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3화 〉 2부 80화 반역자의 시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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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80화 반역자의 시간 (3)
장백은 권종찬의 말을 듣고 안심이 되었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권종찬에게 물었다.
"그렇지. 근데 채린이는 어디 갔어?"
장백의 질문에 권종찬은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대답이 튀어나왔다.
"아, 채린이는 너 온다고 해서 승만이랑 테라랑 같이 장 보러 갔어."
'뭐, 뭐지.. 이 대화 언제였지..'
권종찬은 흩어진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씩 되짚어가고 있었고 장백은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에 맞게 권종찬은 답했다.
"하하.. 채린이가 요리를 하는 건 아니지?"
"서, 설마.. 테라가 요리를 해줄 거야."
"그, 그렇다면 다행이긴 한데.. 왠지.. 채린이가 만든 음식을 먹으면 체할 것 같아."
"풉... 나도.."
아무 말 없이 이야기를 듣던 일렉이 회의실 문 쪽을 바라보고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채린, 언제 왔어?"
그러자, 장백과 권종찬은 식은땀을 흘리며 회의실 문 쪽을 바라봤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장백과 권종찬은 멍한 표정으로 일렉을 바라봤고, 일렉은 여유 있게 찻잔을 들고는 말했다.
"농담."
"농담."
그 순간 권종찬과 일렉이 동시에 말을 내뱉었고, 일렉은 찻잔을 들고 놀란 듯 권종찬을 바라봤다.
"방금.. 어떻게 알았어? 꿈속 세상에서 독심술이라도 터득한거야?"
권종찬은 떠올랐다. 채린이가 납치당하기 하루 전 일렉과 함께 승만이네 집으로 온 장백을 맞이해 회의실에서 대화를 나눴고, 자신이 그때 그 시간으로 이동을 했다는 사실이었다.
'지금이라면.. 채린이가 자각력을 잃기 전.. 아니, 납치도 당하기 전이야.'
마음속으로 김병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는 서둘러 의자에 일어섰다.
"천귀령, 지금 어디 가려고? 같이 밥 안 먹어?"
장백의 물음에 천귀령이 답했다.
"설명할 시간이 없어. 현실 세계의 드림관리재단의 본부 위치 알고 있지? 애들이 오면 다같이 그곳으로 와줘."
천귀령은 자신의 귀속 아이템인 '기억의 반지'를 생성한 후 주문을 외쳤다.
"기억의 반지 생성! 순간이동!"
"어, 어디가는.."
그리고는 회의실에 장백과 일렉을 남겨두고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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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현실 세계에 있는 드림관리재단 본부에 넘버원과 화타 그리고 제논이 대화가 한창이었다.
제논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넘버원을 불렀다.
"넘버원..."
넘버원은 제논의 간절한 표정을 보자,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래. 알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방법이 제일 좋은 방법이야. 로드완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이번 꿈속에서 채린이를 납치한다."
화타와 제논은 굳은 결심을 한 넘버원을 향해 웃음을 지었다.
그래. 꼭 내 복수를 부탁한다.
넘버원 너만 믿을게.
분명 이전의 시간대에서 이렇게 그들은 헤어지고 넘버원이 꿈속으로 들어가 소희의 초대코드를 받고 채린이를 성공적으로 납치했다. 하지만, 그들은 알지 못했다. 시간의 흐름이 바뀌었다는 것을.
쾅 쾅!!!
회의를 끝내고 돌아가려던 넘버원과 화타 그리고 제논은 바깥에서 나는 엄청난 굉음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이, 이건 무슨 소리지?"
"뭐가 무너진 거 아니야?"
그때 회의실 안으로 온몸에 피로 물들어진 스칼이 급하게 뛰어 들어왔고, 당황한 넘버원은 비틀비틀 대고 있는 스칼을 부축했다.
"너, 넘버원님."
"스칼, 무슨 일이야?"
"피하십시오."
"뭐?"
