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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몬스터만 죽이고 싶음-17화 (17/371)

〈 17화 〉 이예은

* * *

"핸드폰 아직도 새로 안 샀어?"

그 날 저녁.

퇴근하자마자 찾아든 나를 보고, 이준구는 그렇게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장소는 예의 그 카페.

퇴근 시간이 겹쳤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적한 이 카페는 지금 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이준구와 내가 안심하고 만날 수 있는 드문 장소였다.

개인적으로는, 걱정도 앞섰다.

나름 사정이 있다고는 하나, 녀석은 국회의원.

그에 비해, 이 쪽은 거의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연락을 넣은 실정이다.

과연 이 쪽의 일정에 맞출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기우였던 모양이다.

"매번 다른 번호로 연락 받는 내 입장도 좀 생각해 봐."

"새끼, 오바는."

한국은커녕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헌터라 해도 과언이 아닐 녀석이다.

나야 어디까지나 예전 번호를 받아둔 덕택에 연락할 수 있는 거고.

저 놈 즈음 되면 직통으로 연락할 수 있는 인원은 정말로 한정되어 있겠지.

그러니만큼, 설령 모르는 번호로 연락을 넣었다 한들 녀석이 무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어지간히도 섣불리 자신의 번호를 팔고 다닌 게 아니라면, 누군가 긴급 연락을 넣은 게 아닐까 생각할 테니.

"그만큼 고명한 영웅 나리도, 등잔 밑 어두운 줄은 모르는 모양인데."

툭 하고 내뱉은 말에, 녀석의 미소에도 씁쓸함이 배어들었다.

역시, 녀석 또한 사정은 짐작하고 있는 모양이다.

애시당초, 이예은은 내 학생이기 이전에 녀석의 여동생이다.

아무리 녀석이 집 밖을 싸돌아다닌다 한들, 그 정도도 짐작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이준구의 반응을 확인한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이예은. 걔가 이상한 걸 쓰더라."

"그래."

"네가 가르친 거냐?"

묻기야 했지만, 사실 나 또한 저렇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다.

눈 앞에서 목격한 이예은의 능력 탓에 잠시 머리가 뜨거워지긴 했지만.

지금까지 생각해 본 결과, 역시 이준구가 제 여동생에게 그런 기술을 가르쳤을 거라곤 생각할 수 없었다.

신용이나 신뢰의 문제가 아니다. 단순한 능력의 문제다.

까놓고 말해서, 이준구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헌터들 중에서 가장 재능이 부족한 녀석이었으니까.

물론 재능만으로 뭐든 해먹을 수 있는 업계였다면, 인류 최강은 이준구가 아니라 최승준이었겠지.

허나, 이 녀석은 그 이상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가르칠 수 있을 만큼 요령 좋은 녀석이 못 되었다.

"그렇게 생각해?"

"아니."

"응, 맞아. 아무래도 내가 싸우는 모습을 본 모양이더라고. 갑자기 내 앞에서 자랑스럽게 보여주더라."

그리 말하며 한층 더 짙게 쓴웃음짓는 녀석의 표정은, 차라리 자조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그럴 만도 했다.

여하간, 녀석의 시그니처는 좋답시고 따라할 만한 물건이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정 반대.

둔재의 발악이라 해야 하겠지.

만일 이준구가 처음부터 유능했더라면, 애초에 만들 필요도 없는 기술이다.

이에 대해 설명하려면, 먼저 이준구의 능력에 대해 알아보아야만 한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능력의 상세한 성능에 대해서.

뇌신.

그렇게 불리는 만큼, 이준구는 전격을 방출할 수 있는 능력자였다.

허나, 이준구가 정확히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는 이들은 드물다.

혹자들은 말하곤 한다.

뇌신이라고 불리는 인류 최강의 헌터라면, 모르긴 몰라도 손가락 하나 까딱해 벼락을 떨굴 수 있을 만큼 압도적인 능력이 아니겠느냐고.

공교롭게도, 그건 아니었다.

그렇다기보다, 녀석의 능력은 여태까지 내가 본 헌터들 중에서도 첫손에 꼽을 만큼 쓰레기였다.

녀석의 정확한 능력명은 전격 방출.

능력의 중심으로부터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그 출력이 약화되는, 어떤 의미로는 전형적인 능력이었다.

