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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몬스터만 죽이고 싶음-20화 (20/371)

〈 20화 〉 내기

* * *

제 1차 대침공까지만 해도, 게이트는 어디까지나 천재지변의 일종처럼 여겨졌다.

게이트의 발생이나 출몰하는 몬스터의 종류 등, 해명은커녕 이에 대처하기조차 급급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허나,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축적된 시행착오는 그토록 변덕스럽던 게이트조차 일정한 기준에 따라 분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게이트나 몬스터, 그리고 이를 상대하는 헌터를 랭크라는 기준 하에 분류하는 제도 또한 이 때 만들어진 것이었다.

개중에서도, 소위 말하는 '마력 공학'을 정립한 미국의 학자들은 다른 나라보다 수 걸음 더 앞서나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미국 출신 학자들의 분투에 의해, 지금은 게이트가 발생하는 조건 또한 어느 정도 해명되어 있었다.

게이트의 발생에 필요한 건, 과도하게 밀집된 마력.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일정 장소에 과도하게 밀집된 마력이 폭발한 결과 차원에 뚫린 구멍이 바로 게이트의 정체라고 했다.

차원이라느니 뭐라느니, 마력을 쓰긴 써도 천성이 싸움꾼인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말들 투성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게 있었다.

인구가 밀집된 장소이면 장소일수록, 게이트가 발생하기 쉽다.

미국의 학자들은 그렇게 말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제 2차 대침공 당시 세계 각지의 대도시들이 붕괴한 이유 또한 바로 거기에 있었다.

게이트 발생 초기야 어쨌든, 지금은 게이트가 뿜어댄 마력이 대기 중에 녹아들었다 일컬어질 정도니.

요컨대, 지금 인류는 좋든 싫든 어느 정도 마력과 접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여하간, 식물들까지 광합성을 통해 마력을 흡수하며 동시에 배출하고 있다는 판국이었으니.

그리고.

마력과의 접촉을 계기로, 생물들은 체내에 마력 운용 기관을 형성한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체내의 장기가 마력 운용 능력을 체득한다고 해야 할까.

즉, 지금 이 별에서 살아가는 대다수 생물들은 호흡하기만 해도 마력을 배출한다는 뜻이다.

헌터인가 아닌가는 상관 없다.

오히려, 마력을 제어할 수 있는 헌터들이라면 보다 적게 마력을 배출하는 경우도 허다했으니.

제 2차 대침공 이후, 세계 전역의 인구 분포가 상대적으로 고르게 흩어졌다는 발표 또한 저 연구 결과 때문이겠지.

수많은 국가들이 게이트를 관리라는 명목 하에 제어하고 있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였다.

물론, 게이트를 완전히 폐문하는 대신 관리함에 따라 발생하는 이득도 분명히 있다.

허나, 몬스터가 추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위험이나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게이트를 열어두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말하자면, 풍선과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밀집된 마력이 게이트를 발생시킨다면, 게이트라는 구멍을 통해 미리 마력을 뽑아둘 수 있다.

요컨대, 게이트의 발생을 의도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물며 그렇게 뽑아낸 마력으로 볼 수 있는 소소한 이득은 덤이다.

이 헌터 아카데미 또한 마찬가지였다.

설립 시기를 고려하면, 아카데미가 게이트를 관리하고 있다기보단 도리어 게이트가 있던 장소 위에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말해야 하겠지.

그래도 그 본질은 어디로 가지 않는다.

달리 인원을 배치할 필요도 없이, 헌터 출신 인력들이 상시 대기하고 있는 장소.

이토록 매력적인 조건을 못 보고 지나치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 양반은 지금 당장 옷 벗어야 할 거다.

물론, 아카데미 측에도 이점은 있었다.

제대로 된 헌터를 배출하기 위해선 결국 몬스터를 상대로 한 실전 경험이 필요하니까.

이론엔 빠삭하던 헌터가 정작 몬스터와 마주치자 몸이 굳어버렸다던가 하는 참사도 드물지 않은 시대고.

그렇기에, 출범부터 수많은 이권이나 이해 등이 얽힌 이 헌터 아카데미는 건물 지하에 마련된 게이트를일종의 실습장처럼 활용하고자 했다.

지금 내가 점검하고 있는 장소 또한 마찬가지였다.

"후우우……."

"미친 놈. 이 정도 게이트를 무슨 9시간이나 점검해?"

"나중에 무슨 사고라도 날 바에야 이렇게 하는 게 낫지."

"아주 천생 교사 다 되셨군."

그렇게 말하며 고소를 머금는 건, 이 학교의 교장인 최승준이다.