쿠쿠쿵
지반이 흔들리는 엄청난 굉음 소리와 함께 스칼은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넘버원에게 답했다.
"괴, 괴물입니다."
"무슨 괴물?"
쾅
회의실 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넘버원은 기겁했다. 죽었던 리카엘이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리, 리카엘..."
꿈속 세상에서 리카엘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던 화타와 제논도 리카엘이 등장하자,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저, 정말.. 리카엘..?"
권종찬이 리카엘의 모습으로 변용을 한 것뿐이었지만, 현실 세계에서 스킬을 쓴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기에 모두들 리카엘의 등장을 믿어야만 했다.
"분명 죽었을.. 텐데..?"
겁에 질린 넘버원은 서랍에서 총을 꺼낸 뒤 자신에게 걸어오는 권종찬을 보며 총구를 겨눴다.
"오, 오지 마.."
넘버원의 협박에도 권종찬이 아랑곳하지 않자, 넘버원은 결국 방아쇠를 당겼다.
"강철 방패 생성! 강철의 벽!"
탕 탕! 탕!
세 번의 총성 화타와 제논은 리카엘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다시 한번 기겁을 하고 말았다. 꿈속 세상에서만 보았던 스킬을 리카엘이 구사한 것이었다.
"저, 저건.."
놀란 넘버원은 곧바로 RC 체크를 했고, 자각력을 잃은 제논과 화타조차도 RC 체크를 하며 이곳이 꿈속 세상인지 현실 세계인지를 확인했다.
"꾸, 꿈이 아니야.."
"그래.. 이곳은 현실 세계야. 광전사의 팔찌 생성!"
변용한 리카엘의 모습으로 예전 리카엘이 가지고 있었던 광전사의 팔찌를 생성하자, 넘버원과 제논 그리고 화타의 표정에는 혼돈과 공포가 뒤섞였다. 그나마 침착한 제논이 얼이 빠져있는 넘버원에게 총을 빼앗은 뒤 외쳤다.
"여기는 내가 맡을 테니 넘버원, 도망가."
제논의 말을 듣고 정신을 차린 넘버원은 허둥지둥 회의실에 미리 마련해놓은 비상문을 통해 빠져나갔고, 그 뒤를 권종찬이 쫓으려 했지만, 제논의 총질을 피하느라, 넘버원을 놓쳐버렸다.
"넘버원 거기서."
"나를 먼저 죽이고 가라!"
"광전사의 폭주!"
광전사의 폭주로 제논과 화타를 가볍게 제압한 후 넘버원은 쫓아가려 해봤지만, 이미 넘버원은 도망친 뒤였다. 권종찬은 쓰러진 제논과 화타에게 말했다.
"자수해라."
"내가 무슨.."
"기괴한 은빛 가면 생성! 기묘한 환술!"
"으아악!!"
"기묘한 환술!"
화타와 제논이 기묘한 환술로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을 때 바깥에서 승만이와 채린이 그리고 장백과 테라, 제이슨, 일렉이 왔다. 피범벅이 된 권종찬의 모습을 보고는 승만이가 한걸음에 달려왔다.
"괘, 괜찮아?"
"내 피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아무런 계획 없이 이렇게 드림관리재단을 공격하면 어떡해..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고."
"일단 너는 테라와 여기 좀 수습해줘. 화타와 제논 그리고 S급들 이상은 모조리 우상엽이 관리하는 창고로 데려가고."
"근데 넘버원은?"
"도망쳤어."
"후, 일단 알았다."
권종찬은 시선은 제이슨에게 향했다.
"제이슨님은 갇혀 있는 노예들을 일렉과 같이 풀어주시죠."
"알겠습니다."
권종찬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자신을 걱정하고 있는 채린이를 발견하고는 다가가 덥석 끌어 앉았다.
"꺅.. 뭐, 뭐야 왜그래.."
"보고 싶었어."
"아까도 봤잖아.."