다만.

녀석의 능력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저 출력의 차이에 있었다.

여타 헌터들의 경우, 대부분은 몸에서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출력이 올라가는 정도로 그친다.

그러나 이준구는 달랐다.

지나칠 정도로 격렬한 출력차.

까놓고 말해서, 한계까지 단련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지금 이 시점.

녀석의 출력 한계는 딱 자신의 피부까지였다.

그조차도, 평범한 스턴건에 비교하면 약해빠진 수준이다.

그에 비해, 능력의 중심이 되는 심장 부근은 도리어 지나칠 정도였다.

벼락을 다루는 헌터로서 지닌, 기초적인 전격 내성.

녀석의 심장을 중심으로 맴도는 벼락은, 그조차 가볍게 무시할 정도였으니.

만약 내가 각성한 능력이 저딴 물건이었다면, 난 바로 헌터 접었을 거다.

아니면 자살했거나.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쓰레기 능력이다.

능력을 가동할 때마다 심장에 부하가 갈 정도로 어마어마한 반동.

그에 비해, 초등학생이 만든 스턴건보다 못한 위력.

이런 쓰레기 능력을 앞둔 과거의 이준구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즉, 모든 헌터들이 한 번쯤은 해보기 마련인 고민.

자신의 능력을 어떤 식으로 개발할 것인가?

일반인들에겐 모종의 초능력처럼 여겨지고 있긴 했지만, 헌터의 능력은 어디까지나 신체 능력.

다시 말해, 마력과 접촉하며 형성된 마력 형성 기관의 운용 결과물이다.

그렇기에, 능력 또한 단련할 수 있다.

거기에 그 이상으로, 헌터들은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방향성을 결정할 수도 있었다.

요컨대, 이준구는 제 능력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고민한 셈이다.

이 기묘할 정도의 출력차를 어떻게든 통제해, 평균적인 출력을 낼 수 있도록 연습할까.

그렇지 않으면, 이 능력의 특질을 살릴까.

나라면 당연히 전자를 선택했겠지.

하지만, 이 미친 놈은 후자를 선택했다.

전자를 선택해 봐야 어차피 다른 전격계 능력자들과 비슷한 수준에 지나지 않으며,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그조차 어렵다.

그렇다면, 자신은 다른 헌터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하자.

그렇게 결심한 것이다.

……만일 녀석에게 기연이 있었다 한다면, 아는 헌터들 중 치유 능력을 보유한 헌터가 있었다는 점 정도겠지.

그 누님에게 신세를 지기로 결정하면서, 녀석은 스스로의 능력을 단련하기 시작했다.

사실 말이 단련이지, 내가 보기엔 스스로를 고문하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실제로, 같은 말을 하며 녀석을 치료하다 꽁무니를 뺀 치유 능력 보유자도 있었을 정도니.

처음엔 간단히 출력을 올리는 정도.

어디까지나 회복 능력이 따라올 수 있는 수준에서 훈련을 시작한 녀석은, 그러나 녀석을 치료하며 상승한 의료반의 실력에 맞추어 점차 훈련 강도를 늘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 능력으로 스스로를 바삭바삭 후라이드 튀기길 족히 100번 이상.

마침내 완성되었다.

체내의 초출력을 그대로 전투에 활용하기 위한, 이준구만의 배틀 스타일.

문자 그대로, 전신을 벼락으로 바꾼 채 맨손 격투전에 돌입하는 전법.

통칭 '뇌신'이야말로, 녀석을 '사람의 형상을 취한 우레'라 일컬어지도록 한 일등 공신이었다.

그러니만큼, 녀석이 그 전법을 제 여동생에게 손수 가르쳤을 리도 없다.

단순히, 위험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능력을 전신에 순환시키며, 스스로의 육체를 벼락으로 치환하는 게 바로 그 전법의 본질.

심지어 이를 만전으로 활용하기 위해 격투기까지 배운 게 눈 앞의 이 녀석이다.

헌데, 그 여동생인 이예은이 보인 능력 활용법은 지나칠 정도로 어설펐다.

능력을 순환시키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외장처럼 두르는 모습.

거기에, 격투기의 소양 따위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움직임.

자신의 얼마 되지 않는 능력을 쥐어짜 최적의 전법을 구상하고자 한 이준구의 고뇌를, 그녀에게선 도저히 엿볼 수 없었으니까.

