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화 〉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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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밖의 조우란 언제나 이토록 갑작스럽고, 그 이상으로 당혹스러운 법이다.
나와 윤하, 우리 둘의 시선이 잠시동안 허공에서 맞부딪혔다.
"손님…… 이시죠?"
무어라 말하기 어려운 침묵. 정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먼저 입을 연 건 윤하 쪽이었다.
아무래도 윤하는 나를 알아보지 못한 듯했다. 어쩌면 나중에 잡아떼기 위해 일부러 저러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야심차게 출범한 헌터 아카데미 프로젝트. 허나, 아무리 그래도 교칙까지 처음부터 새로 만든 건 아니다. 세간에서 통용되던 물건을 적당히 가져와 손질한 게 전부겠지. 그리고 내 기억에 따르면, 여타 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아카데미 또한 학생의 사적인 아르바이트를 금지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시간이 썩어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아르바이트에 대한 부분만 따로 손을 댔을 리도 없으니. 사실, 아무리 유명무실한 교칙이라 한들 차세대 헌터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 기관에서 그런 걸 대놓고 허락한다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물론 헌터로서의 실력 상승에 저해가 올 정도가 아니면 어느 정도 눈감아 줄 순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정면에서 마주친 이상 나 또한 잠자코 지나갈 수는 없었다. 하물며 지금 윤하는 도저히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는 상황었으니까. 그러니 윤하 또한 저렇게 둘러대는 거겠지.
"진심이세요, 오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나를 향해, 하연이가 그리 쏘아붙였다.
아, 생각해 보니 지금 우주복 입고 있었지?
미쳤군, 내 선견지명. 덕분에 원조교제 운운하는 소리는 나오지 않을 듯했다.
한껏 긍정적인 사고를 구사하며 자리를 잡자, 윤하 또한 떨떠름한 얼굴로 웅얼웅얼 환영 인사를 마무리했다. 접객으로서는 실격에 가까운 태도였다.
"내 생각에, 이 놈은 돌아버린 게 틀림 없느니라."
"……그래도 좋은 점은 있어요."
그런 윤하의 태도에 둘 또한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티아마트에게 윤하가 누구인지 설명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는 사이, 메뉴도 대략 정했다. 주문을 위해 일어서려던 나를 극구 말리며 자리에 앉힌 하연이가 줄을 서는 사이, 나는 조심스레 윤하의 모습을 관찰했다.
이런 말을 하긴 조금 그렇지만, 아무래도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장을 핍박하긴 힘들 듯했다.
겉늙어 보인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분위기부터 그랬다. 비록 상대가 우주인이라 해도 당황하지 않고 접객을 마무리한 그녀의 모습에선 다른 알바생 이상의 원숙함이 느껴졌다.
삼남매의 장녀라기보다는, 3인 가정의 가장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모습.
심지어 카운터에 서 있는 모습만 해도 그랬다. 허리춤까지 길게 내리 기른 검은 머리카락을 평소와 달리 틀어올린 채, 막힘없이 주문을 처리하는 그녀의 모습은 차라리 사회인에 가까웠다.
다른 모습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평소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며 주변을 살피던 연두색 눈동자는 양아치처럼 주변을 탐색하는 게 아니라 단지 피곤에 절어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는 듯했고, 스포츠맨처럼 탄탄한 신체 또한 따로 운동을 하고 있다기보단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져진 생활 근육처럼 느껴졌다.
저래서야, 학교를 빠지게 된 이유도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저 여아, 네 학생이라지?"
"씹, 깜짝이야!"
나도 모르게 테이블을 뒤집을 뻔했다.
간신히 진정하고 시선을 돌리자, 그런 내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는 여신이 보였다. 잘 생각해보면, 하연이가 자리를 비운 이상 나와 그녀의 독대가 되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온 몸을 타고 소름이 돋았다.
"의외란 말이야. 네 녀석이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그랬다만, 정말로 성실하게 교사 직무를 수행하고 있을 줄은."
"시비 걸러 왔냐?"
"설마. 단지, 정말로 의외라는 게다. 뭐라고나 할까, 네 녀석은…… 무리를 짓는 부류가 아니라 생각했었으니 말이다."
"꼽냐?"
