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냥 몬스터만 죽이고 싶음-8화 (8/371)

〈 8화 〉 입학 준비

* * *

가장 의문인 건, 다른 무엇보다도 어째서 내게 이렇게까지 해 주는 건지 도저히 모르겠다는 점이라고 자하연은 생각했다.

솔직히 말해, 요 최근 며칠은 의문 투성이였다. 갑자기 자신을 쫓아오던 수상쩍은 거한들. 그 거한들이 사실은 몬스터였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 자빠질 지경이었는데, 어째서인지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자신.

웹소설 프롤로그로 딱 어울리는 시작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자신에게 잠재되어 있던 힘이 눈을 뜬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 자리에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건 틀림없는 요행이었다. 허나, 평생치 운을 다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요행 뒤로는 기이할 정도로 연달아 행운이 뒤따랐다.

갑자기 헌터 협회와 연이 생겼다. 들어보니 협회의 시스템을 이용해 자신을 보호해 주시겠다고 한다. 제 2차 대침공이 종료된 이래 조금은 나아졌다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몬스터의 습격에 불귀의 객이 되어버린 이들 또한 부지기수였던 상황. 그녀로서는 당연히 두말할 나위 없는 일이었다.

하물며 헌터 협회와의 연을 주선한 게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이준구라니!

아무리 이 쪽 업계와는 별다른 연 없이 살았던 그녀라 할지라도, 이준구라는 이름 석 자 정도는 알고 있었다. 혹시 사기는 아닐까 생각하던 마음 또한 그 이름 앞에서 사르르 녹아버린 이후, 그녀는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이 평생 동안 생각해 본 적도 없었던 기연임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모든 변화의 한 가운데에는 바로 그가 있었다.

박우찬.

누구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모르겠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이준구 헌터와도 아는 사이로 보였던 만큼, 십중팔구 헌터겠지만. 실제로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않았는가?

허나, 그만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박우찬이라는 이름에 대해 무엇 하나 찾을 수 없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헌터라는 직업이 일종의 우상화된 지금, 그만한 실력의 헌터가 이름 하나 남지 않았을 리 없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더욱.

어쩌면 그녀가 헌터들의 강함을 오인한 걸까? 예를 들어, 자신이 보기엔 엄청 강해 보였지만 실제론 E랭크 헌터였다던가. 그렇게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세 마리나 되는 드래곤들을 초살한 시점에서 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었다.

하물며 그는 여태까지 단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던 이준구 헌터의 핸드폰 번호를 알고 있었으며, 고작 전화 몇 번 깨작거린 걸로 그를 불러낼 수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봐도 망상이 아닐까 싶을 만큼 현실성 없는 이야기.

허나, 현실성이 없기로 치자면 역시 그 날의 풍경이 더더욱 그러했다.

단 한 번.

어쩌면 그 이상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녀에게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만큼 간결한 동작으로 수많은 드래곤들을 일격에 참살해버린 헌터.

그런 헌터가 마침 위기에 빠진 자신을 구해주더니,뒷처리를 위해 이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헌터를 불러, 이젠 아예 뒤를 봐주겠다고?

……망상이 아니라 싸구려 펄프 픽션 수준이다.

그렇기에, 자하연은 다른 그 무엇보다도 박우찬이 어째서 자신에게 이토록 잘 해주는 건지 궁금했다.

'나한테 관심이 있는 걸까?'

당장에 생각할 수 있는 건 그 정도밖에 없었다.

다소 자신만만한 발언이긴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 정도면 꽤 생긴 편이 아닐까? 대놓고 말하기엔 아무래도 부끄러운 탓에 남에게 들려준 적은 없지만, 이처럼 자하연은 스스로의 외모에 대해 다소 은밀한 자신감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고민이 무색하게도 박우찬은 그녀에게 단 한 번도 그런 종류의 요청을 보낸 적이 없었다. 하다못해 갑작스레 떠맡은 동거인에 대해 불만을 품을 법도 하건만, 이번 일에 대해 박우찬이 그녀에게 무언가 불평을 토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가끔씩 복덩이를 보듯 기대감 찬 시선을 보내긴 했지만.