물론, 두말할 것도 없이 이번 점검 때문에 동행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 말마따나 고작 이 정도 게이트를 몇 시간이나 들볶을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내게 있어선 다르다.

까놓고, 내 체질이 문제다.

이 감각은 눈 앞에 놓인 몬스터가 강하면 강할수록 더더욱 난폭하게 반응한다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존재감이라고 할까, 그런 분위기도 강해지니까 말이지.

그런 만큼, 고랭크 몬스터를 때려죽일 때면 평범한 몬스터 이상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허나, 이 게이트는 고작해야 D랭크.

거기에 학사 측의 철저한 관리까지 더해져, 실질적인 난이도는 E랭크 수준이다.

당연히, 내게 있어선 지극히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뭐, 한마디로 말해서 오랜만에 몬스터 좀 썰려고 뺑이 치고 나왔더니 9시간이 지나 있었다는 거다. 9시간동안 정비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는 게 아니라.

교사가 되기 전까진 몰랐지만, 이 아카데미에는 실습 시간도 있다.

아카데미에 할당된 게이트를 이용한, 문자 그대로 실전 연습 시간이다.

'처음 들었을 땐 환각 따위를 대상으로 하는 거라 생각했지만.'

물론, 진짜배기 몬스터와 싸워야 하는 이상 그 위험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

만약을 대비해 S랭크 헌터인 최승준을 포함한 교관들이 대기하고 있겠다만, 그렇다 쳐도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게 실전이다.

그렇기에, 이후 있을 실습 등을 고려하면 이렇게 미리 게이트 안을 확인해 청소해 둘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청소역으로 자원했다.

아무래도 다른 교사들은 경력 없는 헌터 출신인 내가 그 양반들한테 잘 보이려고 자청했다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사실 그렇게 생각해주면 나야 좋을 일이다.

오히려 앞으로도 계속 게이트 점검은 나한테 짬때렸으면 하는 마음이 샘솟을 정도였다.

"아니, 정말로 놀랐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너는 그럴 만한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그렇지만, 최승준에게 있어선 아무래도 그렇게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뭔 소리야, 그건 또."

"말 그대로지. 능력과는 별개로, 네가 이런 일을 할 성격으로는 보이지 않았으니까 말이야."

아닌데? 이런 일 맡겨주면 존나 할 건데? 내일도 하고 싶고 모레도 하고 싶고 글피도 하고 싶은데?

그렇게 말하는 대신 나는 침묵을 지키며 어깨를 으쓱였다.

헌터 시절부터 익힌 처세술이다.

이는 별개로, 도대체 놈들에게 있어서 난 뭐 하는 자식인가 물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뭐, 어차피 돌아올 대답은 또 뻔하지만.

"학생들 때문인가?"

"때문은 뭐냐, 때문은."

"아니, 혹시 벌써부터 정이라도 붙였나 했지. 그 도축업자가 말이야."

"거, 그냥 이름으로 부르면 안 되냐?"

진심 들을 때마다 열이 뻗치는 별명이다.

씨발, 왜 이준구는 뇌신같은 그럴듯한 별명이고 저 새끼도 그런데 나만 무슨 푸줏간 주인같은 이름이지?

하지만, 어투는 장난스러웠어도 녀석은 진심인 듯했다.

'아니, 뭐…….'

그야 현역 시대에 다른 헌터들이랑 어울린 적은 별로 없긴 해도, 그건 내가 원해서 그런 게 아닌데.

설마 애들 상대로 이상한 강짜라도 부릴 줄 알았던 거라면 조금 쇼크다.

"교사 생활에 불편한 점은 있나?"

"어? 일단 반 배정이나 그런 것 좀 어떻게 해 봐. 개빡치니까 진짜."

"어쩔 수 없어. 지금 당장엔 뭐든 시행착오를 거듭할 수밖에 없으니까. 하물며, 책상물림들이 생각하는 게 다 그렇지."

"전법이나 능력의 성질보다는 랭크 순으로 구분한다, 그거지?"

내 말에 마주 고개를 끄덕이는 최승준.

그 반응에 나도 모르게 앓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이건 뭐, 좋다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긍정적으로 보자면, 나쁘진 않다.

여하간, 내가 담당하는 반엔 정필연과 이예은이 있으니까.

요컨대, 실력 순으로 따지자면 제일 우수한 반이라는 소리다.

기본적인 실력이 있다면 이 쪽이 손대야 할 상황도 비교적 적을 테고.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안 그래도 경력 하나 없이 낙하산으로 들어온 내겐 실적 제출에 어느 정도 편의가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부정적으로 보면?

