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냥 몬스터만 죽이고 싶음-16화 (16/371)

〈 16화 〉 이예은

* * *

"이이이이익!!"

널따란 주택 안으로, 이예은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사람 한 명 없는 저택이었다.

광활하다 못해 도리어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고요한 자택.

평소 일정을 마치고 귀가한 그녀로 하여금 센티멘탈한 기분에 젖어들도록 하는 그 고요함이, 이예은은 싫었다.

말하자면 일종의 일과다.

부모님은, 없다.

한 명 뿐인 가족 또한 언제나 바쁘다는 이유로 그녀보다 빨리 일어나, 그녀보다 늦게 돌아오곤 했다.

홀로 남겨진 듯한 외로움은, 이 시대엔 그다지 드문 일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오빠가 있는 만큼 다른 학생들보단 나을지도 모른다.

허나, 불평은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에게 주어진 특권이 아니다.

하물며, 사무치는 슬픔은 도저히 익숙해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때문에, 이예은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표정을 상당히 능숙하게 다듬을 줄 알았다.

영웅이라 불리는 오빠가 바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오빠가 허비하는 시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에 비례해 사람들이 받는 피해도 커진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자부심으로 포장했다.

자신이 쓸쓸함을 느낄 때마다, 어디선가 다른 이들이 오빠에게 도움받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았다.

동생인 자신을 대신해서.

……안 가면 안 되냐는 말이 목에 걸린 적은, 수도 없이 많다.

다른 헌터들은 없냐고 말하고 싶었던 적도, 셀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대신, 그녀는 제 얼굴 위로 웃는 낯을 덮어씌웠다.

울적한 표정을 지을 때마다, 오빠가 목에 가시라도 걸린 듯 괴로운 표정을 지을 뿐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니만큼, 오빠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이예은이 감사한 건 사실상 오늘이 처음이었다.

"도대체 뭐야, 그 선생?!"

쩌렁쩌렁, 공허한 집을 이예은의 목소리가 울린다.

솔직히 말해, 오늘까지만 해도 이예은은 예의 담임 교사에게 별다른 생각을 품고 있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해야 할까.

박우찬.

그렇게 스스로를 소개한 담임 교사는, 전직 헌터였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제대로 된 기록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이해할 수는 있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으니까.

제 1차 대침공 당시, 몬스터들이 사회에 입힌 피해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때문에, 정부는 적극적으로 헌터들의 업적을 나서서 홍보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마음에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소위 말하는 스타 헌터들이 나타난 것 또한 바로 이 때부터였다.

허나.

그렇게 만들어진 영웅이 아닌, 진정한 '영웅'의 여동생이었던 그녀는 알고 있었다.

소설처럼 화려한 삶을 사는 헌터들은 정말로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대다수 헌터들은 바닥을 전전하다 죽어버리는 게 대부분이라는 걸.

아니, 그렇게 화려한 모습으로 데뷔해 잡지 1면을 장식한 헌터조차 죽을 땐 맥없이 죽어버린다는 사실 또한.

군벌화되기 딱 좋은 헌터들을 영웅이랍시고 정부 차원에서 띄워주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런 위험성을 감수할 만큼 정부는 절박했고, 그 이상으로 그렇게 띄워준 헌터들 또한 언제 시체가 되어 나뒹굴지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그녀는 상대가 무명 헌터라는 이유로 무시하진 않았다.

여하간, 자신이나 정필연 또한 몬스터를 토벌한 적은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연히 맞닥뜨린 몬스터를 거꾸러뜨린 정도에 불과했다.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상대로 승리를 쟁취한 게 아니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게이트의 주인과 승부를 가린 현역 헌터들에 비하면 아무래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라면 능력. 정필연이라면 검술.

현역 헌터에 비견할 수 있는 건 딱 그 정도겠지.

때문에,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그녀는 정말로 진지하게 수업을 듣고 있었다.

원체 진지한 성미인 것도 한몫했지만, 첫 조회 시간에 정필연을 제압한 모습을 보고 통쾌하다 생각한 것도 없잖아 있었다.

그러나.

"그래서? 너, 지금 네 모습이 정말 몬스터를 사냥하는 데에 적합하다 생각하고 있기라도 한 거냐?"

