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냥 몬스터만 죽이고 싶음-34화 (34/371)

〈 34화 〉 아르바이트

* * *

그렇게 윤하의 동의를 얻어낸 내가 다음으로 향한 건이번에 돌아본 게이트들 중 하나였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옆에 부속된 처리장. 내게 있어선 특히나 익숙한 장소였다.

"아, 우리 막둥이 아녀?!"

오랜만에 처리장에 발을 들이자, 버선발로 뛰쳐나오는 아저씨들 또한 눈에 익었다.

삽시간에 나를 둘러싸고 오랜만이라는 둥 방금 전엔 무슨 일로 찾아왔냐는 둥 소란을 부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몇 년 만에 찾아온 나를 보고도 허물 하나 없이 찾아왔으면 인사를 해야지 뭐 하는 거냐고 등을 두드리는 양반들도 있었다.

"아, 거 참! 일 하고 있었다니까, 일!"

"뭐여, 우리 막둥이 출세했어?"

"뭣이?"

"헌터 됐다고 말한 게 언젠데 왜 이제 와서 이러시나들 몰라. 아, 됐고! 일감 없어, 일감?"

어느 쪽이든, 오랜만에 보니 반갑기는 했다.

나도 모르게 옛날 이 아저씨들이랑 어울릴 때처럼 퉁명스런 어투로 대답하고 있는 가운데, 문득 이 쪽을 잡아당기는 손길이 느껴졌다.

"저, 선생님?"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불안한 얼굴로 내 뒤를 따라오던 윤하가 한층 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런 말은 조금 그렇지만, 아무래도 지나칠 정도로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라 무심코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이 분들은 누구세요?"

아마도, 정말로 묻고 싶었던 건 그게 아니겠지.

때문에, 나 또한 어깨를 좁히며 그녀가 정말로 듣고 싶었던 대답을 건네기로 했다.

"해체 작업 반장."

문자 그대로, 이 시대엔 없어선 안 될 조직.

몬스터들의 해체를 관리 및 감독하는, 이 시대의 백정들이다.

*

물론 황윤하 또한 해체장에 대해선 알고 있었다.

널리디 널린 저랭크 몬스터들이라면 모를까, 고랭크 몬스터들 중에서는 모종의 방어 수단을 갖추고 있는 개체들도 더러 있다. 단순히 단단하거나 마법적인 방어를 두르고 있는 수준을 넘어, 특정한 무기나 방법이 아니면 데미지를 줄 수 없는…… 소위 말하는 개념적인 방어다.

검으로만 죽일 수 있는 생물. 창으로는 뚫을 수 없는 비늘. 화살이 아닌 한 상처를 입힐 수 없는 가죽. 불길을 무시하고 벼락에만 데미지를 입는 건 예사요, 특정 수순을 밟지 않으면 목숨을 끊을 수 없는 녀석들 또한 존재했다.

아무리 헌터라 해도 그런 녀석들을 상대하는 건 힘들다. 상성이라고 해야 할까? 어떠한 물리적인 공격 수단도 무시할 수 있지만, 마력 간섭에는 약한 몬스터를 상대론 A+랭크 전위보다야 D랭크 마법사를 보내는 쪽이 훨씬 더 효율적인 법이니.

단순히 힘으로 때려 부수면 되는 게 아니라, 몬스터의 성질을 이해하고 이를 공략해야 한다.

그들이 초인 따위가 아닌 사냥꾼이라 불리는 이유다.

문제는, 이렇게 몬스터를 사냥한 후다.

말했다시피, 몬스터의 방어 수단에는 여러 종류가 존재한다. 그리고 개중에서도 가장 우월한 게 몬스터가 가진 고유의 특성…… 다시 말해 일종의 체질일 경우다.

물리적인 방어력이라면, 이를 상회하는 공격력으로 타파할 수 있다.

마법에 의한 방호라면, 마법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타도할 수 있다.

허나, 단순히 무기가 듣지 않는 체질일 경우 어떻게 하기도 힘들다. 이런 경우는 대개 몬스터가 죽음을 맞이한 뒤에도 그 효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기에 갑옷 소재 등으로 사랑받는 것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를 해체해야 하는 헌터 입장에선 죽을 맛이다.

막말로, 칼이 들지 않는 가죽을 어떻게 벗겨내야 한단 말인가?

