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7화 〉 2부 44화 가면남의 정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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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44화 가면남의 정체 (2)
채린이의 어쌔신의 단검이 황가를 향해 날아갔지만, 황가는 이미 모든 걸 간파하고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어쌔신의 단검을 자신의 검 끝으로 쳐냈다.
"호오, 우리 구면 아닌가?"
"황가, 오랜만이야."
황가는 채린이의 옆에 있는 히렌을 보고는 실소를 터트렸다.
"이런 이런.. 옆에 파트너가 바뀌었네.. 장백이가 보면 실망하겠어?"
"큽.. 황가 너는 변한 게 없구나. 그때 너를 끝냈어야 했는데."
"지금 내가 너를 보니까 기분이 매우 안 좋아. 황성제가 장백이한테 당했거든. 너희들의 자각력을 뺏으면 아마 장백이는 자신의 자각력을 잃은 것보다 몇 배는 더 슬퍼하겠지?"
"장백 이야기는 그만하지? 이제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호오.. 장백이가 이 얘기를 들으면 많이 섭섭하겠는 걸?"
채린과 히렌이 선봉에 서자 후방에 있던 흑협들과 프란들은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들도 알고 있었다. SS급들은 웬만한 내전에는 참가하지 않기에 이번 싸움의 결과가 동쪽 지역 전투의 승리를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동쪽 지역에 최강자가 채린이라니.. 프란도 많이 약해졌군."
"너는 예전부터 그 냄새 나는 입으로 쫑알쫑알 말이 많았지."
"하하.. 가까이서 맡으면 향기로울 거야. 오늘 한 번 남자의 냄새를 맡게 해주지."
"미친새끼.."
황가는 거칠게 스킬을 쏟아댔고, 방어 스킬이 없는 히렌은 거침없이 밀려났다.
"어이, A급 딱가리는 빠져."
"크흑..."
채린이는 고개를 돌려 히렌에게 시선을 향했다.
"히렌, 빠져 있어."
"아니야, 방금은 방심해서 그런 거야. 쾌속의 순보로 저런 스킬쯤은 피할 수 있어."
"내 말 들어. 너는 찬휘한테 메세지로 지원요청이라도 해줘."
"후... 알겠어."
곧이어 황가와 채린이의 전투가 시작되었지만, 이제 막 S급을 달은 채린이는 SS급을 한 걸음 앞에 두고 있는 황가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하하하하. 재밌어. 정말 재밌어."
"치잇..."
황가와 채린이의 전투가 계속되는 사이 동쪽에 있던 흑협 소속인 S급들이 A지역으로 하나둘씩 모였다. 이 사실을 감지한 히렌은 다급하게 찬휘와 용감이를 비롯한 프란 소속인 S급들에게 급하게 지원 요청을 보냈지만, 다발적으로 전투가 벌어져 그들이 빠르게 지원이 오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하.. 지금 우리는 S급이 채린이 밖에 없는데 저기는 황가를 포함해 S급이 세 명이야.. 이러다가 저들이 채린이를 다 같이 공격해온다면...'
히렌의 직감은 맞았다. 채린이가 황가에 조금씩 밀리는 양상을 보이자,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S급들이 때를 놓치지 않고 채린이를 향해 스킬을 난사해댔다.
'제, 젠장.. 나 혼자서 저들을 막을 수 없는데.. 이럴 때 찬휘라도 와준다면...'
히렌은 다른 흑협들이 채린이를 밀어붙이자, 어쩔 수 없이 전투에 참가하게 됐다.
"아이스 블리자드."
"히렌, 오지 말라니까."
"시끄러워, 네가 자각력을 잃을 때까지 나보고 지켜만 보고 있으라는 소리야?"
"그, 그건.."
"한 번 버텨보자. 나와라 사역마!"
히렌은 자신의 또 다른 사역마인 뱀파이어를 꺼냈고, 채린이도 자신의 사역마를 꺼내 들었다.
"나와라, 사역마."
채린이의 사역마는 설녀와 고스트 그리고 이번에 얻은 늑대인간 이름만 들어도 강력한 사역마들이었다. 황가는 소환된 사역마들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마지막 카드까지 꺼내는 건가? 근데 어쩌나, 사역마들로 우리들을 막기는 역부족이지."
잠시 후 채린이의 사역마들은 사방에 쓰러져 있었다.
