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2화 〉 2부 69화 천귀령 VS 제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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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69화 천귀령 VS 제논 (2)
사사샥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샤샤샤샥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샤샤샤샤샤샥
'뒤다!'
샤샥 휘익!
천귀령이 뒤에서 칼을 휘두르는 소리에 제논은 재빨리 고개를 돌리고 스킬을 시전했다.
"찾았다. 죽어라. 화염탄!"
제논의 감은 분명히 정확했다. 하지만, 제논의 입장에서는 천귀령의 본체가 순식간에 양쪽으로 나뉘더니 제논에게 다시 한번 소드를 휘둘렀다.
휘익
찰나의 순간 제논은 침착하게 머릿속을 굴려갔다.
'두, 두 명..? 분신술이군. 왼쪽이 진짜인가? 오른쪽이 진짜인가..?'
"화염탄!"
제논이 선택한 곳은 양쪽이었다. 오른쪽 방향에 다시 한번 화염탄을 날리고 왼쪽 방향으로 틀고서는 자신의 화령 대도로 반응했다.
푸욱
'커헙.. 어째서..'
분명 오른쪽 방향에 화염탄을 날리고 왼쪽으로 접근한 천귀령을 자신의 화령대도로 막아섰는데 또 다른 천귀령이 정면에서 튀어나와, 안개의소드와 음속의 소드로 복부를 강하게 찌른 것이다.
'분신이.. 분명 셋이었는데.. 마지막에 또 분리한 건가? 다행히 급소는 피한 듯 한데.. 크흑.. 이러다가 자각력을 잃겠어.'
다급한 제논은 스킬을 외쳤다.
"처, 천공의 메아리!"
제논은 천공의 메아리를 쓰지 않았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천공의 메아리는 음파 스킬로 술자의 주변에 강력한 피해를 입히지만, 자신의 편도 피해를
입을 수 있을뿐더러 스킬을 사용한 술자는 10초 동안 움직이지 못하는 페널티까지 존재했었다.
"다들 귀를 막아!!"
제논이 천공의 메아리를 외치자, 미리 스킬을 알고 귀를 막은 감시자들과 금호의 명령으로 흑협들은 귀를 막았지만, 모두 피해가 막심했다. 제논은 패널티를 감수하고 스킬을 연사했다.
"천공의 메아리!"
으악!
내 귀!!!
제논님 그, 그만...
곳곳에서 제논의 천공의 메아리로 인해 흑협들과 감시자들은 비명을 질러댔다. 하지만, 제논의 감으로 천귀령은 안개에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움직임이 느껴지고 있었다. 겁을 먹은 제논은 다시 한 번 자신의 마력을 끌어모아 스킬을 외쳤다.
"처.. 처, 천공의 메아리!"
허어억!
키
커 흑..
제논의 세 번의 외침.. 미처 자리를 피하지 못한 흑협들과 감시자들 중 일부는 자각력을 잃었다. 자각력을 잃은 사람 중에 A급이 있을 정도로 천공의 메아리는 정말로 강력했다.
'천귀령의.. 움직임이 느껴지질 않아. 좋았어.. 패널티 30초를 끝내고 드림홀을 타고 일단 이곳을 벗어나야겠어."
터벅 터벅
머릿속 생각이 정리가 끝났을때 제논의 귓가에 발자국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서, 설마..'
터벅 터벅 터벅
희미하게 들렸던 발자국 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크게 들려왔다.
'젠장.. 움직이려면 20초..'
터벅 터벅 턱..
그리고 제논과 가까운 근처에서 허덕이는 숨소리와 함께 천귀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헉.. 고요한 부스의 퍼센트를 다 깎고 나한테 피해까지 입힐 줄이야.."
제논의 머릿속은 페널티를 받은 시간을 끌기 위해 온 정신을 집중했다.
"후.. 내 천공의 메아리를 가까이서 세 번이나 버틸 줄 몰랐어. 음파 방어 스킬이 대단하군."
"음파 방어 스킬은 네가 천공의 메아리를 한번 썼던 순간 사라졌어. 쿨타임이 있어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었고."
"그렇다면 두 번째는..?"