이러한 문제는 무기를 다루는 전사들보단 마법사들 사이에서 한층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어쩔 수 없는 이야기였다. 평소부터 날붙이를 다루는 데에 익숙한 검사들과는 다르게, 마법사들은 어디까지나 후위직. 아무래도 체력이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하물며 몬스터를 사냥한 직후, 칼도 듣지 않는 몬스터의 가죽을 어떻게든 해체해서 가지고 오라고?

탁월한 전사들조차 토벌을 마치면 뻗어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와중에, 고문 외의 뭣도 아니다.

해체사, 혹은 도축업자라 불리는 몬스터 전문 백정들은 바로 이런 과정에서 나타났다. 토벌 이후, 지친 헌터들을 대신해 몬스터의 소재를 해체하고 사체를 운반하는 직종이다.

처음엔 하위 헌터들의 일용직 아르바이트 내지는 경험을 쌓는 용도로 여겨진 이 직종은, 그러나 인류가 고랭크 몬스터를 토벌함에 따라 점차 전문화되기 시작했다.

칼이 안 듣는 몬스터의 가죽은 어디까지 칼이라고 인식하는가? 날붙이를 무시하는 몬스터의 비늘은 칼슘 함량 몇 % 이상부터 이를 생물의 육체라 인식하는가?

이처럼, 차곡차곡 누적된 해체업자들만의 노하우는 그들을 일종의 기술자처럼 만드는 데에 일조했다.

이렇게, 고위 헌터들과도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는 해체사들이 출범하기 시작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몬스터와 싸우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데, 몬스터와 싸운 이후 소재를 갈무리하는 방법까지 하나하나 연구하는 헌터들은 드물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으니.

고등학교로 진학할지 아니면 직장을 구해야 할지 고민한 적 있던 윤하로서는 일찍이 염두에 둔 직업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때 그렇게 포기했던 직업 체험을 이제 와서 하게 될 줄은.

시간은 밤 10시. 어느덧 하늘에는 휘영청 달이 떴다. 평소라면 디비지게 드러누워 TV를 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괜스레 분위기에 휩쓸려 고개를 끄덕인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은연중에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위험한 아르바이트는 아니었지만, 그렇다 쳐도 피곤하기는 했다.

다른 것보다, 정신적 피로다. 헌터인 그녀에게 맥도날드 아르바이트 정도는 이제 와선 간에 기별도 가지 않았지만, 오늘 벌어진 일이 너무나도 복잡했다. 같은 반 친구가 우주인을 데리고 아르바이트하는 가게에 찾아오더니, 알고 보니 그 우주인이 담임이라질 않나…….

문득 윤하의 목덜미가 훅 하고 달아올랐다. 그 직후 자신이 보인 추태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씨발, 내가 돌았지.'

만난 지 고작해야 한 달밖에 안 된 사람을 잡고 뭐 하는 짓이었을까, 이게.

자신이 가끔씩 가게를 찾아오는 술 취한 진상 손님마냥 주책을 부렸다는 사실에 지끈지끈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사춘기 여고생에게 있어, 저녁놀 지는 시간이란 그토록 강렬한 마력을 지니고 있는 법이었다…….

허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애초에, 우리 담임은 도대체 뭐 하는 양반일까?

예의 정신 나간 패션 센스에 대해선 둘째치더라도,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참으로 묘한 일이었다. 아카데미 교사로 부임했다는 건 전직 헌터였다는 걸 텐데, 다른 애들이 말하는 걸 귓동냥으로 훔쳐듣다 보면 아무래도 제대로 된 정보 하나 없다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낙하산이냐 하면 그건 또 아닌 듯했다. 무엇보다, 이번에 자신이 무단으로 학교를 빠진 이유라 말할 수 있는 실습 당일. 게이트 안쪽으로 몸을 던지는 모습을 보았다는 말도 더러 있었으니.

부끄럽지만, 자신이 때 아닌 화풀이를 털어놓은 데에는 바로 그런 이유 또한 있었다. 담임인 박우찬이 게이트 안으로 모습을 감춘 이후 갑자기 실습이 중단되었던 만큼, 무언가 연관이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만 것이다.

그러나, 아카데미 밖에서 마주친 박우찬은 자신이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이상한 사람이었다.

다른 건 둘째치고, 왜 학교 밖에서 다른 학생과 따로 만나고 있었던 걸까. 흘끔, 황윤하의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거기엔 여기까지 오면서 박우찬이 함께 데려온 같은 반 여학생, 자하연이 조각칼 비스므리한 무언가를 뽀짝이며 낑낑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솔직히,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조합이다.

