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화 〉 2부 38화 혜윤이의 지원 메시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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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38화 혜윤이의 지원 메시지 (3)
찬휘의 시선은 주석에게로 향했다.
"주석님이라고 하셨나요?"
"네. 맞습니다."
"등급이 어떻게 되시죠?"
"B급입니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죠?"
찬휘의 물음에 주석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자, 잘 모르겠습니다."
"흠.. 주석님만 괜찮다면 저희 프란으로 받아드리고 싶은데.."
"저, 정말입니까?"
"네. 근데 그 손등에 있는 문신. 피아렛의 문신 맞죠?"
"맞습니다."
"피아렛의 문신은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은 잘 아시죠?"
"아... 알고 있습니다."
"프란들은 주석님의 문신을 보면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주석님은 좋은 분 인 것 같지만, 프란과 흑협은 적대관계니까요. 견녀 내실 수 있겠습니까?"
"저는 이미 령귀님이 없으셨다면 자각력을 잃었을 몸입니다. 한 번의 용기가 없어 흑협들이 쓰레기 짓을 하려는 것을 묵인했다면 저도 다른 흑협들 처럼 령귀님에게 자각력을 잃었겠죠. 제가 조금씩이라도 시선을 바꿔보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좋습니다. 프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때 누군가 거친 숨소리를 내며 노크도 없이 문을 열었고, 고개를 돌려보니 혜윤이였다.
"차, 찬휘님.. 메세지를 확인하고 왔습니다."
찬휘는 혜윤이 오자마자 내 앞에서 처음으로 호통을 쳤고, 혜윤은 연신 나와 찬휘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 찬휘의 호통은 혜윤이 눈물을 보이고 나서야, 끝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덜렁대지 말라고 큰일 날 뻔 했잖아."
"죄, 죄송합니다..."
"아무튼 주석님은 이번에 프란으로 가입하시는 분이니까 네가 프월관으로 안내 부탁해."
"알겠습니다."
혜윤과 주석이 나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고 떠나려 할 때 나는 다시 피카소의 만능 붓을 생성했다.
"피카소의 만능 붓 생성!"
((감각이 예민해집니다.))
((마력이 증가합니다.))
((그림 복제 스킬을 시전할 수 있습니다.))
((그림 해제 스킬을 시전할 수 있습니다.))
내가 뜬금없이 귀속 아이템을 생성하자, 찬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갑자기 아이템 생성을??"
"아, 잠깐만.."
나는 주석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주석님 오른손 좀 줘 보실래요?"
"네?"
주석은 영문도 모른 채 나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림 복제!"
나는 그림 복제 스킬을 이용해 주석의 오른손에 새겨진 흑협 문신을 다른 그림으로 덮어버렸다.
"아... 가, 감사합니다."
"지울 수 없다면 덮어버리면 그만이죠. 다음에 볼 때는 프란소속인 주석님을 뵙겠네요."
"그러겠죠?"
"그때까지 잘 견녀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혜윤도 주석이 말이 끝나자,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귀령님 오늘일은 정말 죄송했습니다."
"하하.. 사과를 몇 번이나 하시는 겁니까?"
"그, 그래도.."
"괜찮습니다. 대신 주석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혜윤은 주석을 데리고 프월관으로 이동했고, 이곳엔 찬휘와 나만 남게 됐다.
"귀령아,"
"응?"
"물어보면 대답해주지 않겠지?"
"무, 무슨 소리야?"
"시치미 떼지 마. 네가 내 승급 파티 때 강산을 잡았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냥 네가 숨기고 싶어 해서 그러려니 했는데 너무 궁금해서 말이야."
"하하..."
"눈치가 없는 히렌이나 속지."
"풉.. 히렌이 눈치가 없긴 하지. 나중에 때가 되면 이야기해 줄게."
"그래. 이유가 있겠지. 그러면 하나만 부탁해도 돼?"
"무슨 부탁인데?"
"아까 네가 지나 왔던 지역이 정확하게 말하면 서쪽 C지역인데 그곳만 A급 이상이 없어서 취약한 곳이거든. 지원 병력을 보내 줄 테니까 네가 지휘를 맡아주면 안 돼?"
"지휘?"
