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1화 〉 2부 78화 반역자의 시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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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78화 반역자의 시간 (1)
그리고선 노인은 어디론가 걸음을 옮겼고, 천귀령은 하는 수 없이 노인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이놈아, 왜 따라와?"
"이곳이 어디인지 알려주세요."
"아까 말했잖아. 내 꿈속 세상이라고."
"드림홀이 생성이 안 되는데 어떻게 해야지 나갈 수 있나요?"
"네가 나가는 건데 그걸 왜 나한테 물어."
"할아버지 꿈속 세상이니 할아버지가 아실 것 아니에요.."
노인은 가는길을 멈춰선 뒤 고개를 돌려 천귀령에게 물었다.
"차 좋아해?"
"마시는 차요?"
"그럼 그거 말고 뭐가 또 있어?"
"아.. 자동차 이야기하시는 줄 알았죠."
노인은 정말 자동차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천귀령을 쏘아봤다.
"자동차가 뭔데?"
"하.. 아닙니다."
찰싹
"아야!"
"한숨 쉬지 마 요 녀석아. 따라 와."
노인이 머물고 있는 곳에 도착한 천귀령은 탁자에 앉아 노인을 기다렸고, 잠시 뒤 노인이 차가 가득 남긴 찻잔을 들고 천귀령의 맞은 편에 앉았다.
"아이고.. 허리야."
"가, 감사히 잘 마시겠습니다. 앗 뜨.."
"천천히 마셔. 요 녀석아!"
"아, 알겠습니다."
노인이 천귀령을 이리저리 훑어보자,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천귀령이 찻잔을 내려 놓고는 노인에게 말했다.
"그만.. 쳐다보시면 안 돼요?"
"내가 내 눈으로 쳐다보는 건데 뭐가 문제냐?"
'에혀.. 말을 말아야겠다.'
천귀령은 노인이 준 차를 한잔 더 입에 갖다대고는 아까전 채린이의 일이 떠 올랐다. 너무 성급했었던 자신의 판단. 천귀령은 깊은 한숨을 뱉어냈다.
"후......"
"젊은 놈이 한숨은.. 땅 꺼지겠다."
"할아버지 제가 자각력을 잃은 건가요?"
"네가 지금 꿈속 세상에서 자각을 하고 있는데 무슨 자각력을 잃었다는 헛소리를 하는 거야."
"근데 왜.. 드림홀이 생성 안 되죠?"
"그건, 이곳 꿈속 세상은 네가 알고 있던 꿈속 세상이 아니니까 생성이 안 되는 거겠지."
"아까 무슨 이공간으로 이동되었다고 했는데.. 이곳이 이공간인가요?"
"그렇다면 그런 거지."
'이 할아버지가 진짜..'
천귀령은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의자에 일어서며 노인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잘 마셨습니다."
"어디 가게?"
"친구의 복수를 해야 합니다."
"드림홀도 생성이 안 되는데 이곳을 어떻게 빠져나가려고."
"무엇이든 해봐야죠."
노인은 서둘러 떠나려는 천귀령에게 물었다.
"지금 그곳으로 간다면 그 친구를 만날 수 있나?"
천귀령은 노인의 말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는 노인에게 답했다.
"이미 벌어진 일인데 주워 담을 수는 없겠지만, 복수는 할 겁니다."
"주워 담을 수 있다면?"
노인의 말에 천귀령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무슨 말씀이시죠?"
"너 이곳에 이동되기 직전에 귓가에서 무슨 메세지가 안 들렸어?"
"들렸어요. 반역자의 시간이 발현된다는 메세지요."
"그러면 스킬창이 열렸을 것 아니야."
"아.."
천귀령은 서둘러 설정창을 열어 스킬을 확인했다.
반역자의 시간 : 일회성 스킬로 반역자의 시간이 발동되면 현실 세계로 일주일 이내에 시간으로 이동을 시켜 줄 수 있는 술자에게 이동된다. (남은 기회 : 1회)
천귀령은 스킬은 확인하고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시간 이동 스킬 이것이 정말로 가능하다면 채린이가 자각력을 잃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단 한번의 찬스였다.
