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꿈만 꿔도 세계 최강-130화 (130/136)

〈 130화 〉 2부 77화 천귀령의 결정 (2)

* * *

2부 77화 천귀령의 결정 (2)

귀속 아이템을 모두 무장한 채 회의실에 앉아 있던 넘버원이 경판이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왔구나?"

"네. 처, 천귀령이 왔습니다."

"혼자인가?"

"아직까지는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혼자인 것 같습니다."

"크크.. 광장 중앙에 묶여 있는 채린이를 천귀령이 볼 수 있게 더 높이 매달아 올려라."

"아, 알겠습니다. 그럼 넘버원님은..?"

넘버원은 의자에 일어선 채 S급 감시자들에게 말했다.

"준비해라."

­네.

­알겠습니다. 넘버원님.

#

천귀령은 넘버원의 초대코드를 받고 드림홀을 타고 이동했다.

'생각보다 고요하군.'

폭풍전야를 연상 시키듯 천귀령이 도착한 꿈속 세상은 참으로 고요했다.

'채린이는 어디에 있을까..?'

채린이를 찾으려 주위를 둘러보고 있던 천귀령은 저 멀리서 꽤 넓은 범위의 방어막 스킬이 가동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저기인가..?'

천귀령은 주위를 경계하며 채린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물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채, 채린이..?'

얼마쯤 걸었을까 건물과 거리가 가까워지자, 천귀령은 높은 곳에 묶여서 매달려 있는 채린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이 자식들이..'

"쾌속의 신발 생성!"

천귀령은 쾌속의 신발을 생성한 후 쾌속의 순보를 이용해 단숨에 채린이가 있는 곳까지 이동했다.

"귀, 귀령아.."

천귀령을 발견한 채린이는 다급하게 천귀령에게 소리쳤다.

"귀령! 오지 마. 함정이야!"

이곳에 온 것 자체가 함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천귀령이었지만, 채린이가 묶여 있는 모습을 보자, 이성을 잃고 채린이에게 달려들었다.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 순간 천귀령은 로드완이 자신의 등급을 한 단계 낮추면서까지 시전한 진법에 발이 묶여 버렸다. 덫이 그물이 되어버린 순간이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넘버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크.. 반갑군."

"이.. 새끼가.."

"어린 녀석이 입이 거칠군.."

위쪽에서 넘버원은 아래쪽에 있는 천귀령을 바라보며 서서히 채린이에게 다가갔다.

"채린이를 건드리면 너는 죽는다."

"하하.. 죽다니? 여기는 꿈속 세상인데.. 너무 몰입한 것 아니야?"

"너야말로 꿈속 세상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현실 세계에서 까지 루시드 드림 놀이를 하는 녀석 아니야?"

천귀령의 말에 넘버원의 표정은 일 순간 일그러졌다.

"움직이지도 못하는 녀석이 아직도 천하태평이군."

넘버원이 채린이가 있는 곳에 도착하자, 채린이는 넘버원에게 침을 뱉었다.

"퉤!"

"이, 이년이.."

그리고 옆에 있는 소희를 보며 말을 이어갔다.

"소희.. 네가 나한테 어떻게.."

그러자, 소희는 굳은 표정으로 채린이를 쳐다봤다.

"나는 잘못한 게 없어. 장백이에게 흘리고 다닌 네가 문제야."

"내가.. 언제.."

"너는 항상 그게 문제야. 아닌 척, 모르는 척, 네가 없었다면 이미 장백이는 나를 사랑했을 거야."

"소희야.."

"다, 닥쳐.."

소희는 넘버원의 팔을 자신의 두 손으로 잡아당기며 말했다.

"넘버원님.. 약속을 지켜주셔야죠."

"그래.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남자도 아니지."

넘버원은 자신의 귀속 아이템인 최후의 대검을 들고 채린이에게 향하는 모습을 보자, 천귀령은 들키지 않게 정화의 반지를 꺼내 스킬을 썼지만, 로드완의 스킬을 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너, 넘버원! 나부터 자각력을 뺏어라."

넘버원은 천귀령의 말을 무시하고는 최후의 대검을 들고 채린이의 목을 겨눴고, 채린이는 천귀령에게 두려워하는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입술을 깨물었다.

"귀, 귀령아.. 괜찮아.. 현실 세계에서 보자.."

"채, 채린아!!"

넘버원은 순식간에 채린이의 자각력을 빼앗고는 천귀령을 바라봤다.

"그렇게 나대지 말았어야지."

악에 바친 듯 천귀령은 분노하며 절규했다. 천귀령은 꿈속 세상일 뿐이지만, 자신의 눈앞에서 채린이가 넘버원에게 자각력을 빼앗기자, 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넘버원을 쏘아봤다.

"넘버원 이 개새끼야!"

넘버원은 천귀령을 내려다보며 천귀령의 분노한 모습에 실소를 터트렸다.

"푸합.. 어딘가 낯익은 모습이었는데 지금 그 눈빛.. 십 삼 년 전 리카엘의 자각력을 뺏기전 나를 바라보던 눈빛이군."

"용서하지 않겠어..."

"아직 끝나지 않았어. 너의 자각력을 뺏어도 분이 안 풀릴 것 같거든. 곧 현실 세계에서 너와 너의 할애비를 찾아서 목숨을 빼앗아주지."

"미친 새끼.."

로드완의 진법 때문에 천귀령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넘버원은 감시자들을 향해 눈짓을 보내자, 감시자들은 천귀령을 향해 장거리 스킬을 시전했다.

"천귀령, 잘 가라. 다음에는 현실 세계에서 보자고."

"반역자의 방패 생성! 배리어!"

