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 뒷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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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꼭 나눠야 할 이야기가 있는 건 아니었다.
애시당초 이준구로서는 달리 할 말도 없었다. 내기나 가정 교육. 어느 쪽이든, 더 이상 손을 쓸 수도 없겠다 싶어 박우찬에게 맡겼던 일들이니까.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무책임한 발언이긴 했지만, 이제 와서 자신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무엇보다, 내기 자체가 흐지부지해진 점도 있다. 실습이 중단되기도 했거니와, 이예은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박우찬이 인정할 만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물며 이예은과 박우찬 사이에서 무언가 극적인 타결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 해서 하루아침에 연마하던 기술을 내버릴 만큼 엄청난 깨달음을 손에 넣은 것도 아니었으니까.
다만.
"오빠."
"응."
"……혹시, 그 사람이야?"
며칠 전, 오라비의 품에 안긴 채 집으로 돌아온 이예은은 그리 물었다.
주어도 목적어도 쏙 빠진 질문이었지만, 이준구는 어물어물 입을 연 당사자조차 모를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정도로 흡사한 상황.
그렇기에 이준구는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
"그러고 보니, 혹시 기억나?"
"엉?"
"왜, 있잖아. 예전에 이 근처에서."
마치 소일거리 하듯 주워섬긴 잡담. 그렇게밖에 들리지 않는 이 한 마디 질문을 위해서.
물론 박우찬은 당장에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도리어 이준구의 말을 듣고 난 뒤에야 더듬더듬 기억을 되짚는 듯했다. 아마도 그에게 있어 그 날은 구태여 기억할 필요도 없는 나날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 거겠지.
이준구에게는 아니었다.
아직도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 마치 그 날의 풍경이 눈꺼풀 뒤에 눌어붙은 듯, 이준구는 가끔씩 그 날의 꿈을 꾸기도 했다.
그 정도로 중요한 날이었다.
이준구라는 개인에게는 물론, 어쩌면 이 대한민국에 있어서도 일종의 분기점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국가에 의해 실패작으로 낙점찍혔던 자신이, 간신히 헌터 협회의 말석을 더럽히고 있었을 시기.
제 2차 대침공의 여명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당시, 국가가 주도해 운영하던 '실험실'에 게이트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사실, 특필할 만한 사건은 아니었다. 특히나 게이트가 만발하던 때이기도 했거니와, 발생한 게이트 또한 B랭크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게이트 공략 지시가 내려오지 않았다는 점에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실험실'의 존재는 어디까지나 국가 기밀. 만일 제 2차 대침공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표면화되는 일 없이 그대로 어둠 속에 파묻혔을 사안이다. 하필이면 제 2차 대침공이 발생해 어찌저찌 명줄이 길어지긴 했지만, 본래라면 대중들은커녕 헌터들에게도 공개하는 일 없이 조용히 사라졌어야 할 시설. 거기에 헌터들을 들인다?
일체의 과장 없이, 대한민국이 다시금 둘로 쪼개질 수도 있다.
평화롭게 게이트를 공략할 수만 있다면 아무 문제는 없다. 그러나, 만일 헌터들 중 누군가가 연구 자료를 발견하기라도 한다면?
틀림없이 헌터들은 실망하겠지. 자신들을 통제하고, 인공적으로 헌터를 배양하려 한 국가의 상태에 분노를 느낄 게 뻔했다.
반대로 대중들은 경악할 것이다. 그런 일을 벌인 국가의 실태와,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르는 인공 헌터들이 자신들과 같은 낯짝을 한 채 사회 안을 버젓이 활보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문자 그대로, 그 앞에 기다리고 있는 건 일반 대중과 헌터들 사이의 유리…… 국가의 붕괴다.
그렇기에, 실험실의 담당자들은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연줄을 동원해 게이트 공략 명령이 하달되지 않도록 손을 써 두었던 것이다.
아니, 사실은 이 또한 어디까지나 이준구의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은 단순히 책임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을 뿐일지도 모르지.
허나, 당시의 이준구로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런 인간이었다.
몇 번을 생각해도 참으로 어리석기 그지없는, 옹졸한 인간.