뭐, 그야 실력도 없는 놈이 학생들 버스 타고 어깨에 힘 주고 있다 생각하겠지.

사실 내 입장에서 보자면 차라리 실력 뒤떨어지는 녀석들을 키우는 게 마음 편한 일이다.

이제 와서 내가 뭘 한답시고 협회 내에서 평판이 올라갈 거라 기대하기도 힘들고.

어차피 뭘 해도 욕을 먹는다면 어중간하게 자존심 강한 놈들보단 고분고분한 녀석들이 낫지.

게다가, 난 누가 상대라 해도 최소 B랭크까지 키워낼 자신은 있으니까 더더욱.

내 표정에 그런 생각이 드러난 탓일까?

최승준은 곧이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나도 힘 좀 썼지. 네가 그 반을 맡게 되도록 말이야."

"이런 개같은 자식이 다 있나."

"나로서는 만에 하나라도 네 실력이 파묻히지 않도록 신경 쓸 필요가 있었으니까. 이해 좀 해 주라고."

아니면, 짧게 운을 뗀 최승준은 곧 나를 향해 다시 한 번 말로 이루어진 창을 찔러 넣었다.

"역시 좀 부담스럽지? 그 녀석 여동생은."

"……그런 소문은 또 어디서 싸돌아다니는 거야?"

"사람 입에 자물쇠를 채울 수야 있나. 그래서, 실제론 어때?"

아무래도 녀석 또한 그 날 나와 이예은 사이에 있었던 일을 얼추 주워들은 모양이다.

하긴, 휴게실이라면 모를까 이예은이 교무실까지 찾아왔을 땐 다른 선생님들도 계셨으니.

하물며, 여고생에게 이런 표현을 쓰긴 다소 조심스럽지만 그야말로 악귀마냥 일그러진 얼굴의 이예은이 성큼성큼 귀가하는 모습은 더더욱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었을 게 뻔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그 이준구의 여동생이다.

주목받는 일이야 당연하겠지.

거기에, 본인 또한 영웅이라 불리는 오라비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탓일까.

평소엔 완벽한 아가씨처럼 연기하고 다니던 계집애가 그토록 난폭하게 씩씩대며 돌아갔으니, 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니, 뭐……."

조금 말을 빼기야 했지만, 사실 나도 토로하고 싶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게이트, 바깥.

학교 지하에 비치된 의자 위로 걸터앉자,최승준 또한 눈을 빛내며 따라붙었다.

'이 놈, 원래부터 이렇게 아줌마 같았던가?'

분수에도 맞지 않는 교장 노릇이나 하고 있어서 그런지, 아무래도 여러모로 궁금한 게 많은 모양이었다.

어쩌면 아카데미의 교장으로서 나름대로 여론에 신경 쓰는 걸 수도 있고.

어느 쪽이든, 나로서는 다행인 일이었다.

씨이빨, 주둥아리 한 번 존나게 근질거렸는데 마침 잘 됐다.

"아무래도 걔가 보기에, 이준구는 엄청난 천재인 모양이더라고."

"방금 전 한 문장 안에 공존할 수 없는 단어가 나온 것 같은데?"

"나도 그렇게 생각이야 하지~"

당사자인 이예은으로서는 쉬이 긍정하기 힘든 이야기겠지.

평생토록 그렇게 생각했을 테니까.

물론, 나와 최승준이 듣기엔 헛웃음이 나올 뿐이다.

"그래서 뭐 어떻게 됐는데?"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상대는 결국 학생이다.

아무리 그래도 드잡이질을 벌일 수도 없지 않나.

결국 제대로 된 결론은 무엇 하나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인정해 주실 건가요?"

토론은커녕 불만스러운 얼굴로 침묵을 지키던 이예은은, 마지막으로 내게 그런 말만을 남긴 채 폭풍처럼 떠나갔다.

아무래도 걔한테 있어, 제 오라비는 '여하간 대단한 인물' 내지는 '대단해야만 하는 인물'인 모양이다.

그러니 만약 대련에서 패한 잘못을 셈해야 한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문제요, 이를 인정받지 못하자 심통이 난 거겠지.

이런 꼬맹이가 생각할 만한 사안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므로.

나는 그녀와 일종의 내기를 하기로 했다.

"아하."

최승준 또한 짐작이 간 모양이었다.

딱, 하고 멋들어지게 손가락을 튕기던 녀석은 내 생각을 앞질러 입에 담았다.

"실습이구만."

"그렇지."

앞으로 2주 후.