당황스러운 건 바로 그 부분이었다. 아무래도 박우찬은 정말로 어떠한 기대 하나 없이 자신을 떠맡은 모양이었다. 물론 그 정도나 되는 인물이 바라는 걸 자신이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긴 힘들었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불만 하나 없는 모습은 지나칠 정도였다.

돈이 문제인 것 같지도 않다. 이제 와서 자신에게 스스로도 모르던 유산이 있을 리도 없거니와, 애시당초 그는 제대로 된 가구 하나 없는 반지하에서 생활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금이 곤궁한 모습을 보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하연은 혼란스러웠다. 요 며칠간 말없이 눈에 불을 켜고 생활한 데에는 그런 이유 또한 있었다. 도대체 그는 자신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는 걸까.

고민. 의심. 추론. 혼란.

그렇게 며칠이 지나, 마침내 그녀는 깨달았다.

아마도, 그는 정말로 자신에게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무언가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무엇을 바라는지 이야기한 적도 없다. 어째서 자신에게 이렇게 잘 대해주는 건지, 몇 번을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허나, 가끔씩 자신을 바라보는 흐뭇한 표정을…… 이득이나 손익 따위를 고려하고 있는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로 순수한 눈동자를 보며 그녀는 확신할 수 있었다.

박우찬이 자신을 잘 대해주는 데에는, 정말로 별다른 이유가 없다고.

동정. 연민. 달리 무슨 이유가 되었든, 그는 정말로 자하연을 보살펴주고 있을 뿐이라고 말이다.

그렇기에, 마침내 찾아온 헌터 협회.

정문에 위치한 마력 검사기를 앞두고, 자하연은 그리 기도하고 있었다.

요 며칠 사이, 자신이 받았던 은혜를 갚아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허면, 하다못해 이 이상 그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

결론만 말하자면, 내 추측은 정확했다. 스스로의 자각이 없었을 뿐, 그녀는 이미 각성을 거친 어엿한 헌터였다.

나로서는 그만큼 선명한 머리칼을 가지고 어떻게 모를 수 있냐는 기분이 들긴 했지만, 애시당초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마력이라고 해 봐야 뭔가 대단한 힘 정도. 마력과 접하면 마력을 사용하는 기관이 생성된다거나, 마력의 영향이 크면 클수록 신체에 일어나는 변화 또한 커진다거나 하는 점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도 아닌 만큼 적당히 이해하기로 했다.

소녀, 자하연이 각성한 능력은 '저주'.

자신의 마력을 방출해, 다른 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가하는 힘이었다.

개인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상당히 훌륭한 능력이다.

마력이 신체에 주는 변화와 비례해, 헌터의 능력은 '얕고 넓은' 범용성 타입과 '깊고 짙은' 특화 타입으로 나뉜다. 개중에서도, 그녀는 후자에 속하나 전자에 가까운 범용성을 발휘할 수 있을 만큼 우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마력의 성질은 타인을 방해하는 데에 특화되어 있지만, 그 방해의 종류가 지나칠 정도로 폭이 넓다. 눈 앞에서 환각을 비춘다거나, 혹은 신체 기능에 부하를 가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능력의 강함이 헌터로서의 완성도와 직결하지는 않는다고 하나, 쓰기 어려운 능력보단 쓰기 쉬운 능력이 당연히 더 낫다.

몬스터들을 끌어들인 것 또한 아마도 그 일환이었겠지. 협회의 직원 또한 내 의견에 동의했다. 몬스터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일종의 의사 교환 수단에 간섭, 잘못된 정보를 주입해 역으로 몬스터들을 유인했으리라는 게 협회 소속 헌터들의 추측이었다.

정작 그 몬스터들의 출처에 대해선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었지만, 이 정도면 쾌거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여하간, 그 말대로라면 이 애는 진짜로 몬스터들을 유인할 수 있다는 이야기!