'그, 그럼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술자가..?'
눈치가 제법 빠른 천귀령은 노인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노인은 자신에게 무릎을 꿇고 있는 천귀령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지금 뭐 하는 것이냐?"
"할아버지.. 부탁드립니다. 제가 꿈속 세상에서 처음으로 만난 친구입니다. 그 친구의 자각력을 잃게 하고 싶지 않아요. 저를 친구가 자각력을 잃기 전으로 돌아가게 해주세요."
"내가 왜 그래야지? 나는 너를 처음 보는데 말이야."
"저를 이곳으로 이동시키신 이유가 있으실 것 아니에요."
"착각하고 있는데 내가 너를 이곳으로 이동시킨 게 아니야. 게다가 너는 가짜잖아."
"가짜라니.. 그, 그게 무슨.."
"반역자의 방패, 본래의 주인은 네가 아니잖아. 하필 와도 이런 가짜가 오다니.."
천귀령은 생각했다. 노인이 말한 가짜가 자신이 귀속 받은 반역자의 방패가 아닌 복사를 한 아이템이라는 것을 아는 눈치였다.
"할아버지가 설마 반역자의 방패를 만드신 건가요?"
"내가 만들지는 않았지만, 나랑 연관이 없는 아이템도 아니지."
"무슨 말씀이신지 잘.."
"내가 그 반역자의 방패에 '반역자'인 사람이니까."
천귀령은 노인에 말이 이해가 안 갔는지 다시 한번 되물었다.
"자세하게 이야기 좀.."
"그럼 와서 앉아라. 사내새끼가 무릎이 그렇게 가벼워서 되겠어?"
천귀령은 일어난 뒤 의자에 착석하고는 노인을 바라봤고, 노인은 씁쓸한 미소를 한 번 지은뒤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게.. 어디보자.. 백 년이 조금 넘었나.."
#지금으로부터 백여 년 전.
왕명으로 모인 인재들은 루시드 드림에 대한 책과 한 백성이 써놓은 일기를 토대로 불철주야[???] 연구하기 시작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자각몽을 깨닫게 되었고 자각몽이 마을 사람들이 죽은 원인이라는 것을 알아내 왕에게 보고하기에 이른다.
이 소식을 접한 왕은 참담을 금치 못하였고 앞으로 이런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왕의 명령으로 자각몽에 대한 이야기들은 더 이상 퍼지지 않게 철저하게 함구 되었다.
여기까지 후손들이 알고 있었던 이야기였지만, 사실 실상은 달랐다. 왕은 호기심을 견디다 못해 꿈속 세상에 자각을 시작했고, 꿈속 세상의 체력이 현실 세계에 전이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도대체.. 내게 힘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병오와 폐허로 변해버린 마을 사람들도 체력이 전이가 된 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체력이 전이가 된다고 현실에서의 시궁창 인생이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왕은 달랐다. 수십 년간 외부 침략으로 지쳐있었던 왕은 자각몽을 이용해 변화를 꾀한다.
"전하,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왕은 계획적으로 자각몽에 대해 접근했다. 자각을 한 자를 통제하기 위하여 자신의 충신들에게 먼저 자각몽의 깨우치게 하였고, 그 후로 병사들을 뽑아 자각몽을 가르쳤다. 그리고는 귀속 아이템을 그다음에는 사역마를 소환하는 소환법을 만들었다.
현실 세계 1년 후.
"죽여라!"
으엌..
사, 살려줘..
자각몽을 깨우친 삼천 명 정도의 정예부대들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엄청난 활약을 하기 시작했고, 정확히 1년 후 왕은 전쟁을 마침내 끝내고, 삼 십 년 동안 다섯 국가로 나뉘었던 나라를 통일시키는 쾌거를 거둔다.
