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2화 〉 2부 79화 반역자의 시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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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79화 반역자의 시간 (2)
김병오는 씁쓸한 표정으로 빈 찻잔의 손잡이를 어루만졌다.
"반역자의 시간을 쓴다면 할아버지는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으실 텐데 저에게 왜 안 써주시는 거죠?"
"내가 여기에 갇혀 지낸 지 무려 백 년이야. 백 년을 기다렸는데 고작 가짜에게 반역자의 시간을 써줄 수는 없지."
천귀령은 '가짜'라는 말에 반박 할 수 없었기에,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을 이어갔다.
"병오님.. 제 아이템은 복사한 가짜에 불과 하지만, 반역자의 방패의 진짜 주인은 제 친구입니다."
"자네도 자각몽의 능력에 욕심이 있는 건가."
"아닙니다. 저는 자각몽 때문에 저희 아버지를 잃은 사람입니다. 다만, 반역자의 방패의 본래 주인이자, 제 친구인 채린이가 위험합니다. 할아버지도 채린이가 자각력을 빼앗기게 된다면 다음 반역자의 방패의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이곳에서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김병오는 불쾌한 표정으로 천귀령을 바라봤다.
"지금 협박하는 건가?"
"아닙니다. 서로 도울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겁니다. 제 반역자의 방패는 비록 복사한 아이템이기는 하지만, 반역자의 시간을 쓸 수 있는 자격을 얻었지 않습니까?"
김병오 또한 천귀령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가짜보다 진짜를 기다리는 것은 순전히 이곳에 갇혀 있었던 시간을 보상받기 위한 자신의 욕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흠.. 자격이라.."
"분명 저는 이곳으로 이동 되기 전에 자격을 얻었다는 메세지를 보았습니다."
"내가 반역자의 시간을 써주는 것은 내 선택이지. 그깟 자격으로 되는 것이 아니야."
"그럼 할아버지에게 선택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김병오는 한참을 생각하고 난 뒤 정리가 끝이 났는지 의자에 일어섰다. 그리고는 천귀령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어디 가시는.."
그렇게 천귀령은 김병오를 따라나섰고, 얼마지나지 않아 도착한 곳은 허름한 수련관이었다.
"여기서 뭘 하자는.."
김병오는 자신의 귀속 아이템 중에 하나인 스틸러의 소드를 쥐어 들고는 천귀령 앞에 섰다. 그러자, 천귀령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김병오를 바라봤다.
"할아버지.. 왜 귀속 아이템을.."
"내 선택을 받고 싶다면서? 그럼 그럴 자격이 있는지 한 번 겨뤄봐야겠지. 대신 귀속 아이템만 생성해야 해."
천귀령은 김병오의 행동에 당황스러워하며 손사래를 쳤다.
"하, 할아버지..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서 반가운 건 알겠지만.. 몸 생각은 하셔야죠.."
그러자, 김병오는 너털웃음을 짓고서는 말을 이어갔다.
"허허, 내 선택을 받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네가 내 몸을 털 끝 하나 건드린다면 인정하지."
천귀령은 김병오의 눈빛을 보고 진심이라는 것을 알아차렸고,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천귀령은 곧바로 라이덴 소드를 생성했다.
"라이덴 소드 생성!"
"오호, 그것도 진짜 네 것은 아니군."
"진짜 후회하시면 안 됩니다."
"걱정하지 말고 들어오거라."
천귀령은 김병오의 움직임을 확인하기 위해 곧바로 스킬을 시전했다.
"뇌신의 격!"
그러자, 김병오는 곧바로 자신의 스킬을 외치며 뇌신의 격을 맞받아 쳤다.
"스틸, 뇌신의 격!"
천귀령은 당황했다. 자신의 스킬인 뇌신의 격을 그대로 복사해 맞받아쳤기 때문이다. 천귀령은 화타가 가지고 있었던 시리우스의 소드를 생성하고는 스킬을 시전했다.
"시리우스의 소드 생성! 행성 낙하!"
"스틸, 행성 낙하!"
또 한 번 김병오는 천귀령이 구사한 스킬을 똑같이 맞받아쳤다. 김병오 스킬에 '스틸'이 쿨타임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애욕의 밧줄 생성! 애욕의 포박!"
"스틸, 애욕의 포박!"