별로 대화해 본 적은 없지만, 자하연은 알게 모르게 반 내에서 유명 인사였다.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건지 알 수 없는 대형 신인. 첫 날부터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능력 활용법 대신 운동장 뺑뺑이를 돌린 박우찬 앞에서, 마찬가지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이를 수행한 자하연은 중학생 때부터 나름대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던 차세대 헌터 꿈나무들 사이에서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실습 당시 보여준 모습도 나쁘지 않고, 그 이상으로 신비스러운 외모도 있다. 윤하 본인이야 어쨌든, 같은 반 애들 중에선 섣불리 말 걸기 어려워하는 애들도 있을 정도였다.

그런 자하연과 함께 가게를 찾았을 땐 혹시 자신을 찾기 위해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던 걸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무언가 이상한 조합이다.

하물며 그 옆에 있는 사람은 더더욱 그랬다.

"에잇."

앙증맞은 기합성과 함께, 한 손으로 몬스터의 등딱지를 뜯어내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방금 전, 윤하가 거의 10분을 매달려 간신히 뜯어낸 것과 같은 물건이었다.

잠정 여자친구. 자신을 티아라고 소개한 그녀를, 윤하는 마음속으론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만일 박우찬 본인이 알았다면 흔쾌히 시신경 수술을 준비해 줄 법한 발언이었지만, 아무래도 윤하가 보기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렇다기보다 그런 관계가 아니라면 왜 여기 있는 건지 도저히 모를 일이었다.

마찬가지로, 여기까지 오는 와중 박우찬이 데려온 사람이다.처음에는 모델이라도 되는 걸까 생각했지만, 지금 저 옆에서 몬스터 사체를 맨손으로 뜯어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쩌면 헌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델 같은 헌터와 같은 반 학생을 데리고 우주복을 입은 채 자신이 아르바이트하는 장소까지 찾아온 담임 선생…….

앞 부분만 보면 치정극이었지만, 뒷 부분을 보면 B급 스낵 컬처다.

해서, 황윤하는 아직도 자신에게 이번 아르바이트를 소개해 준 박우찬이 어떤 사람인지 쉬이 판단하지 못하고 있었다.

"윤하야, 잘 하고 있냐?"

그러므로.

저 멀리서부터 껄렁거리는 태도로 다가오는 우주복을 보며, 윤하는 잠시 뭐라고 해야 할지 곤란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오, 처음 치곤 잘 했네."

"네? 이게요?"

"그럼. 이 정도면 훌륭한 편이야."

그리 말하며 윤하 앞까지 다가온 박우찬은 재주 좋게도 윤하가 발라낸 등껍질 중 하나를 우주복에 휘감긴 손으로 집어 올렸다.

말마따나, 여기까지 온 박우찬이 그녀에게 제시한 건 결국 아르바이트였다. 하급 몬스터 해체. 게이트가 닫힌 이후, 자연스레 손이 귀해진 자리에 자신의 인맥을 써 그녀를 꽂아준 것이다.

"내가 노하우 좀 알려 줄 테니 잘 보고 있어라, 윤하야. 봐, 얘 등껍질이 멋대로 충격을 분산하거든? 근데 이렇게 분산되는 충격에도 법칙성이 있단 말이야. 그러니까, 등껍질의 결이랑 퍼져나가는 충격이 일치하는 각도로 연장을 꽂으면……."

딱! 시원스러운 소리와 함께, 방금 전까지만 해도 윤하가 쩔쩔매고 있던 등껍질이 쩍 하고 갈라졌다. 티아가 막무가내로 뜯어낸 것보다 훨씬 깔끔한 단면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면, 어떻게 박우찬이 이런 인맥을 쌓을 수 있었는지 눈에 불을 보듯 뻔했다.

어쩌면 저 괴악한 패션 센스 또한 여기에서 일하다 보니 길러진 걸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소재를 갈무리하던 도중 독주머니를 건드렸다던가……. 실제로, 그를 알아보던 작업 반장들은 그의 패션 센스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너도 조금만 연습하면 이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을 거야."

"왜 이렇게까지 해 주세요?"

그게 말이 되냐고 묻는 대신, 황윤하는 자신도 모르게 그리 되묻고 있었다.

