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냥 몬스터만 죽이고 싶음-26화 (26/371)

〈 26화 〉 수렵

* * *

인류 최강의 헌터, 이준구는 말했다. 박우찬은 자신보다 강하다고.

세계 최고의 재능, 최승준은 말했다. 몬스터를 잡는 데에는 아무래도 박우찬이 자신보다 낫지 않겠느냐고.

그렇다면,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박우찬의 전력은 어느 수준일까. 정말로 그들이 말했던 것처럼, 인류 최강의 헌터보다 강하고 세계 최고의 재능보다 우월할까?

공교롭게도 그렇지는 않았다.

단순한 수치로 셈했을 때, 박우찬의 저력은 협회 기준으로 A+랭크 헌터 수준.

개중에서도 최상위이긴 하겠지만, 도저히 S랭크라 칭할 정도는 되지 못했다.

사실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심장에 전기 찜질 당하는 인생을 살아왔던 이준구가 전격 능력을 각성한 것처럼, 헌터의 능력 또한 본인의 적성에 따라 갈리기 마련. 그렇기에, 몬스터만 보면 눈이 돌아가는 박우찬이 각성한 능력 또한 그와 비슷했다.

마력 감응.

문자 그대로, 마력을 느끼고 이를 조작하는 능력이다.

범용성이야 높지만, 폭발력이 있는 능력은 아니다. 애초에 이런 능력을 각성한 헌터들 대부분이 마법사…… 요컨대, 마력 간섭 능력을 살려 다채로운 힘을 발휘하는 직종에 투신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하물며 박우찬은 마법사조차 아니었다. 전위직에 별다른 고집이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단순히 마법사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공식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그는 중졸이었다.

신체 능력 또한 나쁘진 않지만, 딱 거기까지. 관련된 능력 하나 없이 A+랭크 육체 강화 헌터에 비견하는 스펙을 발휘하는 건 확실히 대단하다 말할 수 있겠지만, S랭크 헌터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준구와 최승준은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한 것인가. 오랜만에 만난 것도 있겠다, 예의상 한 번 띄워줬을 뿐일까?

만약 그렇다면 그 고지식한 이준구가 드디어 정치적인 수사를 몸에 익혔다는 말이 되겠지만, 공교롭게도 그런 건 아니었다.

보다 단순한 이야기.

그들은 전사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괴물 잡는 사냥꾼Hunter이다.

지금 게이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싸움 또한 바야흐로 이와 같았다.

선수를 취한 건 악마 쪽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버지럭대던 날개를 활짝 뻗은 채, 포효와 함께 질주하는 악마. 대지를 가르며 달려드는 괴물의 움직임에, 게이트 안에 자리한 공기가 폭발했다.

때아닌 우렛소리가 울려 퍼진다. 족히 10m는 넘을 괴물이, 단박에 음속을 능가했다. 그에 따라 밀려나간 공기가 압축되어 형성된 대기의 벽이 우악스러운 짐승의 발톱 아래 무너져내리며 천둥을 단말마처럼 토해낸다.

이처럼, A+랭크 이상의 몬스터가 취하는 행동은 하나하나가 자연재해에 가까웠다.

허면, 이에 맞서 싸우는 박우찬의 모습은 어떠한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도수공권이었던 박우찬의 손에는, 어느새 거대하다는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대검이 단단히 붙들려 있었다. 공간 조작 능력이 부여된 기물을 통해, 허공으로부터 자신의 애병을 발검한 것이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맥가이버칼을 본 적 없는 장인이, 맹인의 설명을 듣고 만들어낸 듯한 무기였다.

단순한 사이즈만 해도 그랬다. 검신만 2m를 넉넉히 상회할 거검. 그러나 그 이상으로 압도적인 건 칼날 위로 덧붙인 듯한 수많은 보조 무장들이었다.

까끌까끌한 검면은 아마도 사포처럼 울퉁불퉁한 면을 깎아지르기 위한 것일 테고, 손잡이 끝에 달린 묵직한 덩어리는 언젠가 망치 등 둔기가 필요할 때를 위해 갖춰둔 것이겠지. 칼등을 따라 깃털처럼 돋아난 수많은 대못은 필시 몬스터들의 관절을 꿰어 봉하기 위함일 테고, 기묘한 형태를 이루는 칼날 또한 각기 다른 형태의 자상을 남기기 위함이리라.

거기에 그토록 거대한 무구를 다루기 위한 보조 손잡이까지 달려 있는 판국이었으니…….

