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화 〉 2부 57화 금호의 진실과 거짓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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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57화 금호의 진실과 거짓 (2)
"지금 하는 말은 거짓이야."
화타는 금호의 말을 듣고 다시 흥분을 하기 시작했다.
"뭐, 뭐야? 그 스킬 확실한 거야?"
넘버원은 화타에게 눈치를 주고는 장백을 보며 타이르며 말을 이어갔다.
"괜찮다. 말해도 된다."
"그, 그것이..."
장백이 화타의 눈치를 살피자, 넘버원은 화타를 향해 말을 건넸다.
"화타, 본부로 돌아가 있어. 이야기가 끝나는 대로 본부로 갈게."
"아니.. 내가 왜.."
"본부로 가 있어."
"하... 알았다."
화타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드림홀을 생성하고 본부로 돌아갔고, 화타가 돌아가자, 흑호는 다시 한번 장백에게 질문을 던졌다.
"네가 거짓말을 하면 어차피 알아차릴 테니 솔직하게 대답해라. 화타가 한 달 동안 특이한 행동을 하거나 언행을 한 적이 있었어?"
"있었습니다."
"그게 뭐였지?"
"자고 있을 때 인기척이 들려 밖으로 나갔더니 화타님이 뭔가 전투를 하신듯한 옷차림새로 시리우스의 소드를 들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무슨 일이 있냐고 여쭤봤더니 '거슬리는 녀석을 처리했다. 문제 될 건 없으니 들어가서 자라.'라고 말하셨습니다."
흑호의 동공이 크게 흔들리며, 금호를 바라봤고, 금호는 분노 섞인 목소리로 흑호에게 답했다.
"진실... 이야.."
넘버원은 머리를 감싸 쥐며 장백을 바라봤다.
"지금 네 말이 사실이야?"
"네. 사실입니다."
금호는 넘버원을 보며 소리쳤다.
"지금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야?"
"그게 아니라.."
흑호는 침착하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넘버원을 불렀다.
"넘버원.."
"그, 그래..."
"지금 당장 내 꿈속 세상을 나가 줬으면 하는데?"
넘버원은 뭔가 할 말이 많은 듯 보였지만, 흑호의 표정을 보고는 단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았다. 더 이상의 말은 함구하도록 하지."
장백과 넘버원이 드림홀을 생성해 자리를 떠났고, 흑호는 금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전쟁이다. 준비해라."
"그래. 자각력을 잃을 각오로 전쟁에 임하겠어."
그리고 얼마 후 흑호에게 프란의 법존한테 메세지가 도착했다.
[너의 제안을 수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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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로 돌아온 넘버원과 장백 그리고 본부 회의실에서 화타와 제논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넘버원이 흑호와 대화 내용을 내뱉자, 화타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장백을 바라봤다.
"이, 이 새끼야.. 내가 언제 너한테 그런 말을 했어?"
화타의 호통에 장백도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사실입니다. 저도 눈치가 있는 사람이라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려다가 자꾸 탐지 스킬에 걸려서 저도 어쩔 수 없이 사실을 말한 겁니다."
"와... 돌아버리겠네 진짜... 넘버원, 금호가 장백의 말에 진실이라고 말한 게 확실해?"
"그래. 흑호와 금호는 아주 화가나 있어. 금방이라도 전쟁을 선포하는 게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말이야."
화타는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화를 가라앉히고 장백을 쳐다보며 말을 이어 갔다.
"장백아."
"네. 화타님."
"정말 내가 너 앞에서 그 이야기를 했다는 거야?"
"예.. 맞습니다."
"하... 진짜 이렇게 억울한 적은 처음이네."
"저도 지금 굉장히 당황스럽습니다."
"이거 뭐 최면이라도 걸린 거 아니야?"
넘버원의 화타의 말을 끊으며 장백 대신 답했다.
