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 몬스터포비아
* * *
박우찬은 여태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낀 적이 없었다.
물론, 그가 세상에 둘도 없는 달변가였기 때문은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그런 시대였다.
대한민국 국민들 중 약 3할이 게이트 때문에 친지를 잃었다 일컬어지는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일종의 자연재해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시대. 납득할 수는 없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시대.
그렇기에, 본격적으로 헌터 업계에 투신한 박우찬이 그런 소문의 주인공이 되는 건 실로 당연한 수순이기도 했다.
달리 누군가와 교분을 나누는 일도 없다. 그렇다고 돈 때문에 업계에 투신한 것 같지도 않다. 당시 발족한 헌터 협회에 발을 들이는 일도 없이, 묵묵히 몬스터만을 사냥하는 젊은 헌터.
어딜 어떻게 봐도 몬스터에게 가족을 잃고 헌터가 되고자 결심한 새내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박우찬이 어떤 몬스터에게 부모를 잃었네 가족을 잃었네 하는 소문이 퍼져나간 것 또한 순식간이었다.
다소 흔한 캐릭터이긴 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더욱 와닿는 인물상이기도 했고.
허나,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왜냐하면 사실 박우찬에겐 별다른 사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정말로.
'딱히 좋아서 혼자 사냥하는 것도 아니었고.'
단순히 이제 막 상경한 촌뜨기였던 그로서는 이미 나름의 인맥을 형성한 헌터들 사이에 끼어들 방법이 없었을 뿐이다.
헌터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 또한 마찬가지였다. 협회의 규율이 자신에게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던가 하는 멋들어진 생각 따윈 해 본 적도 없었다. 단지, 아무도 그에게 헌터 협회라는 게 있다고 말해주지 않았을 뿐이다.
운이 좋게도, 가족들 또한 모두 멀쩡했다. 아니, 어느 날 갑자기 하나뿐인 아들이 헌터가 되겠다고 지껄이기 시작한 충격에 길길이 날뛰다 혼절하신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조금 다른 의미에선 가족을 잃었다고 표현하지 못할 것도 없기야 하겠다만.
그렇게 되고 보니, 박우찬은 어느새 헌터들 사이에서 금욕적인 복수귀 따위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물론 다른 헌터들로서는 설마 헌터 협회가 뭔지도 모르는 놈이 있겠냐 싶었겠지만, 아무래도 당사자인 박우찬으로서는 억울한 감이 있었다.
……어쩌면 누군가는 그리 말할지도 모른다. 그런 사정이 있다면 차라리 솔직하게 고백하라고. 하지만 당시 열 넷 내지는 열 다섯에 지나지 않았던 소년 박우찬에겐, 그 기분 이해할 수 있다던가 나도 그랬다던가 하는 이야기를 털어놓는 사람들 앞에서 '사실 부모님은 지금도 시골에서 농사 짓고 계실걸요'라고 말할 용기가 없었다…….
그렇게, 박우찬은 헌터 업계의 요주의 인물이 되었다. 그리고 그가 보기에, 20년 전 완전히 박살나 지금까지도 복원할 길은 퍽 요원해보이는 주민 등록 제도가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오지라도 않는 한 저 오해를 불식시키는 건 아무래도 힘들어 보였다.
그로부터 10년 하고도 3년.
인류가 몬스터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헌터 협회는 아직까지도 박우찬을 바닥 모를 복수심에 미친 학살자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아니, 더하면 더했지 그런 이미지가 불식되었을 리도 없다.
왜냐하면 그는 마침내 인류가 모든 게이트를 정복한 그 날을 기점으로 은퇴했기 때문이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협회에서 파견한 헌터와 이야기를 나누던 박우찬의 갑작스러운 잠적. 헌터 협회가 불온한 예감을 떠올린다 한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사실과는 달랐다.
일부 협회 소속 인원들이 생각하는 바와 달리, 박우찬은 딱히 실의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진 않았다. 모 기업이 철저히 관리하고 있는 게이트 너머에 투신했다던가, 아직도 어딘가에서 몬스터를 찾아 헤매며 방황하고 있지도 않았다. 하물며 더 이상 살의를 억누를 수 없게 된 탓에 분쟁 지대에서 사람을 썰고 다니는 것도 아니었다.