칼이라기보다는 철토막이요, 무장이라기보다는 연장이라 평하는 게 알맞을 듯한 생김새였다.

검이며 톱이며 끌이며 줄이며 추이며 대패. 그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는 이 애병이야말로, 그가 도축업자라는 새된 이름으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였다.

저토록 끔찍하기 짝이 없는 괴물들을 상대로, 인류가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스스로에게 그리 자문하던 대장장이가 혼신의 힘을 다해 내놓은 듯한 대답.

몬스터를 물리적으로 '해체'하기 위한 공구다.

따라서, 이를 휘두르는 박우찬의 모습도 검술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발골에 가까웠다.

동시에, 그 기술은 이미 도룡지기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박우찬을 향해 앞발을 휘두른 악마 또한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정확히 깨닫지 못한 듯했다. 그 정도로, 방금 전 박우찬이 보인 행동은 신속했고── 그 이상으로 낭비 하나 없다.

툭 하고 늘어뜨린 칼끝을 발뒤꿈치로 차올린다. 거기에, 반동을 이용해 전신으로 검을 휘두른다. 대검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동작이었지만, 그 결과는 달랐다.

온몸을 회전시킨다. 검을 휘두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검에 몸을 싣고 육체를 내던졌다.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움직임으로, 도약한 박우찬의 칼이 악마의 손등을내려찍었다. 튼튼하기로 이름난 악마의 피부 따윈 전혀 방해가 되지 못했다.

아무리 질기다 해 봐야, 결국 용의 비늘보다는 무르다. 그렇다면, 뜯어내지 못할 건 또 뭐란 말인가? 마치 그렇게 말하는 듯한 태도로, 놈의 앞발을 내려찍은 박우찬이 악마의 손아귀를 검집 삼아 칼날을 뽑아들었다. 동시에, 그 반동을 살리며 다시 한 번 회전. 단박에 뛰쳐나간 박우찬의 검섬이 악마의 팔을 스치듯 할퀴고, 어깻죽지에 이르는 자상이 악마의 육체에 아로새겨졌다.

의문은 찰나. 허나, 통증은 그 이상이다. 일단 공격하고 보자는 양 막무가내로 행동한 댓가를, 악마는 제 팔로 치렀다.

고통에 겨워 악에 받친 소리를 내지르던 악마의 육체가 준동했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박우찬의 오감은 악마의 변화를 민감하게 파악했다.

'날개랑 꼬리. 전형적이군.'

순식간에 자신의 뒤를 점한 상대다. 일단 날개를 펼치는 것으로 견제하며 꼬리를 휘두른다. 정직하게 뒤로 도는 것보다야 나쁘지 않은 수이긴 했지만, 박우찬의 생각대로 전형적인 수이기도 했다.

굳이 수를 읽으려 할 것까지도 없다. 아직까지 허공에 떠 있던 육체를 다시 한 번 비튼다. 상황 전체를 조망하는 데에 걸린 시간은, 아무리 높게 잡는다 한들 채 1초가 걸리지 않았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축지.

이름만 들으면 마치 순간이동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술의 일종이었다. 제 1차 대침공 이래, 수많은 게이트들이 분출한 마력은 대기와 뒤섞여 흐르게 되었다. 축지란 바로 이러한 대기 속 마력의 흐름을 감지, 그 위에 '올라타는' 것으로 순식간에 장거리 이동을 가능케 하는 보법이었다.

당연하지만, 그 활용성은 사람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났다. 아무리 뛰어난 센스를 가지고 있는 헌터라 한들, 마력 감응 능력이 없다면 실질적으로 시야 내가 한계. 그조차도, 긴박한 전투 중 사용할 만한 물건은 도저히 못 됐다. 하물며 상대는 A+랭크 이상의 몬스터. 도저히 여유가 있다곤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박우찬에겐 아니다.

결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허공에 넘실대는 마력의 흐름을 '밟아', 박우찬이 대지에 발을 붙였다. 거의 동시에, 악마의 등으로부터 날개가 분사되었다. 허나, 정작 악마가 노렸던 대상인 박우찬은 이미 착지한 상황이었다.

꼬리를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방법이 없었다고 말해야 하겠지.

박우찬이 휘두른 대검은, 진즉에 악마의 꼬리를 끊어놓은 상태였으니까.

"크허아아악!!"

