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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만 꿔도 세계 최강-96화 (96/136)

〈 96화 〉 2부 43화 가면남의 정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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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43화 가면남의 정체 (1)

# 3일 뒤

이곳은 미내기의 꿈속 세상 남쪽 A 지역 오른손 손등 위에 피아렛의 문신을 새긴 흑협들이 모여 논의가 한창이다. 중앙에 이 무리의 리더로 보이는 사람이 화가 단단히 났는지 탁자를 치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도대체 그래서 그게 누구라는 거야?"

"그, 그게... 프란인 건 확실한데..."

"그렇게 강한자를 우리가 여태까지 몰랐다는 게 말이 돼? 갑자기 하늘에서 툭 하고 떨어진 것도 아니고 말이야."

"차르갈님 죄, 죄송합니다."

"테라가 있었을 때는 물어볼 때라도 있었지.. 에휴... 저번의 감시자들과의 전쟁도 그렇고 어떻게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냐고! 고작 한 명 때문에!!"

"하, 한 명인 것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건 또 무슨 개소리야? 이상한 가면을 쓰고 있었다며."

"그, 그게... 마주치고 자각력을 잃지 않고 돌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귀속 아이템과 스킬이 제각각입니다."

"무슨 말이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원래 귀속 아이템을 최대로 얻을 수 있는 개수가 총 4개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근데?"

"마주쳤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확인된 귀속 아이템과 스킬들이 열 가지가 넘습니다."

"그게 말이 돼?"

"그, 그래서... 한 명이 아니라고 생각한 겁니다."

차르갈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는 라이터를 켰다.

"후... 적어도 4명 정도는 된다는 이야기네.."

"그렇습니다."

"지금 그 새끼들 때문에 점령당한 지역이 몇군데야?"

"하루에 한 지역씩 총 세 곳입니다."

"하아... 미치겠군. 위에 뭐라고 보고를 드려야 하나.."

"이제 곧 있으면 다른 지역을 급습할 것입니다."

"일단 각 지역장들한테 이상한 가면을 쓰는 사람을 발견하면 즉시 지원요청을 보내라고 해. 우리는 언제든지 지원 요청에 응답할 수 있도록 대기한다."

"저희가 말입니까? 남쪽 말고 다른 지역에 갈 수 있는 권한이 없지 않습니까?"

"잔말 말고 준비나 해. 이 기회에 윗선에 눈도장 한 번 제대로 찍을 테니."

"아, 알겠습니다."

#

[그 시각 동쪽 A 지역]

"채린아."

"히렌, 숙녀의 방을 노크도 없이 들어와?"

"수, 숙녀? 하하.. 미안.. 근데 소식 들었어?"

"무슨 소식?"

"어제도 그 이상한 가면을 쓴 사람이 흑협과 우리와 접전중인 곳에 나타나서 흑협들을 싹 쓸어 버렸대."

"어제 접전중이었다면... 동쪽 D지역?"

"맞아. 어제 동쪽 D지역에 있었던 사람한테 들었어."

"도대체 누구지..? 같은 프란인 건 맞아?"

채린이의 물음에 히렌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나도 모르겠어."

"나야, 프란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모를 수 있지만, 너나 다른 사람이 모른다는 게 말이 돼?"

"그러니까, 미치겠다는 거야. 근데 확실히 우리들한테는 적대감이 없었대."

"갑자기 어디서 그런 분이 튀어나왔지?"

히렌은 의자에 걸터앉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확실히 우리편으로 끌어들이면 좋을 텐데..."

"흠, 내 미인계를 드디어 써볼 차례인가?"

"일을 그르칠 생각이야?"

채린이의 농담에 히렌도 농담으로 받아쳤건만 채린이는 히렌의 농담이 꽤나 거슬린 모양이다.

"안 맞은 지 오래됐지? 요즘 귀령이도 그렇고 자꾸 다들 기어 올라?"

"미안합니다."

점점 히렌에게 다가오는 채린이의 그림자, 히렌은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그때 히렌의 수하 홍선이 다급하게 히렌을 불렀다.