으그그그극, 베갯보를 물어뜯는다.

채 소리도 되지 못한 신음성을 흘리기도 잠시.

'아니, 선생이라는 작자가 말을 왜 그리 얄밉게 하지?'

여태까지 우리 예은이 우리 예은이 하며 친절하게 대해주는 선생님들만 접한 그녀로서는 자연스레 그런 생각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저 태도가 단순히 방자함에서 온 건 아니라는 점이다.

여태까지 그녀의 능력 활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선생님들은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 지금과 같은 능력 활용법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사안 중 하나였다.

때문에, 그녀는 그렇게 말하는 선생님들에게 반발했다.

역으로 이 쪽에서 연을 끊은 적도 있었다.

허나.

박우찬, 그녀의 담임 교사가 말하는 건 무언가 달랐다.

다른 선생님들이 말하던 건 어디까지나 능력의 운용법 자체에 대한 이야기였다.

말하자면, 이예은에게 있어 다소 비효율적인 능력 사용법이라는 뉘앙스다.

실제로 그녀 또한 그 점은 이해하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철하기로 한 길이었던 만큼 단호하게 거절할 의사를 밝힐 수 있었다.

그렇지만, 박우찬이 문제로 삼은 건 능력이 아니라 능력의 주체인 이예은 쪽이었다.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묘한 실망감이 담긴 목소리.

그런 활용법은 비효율적이라고 말하는 대신, 지금 네 능력이 정말로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해 연마한 기술이 맞느냐 추궁하던 눈동자를.

대답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마치 그녀의 얄팍한 속내를 모조리 헤집어놓은 듯했다.

사실 헌터라는 직함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 없다.

자신이 되고 싶은 건, 사냥꾼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그녀의 흉중을 꿰뚫기라도 한 듯, 그는 미리 대답한 것이다.

너희들은 사냥꾼이다.

적어도, 내가 키우려는 건 헌터다.

그런 핑계가 통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헌터에 대한 지론.

어째서 그들이 영웅이나 각성자같은 멋들어진 이름 대신, 사냥꾼이라 불리고 있는 것인가.

박우찬은 가장 먼저 이를 설파했다.

"하아아……."

평소, 냉정침착한 아가씨처럼 가장하고 있던 그녀의 모습을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놀람을 금치 못할 모습이었다.

제 머리를 무슨 개풀마냥 뜯어놓으며 비명을 지르더니, 이제는 어깨를 늘어뜨리고 푹푹 한숨을 내쉬는 모양이라니.

동시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박우찬.

그녀의 담임 교사는, 여태까지 만난 선생님들과 어쩐지 다른 면모가 있었다.

영웅의 여동생이라는 네임 밸류 덕택일까?

어렸을 적부터 그녀는 수많은 업계 관련인들을 만난 경험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와 얼굴을 마주한 사냥꾼들은, 하나같이 그녀가 커서 장차 어떤 헌터가 될까 기대하고 있겠노라 말했다.

그 말이 단순한 인사치레가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과연 영웅의 여동생.

단순한 능력이라면, 벌써부터 현역 헌터에 뒤지지 않는 재목.

그렇게 멀지 않은 미래에, 상위 헌터 자리를 꿰차고 앉을 천재.

수많은 헌터들이 그녀를 그리 칭했다.

너무나도 위대한 오빠를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망설임 없이 헌터가 되겠노라 선언한 그녀의 기개에 놀랐다.

또한, 그만한 용기에 어울리는 재능을 보고 있으면 과연 그렇게 큰소리칠 만도 하다며 감탄을 토하기도 했다.

아마도, 여태까지 그녀를 가르친 선생님들 또한 같은 생각을 했겠지.

여하간, 이만한 재능이다.

몇 가지 단점만 보충하면, 지금 당장 실전에 투입할 수 있을 법한 유망주.

고작해야 능력 활용이 서투르다는 이유만으로, 이만한 원석을 포기하기는 아깝다고.

그렇기에 그들은 한 명도 남김없이 그녀의 능력 활용에 손을 대려 했으며, 모조리 남김없이 그녀의 스승 자리를 내려놓고 떠나야만 했다.

하지만.

박우찬은 달랐다.