당시의 이준구는 틀림없이 그런 사람이었다.
그 순간, 이준구가 생각하고 있었던 건 오로지 자신의 미래 뿐이었으니까.
……실험실 따위에 좋은 추억은 없다. 허나, 그 좁아터진 실험실은 당시의 이준구에게 있어 하나의 세상이나 다름없었다.
찢어져라 귓가를 때리는 고함 소리도, 따귀를 갈기는 연구원들의 분노도 마찬가지였다. 새장에 갇힌 새가 으레 그러하듯이,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던 이준구에게 있어 실험실의 풍경은 어느덧 일상의 한 조각이 되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다. 만약 헌터들이 실험실의 존재를 눈치챈다면? 나라가 두동강나기에 앞서, 실험실은 폐쇄당할 게 뻔했다. 그리고 그 경우, 십중팔구 연구원들은 그 책임을 이 자리에 있었던 자신에게 돌릴 것이 뻔했다.
연구원들과 마찬가지였다. 이준구 또한, 그런 책임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설령 자신에게 화살이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낙제생이며 열등생. 그게 이 연구소에서 자신에게 내린 평가였다. 부모도 없고, 제대로 된 신분도 없다. 헌터가 되었다 한들, 능력의 한계 또한 명백하다. 그런 자신이, 연구원들의 비호 없이 이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당시의 이준구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는 연구실 안에 동생이 남아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직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헌터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던 동요가, 순식간에 경악으로 바뀌었다. 처음엔 단순히 협회의 판단이 지연되고 있을 뿐이라 생각하던 헌터들의 눈이 뒤집혔다. 도대체 협회는 뭘 하고 있는 거냐고, 드디어 돌아버린 거냐고 아우성치던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그 어느 누구도 감히 먼저 움직이지 못했다.
만일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가장 먼저 분노를 터트려야 할 이가 있다고 한다면, 그건 소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그에게 모였다. 어떻게 보면 섣불리 그를 자극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반대로 그가 해야 할 말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준구는 움직이지 못했다.
협회의 안일한 일처리를 비웃으며 소년의 대답을 기다리던 수많은 헌터들이 의혹을 품었다. 여태까지 대답 하나 없는 협회의 각박함에 의아함을 느끼던 그들의 감정이 점차 이준구에게로 향하는 것이 손에 잡힐 듯 느껴졌다.
몬스터들이 뿜어대는 화염 너머로, 요사스레 넘실대는 아지랑이가 밤하늘을 불사르고 있었다.
그토록 강렬한 순간이었다. 마치 이준구라는 인간의 얄팍함을 만천하에 드러내려는 것처럼 불꽃이 일렁대는 가운데, 별빛 하나 보이지 않는 매캐한 연기 너머론 화마가 혓바닥을 날름대고 있는 게 느껴졌다.
……아직까지 저 순간을 잊지 못하는 것 또한 필시 이 때문이겠지. 여동생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던 상황에도 자신의 안위를 우선하고 있던 그 추악함이, 뜨겁게 달아오른 인두처럼 남자의 눈두덩에 낙인을 찍은 것이다.
때문에, 영웅이라는 과분한 이름으로 불리게 된 이래 이준구는 자신이 그 이름에 어울리는 사람이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눈을 감을 때마다, 눈꺼풀 너머 암막에 선명하리만치 새겨진 자신의 저열함이 언제나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 낭비다."
그렇기에.
당시의 사내에게는, 다음 순간 밤하늘 아래로 춤추듯 내려앉은 소년의 모습이 한층 더 선명하게 다가왔던 거겠지.
그 때까지도 이준구는 섣불리 입을 떼지 못했다. 방금 전, 헌터들 사이에 감돌고 있던 고민을 일언지하에 쓸데없는 일이라 단언한 그 오만함 때문인가? 그렇지 않으면, 마치 자신이 품고 있던 오뇌에 답을 내리듯 그리 잘라 말한 단호함 때문이었던가.
솔직히 말해, 시선을 빼앗겼다.
밤하늘 아래, 아지랑이 위.