말하자면, 심득 없이 무작정 겉보기만을 따라한 수준이라고 해야 할까?

어째서 이준구가 그런 전법을 취하게 되었는지, 제대로 된 고민 하나 없이 그 전술을 따라하는 새내기 헌터들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당연하지만, 평범하게 전격을 쏠 수 있다면 멀리서 쏘는 편이 더 낫다.

설령 격투기에 소양이 있다고 한들, 멀리서 견제하다 가까이 오면 백병전에 돌입하는 편이 더 낫지 않겠나.

말하자면, 이준구의 전법은 어디까지나 저것밖에 할 수 없던 녀석이 짜낸 일종이 고육지책이었던 셈이다.

하물며.

"애초에 염력이랑 잘 맞는 전법도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

이준구 또한 동의했다.

애시당초, 이준구가 그런 식으로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고자 정한 건 그게 놈의 능력에 가장 적합한 전투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제 능력을 살릴 수 있는 근접전.

거기에, 스스로의 전신을 벼락으로 바꾸어 제 몸을 망칠 정도로 격렬한 반동을 통제한다.

무엇보다, 번개가 가진 성질까지.

접촉하기만 해도 전기가 통한다. 혹은, 매우 빠르다.

어느 쪽이든, 불꽃이나 냉기는 지니지 못한 특징이다.

이를 통해, 전신을 벼락으로 바꾼 채 문자 그대로 뇌속의 스트레이트를 갈기는 게 바로 이준구의 전매특허였다.

그에 비해, 염동력은?

일단 팍 하고 느낌이 오질 않는다.

무형의 힘. 가장 대표적인 초능력.

거기까진 알겠지만, 전신이 염동력이 된다고 해서 무언가 어드밴티지가 있을까?

공격을 피하는 데에는 응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말해 공방일체인 이준구의 벼락화에 비하면 아무래도 심심한 느낌이 든다.

차라리 그 애의 능력이 이준구마냥 무언가 독특한 면이 있었다면 차별화하기 위해 여러모로 궁리할 필요라도 있었겠지만.

공교롭게도, 이예은의 능력은 그런 부류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지나칠 정도로 만능인 게 문제지.

말하자면, 맞지도 않는 옷에 억지로 머리를 우겨넣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여태까지 충분한 성적을 내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센스.

이예은 본인의 센스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맞지도 않는 옷을 입은 채, 완벽한 퍼포먼스를 선보일 정도로.

단순한 재능의 출력이나 활용법 따위는, 당연히 최승준에게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이준구의 전법을 보고 제 식대로 모방했다는 활용성에선, 틀림없이 상위 헌터 특유의 자질이 보였다.

뭐, 이 업계가 센스 하나만으로 헤쳐나갈 수 있을 만큼 만만한 장소도 아니지만.

"그래서, 어쩔 생각인데? 너처럼 신경줄에 염력이라도 흘리게 할 거냐? 아니, 그러면 뭐가 달라지긴 하고?"

"달라지진 않지. 나도 알아, 아는데……."

짤막한 한숨.

결국, 이준구 또한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쉽질 않더라."

"뭐?"

"너도 요새 애 한 명 돌보고 있으니 알 거 아냐.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게, 그렇게 말처럼 쉽지가 않더라고."

"아니, 걔는 그런 말 안 하던데. 집에서도 조용해."

"……하긴, 그 집구석에서도 불만 없이 앉아있는 애인데 뭘 어쩌겠냐."

그리 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그 모습에선 왠지 모를 아니꼬움이 느껴졌다.

마치 넌 아직 인생을 몰라서 그런다며 소주를 퍼마시는 아저씨들을 보는 기분이다.

인생이 쓰니까 나한텐 소주가 달게만 느껴져…….

그 양반들의 십팔번 레퍼토리다.

시발, 달긴 뭐가 달아.

난 생각 없이 살아서 와인이 더 달더라.

"너도 조심해. 지금 상황이 특수해서 그렇지, 사실 선생이랑 학생이 같은 집에서 사는 게 좋은 일도 아니고……."

"아주 그냥 애 아빠 다 됐네."

"사실, 반지하가 애들 정서 교육에 별로 좋진 않잖아."

지랄하고 자빠졌네.