"이번 꿈속도 아니고 저번 꿈속의 일이야. 최면이 그렇게 오래 걸린다고? 만약 지금까지 걸렸다고 해도 본부로 들어올 때 최면이 걸린 상태로 본부에 들어 올 수 없다는 걸 네가 더 잘 알잖아."
"그, 그렇지만.."
"장백, 그만 나가봐."
"알겠습니다."
장백이 나가자, 넘버원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화를 시작했다.
"이제는 네 말이 사실이고 거짓이고가 중요한게 아니야. 흑협이 언제 우리 드림관리재단에 침입할지 몰라."
"그럼... 결국.."
"그래. 이제부터 플렌A에서 플렌B로 계획을 변경한다. 제논!"
"말해."
"너는 흑호와 금호의 현실 세계의 주거지를 빠른 시일 내에 파악하도록."
"현실 세계의 정보? 그럴 필요가 있을까?"
"흑협들과 전쟁을 치르게 되면 우리도 피해가 막심할 거야. 그때 프란이 우리들을 공격한다면 아마, 답도 없을 거다. 대신 흑호와 금호의 현실 세계의 정보를 알아내고 현실 세계에서 미리 손을 써둔다면 쉽게 전쟁에 승리할 수 있을 거야."
"우리가 현실 세계의 정보를 추적하고 나서면 흑호와 금호도 눈치를 챌 텐데.."
"이제 그들의 눈치를 볼 건 없잖아. 흑협들이 그렇게 우리랑 전쟁을 치르고 싶어하는데 응해 줘야지."
"흑호랑 연락을 주고받던 핸드폰은 대포폰이겠지?"
"응. 지금쯤 아마 없앴을거야."
"알겠어. 근데 채린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 금지구역을 봤던 A급 아이? 그 아이는 지금 어떻게 됐지?"
"추격 C조가 털리고 다음 날 부터 추격 A조가 그 집 근처에서 잠복을 하고 있는데 아무도 그 집안에 얼씬도 안 해. 아마 거처지를 옮긴 듯해."
"일단 그 아이에게 손 떼고 투입 가능한 인원을 모두 동원해서 흑호와 금호의 현실 정보를 추적하도록 해."
"그래. 알았다."
제논이 회의실을 떠나고 회의실에는 넘버원과 화타 둘이 남게 됐다. 넘버원은 화타의 얼굴을 보니 두통이 오는 듯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누르며 말했다.
"그리고 화타 너는.. 하아.. 지금 회의실에는 우리 둘뿐이니까 다시 한번 물어보자. 정말 네가 백호의 자각력을 뺏지 않았어?"
"안 뺏었어. 그리고 너니까 내가 툭 까놓고 이야기하는데. 내가 수련을 안 한 지 몇 년째인지 알지? 백호의 시체에서 내 스킬의 흔적 말고 다른 전투의 흔적들은 하나도 발견 안 됐다며, 내가 그렇게 깔끔하게 백호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보는 거야?"
"그러니까 나도 미치겠다는 거야."
"넘버원, 제일 미치고 팔짝 뛰는 건 나라고."
"후... 알았어. 너는 억울하다고 괜히 나대지 말고 그냥 네 꿈에서 수련하면서 대기해."
"아, 알았어."
화타가 회의실을 나가자, 넘버원은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래.. 어차피 나중에 정리할 흑협들.. 조금 더 일찍 정리하는 것 뿐인 거야."
그렇게 넘버원은 회의실에 혼자 앉아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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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꿈속으로 돌아온 장백은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천귀령이 시키는 대로 화타에게 끈질기게 수련을 가리켜 달라고 설득해서 수련을 받았는데
장백의 입장에서는 상황이 참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천귀령은 무슨 꿍꿍 인 거야.. 화타의 초대코드를 보내달라고 하더니만 오지도 않고.. 그리고 아까 봤던 그 자식들은 분명.. 흑협이었어. 역시 천귀령에 말대로 드림관리재단은 흑협과 내통을 하고 있었군.'
