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9화 〉 2부 76화 천귀령의 결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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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76화 천귀령의 결정 (1)
그러자, 진형오와 찬휘, 히렌은 표정이 어두워졌고, 눈치를 챈 금호가 진형오에게 말을 건넸다.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진형오는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후.. 안타깝지만, 저희는 오늘 프란을 나왔습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린마님과 법존님은 흑호와의 약속 때문에 드림관리재단과 흑협의 전쟁에 개입을 하지 않으시기로 했습니다."
고인이 된 흑호의 닉네임이 나오자, 금호는 분노했다.
"지금 장난치시는 겁니까?"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그냥 겉치레일 뿐 사실상 린마님과 법존님은 프란의 미래를 위해서 개입을 껄끄러워하셨습니다."
"감히.. 고인과의 약속을 핑계 삼아 농락을 하다니.."
금호의 칼이섞인 분노에 천귀령이 나섰다.
"금호, 그만해. 진형오님 아무리 넘버원이 무슨 이유에서 채린이의 자각력을 빼앗지 않고 납치를 했다지만,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아마, 채린이가 현실 세계로 갈 때까지는 기다려주지 않을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약하나마 천귀령님에게 도움이 되려고 찾아온 겁니다."
"아까 제가 흥분해서 못 볼 꼴을 보여드렸네요.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도 지금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채린이와 현실 세계에서 친구이신 천귀령님은 오죽하시겠습니까?"
천귀령은 장백의 도움으로 드림관리재단을 나온 오마멀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마멀님."
"말씀하시죠."
"오마멀님은 정말 금지구역에 2구역이 있다는 것을 모르셨습니까?"
"모르고 있었습니다. 다만, 드림관리재단에 SS급과 몇 명의 S급들만 아는 사실이 있다고는 어느 정도 예감하고 있었습니다."
"근데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궁금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 위치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기에 굳이 알아보려 하지는 않았습니다. 혹시 지금 저를 의심하시는 겁니까?"
"소희나 넘버원과 접촉이 있을 수 있다고 가능성을 이야기 한 것 뿐입니다."
"그렇다면 때마침 금호님도 여기 계시는데 금호님의 스킬인 진실과 거짓을 쓰셔서 확인해 보시죠."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천귀령은 서슴없이 금호의 스킬을 빌렸다. 의심하면서 시간을 끌기에는 턱 없이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천귀령은 드림관리재단에서도 S급 최상위 단계인 오마멀을 의심했지만, 결국 오마멀의 말은 사실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오해를 했군요."
"아닙니다. 당연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개의치 않으셨으면 합니다."
"넘버원이 S급 최상위 단계인 오마멀님에게 2구역을 안 보여드렸다니.."
"그 사실을 알았다면 제가 분명 드림관리재단을 나올 것이라고 예상을 했겠지요."
"드림관리재단이 오마멀님의 현실 세계의 정보를 알고 있을 텐데 현실 세계에서 위험하시다면 저희와.."
"괜찮습니다. 그 정도는 벌써 준비해뒀습니다. 그보다 침입 계획부터 짜시죠."
드림관리재단에 머리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오마멀, 그리고 이미 현실 세계에서부터 머리 싸움을 즐겨했었던 나바, 금호의 명령으로 흑협의 뇌라고 불리는 래건까지 한자리에 모여 작전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본부는 현재 드림홀 억제기가 없기 때문에 침입로는 다양합니다."
"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넘버원의 성격상 지금 상황에 어디를 침입하여도 그 끝은 한 곳일 겁니다. 그곳을 주축으로 방어태세를 가동했기 때문에 침입로가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함정도 미리 설치했을 겁니다. 탐색조를 선발대로 내보내는 것이 정석이긴 합니다."
"그건 안 됩니다. 경판의 스킬 중에 일정 범위안에 탐색을 흐릿하게 만드는 결계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넘버원은 분명 그 범위내에 방어태세를 꾸렸을 겁니다."
오마멀과 래건의 대화를 들으며 나바는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 래건은 묵묵히 듣고만 있었던 나바를 향해 물었다.
"나바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나바는 고작해야 B급이라, 충분히 얕잡아 볼 수 있었지만, 적어도 오마멀과 래건은 자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 이라는 걸 직감했는지 나바를 결코 무시하지 않았다.
"후.. 저는 현실 세계에서 채린이와 친구라 이성적으로 작전을 짜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오마멀과 래건의 계획은 천귀령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려는 작전을 구상했고, 나바는 채린이까지 생각을 해야 했기에 나바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했다. 그때 천귀령에게
메세지가 도착했다.
초대코드를 보낼 테니 내일까지 넘어와라. 단, 천귀령 너 혼자 와야한다. 기한을 넘기거나 혼자오지 않을 경우 채린이의 자각력을 빼앗겠다. 넘버원
넘버원의 메세지였다. 천귀령은 말없이 자리에 일어서려 하자, 금호가 의아해하며 천귀령에게 물었다.
"어디 가십니까?"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은데 수련 좀 하다 오겠습니다."
금호는 천귀령의 행동이 채린이가 납치를 당한 휴우증이라고만 여기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겠습니다."
천귀령은 드림홀을 생성한 후 자신의 꿈속으로 넘어왔다.
'오랜만에 오는군.'
천귀령이 도착한 곳은 자신의 꿈속에 구현해놓은 낚시터였다. 천귀령은 낚시의자에 앉아 찌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혼자 간다고 하면 분명.. 말리겠지.'
천귀령이 넘버원의 명령대로 꿈속으로 혼자 찾아가려 한다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말릴뿐더러, 채린이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후.. 나는 꿈을 즐기고 싶었을 뿐인데.. 내가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거지.'