꼬리를 움직이려던 악마가 이번에도 한 발 뒤늦게그 사실을 깨달았다. 악마로서는 도저히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아니, 그건 설령 이 자리에 다른 헌터들이 있었다 한들 마찬가지였겠지. 그 정도로, 지금 박우찬이 펼치는 움직임은 상궤를 벗어났다. 아무리 게이트 안의 마력이 풍부하다고 한들, 저토록 자유롭게 축지를 펼칠 수 있다니? A+랭크는커녕, S랭크 헌터에게조차 버거운 일일 텐데.

바로 그게 이준구가 박우찬을 최강이라 일컫고, 최승준이 자신 이상의 헌터라 그를 추켜세우는 이유였다.

이준구와 달리, 영웅이라 불릴 만한 인물도 아니다. 단순한 전투력으론, 박우찬은 도저히 이준구에게 미치지 못한다.

최승준과 달리, 천재라고 불릴 만한 인물도 아니다. 단순한 재능의 총량으론, 박우찬은 도저히 최승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몬스터를 쳐죽이는 데에는, 박우찬이 그들보다 몇 단계는 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만 해도 그랬다.인간이나 대기 중의 마력을 상대로 할 때와 달리, 박우찬의 능력이 주변을 장악한다. 통상적으로, 박우찬의 마력 감응 능력은 S랭크 마력 감응 능력 보유자에 비해 대략 절반 이하. 타고난 센스도 없고, 이를 만회할 만한 기술이나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평소 박우찬이 의지하다 못해 그럴 수밖에 없을 정도로 요란스레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는 감각이, 억지로 박우찬의 능력을 끌어올린다. 아니, 오히려 오감과 다른 방식으로 몬스터를 포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즐거워 미치겠다는 듯 날뛰기 시작한다. 박우찬 본인으로서는 솔직히 돌아버릴 지경이었지만, 덕분에 몬스터가 움직이기도 전부터 이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몬스터를 앞둔 박우찬의 마력 감응 능력은, 못해도 S랭크 마력 감응 능력 보유자의 다섯 배.

몬스터 체내의 마력에 이르면, 몬스터가 강할수록 더더욱 읽기 쉬워진다. 마력의 농도가 어떻다던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몬스터의 존재감이 짙어지면 짙어질수록 그의 감각이 온갖 지랄 발광을 떨기 때문이다.

그리고.

낮게 잡아도 A+랭크 몬스터를 목전에 둔 박우찬의 현 감응 능력은, S랭크 헌터의 50배를 웃돈다.

촤아아아악!!

그 결과가 눈 앞에 있었다. 꼬리의 단면으로부터 튀어나온 피보라가 자신을 적시기도 전에, 달려든 박우찬의 칼등이 몬스터의 왼쪽 다리를 훑고 지나갔다. 우두둑, 섬뜩한 소리와 함께 악마가 무릎을 꿇었다. 다름이 아니라, 각종 능력이 부여된 대못이 악마의 발톱 사이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뽑아버렸기 때문이다.

칼을 휘두를 시간도 아깝다는 듯이, 순식간에 악마의 몸을 타고 오르던 박우찬이 미간을 좁혔다. 신발 때문이었다. 나름대로 밑창은 두터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몬스터의 몸을 밟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불쾌하게 다가왔다.

어쩔 수 없지.

이 기분을 씻어내기 위해선, 한시라도 빨리 몬스터를 죽여버릴 수밖에 없다.

고작해야 저런 이유. 고작해야 저런 감정.

고작해야 몬스터가 싫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헌터들 중에서도 한없이 정점에 가까운 실력을 손에 넣은 사냥꾼이 무기를 삐걱였다.

다음은 뿔이었다. 악마의 어깨를 박차고 튀어오른 박우찬이, 그대로 칼날을 뒤집었다. 그리고 마치 톱날처럼 삐죽이는 부분을 뿔에 대고 내려찍었다. 뿔의 굵기나 두께를 보건대, 단박에 잘라내기는 아무래도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예상한 대로, 톱날은 악마의 뿔을 반쯤 잘라내었음에도 불구하고 양단하지는 못했다. 그렇기에, 박우찬은 뿔에 꽂히다시피 한 대검을 위에서부터 짓밟았다. 한층 더 깊게 쑤셔박히는 톱날. 악마가 아픔에 부르짖는 것보다도 빨리, 박우찬은 다시 한 번 손잡이를 붙잡곤 전신에 힘을 넣어 매달렸다. 머잖아, 무게를 이기지 못한 뿔이 그대로 동강나며 떨어졌다. 칼질이라기엔 지나칠 정도로 조악했고, 톱질이라기엔 지나칠 정도로 난폭한 솜씨였다.