몬스터의 폭주에 의해 파괴된 도시의 잔해 위로 다시금 재건된 신도시, 그 한구석.
박우찬은 거기에 있었다.
썩 황량한 풍경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제대로 된 가구는커녕 TV 하나 없이 덩그러니 방치된 단칸방. 도저히 생활감이라는 단어를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이 반지하야말로 지금 그가 머무르는 장소였다.
당연하지만, 돈 때문은 아니다. 헌터란 무릇 제 목숨을 담보삼아 몬스터를 토벌하는 직업. 위험하다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고, 때문에 돈은 부족하기도 힘들었다.
그렇기에, 이런 쪽방에서 머무르고 있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전적으로 박우찬 본인의 결정 때문이었다. TV 하나 없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였다. 디비지게 누워서 리모콘을 깔짝이던 어느 날, 실수로 헌터 채널을 틀어버렸기 때문이다.
그 날, 쓰레기장은 박살난 TV와 리모콘을 받았다.
몬스터포비아.
박우찬은 스스로의 증세를 그렇게 정의했다.
한 마디로 말해서, 그는 몬스터가 자신과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체질이었다.
헌터로서의 의무감 따위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몬스터는 어디까지나 인류의 적이라거나, 그런 원론적인 이야기를 할 생각도 없었다.
단지, 박우찬은 몬스터가 싫었다.몬스터 광고를 보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온갖 불편함을 감수하며 이런 지하방에 몸을 뉘일 정도로.
이유는…… 스스로 생각해 봐도 딱히 없었다. 그냥 싫다. 이런 말을 들은 헌터들이 으레 상상하곤 하는 것처럼, 타인에겐 말하지 못할 모종의 사연이 있다던가 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그냥 싫을 뿐이었다.
처음부터 그랬다. 과거의 경험? 어릴 적의 트라우마? 그토록 알기 쉬운 이유가 있었다면 차라리 편했겠지. 허나, 박우찬은 별다른 이유 하나 없이 그저 몬스터가 미웠다. 저런 게 생물이랍시고 세포를 꿈틀대고 있다는 사실이 단백질에 대한 모독처럼 느껴졌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고향 마을 어귀에 나타난 E랭크 몬스터를 패죽이며 깨달은 사실이다.
부모님과 갈라서면서까지 상경한 이유 또한 그 때문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알레르기같은 게 아닐까. 땅콩 알레르기인 사람이 땅콩을 먹으면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듯이, 박우찬은 난생 처음으로 몬스터를 때려죽였다는 사실보다도 자신이 몬스터의 피를 뒤집어쓰고 있다는 사실에 돌아버릴 것만 같았던 그 날을 떠올리며 그리 결론지었다.
다행스럽게도, 진짜 알레르기와는 달리 몬스터를 앞둔 그의 몸이 굳어버린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지금 당장 눈 앞에서 몬스터를 치워버리지 않으면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로 갑갑한 느낌은 그를 이 자리까지 밀어올리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어쩌면 이 또한 일종의 재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사자인 그로서는 도저히 그렇게 생각할 수 없었다. 땅콩 알레르기인 사람에게 땅콩 감별의 재능이 있다고 칭찬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말하자면, 박우찬에게 있어 사냥은 살아가는 데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행위였다.
아예 몰랐다면 모를까, 한 번 자각한 이상 무시할 수도 없었다. 눈 앞에서 바퀴벌레가 지나가던 걸 못 본 체 해봐야 돌아오는 건 한 무더기 바퀴벌레 뿐이다. 결국, 박우찬은 그 날로 '왠지 그 놈들이 탄소 생명체라는 게 마음에 안 듭니다'라는 말만을 남기고 상경했다.
그렇게 박우찬은 헌터가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인류가 게이트를 정복하는 데에 성공했다.
만일 그 뿐이었더라면 박우찬 또한 쌍수를 들고 찬양했을 것이다. 설마 정말로 몬스터들을 말소하는 데에 성공할 줄이야! 무슨 바퀴벌레라도 되는 양 창궐하던 몬스터들을 떠올리면 마음 같아선 찬송가라도 불러주고 싶은 기분이었으니까.