무리를 짓는 부류가 아니라니, 말 한 번 잘 한다. 결국 친구 없게 생겼다는 말 아니냐?
일단 변명해보자면, 나도 친구 정도는 있었다. 독심술사였는데, 어쩌다 친해진 이후로 같이 사냥도 한 적 있는 녀석이다.
뭐, 지금은 연락도 안 되지만.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고.
별로 싸운 기억도 없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 이래서 친구는 소중하게 대하라는 건가 보다.
"아니, 본인 또한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니라. 아무래도, 반항기인 것 같다지?"
"틀리진 않네."
"저 나이대 애들은 으레 그러는 법이지."
마치 뭐라도 알고 있다는 양 뇌까리는 여신의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이런 태도 때문에, 나는 이 녀석이 영 껄끄러웠다. 성좌라 해 봐야 그 본질은 어디까지나 몬스터에 지나지 않는다던가, 지금이야 협력하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배신할지 모른다던가……. 그런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말이다.
"허나, 기억하곤 있겠지? 우리는 지금 때 아닌 아동 상담에 나서고자 찾아온 게 아니니라."
"그래. 네가 햄버거 햄버거 노래를 해서 찾아온 거였지."
"……에잉, 깐깐한 녀석 같으니라고. 이따가 튀김도 덜어줄 테니 좀 봐주거라. 하여튼, 지금 당장엔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게야."
"알고 있다."
"좀 들어보거라. 설령 그렇다 치더라도, 일을 마치고 나면 아무래도 여유가 남지 않겠느냐?"
그런 내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여신은 다시 한 번 바라지도 않은 조언을 건넸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애초에 시간을 잡아먹는 건 게이트 조사가 아니었던 만큼, 걸음을 재촉하면 어느 정도 여유는 나겠지.
'썩어도 여신이라는 건지 뭔지.'
협회 최상층에서 썩어가며 생긴 습관일까. 어느 쪽이든, 조언 자체야 들어둘 가치가 있었다.
도저히 순종적인 태도라고는 농담으로도 말하지 못할 내게 이런 조언을 베푸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녀의 조언을 듣기 위해 온갖 공물을 준비하는 협회의 높으신 양반들이 썩 불쌍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물론 이번에 내가 받은 조언은 여신의 잠언이라기엔 지나칠 정도로 조촐한 물건이긴 했지만.
오히려 수다 떠는 옆집 아줌마같았다.
"일단 서비스로 조금 더 담았어. 근데, 정말로 이상한 사람 아니야? 대신 신고해 줄까?"
"나도 가끔씩 그런 생각을 하긴 하는데, 정말로 아니야. 괜찮아."
"그렇게까지 말하면 내가 할 말은 없지만……. 조심해. 딱 봐도 위험한 사람 같으니까."
머릿속으로 계획을 조정하고 있자니, 어느새 주문을 받고 돌아온 하연이가 그대로 우리 앞에 트레이를 내려놓았다.
설령 장례식장이었다 해도 이처럼 조용할 수는 없을 듯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시끄럽게 조잘대던 여신은 제 몫으로 나온 햄버거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쑤셔 넣느라 바빴다.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과격한 모습. 여신이라는 이름은커녕 겉보기에도 어울리지 않을 만큼 난폭하기 그지없는 행동거지였다.
도대체 어떤 얼간이가 여신한테 햄버거를 선물했던 건지는 몰라도, 참 복스럽게도 쳐먹는군. 천하대장군 감이야, 아주.
그 모습에 내 옆으로 낑겨 앉은 하연이 또한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만일 그 뿐이었다면 나 또한 드디어 얘가 이 년의 실체를 깨달았구나 싶은 마음에 기꺼이 축배를 들었겠지만, 나를 흘겨보는 눈초리를 보고 있자니 아무래도 그건 아닌 듯해서 조용히 햄버거나 깨작대기로 했다.
"미쳤어……."
패스트푸드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을 정도로 조용한 식사였다고 할 수 있겠다. 고작해야 햄버거 하나에 저토록 집중하는 여신이나, 낑낑대며 헬멧을 벗은 끝에 맨얼굴 위로 덮어쓰고 있던 방독면 밑으로 햄버거를 우겨넣는 내 모습을 보며 하연이가 뇌까린 저 말이 우리들 사이에 오간 마지막 환담이었다.