허나, 과연 악마 또한 손놓고 있지는 않았다.

뿔에 톱날이 쳐박히자마자 악마가 발작적으로 제 머리통을 휘저었다. 그러자, 뿔이 절단됨과 동시에 박우찬의 몸이 하늘로 붕 날아가고 말았다. 그런 그를 향해 주둥이를 펼치는 악마! 마치 포신을 조준하는 듯한 자세에,박우찬은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축지를 쓸까?

피하긴 쉽겠지. 단발식의 공격이라면 그걸로 충분하다.

하지만, 코끝을 스치는 악취가 그에게 경종을 울렸다.

만일 방사형의 공격이라면? 문득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 경우, 섣불리 착지했다간 계집애들까지 휘말릴 수도 있겠지.

그리고 공교롭게도, 악마 새끼들에겐 마침 그런 대규모 기술이 있었다.

불숨.

용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체내로부터 방사하는 마력의 격류. 문자 그대로, 불꽃으로 이루어진 호흡이다.

애석하게도, 박우찬에게 용의 숨결 따위를 방어할 수 있는 기술은 없다.

'정면에서 대응할 수밖에 없겠군.'

다만.

이와는 별개로, 방법은 있었다.

놈의 주둥이로부터 새어나오는 악취. 거기에, 불씨를 튀기기 위해 체내의 마력이 불꽃을 자아낼 수 있는 형태로 변모하는 게 느껴졌다. 십중팔구 인화성 가스. 마력을 사용해 섣불리 간섭할 수 없도록, 마력은 최소한의 불씨를 튀기는 데에만 사용하는 형식이다.

고위 몬스터들에겐 더러 있는 방식이었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발생하는 약점 또한 있는 법.

어깨를 으쓱이던 박우찬이 굳게 쥐고 있던 대검으로부터 손을 떼었다. 그리고 허공을 향해 이를 뻗자, 쑤욱 하고 그의 손이 어딘가로 빨려들어갔다. 방금 전, 검을 꺼낼 때에도 사용했던 공간 계통의 능력이 부여된 도구. 성수처럼 증발하는 물건까지 상비해 둘 순 없었지만, 이런 부류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박우찬은 현역 시절부터 이 안에 온갖 재료나 도구들을 축적해두곤 했다.

일종의 창고처럼 사용하고 있는 공간 너머로 무언가를 꺼내든 박우찬. 이윽고 제 손에 들어온 물건을 악마의 주둥아리에 던져 넣는다.

마찬가지로, 인화성 가스.

단, 더럽게 폭발하기 쉬운 물건이다.

퍼어어어엉!!

시원스러운 소리와 함께 악마의 주둥아리가 폭발했다. 본인이 준비하던 가스보다 훨씬 더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한 투하물이, 불을 내뿜기도 전부터 불씨와 만나 폭발한 것이다.

가스의 양 자체야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를 기점으로 놈이 뿜어대려던 호흡까지 불타버렸다는 점이 중요했다. A+랭크 이상의 몬스터에게도 유효할 폭발이 내부에서 발생했으니, 필시 내장까지 노릇노릇해졌겠지.

'슬슬 끝장을 볼까.'

다시 한 번 양손으로 손잡이를 쥐었다. 동시에, 마침 딱 좋게 흩어진 마력을 발판삼아 박우찬이 제 몸을 날렸다.

목표는 악마의 모가지.방금 전 폭발로 생생히 모습을 드러낸 급소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공격은 악마 또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여하간, 지금 이런 상황이라면 자신부터 단박에 목덜미를 노릴 테니.

그러나.

박살난 한 팔. 잘려나간 꼬리. 제대로 설 수도 없는 다리.

설령 눈치챘다 한들 어찌할 수 없는 문제 또한 세상에는 있는 법이다.

화려한 기술은 없었다. 다른 헌터들처럼, 거대한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 능력을 쏟아내지도 않았다.

서걱.

단지, 조용히 살덩이가 썰려나가는 소리가 들렸고──.

착지.

타닥, 가볍게 땅을 차는 소리와 함께 박우찬이 허공에 검을 휘둘렀다. 본인의 결벽적인 성질머리 탓에 핏물 하나 묻어있지 않았지만, 습관적인 동작이었다.

동시에, 쿠웅 하고 무거운 소리와 함께…… 머리를 잃은 악마의 육체가 무너져내렸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