헌터 아카데미 개교로부터, 정확히 한 달째.

월말마다 있을 실습에서, 훌륭한 성적을 거둔다.

제 오라비가 다루어 S랭크까지 올라간 전술을 그대로 배낀 자신이, 헌터가 되기는커녕 평생동안 져 본 적 한 번 없는 동급생에게 패배했다.

그 조언을 구하고자 찾아간 교사는, 이것이 영웅이라 불리는 오라비의 기술임을 알고도 그 유효성을 부정했다.

이를 부인하기 위해선, 그에 어울리는 결과를 낼 필요가 있다.

그러니 찍 소리도 내지 못하도록 결과를 내자.

그리고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자신에게 내려진 평가들을 단번에 뒤집는 것이다…….

이예은이 그런 생각을 할 건 불을 보듯 뻔했고, 때문에 나는 그녀에게 역으로 이런 조건을 내걸었다.

이번 월말 실습에서 좋은 평가를 얻어 봐라.

그래서, 그 전술이 네게도 유효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면 나 또한 말리지 않겠다.

아니, 오히려 이 전법을 사용하는 데에 필요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단련해 줄 수도 있다…….

거기에 대해,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여러모로 고민하던 그녀는, 그러나 곧이어 고개를 끄덕였다.

이준구의 이름을 꺼낸 덕분일까?

아무래도 단순한 블러핑이나 다른 교사들보다는 믿어볼 만하다고 판단해 준 모양이었다.

물론, 정작 나로서는 때 아닌 가정사에 말려든 기분이었지만.

'아니, 기분이 아니라 사실이잖아?'

……뭐, 어쨌든.

그런 말까지 한 선생에게 조언을 구하기 위해선, 모종의 결과를 낼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한 거겠지.

적어도 두 번 다시 그런 '부당한' 평가를 내리지 못하도록.

다만.

실습에서 좋은 결과를 냈다고 해서 그 전술이 정말로 자신에게 최적이냐 묻는다면, 아무래도 나로서는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다.

아니, 그야 학생에겐 실습 하나하나가 중요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겠지만.

그러나, 실습에선 유효했다거나 스스로 내세운 모종의 기준을 통과했다고 해서 그게 정당성을 보장해주진 않는 법이고.

무슨 서브컬처 속 캐릭터도 아니고.

승자가 하는 말이 다 옳다는 건, 유희왕 세계 속 이야기로 충분하다.

"그럼 어떻게 할 건데?"

"글쎄."

정말로 걔한테 체술의 재능이 있을지도 모르고.

아무리 그래도 좀 아닌 것 같다는 말과 함께 전법을 강제로 뜯어고칠 순 없는 노릇.

만약 이예은이 진심으로 그런 전술을 사용하는 헌터가 되고 싶다 말한다면, 뭐 도와줄 수밖에 없겠지.

다만.

그런 전술을 사용하는 헌터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단순히 오빠를 흉내내고 싶을 뿐이라고 한다면…….

"적어도 생각은 해 보게 해야지."

이준구가 그런 기술을 짜낸 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한계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다는 마음으로, 놈은 그런 시그니처를 짜냈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뒤늦게 당도하는 일이 없도록.

문자 그대로의 뇌속으로, 자신이 필요한 이들에게 향하기 위하여.

그렇기에, 놈은 인류 최강의 헌터다. 동시에, 그 이상으로 인류 최속의 헌터이기도 했다.

허면.

이예은은 어떨까.

과연 지금 이예은의 모습에, 그런 구상이 반영되어 있을까?

그리 묻는다면, 나로서는 부정적인 대답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러니.

만약 이예은이 정말로 그런 전법을 사용하고 싶은 거라면, 적어도 무지성 모방보다는 제대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

자신은 이 능력을 어떻게 사용할 생각이고, 이를 통해 무엇을 이루고 싶은 건지.

애초에, 진짜배기 몬스터를 상대로 그런 어설픈 전법이 통용될까 묻는다면 역시 고개를 가로저을 수밖에 없고.

어쩌다 보니 시간 촉박한 일정이 되긴 했지만,이제 와서 구태여 시간을 낭비할 생각도 없다.

뭐,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도 있으니.

"성격 나쁜 놈."

최승준은 그런 내 모습을 그렇게 평했다.

확실히, 나로서는 어딜 어떻게 봐도 질 요인이 없는 싸움이다.

남은 시간은 2주일.

고작해야 그 사이에 이예은이 무언가를 깨닫길 기대하기보단, 차라리 그녀에게 무얼 알려주는 게 좋을지 생각해보는 게 더 유익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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