불타는 연구소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 소년── 박우찬의 태도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오연하기 짝이 없었다.
적어도 이준구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시간 낭비다. 우왕좌왕하고 있는 헌터들을 향해 그리 단언하는 소년의 모습은 마치 잘 갈린 한 자루 칼과도 같았다.
국가의 운명이라던가, 무명의 헌신이라던가. 무의식적으로 연구소 내에서 줄곧 되풀이되었던 말들을 반추하고 있던 이준구에게, 그 또한 쓸데없는 고민에 지나지 않는다고 단언한 소년. 이윽고 수많은 헌터들의 아우성을 반쯤 흘려들으며, 당시의 박우찬은 망설임 없는 태도로 불타는 연구소를 향해 제 몸을 던졌다.
찰나가 영원이 되어, 열매를 맺은 듯한 시간이 지나갔다.
그리고.
밤조차 불타, 잿빛으로 젖은 새벽이 찾아왔을 때.
아직까지도 내려오지 않은 협회의 공문 대신, 박우찬이 걸어나왔다.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잠든 그의 여동생을 품속에 안아올린 채.
"야, 받아."
매정한 말투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며 여동생을 내미는 손길 너머론 조용한 온화함이 느껴졌다.
천천히 팔을 내밀어 여동생을 받아들었다. 그러자 주변의 헌터들이 일제히 환성을 터트렸다. 허나, 그런 소란 속에서도 그의 여동생은 눈을 뜨지 않았다. 그토록 피곤했던 걸까?
그렇지 않으면, 눈을 붙일 수밖에 없었던 걸까.
유일한 피붙이가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홀로 몬스터와 마주칠 수밖에 없었던 공포를. 그 때까지 얼굴 한 번 비추러 오지 않는 오라비에 대한 야속함을.
이를 잊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던 걸까?
"오빠……."
조용히 새어 나온 옹알이.
이를 눈 앞에 두고서, 여동생의 안위 대신 자신의 미래에 대해 번민하고 있던 오라비는 과연 무슨 생각을 했었던가.
"다행이다."
정말로 다행이다, 자신도 모르게 그런 목소리를 흘렸다.
이번에야말로 자신은 무사한 여동생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 말할 수 있었을까. 비록 확신할 수는 없었으나, 남자는 마치 참회하듯 여동생의 이마를 눈물로 적시며 그 말만을 반복했다.
"무사해서, 정말로 다행이다……!"
……마침내 울음을 그친 그가감사 인사를 전하려고 했을 때, 소년은 이미 자취를 감췄다.
수소문을 반복한 끝에 간신히 박우찬이라는 이름을 건질 수 있었지만, 그에게 따라붙는 소문은 도저히 긍정적이라 말할 수 없었다.
협회에 이름 하나 올리지 않은 채, 협회의 영역을 무단으로 침범하는 질 나쁜 헌터. 방약무인. 그 이상으로 머릿속엔 사냥밖에 들어있지 않은 사냥꾼.
덕분에 연구원들 또한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어쩔 수 없었다는 이유로 이준구에게 책임을 돌리진 않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나칠 정도였다.
허나, 이준구는 알고 있었다.
방만하기 그지없는 태도 뒤에 숨겨진 소년의 자상함을. 여동생을 구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생색 한 번 내지 않은 채 모습을 감춘 배려심을.
그리고 무엇보다도, 협회의 규율이 헌터들을 얽맬 때.
가장 먼저 그들을 대신해 행동에 나섰던 고결함을.
그렇기에, 이준구는 스스로를 부끄러워했다.
동시에 생각했다.
마치 속세의 규율을 초월한 듯한 초연함.
그로부터 부자유를 느끼지 않는 마음의 강함.
자신이 앞으로의 인생을 생각하고 있을 때, 망설임 없이 협회의 규율을 어기고 사람을 구하던 그 마음가짐을…… 고고하다고 여겼다.
그렇기에, 남자는 스스로의 실력을 갈고 닦았다. 그저 그런 헌터들 중 한 명으로 남고 싶지 않았다. 온 몸을 내던지면서 위를 노린 것 또한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렇게 손에 넣은 입장을 아낌없이 사용해, 그 날 자신이 저질렀던 잘못을 시정했다. 이 국가의 그늘에서 헌신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던 온갖 부정을 바로잡는 게, 남자의 꿈이 되었다.