천천히 여유를 즐기고며 천귀령을 압박하고 싶은 넘버원이었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 넘버원은 곧장 천귀령에게 스킬을 시전 하고 있는 감시자들에게 소리쳤다.

"끝내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기저기에서 스킬이 날아들었고, 천귀령은 배리어를 뚫고 들어오는 감시자들의 스킬을 온몸으로 겪으며 고통 속에 몸부림을 쳤다.

"이 많은 스킬을 받고도 아직 자각력을 잃지 않았다니.. 체력이 제법이군."

감시자들은 서둘러 또다시 스킬을 시전 했고, 넘버원의 구령에 맞춰 천귀령에게 스킬을 난사했다.

"으악!!"

천귀령은 고통과 분노과 뒤 섞여 소리를 질렀다. 이제 곧 천귀령의 넘버원에게 자각력을 빼앗기는 건 얼마 남지 않았었다.

그때­

천귀령의 귓가에 '각성자의 분노' 때처럼 메세지가 들려왔다.

­'반역자의 시간'이 발현됩니다.

­이 공간으로 이동합니다.

'뭐, 뭐지..?'

메세지와 함께 천귀령은 정신을 잃었고 이 공간 안에서 천귀령이 깨어났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반역자의 시간이라니.. 채린이의 귀속 아이템에 붙어 있었던 히든 스킬이 발동 된 건가? 그건 그렇고 여기는 어디지..?'

주위를 둘러보니, 처음 보는 낚시터였다. 꿈인지 확인하려 재빨리 RC 체크를 한 번 하고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니, 어떤 한 노인이 낚시터에 앉아, 낚시를 하고 있었다.

'저 사람은 누구지..?'

노인에게 가까이 다가갔지만, 노인은 인기척을 느끼지 못하는지 낚시에 집중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뒷모습을 봐서는 우리 할아버지랑 연배가 비슷하신 분 같은데..'

천귀령은 노인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저, 저기요..?"

노인은 귀가 잘 안 들리는지 천귀령의 물음에도 꿋꿋하게 찌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저기요..? 저기요? 저기요!"

노인은 자신이 앉은 의자 옆에 있던 나뭇가지로 만든 회초리를 들더니 천귀령의 머리를 찰싹하고 때렸다.

"귀 안 먹었다. 요놈아."

천귀령은 S급에서도 최상위 단계였지만 노인의 회초리 공격의 움직임을 눈으로 놓쳐버렸다. 평범한 노인은 아니라고 판단한 천귀령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노인에게 따져 물었다.

"왜, 왜 때려요?"

"왜 때리긴 네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낚시터 안에 있는 물고기가 다 달아나 버렸잖아!"

"다시 물고기를 구현해놓으면 되잖아요.."

노인이 한심한 듯 바라보자, 천귀령은 무안한지 자신이 직접 물고기를 구현했다.

­찰싹

천귀령이 구현한 물고기를 낚시터에 풀어 놓자, 노인은 자신의 회초리를 들어 천귀령에게 매를 들었다.

"따, 따가워요.. 물고기도 다시 구현 해놨는데 왜 그러세요."

"이놈아.. 아무리 꿈속 세상이래도 네가 다시 물고기를 구현 해 놓으면 낚시가 재미없잖아."

"잡으면 재미있는 거죠."

­찰싹

노인의 회초리 매를 한 번 더 맞자, 천귀령은 잔뜩 화가 난 눈빛으로 노인을 바라봤다.

"아.. 진짜!!"

"어이구.. 손자 같은 녀석이 나를 칠 듯이 째려보네."

"하..."

"요즘 녀석들은 다 그 모양이냐."

"하.. 죄송해요."

­찰싹

"죄송하면 맞아야지."

노인의 회초리 공격이 심하게 아프지는 않았지만, 천귀령은 노인의 범상치 않은 기운에 긴장한 듯 물었다.

"할아버지.. 이곳은 대체 어디인가요?"

"어디긴.. 내 꿈속 세상이지. 네가 마음대로 내 꿈속으로 들어와 놓고 오히려 딴소리는.."

"아.."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지만, 모르는 사람의 꿈속으로 이동한 사실을 알게 된 천귀령은 노인에게 고개를 숙였다.

"마음대로 꿈속을 들어와서 죄송합니다."

"자식.. 아주 예의가 없는 놈은 아닌가 보네."

"그럼 저는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가든가 말든가."

'이 노인네가 끝까지..'

천귀령은 노인에게 한마디 뱉고 싶었지만, 회초리를 바라보며 꾸욱 참고는 뒤를 돌아 드림홀을 생성하려 했다.

((드림홀을 생성할 수 없습니다.))

'뭐, 뭐지.. 드림홀이 생성이..'

다시 천귀령은 고개를 돌려 노인에게 물었다.

"저기요. 할아버지. 혹시 드림홀 억제 스킬을 가지고 계신가요?"

"뭐가 잘 안돼?"

"드림홀이 생성이 안 되는데요?"

노인은 다시 한번 천귀령을 한심한 듯 바라보며 답했다.

"이곳은 네가 알고 있는 곳과는 다른 곳이야. 대충 둘러 보면 모르겠어?"

천귀령은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고는 노인에게 답했다.

"자세히 봐도 모르겠는데요."

노인은 천귀령이 답답한지 앉아 있었던 의자에서 일어났다.

"할아버지, 어디 가세요?"

"어디 가기는 이놈아. 너 때문에 낚시할 마음도 사라졌는데 집에 가야지."

그리고선 노인은 어디론가 걸음을 옮겼고, 천귀령은 하는 수 없이 노인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이놈아, 왜 따라와?"

"이곳이 어디인지 알려주세요."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