황윤하로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이런 말은 하기 뭣하지만, 자신과 박우찬이 만난 건 고작 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한 달간, 자신은 학교를 땡땡이치면 땡땡이쳤지 성실한 모습 따윈 보여준 적도 없었다.

허나, 박우찬은 황윤하의 부끄러운 토로를 들은 뒤로도 그녀의 중학교 선생들이 그랬듯이 그래도 네 처지는 나은 편이라던가 그러니까 더더욱 열심히 해야만 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설교하는 대신 묵묵히 아르바이트 자리를 꽂아주었다.

다른 건 몰라도 아르바이트 때문에 학교를 안 나오는 애가 있다면 오히려 알바를 그만두게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윤하로서는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 네가 그리 말했잖니."

"네?"

하지만, 그에 비해 박우찬의 대답은 실로 간단했다.

"돈을 벌기 위해 헌터가 되려고 여기 왔다. 그렇게 말하지 않았니?"

"그야 뭐, 그랬지만……."

"그렇다면 도움이 될 거야. 알고 있겠지만, 내 일은 너희들을 어엿한 헌터로 키우는 거거든. 비록 여기서 배운 것들을 당장에 활용하긴 힘들겠지만, 그 중 1%라도 활용할 수 있다면 더 많은 학생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니?"

그리 말하며, 박우찬은 옆에 놓인 등껍질 중 하나를 톡 건드려 다시 한 번 쪼개놓았다.

말마따나, 저런 기술을 사냥 도중 활용하긴 힘들겠지. 하지만, 물리적인 공격밖에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 등껍질의 주인을 만나게 된다면? 보통은 손을 쓸 수 없어 퇴각을 결정하거나, 어쩌면 전멸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런 기술을 알고 있다면, 어떻게든 타도할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거기까진 생각이 미쳤지만, 윤하의 귓가를 간질인 건 방금 전 박우찬이 말한 살아남는다는 표현이었다.

그제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윤하 또한 머리로는 알고 있었으나, 마음 속으로는 실감할 수 없었던 점.

만일 박우찬이 전직 헌터였다면, 여태까지 그는 수많은 죽음을 목도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게이트가 닫히기 전까지 수많은 이들을 떠나보냈을지도 모른다.

친구, 혹은 가족.

자신의 치기 어린 사정은 반항기 정도로 웃어넘길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인연을.

이 아르바이트를 소개해 준 이유 또한 짐작이 갔다. 헌터가 되기 위해 온 거라는 자신을 보며 그가 지었던 떨떠름한 표정이야말로 그의 대답이었다.

"거기에, 돈도 아낄 수 있겠지?"

마치 농담하듯 그리 덧붙이는 박우찬의 모습에, 윤하는 답하지 못했다.

"뭐, 수익 자체는 평범할 거야. 이제 막 배운 애한테 고랭크 몬스터 소재까지 돌려줄 순 없을 거야. 어지간한 아르바이트보다는 낫겠지만."

"……거기까진 바라지도 않았어요. 감사합니다."

"하하. 나중에 헌터가 되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열심히 해 봐. 학교 일은 너무 마음 쓸 건 없고."

지나가듯 툭 흘린 그 말에, 윤하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그 나이에 불안할 수도 있겠지. 어떻게 안 불안하겠냐, 사회가 이 모양인데."

"죄송해요."

"사과하라고 한 말 아니야, 인마. 하지만, 그거 하나만 알아 주렴. 네게 있어선 지루한 수업이었을지 몰라도, 다른 애들한텐 꼭 필요한 일이었다는 거."

"이젠 알아요."

거저 하는 말은 아니었다.

아마도, 박우찬에게 있어 헌터란 멋들어진 모습으로 괴물들을 썰어넘기는 영웅을 말하는 게 아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어떻게든 몬스터의 숨통을 끊는…… 그런 사냥꾼이다.

멋이 없어도 상관없다. 추잡한 방식이라고 경원시당한다 해도, 죽는 것보다는 낫다.

필시 그런 마음으로 학생들을 키우고 있는 거겠지.

"나중에 마음 내키면 찾아오고. 슬슬 학교에서도 다음 수업 들어갈 거거든."

그리 말하며 윤하의 어깨를 가벼이 두들기는 박우찬의 손길은, 우주복으로도 감출 수 없을 만큼 온화했다.

그 날, 집으로 돌아간 황윤하는 자신이 다니고 있던 아르바이트 대부분을 정리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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