"제길.. 나까지 묶이다니.. 정화의 반지 생성! 정화!"
"스틸, 정화!"
가지고 있는 공격이 가능한 귀속 아이템을 모두 꺼내어 스킬을 써봤지만, 그때마다 김병오는 천귀령의 스킬을 모두 맞받아 쳤다. 천귀령이 당황해 하고 있는 것을 느꼈는지 김병오는 다시 한 번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었다.
"허허.. 그렇게 자신만만했었던 이유가 인벤토리창에 있는 수많은 귀속 아이템을 믿고 있어서 그랬군. 너의 스킬을 다 받아칠 마력은 충분하다."
"헉.. 헉.."
천귀령은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공격적인 스킬을 모두 시전한 뒤라 체력과 마력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천귀령은 치유의 투구를 생성해 체력과 마력을 회복시켰다.
"치유의 투구 생성! 성스러운 회복!"
"스틸. 흠.. 회복 스킬인가? 이 스킬은 지치게 된다면 써야겠군. 지치게 된다면 말이지."
'이.. 노인네가..'
김병오는 천귀령을 마치 어린아이 다루듯이 상대했고, 천귀령은 스킬로는 김병오를 쓰러트리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접근전인가..?'
"쾌속의 순보!"
천귀령은 쾌속의 순보를 이용해 순식간에 김병오에게 다가가 소드를 휘둘렀지만, 휘두르는 족족 김병오는 여유롭게 천귀령의 소드를 튕겨냈다.
챙 챙 챙 챙 챙
김병오는 천귀령과의 전투가 지루한지 자신의 손으로 입을 가리며 하품을 했다.
"하암~ 갈 길이 먼 소년일세."
"후.. 광전사의 폭주!"
"스틸, 광전사의 폭주!"
챙챙 챙 챙챙
천귀령의 공격은 김병오에게 단 한 번도 먹혀들지 않았다.
"어, 어째서.."
당황해하고 있는 천귀령의 뒤로 순식간에 이동한 김병오는 천귀령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아까 내 이야기는 헛으로 들었나? 이천 명의 병사들도 내 자각력을 빼앗지는 못했어."
'커흡..'
챙 챙 챙
털썩
천귀령은 결국 체력이 고갈되어 김병오에게 무릎을 꿇었다. 천귀령의 공식적인 첫 패배였다.
"져, 졌습니다."
천귀령은 절망했다.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 했기에 최선을 다해 전투를 펼쳤지만, 김병오에게 역부족이었다. 김병오는 스틸러의 소드를 집어 넣고는 짧게 말했다.
"한 달."
고개를 숙이고 있던 천귀령은 김병오의 말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네?"
"지금부터 나와 한 달 동안 수련을 해서 네 녀석이 나를 이긴다면 '반역자의 시간'으로 네가 원하는 시간대로 돌려보내 주지."
"실패하면요?"
"실패하면 나랑 이곳에서 오순도순 사는 거지. 어차피 그런 정신으로 가봤자 개죽음일 뿐이야. 그리고 이곳에서는 자각력을 빼앗길 걱정없이 마음껏 구현을 하며 지낼 수 있지 않는가."
"그, 그건.."
천귀령은 쉽게 김병오에게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그만큼 천귀령에게 있어서 김병오는 깨부술 수 없는 단단한 벽이라는 것을 이번의 전투로 느꼈기 때문이다.
"불가능 하려나? 그러면 한 달 동안 내 몸에 있는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한 달 동안 너의 성장 과정을 판단해서 내가 원하는 시간대로 너를 보내주겠다."
천귀령은 생각했다. '과연 한 달 안에 저 노인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릴 수 있을까?' 설사 건드렸다고 해도 김병오가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로 보내준다고 하였기에 사실상 채린이가 자각력을 잃기 전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장담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곳에서 살 수는 없지. 채린이의 자각력을 잃은 시점으로 돌아간다면 복수라도 하는 거야.'
"조, 좋습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내일 이곳에서 다시 보자고. 잠은 네가 집을 구현해서 알아서 자라고."
김병오는 자신의 귀속 아이템을 집어넣고는 왔던 길을 향해 돌아갔고, 천귀령은 떨어진 체력으로 당장이라도 쉬고 싶었지만, 이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어서서 다시 검을 손에 쥐고는 수련을 시작했다.