결국, 황윤하가 신고를 위해 전화기를 드는 일은 없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녀석의 조언대로 행동하는 게 썩 아니꼽긴 해도, 이 기회를 놓치는 건 역시 아까웠기 때문이다.
카운터 앞까지 다가오는 내 모습에 윤하가 얼굴을 긴장시켰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다른 알바생들 또한 혼신의 힘을 다해 이 쪽을 외면하는 모습이 보였다. 결국, 떠넘기다시피 앞으로 나선 윤하는 어색한 웃음으로 나를 반길 수밖에 없었다.
"혹시 필요하신 게 있으십니까, 손님?"
"아르바이트는 언제 끝나니?"
내 말에 잠시 미묘한 표정을 지은 그녀가 곧 곤란하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죄송하지만, 당 점포에선 그런 행동을 불허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맹랑한 꼬맹이같으니라고."
"네?"
"그런 거 아니니까 대답이나 해, 이것아."
그리 말하며 다시 한 번 우주복 헬멧을 벗었지만, 그녀의 표정은 한층 더 기괴하게 변할 뿐이었다. 그 모습에 의아해하던 나는, 곧 만약을 위해 착용하고 있던 방독면까지 벗어던졌다.
그제서야 윤하 또한 제대로 반응할 수 있었다. 아니, 이걸 제대로 된 반응이라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화들짝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던 윤하는, 그러나 곧 혼란스럽다는 듯이 헬멧과 방독면을 차례차례 살필 뿐이었다.
"응? ……응?"
"작업복이야."
내가 생각하기에도 반론 하나 허가하지 않는 목소리였다.
아무래도 지금 상황이 영 당혹스러운 듯 도저히 갈피를 잡지 못하는 얼굴이었지만, 그런 그녀의 옆구리를 지나가던 알바생이 쿡 하고 찌르며 지나가자 마치 불에 데이기라도 한 양 파르르 어깨를 떨었다.
사실, 상황 자체는 명료한 편이었다. 요컨대 무단으로 아르바이트하던 학생을 담임 교사가 발견했다는 거 아닌가.
윤하 또한 마침내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건지, 어깨를 늘어뜨리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힘없이 대답을 건넨 건 덤이었다.
덕분에 나 또한 안심하고 자리를 뜰 수 있었다. 방금 전 윤하가 말해준 시간까지는 아직 그럭저럭 여유가 있었다. 남은 게이트는 대략 열댓 개. 이 정도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수준이다.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본래부터 무언가 수상한 흔적이 있는지 확인해 보는 단순 작업. 그조차도 지금은 실질 사막에서 바늘 찾듯 이리저리 들쑤시는 게 고작이다. 만일 하연이의 예의 특이 체질 비스므리한 무언가가 발동한다면 또 모르겠고, 실제로도 이를 기대하고 있긴 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저녁놀이 기울고 밤이 찾아왔다.
오후 8시. 점포의 정문이 보이는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자, 마침 윤하가 환복하고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윤하야!"
손을 들어 그녀의 주의를 끌자, 마침 그녀 또한 이 쪽을 돌아보았다. 그리곤 대뜸 얼굴을 와락 구기더니, 성큼성큼 이 쪽을 향해 다가오는 게 아닌가?
이윽고 내 앞에서 멈춰선 그녀는 내 발끝부터 정수리까지 천천히 시선을 흘렸다. 만약 예의범절에 엄격한 어르신이었다면 단박에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쳐박을 정도로 무례한 행동이었지만, 아무래도 그녀는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일단 묻고 싶은 건 여럿 있지만…… 왜 환복 안 했어요, 도대체?"
그야 뭐, 지금도 예의 여신이 따라붙은 상태니까 그렇지.
물론 당장에 눈이 닿을 만한 곳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소리는 아니다. 진솔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개인 면담 운운하는 명분까지 내세운 참이었으니까. 하지만 하연이는 물론이요 지금은 예의 여신까지 보호해야 하는 내 입장 상 그녀들은 먼저 돌아갈 수도 없었고, 애초에 돌아갈 마음도 없는 듯했다.
때문에, 둘은 지금 가까운 카페에서 신나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하지만 여신의 존재나 하연이에게 걸려 있는 보호 감찰을 털어놓을 수도 없는 노릇. 그렇기에, 나는 가급적 단호한 어조로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필요한 일이니까."