"히렌님!"

"홍선아.. 고맙다."

"네? 무슨...?"

"그냥 고맙다고.. 근데 무슨 일이지?"

"아... 내 정신 좀 봐. 떴습니다."

"뭐가?"

"그 가면남 있지 않습니까? 동쪽 F지역에 떴습니다. 흑협들도 지금 가면남을 잡는데 혈안이 돼서 모두 F지역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그런 분을 흑협들에게 잃을 순 없지. 우리도 정비하고 동쪽 F지역으로 간다. 채린아 너는 어떻게 할래?"

"나도 같이 갈래. 궁금한 것 못 참으니까."

채린이와 히렌은 드림홀을 생성해 서둘러 동쪽 F지역으로 이동했다. 드림홀을 타고 나오자, 얼마 안 가 그들은 가면남의 강함에 기겁을 하고 있었다.

젊은 남자로 보이는 가면남은 단신으로 흑협들이 있는 한 가운데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쉴 새 없는 스킬들과 광범위한 스킬들을 난사해댔고, 채린이와 히렌은 멍하니 가면남의 전투를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제일 먼저 입을 뗀 건 히렌이었다.

"저, 저 사람.. 도대체.. 우리가 괜히 도와주려다가.."

"맞아. 괜히 도와주려고 나섰다가 저 사람의 광범위 스킬에 우리가 휘말릴 거야."

"그건 그렇고.. 저 사람이 신고 있는 신발. 내 쾌속의 신발이랑 비슷하지 않아?"

"뭐 귀속 아이템이야. 비슷하게 생길 수도 있지."

"그렇긴 하지.. 그나저나 소문대로 엄청난 실력자야. 새로운 SS급의 탄생인가? 저기 봐. 차르갈까지 왔어."

"차르갈도 가만히 당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판단한 거겠지."

"그래서 봤자, 차르갈은 S급인데.. 정확한 정보를 못 듣고 왔나? 게다가 남쪽 지역에 있었는데 이곳까지.."

"보나 마나 공을 세우고 싶어 온 거겠지. 일단 우리는 얌전히 지켜나 보자고. 아무리 가면남이 강하다지만, 차르갈 또한 아이템과 스킬이 좋은 S급이니까.."

채린이는 자신의 예감이 틀렸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가면남이 순식간에 차르갈의 목을 베어버렸기 때문이다. 차르갈은 자각력을 잃기 전까지도 정체불명인 남성이 쓴 가면의 출저를 알지 못했다.

"채, 채린아 봤어?"

"나도 눈 있어."

"움직임 자체가 사기야. S급을 일격에.... 확실히 SS급이 맞는 것 같아."

"내 생각도 그래. 근데 저자의 정체가 도대체 뭐지? 감시자면 내가 모를 일도 없고.. 프란에서 저 정도의 실력자라면 히렌 네가 알 것 아니야."

"아쉽지만 프란도 아니야..."

"그리고 오른쪽 손등에 피아렛의 문신도 없어. 흑협들의 내부분열도 아니고... 확실한 건 흑협들을 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차르갈의 일격에 당하자, 리더를 잃은 흑협들은 속수무책으로 가면남에게 당하기 시작했다. 드림홀을 생성하고 도망가려는 사람들과 가면남과 어쩔 수 없이 맞서 싸우려는 사람들이 나뉘어 그야말로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으어억."

그렇게 동쪽 F지역에 마지막 남은 흑협의 비명 소리를 끝으로 사방은 고요해졌다. 이 광경을 묵묵히 지켜보던 히렌이 입을 열었다.

"결국 혼자서 그 많은 흑협들을 다 처리했어. 정말 괴물이 따로 없군."

그리고 히렌은 주위를 둘러보았고, 자신과 마찬가지고 가면남의 전투를 멀리서 지켜보았던 프란들은 말없이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저 가면남... 프란이겠지?

­아마, 우리들이 모르는 프란의 비밀병기 아니야?