그때 인기척이 들려 고개를 돌아보니 천귀령의 할아버지인 공명이었다.
"할아버지."
"허허, 무슨 생각을 그리도 열심히 하길래 코앞까지 왔는데도 기척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냐?"
천귀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 하나를 자신의 옆에 갖다 놓았다.
"여기 앉으세요."
"그래."
천귀령과 공명은 낚시터에 앉았고, 서로 한참 동안 찌를 바라보며 말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먼저 침묵을 깬 건 공명이었다.
"그래서 결정은 했느냐?"
깜짝 놀란 천귀령은 공명을 바라봤다.
"무, 무슨 결정을 말씀하시는 거죠?"
"허허, 이 할아버지까지 속이려는 것이냐?"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찌를 바라보고 있었던 공명도 고개를 젖히고는 천귀령과 눈을 마주쳤다.
"넘버원이 너에게 메세지를 보냈을 테지."
"그, 그걸 어떻게..?"
공명은 깊은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어갔다.
"넘버원은 내 첫 번째 제자였다. 그 녀석의 성격은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알지. 인질을 잡고 있는 이상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 했을테지."
"그렇군요.."
"아무리 넘버원이라도 이 많은 인원을 상대하기에는 겁이 낫겠지. 흑협과의 전투로 이미 전력을 많이 손실 했으니까."
"그래서 할아버지는 제가 어떻게 하기를 원하시는 건가요?"
공명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천귀령의 현실 세계의 이름을 불렀다.
"종찬아,"
"네. 할아버지."
"채린이를 어떻게 생각하지?"
"일단은.. 친구죠."
"이 할아버지가 돌이켜 생각해보니 꿈속 세상에 왜 그렇게 목숨을 걸었는지 후회가 되는구나."
"할아버지.."
"꿈속 세상은 꿈속 세상일 뿐이란다. 할아버지는 종찬이 너의 선택을 응원하겠다."
"그 말씀은.."
"만약 네가 자각력을 잃게 되면 이 할아버지도 따라갈 것이다."
천귀령은 그 이후로 한참을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어느덧 낚시터에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스윽
천귀령이 의자에 일어서자, 공명은 천귀령에 물었다.
"결심이 선 것이냐?"
"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조심히 다녀오거라."
"알겠습니다."
천귀령은 할아버지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건네고는 사라졌고, 천귀령이 사라진 낚시터에 공명은 홀로 의자에 앉아 말없이 찌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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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린이를 성공적으로 납치한 넘버원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회의실 의자에 앉았다.
"크크.. 생각보다 쉽게 잘 풀렸어."
넘버원은 자신의 옆에 앉은 소희에게 칭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소희, 네 말을 믿기 잘했군. 이거.. 프란에 뺏기기엔 아까운 인재인데?"
그러자, 소희가 넘버원의 말을 이어받았다.
"저랑 장백은 이 일이 끝나면 놓아주신다고 약속했잖아요."
"하하하. 알았으니 정색하지 말고 잘 생각해보라고. 네가 드림관리재단으로 들어온다면 너랑 장백이랑 감시자일을 하지 않고 살 수 있게 해줄 수도 있으니."
"생각해볼게요."
"그래그래."
"채린이의 자각력은 언제 뺏으 실거죠?"
"급할게 뭐가 있어? 어차피 처음에는 천귀령의 미끼로 쓰려고 납치를 한 거잖아."
"채린이의 자각력은 꼭 뺏어주셔야 해요."
"걱정하지 말라고, 천귀령이 이곳으로 와 로드완의 스킬에 걸린다면 곧장 채린이 자각력부터 뺏어줄 테니까."
"믿고 있겠어요."
"뭘 그리 걱정을 하는 거야. 너랑 이미 계약을 맺었는데 내가 채린이의 자각력을 뺏지 않을까봐?"
"그게 아니라.. 아직 천귀령이 어느 정도 강한지 파악이 안 되어있으니까.."
"네가 왜 그러는지 이해는 가지만, 로드완의 스킬은 강력하다고, 설사 나라도 빠져나오기 힘들지."
"알겠어요."
넘버원은 자연스레 소희에서 로드완에게 시선을 돌렸다.
"로드완,"
"말씀하십쇼."
"채린이의 주위에 결계는 확실히 쳐놨지?"
"예. 넘버원님이 말씀하신 대로 결계를 쳐놨습니다. 천귀령이 채린이 주위로 접근을 하면 진이 발동될 겁니다."
"흠, 그러면 등급이 S에서 A로 떨어졌겠군."
"그, 그렇습니다."
"걱정하지 마라. 이 일이 무사히 끝나면 지배석을 이용해 원래 네가 가지고 있었던 경험치보다 더 높게 만들어 줄 것이다."
로드완은 앉은 채 넘버원에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이 작전이 성공하게 된다면 로드완 너의 공이 제일 큰 것인데 그 정도야 당연한 거지."
"저는 드림관리재단과 넘버원님을 위해 최선을 다할 뿐 입니다."
"하하.. 그래. 그럼 이제 한번 시작해볼까?"
넘버원은 천귀령에게 메세지를 보낸 뒤 여유롭게 찻잔을 들었다.
"덫을 쳐놨으니 사냥감이 오기만을 기다리면 되는 것인가?"
넘버원의 여유로운 행동에 스칼은 긴장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넘버원님, 로드완의 스킬이 있지만, 방심은 안 됩니다."
"그래. 알고 있다."
그렇게 회의가 끝나고 다음 날 회의실에 모여 천귀령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때 경판이 회의실 안으로 급하게 들어왔다.
"너, 넘버원님."
귀속 아이템을 모두 무장한 채 회의실에 앉아 있던 넘버원이 경판이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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