"자, 오늘은 역사에 기록될 날이다. 모두 즐기길 바란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하지만, 나라를 통일하고 목표가 사라진 왕과 그의 충신들, 정예부대, 그들은 그 후로 꿈속 세상에 빠져 살았고, 현실 세계의 백성들을 돌보지 않았다.
"왕은 뭐 하고 다니는 거야."
"쉿! 조용히 해. 누가 듣겠어."
"들으라지. 전쟁이 끝나고 나서는 아주 여자와 술독에 빠져 산다는 소문이 파다하구먼."
"나라를 통일시켜놓고 한다는 짓이 아주 가관이야."
그리고 다시 10년.. 나라에 신경을 안 쓰는 국가의 왕과 대신들 덕분에 도적들이 들끓기 시작했고, 여기저기서 백성들의 곡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왕은 현실 세계에 일 따위는 신경쓰지 않았다.
"누, 누구냐?"
푸수슉
허엌..
흐븝
그러자, 점점 꿈속 세상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자각몽을 깨우쳤던 정예 병사들이 정체불명의 남성에게 하나둘씩 자각력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왕의 충신이었던 이한율까지 자각력을 잃게 되자, 왕의 충신이자, 이인자였던 고경범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는다.
'도대체 누가.. 자각력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내부 소행은 아닌데..'
고경범은 꿈속 세상에서 병사들을 끌어모은 뒤 정체불명의 괴한을 불러들이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결국 괴한은 고경범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함자가 어떻게 되십니까?"
"저를 어찌 궁금해하십니까?"
"당신이 제 부하와 동료인 이한율까지 자각력을 잃게 만들었는데 제 입장에서는 궁금한 게 당연한 것이지요."
"저는 김병오입니다."
"당신이.. 자각몽이라는 책을 만든.."
"그렇습니다."
폐허가 된 마음에서 사라졌던 젊은 청년은 어느덧 중년이 되어 있었다. 고경범은 자각몽의 책을 만든 김병오가 어떻게 자신들의 자각력을 뺏어가는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근데 왜 저희들의 자각력을 빼앗는 것입니까?"
"자각몽은 백성들을 불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고경범은 왕에게 메세지를 보냈고, 꿈속 세상에서 극락을 즐기고 있었던 왕은 고경범에게 김병오를 척살하라는 어명을 내린다.
"김병오님, 죄송합니다."
"허허.."
고경범과 이천 명 정도의 군사를 김병오 혼자 맞서 싸우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지만, 김병오는 결코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경범님.. 저희가 밀리고 있습니다."
"크흑.. 안 되겠다."
고경범은 결국 자신의 자각력을 걸고, 김병오에게 봉인 스킬을 시전했다.
"절대 봉인!"
((반역자의 칭호를 얻었습니다.))
그 순간 고경범은 자각력을 잃게 되고 김병오는 반역자의 칭호를 얻는가 동시에, 결국 시간의 공간에 갇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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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할아버지가 김병오라는 말씀이신가요?"
"뭐 대충 맞지."
"대충 맞다니요.."
"이미 현실 세계에 나는 죽은 지 오래야. 무슨 연유에서인지 죽어서도 이곳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지."
할아버지에게 이야기로만 전해들었던 인물을 만나서 얼떨떨 하기도 하였고, 꽤나 반가웠다. 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천귀령은 채린이 생각에 조급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반역자의 시간을 써서 돌아가실 수 없나요?"
"나는 반역자의 시간의 깨달음을 얻은 자에게 스킬을 시전 해줄 수 있는 술자일 뿐이야. 내가 직접 시간을 돌린 곳으로 이동할 수는 없어. 아마, 사용한다면 나는 이제 이곳과는 영영 작별이겠지."
김병오는 씁쓸한 표정으로 빈 찻잔의 손잡이를 어루만졌다.
"반역자의 시간을 쓴다면 할아버지는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으실 텐데 왜 저에게 안 써주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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