허나.
게이트가 발생하길 어언 20년. 어느새 몬스터는 더 이상 현대 사회와 떼어놓을 수 없는 요소로 자리잡은 지 오래였다.
한 마디로 말해서, 세상은 바야흐로 대 헌터 시대를 맞이하고 있었다.
통신사들은 정보화 사회를 넘어 제 5차 산업 혁명 따위를 입에 올리며 '게이트의 영향을 받지 않는 통신망' 따위를 구축하는 데에 힘썼고, 건축사들은 'B급 몬스터조차 감히 무너뜨리지 못할 내진 설계' 따위를 기업 마케팅으로 내세웠다.
이는 다른 기업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마침내 인류가 게이트를 정복했다는 희망적인 분위기에 대놓고 침을 뱉을 수는 없었지만,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게이트 너머에서 찾아온 '불친절한 방문자'들이 입힌 피해를 기억하고 있었다.
틀림없이 게이트는 닫혔다. 몬스터 또한 마찬가지였다.
허나, 아직까지도 사회에는 몬스터의 모습을 딴 광고 따위가 범람하고 있었다.
몬스터가 몸에 닿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까무러치는 박우찬으로서는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더 이상 협회와 연락하지 않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였다.
마지막 게이트가 공략된 이후, 대한민국 헌터 협회는 헌터들의 본격적인 관리를 위해 간신히 복원한 전산망을 십분 활용해 온라인 헌터 등록 제도를 신설했다. 이에 그 또한 가입이나 해 둘까 싶어 협회 홈페이지를 들락날락거린 적이 있었으나, 그런 박우찬을 반긴 건 협회에 속한 헌터들이 몬스터들을 찢어발개는 모습을 직접 촬영한 광고 영상이었다.
아직도 벽면에는 그 날 자신도 모르게 던져버린 핸드폰 자국이 선명하게 패여 있었다…….
무엇보다도 문제가 된 건, 이런 갈증을 해소할 만한 방법이 썩 마땅찮았다는 점이다.
몬스터가 있었을 땐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기분이 나쁘면 적당히 주변에 굴러다니던 녀석들을 패죽이면 그만이었으니까. 하지만 몬스터와의 사투에서 인류가 승리를 거둔 이상, 무언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리고 헌터 협회에 가입하기는커녕, 아직도 통신사 광고 하나하나에 일일이 발작해버리는 그가 끼어들 틈새는 어디에도 없었다.
기업이 관리하고 있는 게이트에서 몬스터가 유출되는 일은 없잖아 있었지만, 그 경우 대부분 우찬이 끼어들기도 전에 기업의 방위 체계나 협회에 소속된 헌터들에 의해 마무리되는 일이 부지기수.
사회 부적응자라고 말하면 차라리 귀여운 수준이겠지.
설마 이딴 식으로 협회의 우려가 맞아떨어질 줄이야.
박우찬, 27세.
문자 그대로, 그는 더 이상 몬스터를 사냥하지 못해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래서.
그러므로──.
"──이게 또 뭐가 어찌 된 일이라냐?"
그렇기에 박우찬은 지금 제 눈 앞에 놓인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새벽 1시. 몬스터라는 단어가 하나의 문화 사조가 되어버린 이 시대에서, 그는 누구 하나 오가지 않는 시간대가 아니면 감히 밖으로 나돌아다닐 수조차 없었다. 다행히 헌터 일을 하던 와중 동업자들로부터 들어두었던 현금 만능론에 힘입어 뽑아둔 현금 덕택에 살아가는 데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지만, 정작 그 생활은 헌터라는 단어에서 으레 연상하기 마련인 화려함과는 썩 동떨어진 상태였다.
어둠을 틈타 새벽쥐마냥 후다닥 찬거리를 쓸어담고 처리하는 매일.
도대체 자신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한탄하며 쓰레기장 근처를 어기적대던 건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녕 그렇다면 지금 이 상황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손에 쥐고 있던 쓰레기봉투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아니, 기억을 되짚어보니 버리긴 한 모양이다. 마치 남의 일이라는 듯한 말투였지만, 실제로도 그렇게밖에 느껴지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 대신, 자신은 거대한 대검을 쥐고 있었다.