"……필요하다고요? 학생이 아르바이트하는 곳에 우주복 차림으로 찾아오는 게?"
"그래."
철면피를 깔고 그리 말하자, 과연 윤하 또한 당황하고 만다. 아무래도 본인으로서는 비아냥거릴 생각이었던 것 같지만, 정작 예상과 달리 당당하게 나오자 퍽 곤혹스러운 모양이다.
뭐, 별로 중요한 일도 아니고. 애시당초 내가 우주복을 입는다 한들 안 될 건 또 뭐란 말인가. 고작해야 윤하가 아르바이트 하는 장소에서 우주인이랑 대화하는 모습을 봤다는 소문이 퍼지는 정도겠지.
즉, 별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지금 이 상황에 비하면 말이지.
결국 두 손 두발 다 들었다는 듯이 항복하는 제스처와 함께, 윤하는 근처 펜스에 등을 기댄 채 짝다리를 짚었다.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썩 방자한 태도였지만, 제 아르바이트 장소에 대뜸 담임이 나타난 여고생 치고는 그럭저럭 무난한 태도라 넘어가기로 했다.
"그래서, 무슨 일이세요?"
"무슨 일 때문일 것 같니?"
"거야 뭐, 아르바이트 때문 아니에요? 설마 고작 이거 때문에 반 친구랑…… 여자친구까지 데려올 줄은 또 몰랐는데."
"그런 거 아니다."
사실 얘를 찾으려고 싸돌아다닌 건 아니고, 단순히 얻어 걸린 거지만.
어쨌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가정을 하는 윤하를 향해 근엄한 태도로 오류를 지적하자 윤하 또한 아무래도 좋다는 듯 어깨를 좁혔다.
"말도 안 하고 아르바이트 한 건 죄송하게 됐습니다. 나중에 반성문 쓸 필요 있으면 교무실로 갈게요."
"학교엔 나오지도 않으면서?"
뚱한 태도로 입을 다무는 황윤하. 아무래도 말하기 영 껄끄러운 주제라는 거겠지.
하지만 나로서는 언급할 수밖에 없었다. 막말로, 아르바이트 뿐이라면 별다른 문제는 되지 않는다. 애초에, 그녀의 가정 사정을 고려하면 아르바이트 신청이 반려될 확률은 극히 적고.
다만, 아무리 그래도 지금 윤하의 태도는 무언가 이상했다.
돈이 필요하다는 건 알겠다. 아르바이트도 할 수야 있겠지. 허나, 아무리 그래도 학교에 통보 한 마디 없이 수업을 빼먹는 건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막말로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녀에게 아르바이트를 허락해 줄 선생도 다시 한 번 재고하게 될 테니까.
필시 평소부터 학교 갈 시간에 다른 아르바이트 장소를 전전하고 있는 거겠지. 피곤에 쩔어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짐작이 갈 수밖에 없다. 사실, 출근 시간인 아침 타임에 근무를 맡아 줄 알바생을 구하는 건 하늘에 별 따기. 수요는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
문제는, 방금 전 말했다시피 어째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집에 차압 딱지라도 날아왔나? 아니면?
어느 쪽이든, 갑자기 학교도 빼먹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건 도저히 좋게 봐주기 힘들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거지? 한 번 말해 보렴.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잖니?"
참고로, 진심이었다. 말투만 듣기 좋도록 다듬은 게 아니라.
뭐라도 좋으니까 당장에 급전이 필요했다. 등교할 시간조차 아까울 정도로. 아마도 그녀의 사정은 그런 부류의 이야기겠지.
다행스럽게도, 내게는 그 정도 문제라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즉, 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
다시 말해, 돈과 권력이다.
썩어날 정도로 많은 돈! 그리고 이준구라는 네임 밸류!
이만한 힘이 손 안에 있는 이상, 못 할 일이 더 드물 판국이다.
그런 확신과 함께 대답을 재촉하자, 머잖아 그녀 또한 탐탁치 않은 어조로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떨떠름한 얼굴로 그녀가 내뱉은 말은 내가 예상하고 있던 바와는 사뭇 달랐다.
"수업이 마음에 안 들어요."
뭣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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