거지만.'
바로 이 순간 사용하기 위해 준비했다는 듯이,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쇠사슬을 쓰지 않은 이유 또한 바로 그 때문이었다.
사그라드는 불길.
그 너머로 내 모습을 확인한 김민철의 눈이 크게 열렸다.
왜냐하면, 지금 내가 쥐고 있는 건 대검의 손잡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 반대.
방금 전까지 손잡이에 둘둘 감겨 있던 쇠사슬의 끝자락이었다.
……쇠사슬을 풀어, 김민철에게 투척한 게 아니다.
여하간, 저만한 거병이다.
한 손으로 쳐낼 수 있을 만큼 가벼울 리도 없지.
나만 해도 저걸 다루기 위해 어지간한 육체 강화 능력 보유자 이상의 훈련을 거듭하고 있을 정도고.
자세가 무너진 김민철을 향해, 쇠사슬을 내리친다.
동시에, 질주.
핑그르르르!!
김민철의 팔과 격돌한 쇠사슬에 맞추어, 지상을 향해 칼끝을 겨누는 대검.
그대로 쇠사슬을 꼬리 삼아 김민철의 몸뚱이를 휘감은 칼날이, 푸욱 하는 소리와 함께 모래사장 위로 박혔다.
불꽃을 제어하는 데에 한 순간, 대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비틀대는 데에 한 순간.
거기에, 대검을 뽑고 쇠사슬을 풀어헤치는 데에 추가로 두 호흡.
도합 네 호흡이면, 후위를 상대로 거리를 좁히기엔 충분하고도 남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득하게 벌어져 있던 거리를 순식간에 좁힌 채, 나는 주먹을 쥐었다.
결국, 내 애병은 대인전에서 사용하긴 힘든 물건이다.
애초에 대인전을 상정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이야기.
그렇기에.
이 전투가 대인전으로 흘러간 순간, 결판을 낼 방도는 이 두 주먹밖에 없었다.
'잡았다!'
……때문에.
다음 순간, 승리를 목전에 둔 내가 뒤로 도약한 건 무언가 이론적인 판단의 결과가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직감.
제육감에 반응한 육체가, 멋대로 움직인다.
솔직히 말해, 다소 억울한 기분도 들었다.
어째서 하필이면 지금 몸이 멋대로 반응한 건지.
허나.
사냥꾼다운 합리를 추구한다 자부하는 내게 있어선 정말로 의외였지만, 이번엔 직감 쪽이 정답이었다.
부우웅!!
아슬아슬하게 뒤로 물러난 내 코끝을, 묵직한 소리가 갈겼다.
만약 저 앞에 내 얼굴이 있었다면, 턱이 깨지는 건 물론이요 그대로 머리통이 날아갔겠지.
확신할 수 있었다.
방금 전, 하단에서 짓쳐든 일격엔 그만한 무게가 담겨 있었으니까.
……싸늘한 오한이 목덜미를 훑고 지나간다.
턱끝을 간질이는 식은땀이 한 방울, 또옥 하고 떨어져 바닥에 멍울졌다.
"흐음."
그리고.
방금 전까지 수세에 밀리고 있던 김민철은, 태연자약하기 그지없는 태도로 제 턱을 쓰다듬었다.
여하간, 그로서는 정말로 예상 외.
아니, 예상 이상인 결과일 테니까.
"설마, 이번에도 피할 줄이야."
그리 말하며, 김민철은 방금 전 휘두른 지팡이를 천천히 고쳐 쥐었다.
방금 전, 내 빈틈을 노리고 날아든 게 저거인가.
쇠사슬에 묶인 몸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손 안에서 회전시킨 지팡이로 반격을 노렸다.
그렇게 들으면 말이야 쉽지만, 저 솜씨는 후위직의 어설픈 발악 따위가 아니었다.
거기에, 저 파지법.
눈에 익다.
"봉술이군."
내 머리통을 노린 공격은 틀림없는 봉술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쿼터스태프Quarterstaff.
서구에 있어, 가장 대중적인 봉술이자 장병기술이다.
사실, 복선은 없잖아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예의 카페에서, 김민철은 내 기습을 피했다.
아무리 임전태세였다 해도, 지나칠 정도로 깔끔한 회피.
김민철이 체술에 소양이 있다는 건 당연한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좆됐군.'
쟤, 나보다 실력 높다.
비록 대인전에선 상대적으로 처지는 편이라 하나, 몬스터만 썰어댄 A+랭크 헌터보단 내가 나을 텐데 말이지.
아니, 내가 몬스터 때려죽일 생각에 체술 연습이나 하고 있었다면 그야 그렇겠지만!!
교단에 들어간 시점에서 몬스터 잡는 기술 따위는 진즉에 때려쳤을 테고!!
"악독한 구성인데, 친구."
솔직한 감상이었다.
저만한 발화 능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쪽은 단순한 미끼.
어중간한 실력이라면 화망으로 불사르되, 만일 파고들 방법이 있는 실력자라면 견제로 사용한다.
허나.
만약 어떻게든 거리를 좁히는 데에 성공한다 해도, 그렇게 파고든 상대를 기다리는 건 지옥의 아가리다.
추레하기 짝이 없는 거적떼기. 거기에, 손에 든 화려한 지팡이.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노골적일 정도로 전형적인 마법사들의 복장이다.
그렇기에, 누구나 김민철을 보면 본인의 능력을 중심으로 단련한 후위직이라 착각하게 되겠지.
거기까지 계산해, 모두 노림수.