시리게 어둑한 그믐달 아래, 달무리를 받아 검신이 번뜩였다. 도저히 이 세상의 것이라 칭할 수 없을 정도로 기묘한 광택을 내며 번쩍이는 칼날. 농담으로라도 왜소하다고는 말하지 못할 우찬의 신장을 넉넉히 능가하는 무장은, 그러나 그 크기보다는 정녕 사람이 다룰 수 있기는 한 것인가 싶을 정도로 우악스런 형상에 먼저 시선이 쏠릴 정도였다.
사내가 아직 현역이었을 적 사용하던 애병.
지나칠 정도로 손에 익은 강철 위로는 선명한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골목이었다.
조명 하나 없는 골목길 위를 어슴푸레하게 비추는 달빛이 실로 감미로웠다.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에 자리잡은 묘한 밤그림자. 길이로 따지면 채 3m도 되지 않을, 밤이 품은 한자락 어둠 속. 그토록 절묘한 장소에 사내는 서 있었다.
농밀한 피냄새와 함께.
담벼락 위로 성의 없이 흩뿌려진 핏덩이는 그 칼끝을 붓삼아 덧그린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벽 아래 나뒹굴고 있는 고깃덩이로부터 터져 나온 것인가.
'이런 씨발.'
드디어 돌아버린 건가?!
무차별 헌터 박우찬, 설마 했던 무차별 살인마로 암흑 진화?!
가장 먼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에 대한 신뢰라곤 1mm도 존재하지 않는 신속한 자기 평가였다.
허나 자신도 모르게 우왕좌왕하던 박우찬은, 이윽고 침착함을 되찾았다.
왜냐하면 그 고기로부터 실로 익숙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몬스터.
잊을 리가 없다. 아니, 잊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박우찬은, 그렇기에 어떠한 근거도 없이 그렇게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 저 아래로 흐드러진 고깃덩이들은, 몬스터의 피륙이었다.
'응?'
몬스터라니?
아니, 뭔가 이상한데. 자신도 모르게 침착해진 머리로 박우찬은 가장 먼저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 갑자기 웬 몬스터? 기업 산하 게이트에서 탈출하기라도 한 건가?
그런 생각을 삼키며 시선을 흘린다. 헌터로서 몸에 밴 동작 중 하나였다. 정녕 이 고깃덩이들이 모 기업 산하에서 도망친 몬스터라면, 협회 소속 헌터와 소유권 문제로 분쟁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는가?
물론 이제 와서 시시콜콜한 입씨름이나 하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만일 관련자가 찾아와 이 고깃덩이들의 소유권을 주장한다면, 별다른 조건 없이 양도할 생각도 있었다. 오랜만에 몬스터를 사냥한 덕분일까? 발끝부터 척추를 타고 오르는 쾌감은 그토록 감미로웠다.
어쩌면 하는 김에 자세한 사정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하던 박우찬은, 문득 자신의 감각을 간질이는 무언가를 찰지했다.
누군가 있었다.
어두운 골목, 그 끝자락에.
"누구냐?"
행동은 빨랐다. 철컥, 강철이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그 우악스런 칼끝이 골목을 뒤덮은 그림자를 겨누었다.
목소리에는 어느덧 날이 서 있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당연한 일이었다. 오히려 즉각 몬스터의 증원이라 판단하지 않은 시점에서 훌륭한 인내심이라 칭찬해야 할지도 모른다.
허나, 우찬이 느끼고 있는 위화감은 조금 달랐다.
'뭐지?'
묘한 감각이었다.
무어라 설명하기 힘든 간지러움. 애시당초 설명하기 어려운 그의 육감이, 이상할 정도로 요동치고 있었다.
몬스터라고 말하기엔 기이하다.
허나, 사람이라고 말하기에도 무언가 어색한…….
차가운 밤바람 사이로 영원처럼 느껴지는 찰나가 열매를 맺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하늘에 드리운 달그림자가 적절하게 뒤로 물러섰다.
만일 연출이라면 공들인 무대라고 말해야만 하겠지.
왜냐하면, 슬쩍 고개를 내민 달빛 아래.
'계집애?'
지금 이 자리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화사한 계집애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