장백은 흑호와 금호 앞에서 한 말은 거짓이 아닌 사실이었다. 그래서 화타가 자신의 앞에서 그런 행동을 해놓고 발뺌을 하는 것이 장백의 입장에서는
당최 이해가 가지 않았다.
'후.. 내가 오늘 한 행동이 잘한 것인지 못한 것인지 구별이 안 돼. 귀령이 이자식 메세지에 답장도 없고..'
장백은 그렇게 오늘 있었던 일들을 되돌아보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자신의 앞에 메세지가 나타났다.
장백님 꿈속으로 누군가가 들어왔습니다.
'누구지..? 말도 없이 찾아왔다면.. 천귀령인가?'
장백은 메세지를 침입자를 기다렸고, 곧 침입자가 장백의 꿈속에 나타났다.
"엇.. 화, 화타님."
장백은 화타를 보며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화타님,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풉..."
장백은 화타의 행동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까전 일로 눈치 없이 진실을 이야기했다며 불같이 화를 낼 줄 알았던 화타가 자신을 향해 실소를 터트린 것이다.
"왜.. 웃으시는..."
장백은 화타에게 지금 이 상황을 물어보려다가 말끝을 흐렸다. 화타의 얼굴이 웃음소리와 함께 점점 바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처, 천귀령?"
"그래, 나야."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스킬 훔치기 스킬을 써서 변용을 한 거 뿐이야."
"변용...?"
장백의 머릿속에 무언가 번뜩이며 스쳐 갔다.
"그럼.. 그때 네가 화타로 변용을 하고 나를 찾아왔던 거야?"
"맞아."
"이, 이 자식이.. 말을 해줘야 할 거 아니야?"
"미안해..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내가 너에게 사실을 이야기했다면 금호의 스킬에서 거짓이라고 나왔을 거야."
"후... 일단 무슨 상황인지 나한테 설명해 줄래?"
"그래. 알았어."
천귀령은 장백에게 백호의 자각력을 뺏은 일 그리고 화타의 아이템을 복사해서 흔적을 남긴 일, 변용을 하고 장백에게 찾아와서 금호의 스킬을 역으로 이용한 것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갔다.
"하... 이거 누구 아이디어냐?"
"그때 봤던 나바라고 걔 아이디어야."
"이 정도면 꿈속 세상에 제갈량인데? 이렇게 되면.. 이제 흑협과 드림관리재단이 전쟁을 치루겠군."
"그러겠지."
"근데 그들도 현실 세계에서 정보를 공유할 텐데 백호를 어떻게 속인 거야? 백호 앞에서 변용이라도 한 거야?"
"아니, 그럴까도 생각했는데 굳이 그럴 필요 없었어. 현실 세계에 있는 백호를 잡아두고 있거든."
"미, 미친.. 너무 위험한 거 아니야?"
"그래야지. 흑호랑 금호가 드림관리재단을 더 의심할 거야. 걔네들 말고 현실 세계에서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 할 테니까. 게다가 흑호, 금호, 그리고 백호는 현실 세계에서 서로 연락을 하고 있었어. 그러니까 이런 상황을 만들려면 현실 세계의 백호를 잡아야만 했어."
"그럼.. 나는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해?"
"흑협과 드림관리재단이 전쟁을 하게 되면 드림관리재단이 불리해진다면 내 꿈속으로 와."
"유리하다면?"
"그럼 일단은 붙어 있는 게 낫겠지. 그리고 이제 현실 세계에서 한 번 만났으면 하는데.."
장백은 천귀령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활짝 웃으며 답했다.
"채린이도 볼 수 있는 거야?"
"당연하지."
"알겠어."
"그럼, 이번 현실 세계로 복귀했을 때 보자고."
천귀령은 장백에게 승만이의 집 주소를 알려준 뒤 인사를 건네고는 드림홀을 생성하고 어디론가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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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복귀해 침대에서 눈을 떴다. 방학을 하고 현실 세계로 12일 꿈속 세상으로 360일이 지났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잠시 후 테라가 내 방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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