쓰레기를 버리러 가다 이런 기연을 만날 줄이야. 때 아닌 복권에 당첨된 기분이다.

"오빠!"

측정기 옆으로부터 종종걸음치며 다가온 자하연이 그리 외쳤다.

요 며칠, 그녀가 나를 부르는 호칭은 점차 거리낌 없어졌다. 처음엔 박우찬 씨, 그 다음엔 우찬 아저씨. 하긴 나 정도면 그 나이대 애들에겐 아저씨겠지 싶어 넘기고 있었더니만, 어느 순간부턴 아예 오빠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딱히 해 준 것도 없는데 말이지~'

처음 며칠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길래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생각했다만, 꼭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다.

나도 모르게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간신히 얼굴을 관리했다. 아무리 그래도 상대는 현직 여고생. 오빠 소리 듣고 헤실거린다는 오해를 사긴 싫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제부터 널 미끼로 쓸 생각에 들떴던 거라고 말할 수도 없겠지만!

그렇게 낯짝을 관리하는 사이 다가온 그녀는 곧 자랑스레 가슴팍에 건 사원증 비스므리한 물건을 내밀었다. 저번에 내가 받은 것과 비슷한 물건. 다시 말해, 협회 등록증이었다.

"축하한다."

"헤헤."

헤실거리는 얼굴. 도대체 뭐가 그리 기쁜지 모를 일이었지만, 이 나이대 애들에게 헌터란 영화 속 영웅들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어 고개를 주억거렸다.

실제론 목숨 걸고 싸워야 하는 3D 직업이지만.

'너무 좋아하네.'

아무래도 상당히 마음에 드는 양 즐거워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시선을 피하고 만다. 이렇게 순수한 애를 미끼로 삼는다는 생각에 돌연 죄책감이 든 탓이다.

물론 미끼라느니 뭐라느니 말하긴 했어도, 그녀를 대뜸 몬스터 무리 앞에 던진다는 소리는 아니다. 애초부터 그렇게 몬스터가 넘치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내가 죽이고 싶을 정도니.

내가 붙으면 그녀에게도 도움이 되리라는 말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 쳐도 내가 그녀를 미끼 1호 정도로 생각한 것 또한 사실. 아무리 그래도 양심에 찔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걸로 확정됐군."

이와는 별개로, 이로서 그녀는 나와 함께 헌터 아카데미 프로젝트 속으로 발을 들이게 되었다. 나는 교사고 얘는 학생이라는 차이점이 있긴 했지만.

뭐, 입학까지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이준구의 이름도 있거니와, 이 프로젝트 자체가 대외적으로 떠벌리기 곤란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평화의 시대가 찾아왔다 철썩같이 믿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인 지금, 국가 주도로 헌터들을 양성하겠다는 프로젝트는 괜한 긴장감을 조성할 게 뻔했다.

함구령을 내릴 정도는 아니지만, 반대로 대대적으로 광고를 내기에도 곤란하다고 해야 할까.

때문에, 필연적으로 이번 프로젝트의 대상자들 또한 소수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극히 드물게 이 프로젝트의 내용을 스스로 조사해 입학을 신청한 애들이나, 혹은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된 헌터들이 직접 추천한 인재들 정도.

무엇보다, 그렇게 긁어모은다 한들 평범한 고등학교 수준은커녕 한 반을 채울 수나 있을까 의문스러울 실정이다.

여하간, 말이 프로젝트지 실제로는 국가에서 주도하는 차세대 헌터 육성 사업. 다시 말해, 이번 프로젝트에 발을 들인 학생들은 머잖아 제 3차 대침공이 시작될 시 가장 먼저 제 목숨을 초개처럼 내던져야 하는 입장이었다.

도저히 참가자가 몰릴 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 대한민국에서는 더더욱 그렇고. 도대체 누가 좋아서 스스로 군대에 말뚝을 박는다는 말인가? 한 번 갈 군대 두 번 가는 것도 아닌데.