나도 모르게 그리 쏘아붙일 뻔했지만, 족히 3년치 인내심을 가불해 간신히 억누를 수 있었다.

아니꼬운 마음이야 없잖아 있었지만, 눈 앞의 녀석은 정말로 열 살 터울인 여동생을 지금까지 홀로 키운 소년 가장이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육아는커녕 아부지 저 몬스터 죽이고 싶어졌으니까 가출할게용 바이바이 하고 가정 파탄의 신호탄을 올린 내가 녀석에게 뭐라고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다.

"뭐, 말하기 힘든 것도 있고."

그렇다 쳐도, 녀석의 말 또한 부정하기 힘든 건 사실이다.

정서 교육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내 단칸방보다 더 애들 정서에 좋지 않은 물건이 바로 이 녀석의 훈련법이다.

여고생.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슬픈 이유를 백 개나 댈 수 있는 전설의 생물.

헌데, 이제 막 고등학생이 된 여동생 앞에서 그 훈련법을 공개하겠다고?

어떻게?

아니, 뭐라고?

미안한데 동생아, 그거 하느라 내가 미디엄 레어가 된 적이 백 번은 넘거든? 그만두지 않으련?

이건 씨빡 절대 무리다.

다소 지나치게 이준구를 동경하고 있는 이예은이라면 더더욱.

오히려 사태가 악화될지도 모르고.

자신도 모르게 턱끝을 부르르 떨고 말 정도로 오싹한 상황이 눈 앞에 어른거리는 가운데, 나는 힘차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래도 뭐 어떻게 하긴 해야지. 그렇다고 걔 그대로 내버려 둘 거야?"

사실 나야 상관 없다.

그게 정말로 신념이라면.

누구나 세상 살면서 타협하기 싫은 일이 하나는 있기 마련이니.

그런 의미에서 말하자면, 이준구의 겉바속촉 자해를 말리지 않았던 내가 이제 와서 이예은을 말리겠다는 건 다소 우스꽝스러운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아니, 설령 그렇다 한들 제 신경을 염력으로 짜부라뜨리는 게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물어보긴 하겠지만.

그러나.

만일 이예은이 헌터가 되고 싶은 거라고 한다면.

나 또한 문제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헌터란 어디까지나 사냥꾼.

몬스터가 나타나면 무력하게 뒈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대신해, 그 빌어쳐먹을 새끼들의 모가지를 따는 직업이다.

그런데, 제 능력으로 어설프게 오빠 코스프레나 하는 헌터라니.

단순한 민폐다.

동업자들은 물론, 민간인들에게도.

살려야 할 사람 대신 오빠 코스프레를 더 중시하는 헌터?

아무리 나라고 해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아니, 오히려 몬스터가 싫다는 이유로 헌터가 되고자 한 나이기에 더더욱.

당연하지 않나.

나라고 해서 일반인을 미끼로 던지고 몬스터들을 몰이 사냥하면 얼마나 편할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건 아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런 짓을 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그게 나쁜 짓이기 때문이다.

뭐, 눈 앞에 있는 이 녀석이 미친 개마냥 날뛰지 않을까 하는 이유도 있긴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야기.

나쁜 일을 하지 맙시다.

초등학교 1학년 도덕 교과서조차 지키지 못하는 녀석을, 인류를 지키기 위한 방파제로 삼을 수는 없는 법이니까.

그럴 정도라면, 그만한 재능이고 뭐고 차라리 헌터가 되지 않는 게 낫다.

이예은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막말로, 업계에서 은퇴한 헌터가 제 취향대로 능력 좀 쓰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그렇게 단언하자, 녀석은 다시 한 번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안도한 듯, 불안한 듯.

묘하게 알기 힘든 미소였다.

그 얼굴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녀석이 내게 어울리지도 않는 교사 자리를 추천한 건, 내가 어떤 식으로든 이 문제에 결론을 내려주길 바랐던 걸지도 모르겠다고.

"내버려 둘 순 없지."

"알고 있으면서 여태까진 잘도 그랬다."

"미안, 어쩔 수 없었어."

그리고.

멋쩍은 얼굴로, 안심한 얼굴로.

그렇게 입을 뗀 녀석은, 지금 이 자리에서 최대급의 폭탄을 터트렸다.

"왜냐하면 걔, 나랑 같은 실험실 출신이거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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