다른 헌터들과 달리, 이예은의 재능을 논평하지도 않았다.

이만한 원석을 내 입맛대로 키워보고 싶다는 욕망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아니, 애시당초 이예은의 재능 자체에 흥미를 가지지 않은 듯했다.

딱히 그녀에게 소홀했다는 건 아니다.

분명히, 다른 선생님들과 마찬가지로 박우찬 또한 그녀의 재능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조언을 하기는 했다.

단지.

그녀의 능력 활용에 대해, 박우찬은 사실상 그렇게 평한 셈이었다.

그따위로 할 거라면 차라리 관둬라, 라고.

"존나 빡쳐, 진짜."

속이 타는 듯한 기분이었다.

꼭 자신을 무시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영웅의 여동생이라는 입지. 뛰어난 비주얼. 거기에 이만한 재능.

언젠가 스타 헌터가 될 게 분명한 그녀를 두고, 그렇게 소평한 이는 여태까지 단 한 명.

"예은아. 꼭 너까지 헌터가 될 필요는 없어."

오로지 그녀의 오빠 뿐이었다.

때문에, 이예은은 한층 더 초조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자신의 길을 부정당한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최승준 교장은 어디서 그런 사람을 데려온 거람, 자신도 모르게 이예은은 그리 투덜대고 말았다.

유치하단 건 스스로도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여하간, 다른 선생님들처럼 더 이상 수업 듣기 싫다고 끊을 수 있는 관계도 아니었으니까.

영웅의 여동생이라는 이름값도 이런 데에선 쓸모가 없다.

아니, 애시당초 그녀의 오빠는 이런 일에 자신의 이름을 쓰도록 허락해 줄 위인도 아니었지만.

그렇기에, 이예은은 오빠를 존경했다.

아직 어릴 적, 철없던 자신이 포장마차 앞 떡볶이가 먹고 싶어 오빠의 이름을 팔았을 때.

어린애가 뭘 알았겠느냐고, 그냥 내가 귀여워서 한 컵 퍼준 거라고 극구 사양하는 주인 아주머니 앞에서 무릎을 꿇던 오빠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런 사람이었다.

드물잖게 헌터들의 갑질이 사회적 이슈가 되는 시대다.

그런 사회의 정점에 섰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오빠는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제 이름을 팔아 거들먹거린 적이 없었다.

헌터라는 사실 자체가 일종의 벼슬처럼 여겨지던 제 2차 대침공 직후에도, 영웅이라 불리게 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이름을 파는 일 또한 허락한 적 없었다.

솔직히 말해, 이예은이 보기에 그녀의 오빠는 가끔씩 몬스터보다 자신의 이름을 팔아 목에 힘을 주고 다니는 한량들을 더욱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사실, 별로 틀린 말도 아닐 테지.

이준구는 그런 사람이었다.

헌터의 본질은 결국 우연에 있다.

어느 날 갑자기 큰 힘을 손에 넣은 사람.

이 미친 시대에서, 어쩌다 보니 몬스터를 상대로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을 손에 넣은 일반인.

그게 바로 이준구가 정의하는 헌터였다.

그렇기에, 이준구는 헌터라는 이름으로 다른 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자들을 혐오했다.

힘이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헌터가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하다 주장할 수는 없다.

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몬스터와 싸워야 할 의무를 짊어질 필요가 없듯이.

이준구의 말버릇이었다.

영웅이라는 칭호 또한 그에겐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그에게 있어 영웅이라는 별칭은 헌터라는 직종보다 더 쉽게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는 간판으로 보이는 듯했다.

그렇기에.

다른 헌터들이 으레 말하는 바와 달리, 그녀는 영웅이 되어버린 오빠가 정계에 투신하겠다는 말에 놀라지 않았다.

이준구라는 사람에게 있어, 자신이 쥐고 있는 폭력은 언제나 경계해야 할 물건이었다.

그 이름값이 너무나도 커져버린 탓에, 자신도 통제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린 지금은 더더욱 그랬다.

……그래서.

그 사람처럼 되고 싶었다.

헌터라는 사실을 자랑스레 내세우지 않는 사람.

영웅이라는 직함을 짊어지고도, 망설임 없이 포장마차 아줌마에게 무릎을 꿇을 수 있는 사람.