희희낙락하며 불꽃의 세례를 돌파한 상대를 향해, 쿼터스태프로 일격.
쌓아올린 복선과 연출.
의식의 사각을 노리는 이 기습은, 보고 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벼락치기로 접한 격투기 경험 덕택에 몸이 먼저 반응했을 뿐, 단순한 백병전 기술은 나 이상일지도 모른다.
'골때리네.'
여태까지 상대해본 적 없는 타입이다.
비유하자면, 이준구는 영웅이다. 능력의 차이와 상황의 격차를 뒤집고, 어떻게든 승리를 쟁취한다.
비유하자면, 최승준은 천재다. 능력의 차이와 순수한 재능의 폭력으로, 어떤 상대라 한들 압살할 수 있다.
김민철은 다르다.
전투에 들어선 시점에서 머릿속으로 로드맵을 그리는 거겠지.
자신의 승리로 이어지는 길, 승리로 향하는 패턴을 정립하는 것이다.
상대에 따라 공략법을 마련하는 나와는 정 반대.
스스로 단련한 기교를 통해, 상대방의 행동을 유인한다.
그렇게 유도한 행동에, 준비한 카운터를 때려 넣는다.
상대. 자신. 조건. 능력.
그런 격차에 개의치 않는 전법이다.
굳이 명명하자면, 전사답다고 해야 할까?
어떤 상대라 해도, 자신이 연마한 필승법이 무너질 리는 없다고 강변하는 듯한 스타일.
신화 속 여신의 취향이 듬뿍 반영된 듯한 모습이다.
헤라클레스냐, 너는.
'씁.'
내심 혀를 찬다.
칼날을 두르고 있던 냉기 또한, 방금 전의 공방으로 한층 사그라든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다시 원점이었다.
과연 여기까지 오면, 나 또한 순순히 인정할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자리에서 김민철을 추포하는 건 무리다.
솔직히 말해, 처음엔 겸사겸사 추포할 생각이었는데 말이지~
몬스터 취향에 예비 성범죄자, 테러리스트 겸 미치광이 살인마 주제에 만만찮은 실력이다.
적어도 이 녀석에 한해선, 협회가 무능해서 죽을 쑨 게 아니다.
그냥 저 놈이 이상할 정도로 강한 거다.
세상에, 하늘은 어째서 저런 정신병자에게 힘을 주셨단 말인가.
기도하고 생각해 보니 그 하늘이란 게 바로 티아마트 그 년이었다.
씨발년, 돌아가면 뒈졌다 진심.
'그럼, 어떻게 할까.'
당장 내가 취할 수 있는 방도는 두 가지 정도.
하나는 언젠가 이준구가 올 거라고 믿고 시간을 끄는 일이요, 하나는 녀석의 정보를 몸으로 떼우며 알아내는 일이다.
뭐, 어느 쪽이든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지만.
수세로 돌기만 해도 어떻게든 버티는 건 가능할 테고.
후자 또한 마찬가지다.
설령 녀석이 시그니처를 사용한다 해도, 발화 능력이라면 한 번은 버틸 수 있을 테니까.
"음, 여기까지 할까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진 바로 그 순간.
김민철은 돌연히 그렇게 말했다.
"앙?"
"끝을 볼 생각이라면 모를까, 서로 한 번씩 주고받은 상황이 아닙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금 당장 싸움을 재개하면 십중팔구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겠지.
내가 수세로 돌기 시작하면 김민철 또한 나를 끝장내기 위해 방금 전과 같은 술래잡기를 다시 한 번 시작해야 할 테니까.
지나칠 정도로 손이 가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왜지?'
적어도 김민철이 할 말은 아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유리한 건 저 녀석일 테니까.
혹시 내가 협회에 신고한 게 아닐까 의심하고 있는 걸까?
아니, 협회보다 훨씬 더 무시무시한 녀석한테 신고하긴 했다만…….
"칫!"
그러나.
김민철은 처음부터 내 대답 따위를 기다릴 생각이 없었던 듯했다.
조용히 운을 띄운 직후, 눈 앞을 가리는 폭발이 일어났다.
공간 발화.
아무리 그래도 한눈을 팔고 있던 지금 이 순간, 즉각 반응할 수는 없었다.
몬스터가 상대였다면 또 모를까.
당연히, 돌파를 위해 냉기를 소비한 나로서는 물러설 수밖에 없는 상황.
그렇게 양 팔로 얼굴을 가리고 두어 걸음 거리를 벌리면, 어느새 김민철의 모습은 눈 앞에서 사라진 상태였다.
"뭐여, 저 새끼."
놓친 게 아쉽기도 했지만, 그 이상으로 의문이 앞섰다.
저 새끼, 뜬금없이 왜 저래?
혹시 여기에 운석이라도 떨어지는 건가?
의아한 기분에 하늘을 살폈지만, 딱히 세계 멸망의 징조는 보이지 않았다.
물론, 대답은 머잖아 알 수 있었다.
"괜찮느냐?!"
"어?"
"갑자기 네 녀석이 저자 한복판에서 사라졌다는 얘기를 들었느니라! 거기에 옆에는 민철이같은 녀석이 있었다는 말도, 잠깐 이게 다 무어냐?!"
자박자박.
바보같은 발소리와 함께, 폐공장 어귀에서 뚜방뚜방 모습을 드러낸 여신 때문이다.
……저토록 섬세한 전법. 그 이상으로 맛이 간 윤리 의식.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민철이라는 놈은 저 여신을 상대할 땐 어딘가 숫총각같은 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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