"크흑..."
히렌도 자신의 사역마인 뱀파이어와 함께 바닥에 쓰러져 있었으며 전장에는 채린이와 히렌이 뒤늦게 꺼낸 메두사만이 간신히 그들의 공격을 버티고 있었다.
"메두사라고 했나? 네가 주인보다 난 것 같군."
여유로운 황가와는 달리 채린이와 메두사는 거친 숨을 내뱉고 있었다.
"내가 채린이를 맡을 테니 레인, 네가 저 메두사를 마무리 지어라."
"오케이."
채린이와 메두사는 더 이상 그들을 공격할 힘도 스킬을 막아낼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전투를 지켜보던 프란들은 이를 깨물며 분노했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도 없었다.
"채린, 이제 정말 마지막이다. 잘 가라."
황가와 레인이 스킬을 시전할 준비를 했고 채린이는 자신의 꿈속 세상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직감했는지 꿈속 세상의 맑은 하늘을 보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여기까지인가? 귀령이한테 인사도 못하고..'
레인이 쏜 스킬이 메두사를 향해 날아갔고, 적중했다. 메두사가 스킬에 대한 여파로 하늘 높이 떠오른 뒤 땅으로 추락하고 있을 때 그 순간 누군가 뛰어올라 메두사를 안고 땅으로 착지했다.
"괜찮소?"
"누, 누구....?? !!"
"메두사양."
"루팡씨... 여긴 어떻게..?"
채린이는 메두사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루, 루팡.. 이가 여기 왔다면..? 귀령이가 이곳에..?'
채린이는 주위를 둘러봤지만, 귀령이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그 순간 황가가 쓴 스킬이 채린이를 향해 날아왔다.
'귀령이 앞에서 자각력을 잃으면 나로 인해 엄청난 트라우마가 생길 거야. 마력이 이미 다 소비되었는데.. 이렇게라도 버텨 보자.'
채린이는 내구도가 떨어진 반역자의 방패를 힘겹게 들어 방어태세를 취했다.
"배리어."
((반역자의 방패의 기운이 당신을 감쌉니다.))
'뭐, 뭐지..? 나는 배리어를 쓸 마력이..'
자신의 스킬이 먹혀들지 않자, 황가는 당황했고, 그 순간 뒤에서 황가와 레인을 서포트하던 풍림이의 절규가 들려왔다.
"까아악!"
몸과 분리된 풍림이의 머리가 데굴데굴 굴러가 황가의 발에 닿았다.
슈우욱 턱
"푸, 풍림!!!!"
황가는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눌러 담고 뒤로 물러난 뒤 레인에게 소리쳤다.
"적이다. 탐지 스킬 발동해봐."
레인은 급하게 탐지 스킬을 발동시켰고, 시야에 보이지 않았던 정체불명의 가면남이 그들의 앞에 등장했다.
"네가 요즘 우리들의 지역을 털고 다닌다던 가면남?"
황가의 물음에 가면남은 아무 말 없이 채린이에게로 다가갔다.
"저, 아이템은.."
채린이가 놀란 건 자신과 똑같은 반역자의 방패를 들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가면남은 채린이에게 다가가, 스킬을 시전했다.
"성스러운 회복."
채린이를 포함한 채린이의 사역마 그리고 히렌과 히렌의 사역마에게 성스러운 회복을 걸어주었다.
"가, 감사합니다. 덕분에 체력이 회복되었어요."
"채린아, 뒤로 물어나 있어."
얼굴을 가렸지만, 가까이서 보니 낯익은 체형 그리고 저음이 살짝 섞인 목소리 톤. 채린이는 가면남이 천귀령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누구신데 제 이름을...? 서, 설마 귀령이?"
가면남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황가와 레인을 마주 봤다.
"귀령아, 네가 어떻게 할 상대가..."
"광전사의 폭주!"
천귀령의 스킬 주문과 함께 채린이는 천귀령의 움직임을 놓쳤다. 채린이 뿐만 아니라, 흑협의 황가와 레인도 천귀령의 움직임에 식은땀을 흘렸다.
"저, 저 새끼.. 도대체.."
"흐억."
"레인!!!!!!!!"