"온몸으로 막고 치유 스킬을 썼지."
"치유 스킬까지 있다니.. 아이템에 스킬이 몇 개 달려 있다는 거야..?"
"하.. 후.. 놀랐어?"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나도 지금 꽤나 피해를 입어서 말이야. 일일이 설명하기 귀찮아. 그만 끝내도록 하자."
천귀령이 다시 빠른 걸음으로 제논에게 접근했고, 때마침 제논에게 메세지가 울렸다.
((패널티 시간을 채웠습니다.))
메세지와 함께 제논의 네 번째 아이템을 생성했다.
"고공 신발 생성! 고공 점프!"
제논에게 네 번째 귀속 아이템은 꽤 쓸모가 없었다. 고공 점프는 제논에게 탈출 스킬로 하늘 높이 뛰어올라 다시 땅으로 떨어질 때 쯤 드림홀을 생성해 탈출을 할 수 있는 스킬이었고, 이로 인해 넘버원에게 1인자 자리를 내줬던 것이었다.
"푸.. 푸.. 풉.."
하늘 높이 뛰어오른 제논은 자기가 생각해도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1인자 자리를 내준 비운의 아이템이라고만 생각했던 고공 신발이 자각력을 잃을 뻔한 자신을 살려줬다는 생각에 하늘 위로 올라가며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진 것이다.
"풉.. 푸하하.. 세상에 쓸모없는 아이템은 하나도 없다더니 맞는 말이구나.."
고공 점프로 최대 높이까지 뛰어오른 제논은 어느덧 하강하기 시작했고, 드림홀을 생성하기 시작했다.
((드림홀을 생성할 수 없습니다.))
'뭐.. 뭐야?'
((드림홀을 생성할 수 없습니다.))
((드림홀을 생성할 수 없습니다.))
하강할 때 자동으로 드림홀을 생성하는 자신의 고공 점프 스킬이 어째서인지 말을 듣지 않았다.
((드림홀을 생성할 수 없습니다.))
'어, 어째서..'
((드림홀을 생성할 수 없습니다.))
((드림홀을 생성할 수 없습니다.))
쿵!!!
다시 땅으로 착지해 안개의 숲에 돌아온 제논은 뭐가 잘못되었는지 모른 채 서둘러 드림홀을 생성하려 했다.
((드림홀을 생성할 수 없습니다.))
'제, 제이슨이 설마 이곳에..?'
제논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안개로 가득한 숲에서 제이슨을 찾는 건 의미 없는 일이었다. 복부에 치명상과 무리하게 쓴 천공의 메아리로 인해 제논은 의식이 흐려져 가고 있었다.
'안 돼.. 빨리 치료를 받지 않으면 자각력을..'
터벅 터벅
안개 속에서 다시 한번 제논의 귓가에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제논은 공포감이 몰려왔다.
"자, 잠깐.."
"......"
"드, 드림홀.. 생성이.."
"잘 가. 제논."
쉬잇 턱.
제논은 그렇게 자각력을 잃었다. 천귀령은 그제야 땅바닥에 나뒹구는 제논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넘버원.. 기다려."
흑협들과 감시자들은 천귀령의 내뿜었던 안개의 숲에 안개가 걷히고 나서야, 천귀령의 승리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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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리카엘과 마주쳤던 넘버원은 넊이 나가 있었다. 물론 리카엘로 변용한 천귀령이지만 말이다. 넘버원과 같이 리카엘을 목격한 스칼이 넘버원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저, 저기.."
스칼이 부르는 소리에 넘버원이 정신을 반쯤 차리고 대답했다.
"말해."
"아까 리카엘과 닮은 사람 아닙니까?"
"아니, 리카엘이야. 나에게 '왜 그래? 못 볼 걸 본 것처럼?'이라고 여유 있게 말을 건넸다. 리카엘이 아닌 이상 그렇게 말할 이유가 없지."
"리카엘은 분명 그때 넘버원님이 직접 자신의 손으로.."
스칼은 넘버원의 눈치를 보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넘버원이 말을 이어갔다.
"그래.. 분명 내가 자각력을 뺏었고.. 지배석까지 떠오르는 걸 내 두 눈으로 목격했다."