#한 달 후
"이, 이 새끼가.."
"털끝... 건드렸습니다."
천귀령은 김병오를 향해 웃고 있었고, 김병오는 몹시 격분한 표정으로 천귀령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안 봤는데 나에게 사술을 쓰다니.."
천귀령의 스킬에 맞은 것인지 김병오의 코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사술이라니요.. 엄연한 제 필살기입니다. 그보다.. 아직 많이 팔팔하신가 봅니다. 비키니 입은 여자의 모습을 보고 정신이 흔들리신 걸 보니.."
김병오는 코피를 간신히 틀어막은 후 천귀령에게 말했다.
"비키니? 그.. 처자는 누군가?"
"요즘 인기 있는 여자 연예인이라 할아버지를 잘 모르실 겁니다."
"연예인..? 그건 또 뭐지?"
"할아버지, 아무튼 약속은 지키시죠."
"크흡.."
천귀령은 한 달 동안 이곳에서 꾸준히 수련을 하며 김병오와 대련을 했다. 스킬샷에 의존했었던 천귀령은 검술과 민첩성이 몰라보게 달라졌지만, 김병오의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었고, 마지막 날 천귀령은 괴도루팡과 계약을 맺었던 '그' 필살기를 김병오에게 시전한 것이었다.
"한 달 전의 저였다면 아무리 필살기를 썼어도 할아버지의 털끝도 못 건드렸겠죠."
"이 녀석이.."
"할아버지 저는 이곳에서 빨리 벗어나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김병오는 천귀령의 말을 듣고는 뒷짐을 지고는 꿈속 세상을 둘러보고는 혼잣말로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이제.. 이곳에서 떠날 때가 된 것인가..?"
그리고선 천귀령에게 다가가 언제 챙겼는지 자신의 뒷주머니에서 나뭇가지로 만든 회초리를 꺼내어 천귀령의 머리를 찰싹하고 때렸다.
찰싹
"또 왜 때려요."
"이 자식이.. 사술을 써서 내기에서 이긴 주제에.."
"사술이 아니라니까요.."
그리고선 흡족한 표정으로 천귀령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흠흠, 아무튼 너의 사술은 훌륭했다.."
"하하.. 할아버지에게 처음으로 들어보는 칭찬이네요."
"내가 원하는 시간대로 보내줘도 불만은 없겠지?"
"네. 없습니다."
"그래. 그동안 수련을 하느라 고생했다."
천귀령은 김병오에게 넙죽 절을 올렸다.
"뭔 절을.."
"할아버지, 저를 돌려보내면 할아버지도 이곳에서 사라지시는 건가요?"
"사라진다라.. 내가 원래 가야 할 길로 돌아가는 것뿐이지."
"할아버지..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래."
김병오는 천귀령에게 흐뭇한 미소를 보인 후 스킬을 외쳤다.
"반역자의 시간!"
술자가 스킬을 시전합니다.
정해진 시간으로 이동됩니다.
#
김병오의 반역자의 시간으로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온 권종찬은 어안이 벙벙하다. 권종찬이 있는 곳은 꿈속 세상이 아닌 현실 세계. 천귀령으로 활동하는 꿈속 세상이 아닌 권종찬으로 활동하는 현실 세계에 승만이네 집 회의실로 이동된 것이다.
'도대체.. 이때가 언제였지..?'
"으읍.."
권종찬은 반역자의 시간으로 대한 후유증으로 인해, 머리를 감싸 쥐었고, 이에 놀란 장백은 권종찬의 어깨를 잡았다.
"괘, 괜찮아?"
몇 분이 흐르고, 정신이 점차 돌아오자 권종찬은 장백을 향해 물었다.
"오늘이 며칠이지?"
"무슨 말이야.."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장백에게 권종찬은 더 이상의 설명은 하지 않기로 했다. 상황을 설명하게 되면 믿기도 힘들 뿐 더러 안 그래도 촉박한 시간을 잡아먹기 때문이었다.
"아, 아니야.. 갑자기 두통이 와서 머리가 지끈거렸는데 이제 괜찮아."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가? 쉬엄쉬엄해."
장백은 권종찬의 말을 듣고 안심이 되었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권종찬에게 물었다.
"그렇지. 근데 채린이는 어디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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