꿈속 세상에는 우연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황가는 제논이 자각력을 잃었을 때 우연이라고 믿어야만 했다. 하지만, 레인도 천귀령의 일격에 자각력을 잃자, 천귀령은 다시 은신 스킬을 쓰고 황가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황가는 그때서야 꿈속 세상을 인지 하고 처음 느끼는 공포감에 벌벌 떨어야만 했다.
"도대체 우리한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그러는 거야. 이유라도 알자."
"쾌속의 순보."
천귀령은 쾌속의 순보를 써 순간적으로 황가의 뒤에 다가가 귓가에 속삭였다.
"너는 벌레를 짓밟을 때 벌레에게 이유를 설명해줘?"
"이 새끼가!!"
황가는 뒤늦게 자신의 검을 휘둘렀지만, 아무도 없는 허공에 검을 휘둘렀을 뿐이다. 황가는 마른침을 꿀꺽 삼켜가며, 뒤에 전투를 조용히 지켜보던
흑협들에게 소리쳤다.
"은신 스킬을 썼잖아. 뭐 하고 있어!? 탐지 계열 없어?"
"블랙홀."
천귀령의 주문과 함께 흑협들의 있는 곳에 큰 구멍이 생기더니 전투를 지켜보던 흑협들을 거침없이 빨아들였다.
사, 살려줘.
으악..
천귀령은 쉬지 않고 스킬을 난사했다.
"데스 메테오."
블랙홀에 간신히 빠져나온 흑협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불덩이에 속수무책 자각력을 잃어갔다.
"너 이 새끼.. 저건 장백이랑 비슷한 스킬인데... 도대체 스킬이 몇 개 인 거야..."
황가는 자신이 천귀령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자, 어떻게든 드림홀을 타고 도망치기 위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채린이 때문에 저 새끼가 화난 것 같은데... 채린이를 인질로 쓰고 도망가야겠어.'
황가는 남은 힘을 모두 사용해 순간적인 힘을 폭발시켰다. 그리고는 단숨에 채린이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크하하! 채린이를 잡았.. 아니, 이게 뭐야..?"
황가가 채린이라고 생각하고 잡은 것은 불과 몇 초전 가면남이 피카소 만능 붓으로 채린이의 모습을 그린 종이 쪼가리였다.
"이, 이게.. 무, 무슨.."
"너 같은 벌레들의 머릿속은 안 봐도 뻔해."
"이, 새끼가 뒤질.."
슥
황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황가의 머리와 몸이 나뉘더니 황가의 머리가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턱
얼마나 깔끔하게 베었는지 머리를 잃은 황가의 몸은 그대로 지면에 붙어 망부석이 되어 있었다.
"후...."
천귀령의 거친 숨소리만 전장에 고요하게 울려 퍼졌다. 전장을 지켜보던 프란들은 전설이 탄생되었음을 눈으로 그리고 몸으로 전부 직감하고 있었다.
와!!!!!!!!
저 가면남 우리 편 맞지? 진짜 미쳤어..
가면 좀 벗어줘.
천귀령은 자신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채린이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채린이는 벌써 눈가에 눈물이 맺혀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았다.
"귀령...이게.. 무슨.."
"왜 울고 그래?"
천귀령은 채린이에게 다가간 뒤 자신의 손으로 가면을 벗으려 했지만, 채린이가 다급하게 천귀령의 손을 잡았다.
"안 돼."
"왜?"
"너는 여기서 엄청난 것을 보여줬어. 이제 흑협들도 너를 찾아 나설 거야."
"괜찮아. 이젠 나와 너를 지킬 정도로 강해졌으니까."
"꿈속 세상에서 강해졌다고 그게 전부가 아니야."
"알고 있어."
하지만, 채린이는 천귀령의 손을 놔주지 않았고 천귀령은 채린이의 마음을 이해하며 가면을 그대로 쓴 채 전장을 지켜보던 프란들에게 가벼운 묵례를 했다.
꺄악! 가면 좀 벗어주세요!
든든하다. 가면남!
프란들의 환호성을 뒤로하고 가면남은 채린이와 히렌과 함께 드림홀을 타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 서쪽 A 지역
황가와 풍림과 레인의 패배 소식이 알려지자, 서쪽 A지역에 찬휘와 전투를 펼치던 흑협들은 부리나케 드림홀을 타고 도망갔고, 여유가 생긴 찬휘는 사랑채에
히렌과 채린이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사랑채로 향했다.
"뭐야? 귀령이도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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