"말하자면 긴데.. 잠깐만 이렇게 안고 있자."
"아, 알았어."
상황을 정리하고 모두들 승만이네로 모였고, 권종찬은 그간의 있었던 일과 '반역자의 시간'으로 이곳으로 오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모두 처음에는 천귀령의 말이 진담인지 농담인지 헷갈려 했으나, 천귀령이 드림관리재단을 갑작스럽게 습격한 것만으로도 천귀령의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중에 제일 충격을 받은 건 장백이었다.
"소, 소희가 배신을 하다니.."
"이제 미래를 이미 알았으니까 걱정하지 마."
박승만은 권종찬의 어깨를 다독였다.
"정말.. 힘들었겠구나."
"'반역자의 시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는 희망으로 버텼어."
"고생했다.."
권종찬이 의자에 일어서자, 깜짝 놀란 채린이가 권종찬에게 물었다.
"또 어디.. 가려고?"
"일단 우상엽이 관리하는 창고에 가서 S급들을 만나봐야지. 아, 그리고 오마멀과 진형오는 믿어도 돼. 우리에게 진심으로 도움을 주려 했었던 사람들이야. 너희들은 이번 꿈속에서 넘버원을 어떻게 처리를 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있으라고."
"그, 그래.. 알았어."
#
권종찬에게 간신히 도망친 넘버원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택시에 내렸다.
'리카엘 그 자식.. 정말 살아 있을 줄이야..'
넘버원은 자신만이 알고 있는 별장으로 숨어들었다.
'그건 그렇고.. 도대체 어떻게 꿈속 세상의 스킬은 현실 세계에서 쓸 수 있는 거지..'
넘버원은 양주 한 병을 탁자에 꺼내놓고 혼자서 주문을 외쳐보았다.
"최후의 대검 생성!"
아이템이 생성이 되지를 않자, 민망한지 머리를 긁적이며 양주를 병째로 벌컥벌컥 마셨다.
턱
'시발.. 말이 되냐고..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거야.'
넘버원은 뭔가 놓친 것이 있나 곰곰히 머리를 굴려봤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채린이를 납치해서 천귀령만 처리했으면 끝날 줄 알았더니만, 현실 세계에서까지 목숨을 위협받게 생겼어."
양주를 병째로 벌컥벌컥 마셨더니, 어느새 넘버원은 취기가 조금씩 올라왔다.
'후..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이지.. 일단 꿈속 세상에 들어가서 다른 S급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나..'
술기운이 올라온 넘버원은 비틀거리며 침대에 그대로 누워버렸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꿈속 세상으로 들어온 넘버원은 본부에서 자신의 부하들이 꿈속 세상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벌써 현실 세계 시간으로는 열두 시가 넘었을 텐데 어째서 아무도 들어오지 않고 있는 거지?'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넘버원에게로 소희의 메세지가 도착했다.
[한 시간 이내로 초대코드를 타고 들어오세요.]
초대코드와 함께 보낸 메세지였다. 넘버원은 혼자 가기 불안한지 손톱을 물어뜯으며 생각에 잠겼다.
'아직 현실 세계 일도 정리가 안됐는데 과연 지금 채린이를 납치하러 가는 게 맞는 건가? 잠깐만..'
넘버원은 급히 금지구역 1구역과 2구역으로 들어가 봤지만, S급 감시자들을 한 명도 찾을 수 없었을뿐더러 2구역에 갇혀 있는 노예들까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쾅
'시발.. 내가 어디서부터 실수를 한 거야. 그 많은 노예들이 증발이라도 했다는 건가?'
금지구역에 나오자, 소희에게 한개의 메세지가 추가적으로 왔다.
[십분 밖에 남지 않았어요.]
소희 메세지를 확인하고 혹시 누군가 들어왔을까 다시 회의실로 돌아온 넘버원은 어디선가 나는 발걸음 소리에 겁에 질린 목소리로 고개를 돌렸다.
"누,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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