누군가는 그 모습을 보고 스스로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게 아닌가 폄훼하기도 했지만, 적어도 그 날 그 옆에서 함께 무릎을 꿇은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다소의 과장을 섞어 말하자면, 이예은에게 오빠는 삶의 기준이요 도덕의 기준이기도 했다.

나이 터울 있는 형제자매들에게 으레 그러듯이.

하물며, 그녀는 아직 한 살의 터울도 태산처럼 느껴질 여고생이었다.

무엇보다, 그녀의 오라비는 나이 차이를 감안해도 지나칠 정도로 위대한 인물이었다.

어쩌면 그런 감각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걸지도 모르지.

사실대로 말하자면, 이예은이 헌터가 되고자 했던 이유 또한 바로 그 때문이었다.

오빠는 대단한 사람이다.

오빠는 존경스러운 사람이다.

오빠는, 저렇게 되고 싶은 사람이다.

이예은에게 있어, 오빠는 일종의 우상이자 동경이었다.

그러니까.

이예은은 박우찬이 싫었다.

네가 되고 싶은 건, 헌터가 아니라 이준구 아니냐?

오빠에게도 털어놓은 적 없는 마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헤집는 게 싫었다.

그럴 거면 그냥 관둬. 다른 사람들한테 민폐야.

오빠처럼 되고 싶은 마음을, 민폐라 단언하는 게 싫었다.

허나.

더욱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다면, 그런 박우찬의 말에 제대로 된 반박 하나 하지 못한 자신의 어리석음이다.

사실은 알고 있었다.

이예은은 헌터가 되고 싶은 게 아니다.

이준구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거다.

왜냐하면.

"다행이다."

……아직도, 이예은은 그 날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오빠가 떠난 집에서 홀로 몬스터와 마주칠 수밖에 없었던 공포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달려와 자신을 구해준 오빠의 모습을.

그녀는, 아직도 바로 어제 일처럼 떠올릴 수 있었다.

때문에, 이예은이 그리 생각하는 것 또한 실로 당연한 일이었다.

그 날의 공포가, 그 날의 두려움이 너무나도 강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해서, 어째서 자신이 이런 처지에 처한 건지 알 수가 없어서, 그 사실이 다만 원망스러워서, 왜 오빠는 나를 버리고 간 건지 밉고 미워서, 사실 오빠 또한 지금쯤 어디서 싸우고 있을 거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오빠가 자신을 버린 것만 같아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구하러 간 것 같아서, 그 사실이 밉고 분해서.

그런 만큼 더더욱 잘 알고 있으니까, 세상에 남은 유일한 가족에게 버려진 듯한 기분을 알고 있어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때 마주한 오빠의 얼굴이 기뻐서, 나보다도 더 두려움에 떨던 입가가 기억에 남아서, 그리고 나보다도 더욱 더 감사함에 눈물짓고 있던 눈매를 기억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하던 목소리에 배어든 떨림과 슬픔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오빠도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뻐근하게 가슴에 남아서.

그런 일이 아직도 이 세상에는 많다는 걸 들어서, 이야기로만 알고 있었던 사실을 내 몸으로 실감해서, 그래서, 그 날의 나와 같은 아이들이 아직도 세상엔 넘쳐흐르고 있다는 말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라는 걸 깨달아서, 다른 모든 이들의 가족이 영웅일 수는 없다는 사실을 불현듯 자각해서, 만약 그 날 오빠의 모습을 보고 느낀 안도감 대신 끝없는 절망감만을 느끼고 있을 다른 아이들이 너무나도 안타까워서.

그 날, 자신이 느꼈던 안도감을 누군가에게도 나눠주고 싶어서.

오빠와 같은 헌터가 되자.

오빠처럼 훌륭한 헌터가 되자.

그 날, 자신이 오빠를 보고 그리 느꼈듯이.

사람들에게, 존경이 아닌 안도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기에.

"안 돼."

오빠와 같은 헌터가 되고 싶다.

그래서, 이렇게 싸우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완성한 기술을 보여줬을 때.

괴롭다는 듯 오빠가 지었던 표정 또한, 아직까지 그녀의 눈꺼풀 너머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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