가면남은 흑협들의 시체에서 떠오른 지배석을 3/1 정도 챙기고는 어딘가로 이동하기 위해 드림홀을 생성했다. 그러자, 말없이 지켜보던 히렌이 자신의 쾌속의 순보 스킬을 이용해 가면남에게 다가갔다.

"저, 저기.."

가면남은 자신에게 말을 건 히렌에게 고개를 돌려 가벼운 묵례를 했지만, 가면남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혹시 저희랑 같은 편 이신가요?"

히렌의 말에 가면남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까전 생성한 드림홀을 타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 버렸다.

#

다시 동쪽 A지역으로 돌아온 히렌과 채린이는 아까 가면남의 이야기로 대화가 한창이었다.

"채린아, 봤지? 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는데 포스가.... 장난 없었어."

"흠...."

어째서인지 채린이는 팔짱을 끼고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보였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가면남.. 아무리 봐도 말이야..."

"응..? 아무리 봐도??"

"아무리 봐도.. 내 스타일이야.. 아까 우리한테 지배석 남기는 여유 봤어? 남자는 저렇게 과묵하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후... 금사빠.. 우리 귀령이는 어쩌고?"

"귀, 귀령이는 친구야."

당황스러워하는 채린이의 모습에 히렌은 신이 났는지, 한술 더 뜨며 말을 이어 갔다.

"웃기시네. 내가 너를 안지 얼마나 오래됐는데, 네가 귀령이를 친구로만 생각한다고?"

"주, 죽을래? 아까 홍선님 때문에 봐준 거 기억 안 나?"

"뭐만 하면.. 때리려고만 하니... 후.."

"귀령이는 귀엽고 가면남은 멋있어. 각자의 매력이 있는 거야."

"오호라... 결국 이실직고 고백을 하는군."

팍­퍽­팍­퍽

"죄송합니다."

"남자들은 꼭 맞아야지 정신을 차리지. 아직 현실 세계로 가려면 열흘 정도 남았으니까, 잘하면 가면남을 볼 수 있겠지?"

"그, 그렇지.."

"오늘은 너무 당황해서 말을 못 걸었지만, 내일은 다를 거야."

"쉽지 않을걸? 너 말고도 프란에 있는 여자들이 가면남의 팬클럽을 만든다고 할 정도이니까."

"원래 쉽지 않은 남자가 매력적인 법이지. 호호.."

히렌과 채린이는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고 다음 날 아침 일이 벌어졌다. 히렌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노크도 없이 채린이의 방문을 덜컥 열었다.

"채린아! 빨리 정비하고 나와."

아직 잠에서 제대로 깨지 못한 채린이는 눈을 비비며 노크도 없이 들어온 히렌에게 투덜거렸다.

"또 노크도 없이 진짜 죽.."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야. 황가가 떴다고."

"화, 황가?"

흑협에는 SS급이 총 세 명 있었다. 백호, 금호, 그리고 흑호. 채린이가 히렌의 말을 듣고 놀란 이유는 지금 자신이 머무는 동쪽 A지역에 SS급인 백호의 애제자 황가가 왔기 때문이다.

"그래. 황가가 왔어."

"황가라면 흑협중에서 네 번째 SS급이 유력한 그 황가?"

"맞아. 지금 바깥 상황이 말도 아니야."

"알았어. 바로 나갈게."

채린이는 방안에 나가기 전 자신의 귀속 아이템을 모두 생성한 뒤 자신의 지역에 출몰한 황가를 맞이하러 갔다.

­으억

­흐악

후방에서 전투를 지켜보고 있을 줄 알았지만, 초반부터 황가는 선봉에 서서 프란들의 자각력을 거침없이 빼앗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히렌과 채린이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히렌, 준비됐지?"

"그, 그래."

"찬란한 궤도."

채린이의 어쌔신의 단검이 황가를 향해 날아갔지만, 황가는 이미 모든 걸 간파하고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어쌔신의 단검을 자신의 검 끝으로 쳐냈다.

"호오, 우리 구면 아닌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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