왜냐하면, 그처럼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박우찬처럼 살고 싶다.
한 마리 짐승처럼 살아가는 그 모습을, 아름답다고 여겼다.
그래.
그 날, 이예은이 울상짓던 오빠의 얼굴을 보고 그리 생각했듯이.
그 날, 이준구는 담담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하던 박우찬의 모습으로부터 동경을 느꼈던 거겠지.
이준구가 박우찬을 교사로 추천한 것 또한 바로 그 때문이었다. 실력도 있다. 실적도 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이준구는 앞으로 이 나라의 차세대를 담당해야 할 헌터들이 박우찬을 닮길 바랐던 것이다.
"응? 아니, 넌 또 왜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하고 그러냐."
"그런 이야기라니, 뭐가 어때서?"
"아니, 나도 기억이야 하지. 그거잖아, 그거. 내가 협회 명령 씹었을 때."
"맞아."
"야, 야. 안 그래도 내가 그 일 때문에 얼마나 깨졌는지 아냐? 협회 명령 씹고 멋대로 토벌하거나 하면 다른 헌터들도 보수 받기 힘들어진다고 아저씨들한테 엄청 혼났다 야. 설마 너까지 그 말 하려고 부른 건 아니지?"
물론, 정작 당사자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지만.
부르르 턱끝을 떠는 박우찬의 모습을 보며 이준구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기이하게도,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기는 했다. 그런 헌터였고, 그런 사냥꾼이었으니까.
필시 그 날의 모습 또한 마찬가지였으리라. 이준구에게 있어선 그토록 특별했던 만남도, 박우찬에게 있어선 그렇게 특필할 만한 사건도 아니었던 거겠지. 그 날, 예은이를 구해준 것 또한 달리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리라. 한 명의 헌터로서, 몬스터에게 잡아먹힐 뻔한 아이를 내버려 둘 수 없었던 것 뿐이겠지.
때문에, 이준구는 실망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모종의 만족감까지 느낄 정도였다.
사람들은 말한다. 박우찬은 냉혹한 헌터라고. 머릿속엔 몬스터를 죽이는 일밖에 들어있지 않은 야만인이라고. 어쩌면 몬스터를 죽이기 위해 사람들을 미끼로 내던질지도 모른다고.
허나, 이준구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알고 있었다. 박우찬이라는 헌터가 어떤 사람인지.
으레 사람들이 쑥덕이는 것처럼, 몬스터에게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무력함에 좌절해 절망한 적 또한 분명히 있었겠지.
그러나.
박우찬은 강하다. 힘이 아니라, 그 마음이 그렇다.
그렇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넘쳐나는 슬픔에 견디지 못하고 부러질 때에도, 그는 앞으로 향하는 것이리라. 몬스터를 미워하고 몬스터가 자신의 가족을 찢어죽일 때 구해주지 못한 헌터들을 미워하고 무엇보다도 힘이 없어 나약하던 자신을 미워하는 대신, 협회의 사정이나 법률 따윈 내 알 바 아니라는 듯이 내달려 사람들을 구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렇게, 그는 세상에게 복수하고 있다. 사람에게 이를 드러내는 시대를 상대로, 희생되었어야 할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 바로 그의 복수였다.
……만일 자신의 여동생이 정녕 헌터가 되고 싶다 한다면, 이준구는 자신이 아닌 박우찬과 같은 헌터가 되기를 바랐다.
오늘 이 만남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박우찬이 그 날의 기억을 기억하고 있을까, 예은이와는 앞으로 어떻게 대화를 나눌까.
물론 관심은 갔지만, 이준구는 그 이상으로 박우찬을 신뢰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이준구는 갑자기 튀어나온 몬스터나 불안한 정세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신 앞으로도 예은이를 잘 부탁한다고 말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
걱정은 없었다. 여하간, 이 친구가 고작해야 자신의 상상 따위를 넘어서지 못한 적 따위는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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