하물며 나는 그런 버림말들을 손수 길러야 하는 입장이었기도 하고.

허나, 그런 이야기로 훼방을 놓기엔 아무래도 지나치리만큼 해맑은 얼굴이었다. 때문에, 나 또한 멋쩍은 태도로 답할 수밖에 없었다.

"같은 장소로 출근하게 생겼네?"

"그러게요!"

"뭐, 썩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겠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해."

교사와 학생이 같은 집에 산다는 점도 그렇지만, 그 집이 반지하라니 더더욱 그렇다.

역시 새로운 집이라도 사야 할까? 요 며칠 사이 몇 번이나 재고한 끝에 수도 없이 기각당했던 안제가 다시 한 번 고개를 쳐들었다.

"네!"

쾌활한 대답.

하긴, 농담처럼 말하긴 했지만 이런 걱정이나 하고 있을 때는 또 아니었다.

이로서 그녀는 한 명의 헌터가 되었다. 물론 지금은 어디까지나 학생 겸 견습 헌터 취급으로, 제 몫을 한다기엔 아무래도 부족함이 있다. 애초에 내가 호위로 파견된 이유 또한 바로 그 때문이고.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그녀는 아카데미 입학이 사실상 확정된 상황.

이는 다시 말해 무엇 하나 제대로 배운 적 없는 그녀가 헌터가 되기 위해 입학한 학생들과 부대끼며 경쟁해야 한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질투도 있겠지. 낙하산이라는 시선을 받을지도 모른다. 나처럼 말이지. 아니, 오히려 내가 옆에 있는 만큼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을 게 뻔했다.

그러니만큼, 아무래도 나로서는 그녀의 실력 등에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이젠 더 이상 학생들 사이에 그런 일이 생길 걸 좌시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거니와, 같은 집에 사는 애가 괴롭힘당하게 생겼다는데 내버려 둘 수도 없지 않겠는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진 약식으로나마 헌터로서의 기술을 가르쳐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적당히 머릿속으로 계획을 정립하는 사이에도, 그녀는 지치지도 않는지 종달새마냥 끊임없이 지저귀고 있었다.

"아아, 그렇지. 하연아?"

"네?"

"생각해보니까, 아직 여기서 해야 할 일이 남았네."

"여기서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이는 그녀.

솔직히 말해, 이제 막 가입한 놈에게 무슨 일이 있냐고 쏘아붙여도 할 말이 없는 처지였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저런 말을 들었다면 내 연약한 마음엔 한 줄기 상처가 남고 말았겠지…….

"으응, 그럼 저 먼저 들어가 볼까요?"

"아니, 그러면 따라나온 보람이 없지. 잠깐만 밑에서 기다리고 있을래?"

물론 협회 건물은 상당히 으리으리한 편이긴 했지만, 그래봤자 결국 건물 하나. 이 정도라면 어디에 있어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그리 말하자, 마찬가지로 아리송한 표정을 지은 그녀는 다시 한 번 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시간을 떼울까 고민이라도 하듯,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잰걸음으로 마력 측정기를 향하는 그녀.

자하연의 그런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잠시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다. 해야 할 일이 남아있었다는 건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느냐고 묻는다면, 나 또한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겠지.

다만, 지금 나는 어디까지나 무경력 헌터.

저 아이는 물론이요, 나 또한 이래저래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요컨대,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는 아니라 이 말이다.

슬쩍 협회 건물 뒤쪽으로 빠져나와, 빌린 핸드폰으로 이준구에게 연락을 넣는다. 이전과 달리 협회에 소속된 나로선 단독으로 처리하기에 다소 부담이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허가는 손쉽게 났다. 애초에, 나와 달리 저 쪽에서 거부를 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다마는.

천천히 숨을 골랐다. 마음, 혹은 육체의 준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좋아."

어차피 하기로 결정한 일이다. 그럼, 마지막까지 힘내자.

스스로를 그리 독려하며, 나는 품 안으로부터 미리 챙겨두었던 방독면을 꺼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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