"그렇다면.. 혹시 꿈속 세상 스킬 중에 부활할 수 있는 스킬이 있는 것 아닙니까?"
"스킬이 있다는 것은 적은 확률이지만 가능하지. 하지만, 리카엘은 현실 세계에서도 깔끔하게 처리했어. 리카엘이 살아 돌아왔다면.. 그랬다면 벌써 공명님이.."
넘버원은 말을 하다 말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S급 중에 한 명인 로드완을 급하게 불렀다.
"로, 로드완!!"
"네. 말씀하십시오."
"고, 공명님은 어디 계시지?"
"공명님은 현재 자신의 꿈속에 계신 걸로 압니다."
"가서 직접 확인 하고 모셔와라."
"알겠습니다."
넘버원은 시선조차 어디로 둘지 불안해하며 로드완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제논과 함께 금호의 꿈속을 공격했던 S급 재키가 넘버원에게 왔다.
"너, 넘버원님.."
"무슨 일이야?"
재키는 치명상을 입은 듯 헐떡대는 숨소리로 넘버원에게 말했다.
"제.. 제.. 논님이."
"제논이 뭐..?"
"제논 님이.. 자각력을.. 잃.. 었습니다."
"뭐, 뭐라고? 제논에게는 고공 점프가 있는데 어떻게.."
"넘버원님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 드림홀 생성이.. 멀리 벗어나서.. 겨우겨우 빠져나왔습니다. 죄..송..합니다.."
재키는 그 말을 끝으로 넘버원 앞에 쓰러졌고, 잠시 후 재키의 몸에서 지배석이 떠올랐다.
"재키!!!"
넘버원과 금지구역을 알고 있는 상위 S급들은 재키의 지배석을 보며 말을 잃었다. 그 순간 공명을 찾으러 갔던 로드완이 넘버원에게 왔다.
"재, 재키...? 재키 아닙니까?"
"닥치고 공명님은 왜 같이 안 왔어?"
로드완은 넘버원의 말에 우물쭈물하며 눈치를 살폈다.
"빨리 말하라고!"
"공명님이.. 사라졌습니다."
넘버원은 로드완의 말에 어지러운 듯 휘청거리며 의자에 기댄 듯 앉았다.
"괘, 괜찮으십니까?"
"리카엘이.. 정말 저승에서 살아 돌아오기로라도 했단 말이야...?"
"공명님의 손자라도 데리고 오려 했는데... 사라졌습니다. 조원들까지 싹 다 말입니다. 손자와 친하던 장백, 그리고 같은 조원인 소희까지 사라졌습니다."
"갈수록 태산이군.."
"죄, 죄송합니다."
넘버원은 자신에게 도저히 답이 안 나오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로드완에게 물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좋을까..?"
"자,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현실 세계로 가야지. 모든 의문점이 풀릴 것 같습니다."
"그래.. 제이슨이 없어서 초대코드만 있으면 드림홀이 본부에 생성이 된다. 금호가 혹시 본부로 쳐들어올 수 있으니 철저하게 방어태세를 갖춰라."
넘버원의 말에 S급들은 어두운 분위기를 바꿔보려 더욱 큰소리로 넘버원의 명령에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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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세계로 돌아온 금호는 권종찬을 만나기 위해 박승만네 집으로 향하였다. 종찬이가 현관문 앞에서 금호를 향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반겼다.
"왔어? 이건 뭐야?"
"아.. 빈손으로 오기 뭐해서.."
"하하.. 들어와."
승만이네 집에 들어가자, 회의실로 만들어진 방에 종찬이와 채린, 승만, 경천, 일렉, 테라가 모여 회의가 한창이었다. 브리핑을 하고 있는 테라가 금호를 발견하고 반갑게 맞이했다.
"오느라 고생했어.."
"아닙니다."
아직 일렉과는 아직까지는 서먹서먹한 사이인 금호는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조용히 의자에 착석했다. 브리핑에 집중을 하고 있던 채린이 테라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 이제 금호 꿈속에 잡아 놓고 있는 감시자들은 어떻게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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