"점령만 하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
"채린이는 지금 어디 있는 거야?"
"동쪽 A지역."
"채린이한테는 비밀로 해 줄 수 있지?"
"당연하지. 그 정도 눈치가 없을까 봐."
나는 앉아 있던 의자에 일어서며 찬휘에게 말했다.
"알겠어. 갔다 올게."
"자, 잠깐만 지원.."
"아까 훑어보고 왔는데, 나 혼자 가도 충분해."
"도, 도대체 무슨.."
"대신 지배석은 내가 갖는다."
"그거야 상관없지만.."
쾅
찬휘가 말릴 새도 없이 나는 드림홀을 타고 이동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찬휘는 서쪽 C지역을 점령 했다는 메세지를 내게서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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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C지역을 점령하고 찬휘에게 메세지를 보낸 뒤 나는 본부로 향했다. 그러나, 항상 마중 나오던 써니가 보이지 않았다.
'C지역을 점령하고 있을 때 메세지가 온 건데 내가 조금 늦은 건가?'
그때 저 멀리서 장백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귀령아!!"
나도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어 장백에게 화답했다.
"장백!"
"기다리고 있었어."
"써니님은 어디 가셨어?"
"아, 오늘은 내가 마중 나간다고 이야기했지."
"황성제 일은 잘 해결됐어?"
황성제 이야기에 장백은 기분이 좋은지 어깨를 들썩거렸다.
"그럼! 덕분에 바닥에 떨어졌던 내 위상이 하늘 높이 올라갔지."
"하하.. 원래 네 위상이 어느 정도 였는데?"
"그냥 기타치면서 노래나 하는 한량 같은 존재라고 할까?"
"한량? 언제 노래나 한번 들려달라고."
"크.. 그래. 나한테 반하지나 말라고. 일단 위에는 허락 맡았으니, 내 꿈속으로 갈까?"
"그래. 그러자."
장백의 꿈속으로 드림홀을 타고 이동한 뒤 그간 현실 세계에서 벌어진 일들을 장백에게 들려주었다. 장백은 내 이야기를 듣는 내내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된 거야."
"그럼... 어느 정도 퍼즐은 맞춰지고 있네."
"아직은 맞춰졌다고 보기는 그래도 일단 70%는 다가왔다고 생각해."
"근데 너희 아버지가 그렇게 되셨다면.. 채린이 또한 위험한 거 아니야?"
"맞아. 채린이 또한 현실 세계에서도 위험하지."
내 말을 듣고 장백은 화가 나는지 주먹을 굳게 쥐고 있었다.
"이거... 정말 아무도 못 믿겠는걸?"
"그게 제일 문제야. 나도 사실상 약속이행 아니었으면 너를 이 정도로 신뢰하지는 못했으니까."
"그래.. 그럼 테라라는 사람이 제이슨의 행방을 찾는다는 거지?"
"응. 믿을만한 친구야."
"나도 한 번 금지구역에 대해서 알아봐야겠어."
"할 수 있겠어?"
"나도 이제 곧 S급으로 절차만 밟으면 금지구역을 들어갈 수 있는 등급이야. S급이 되면 정확하게 어떤 혜택들이 있는지 물어보는 정도는 해도 돼."
"그래도 조심해. 네가 알고 있는 S급들은 금지구역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장백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마 생각이 아직 정리가 안 된 듯 꽤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너도 많이 복잡하겠다."
"후.. 소희도 이 사실을 안다면 채린이를 용서해줄 텐데 말이야.."
"소희? 채린이랑 친했다는?"
"응. 채린이가 그렇게 무책임하게 우리를 버리고 떠난 것에 대해서 굉장히 화가 나 있거든."
"아마, 채린이는 오히려 너희에게 피해가 갈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떠났을 수 있어."
"채린이라면 가능한 이야기지. 하지만, 예전과 지금은 많이 달라. 이제는 내 힘으로 채린이를 지킬 수 있으니까."
"그 친구한테도 나중에 상황이 맞는다면 이야기하도록 하자."
장백은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제 수련이나 할까? 아니면 뭐, 너 정도면 내가 수련을 굳이 가르쳐 줄 필요는 없으니 써니님한테는 수련받았다고 보고해줘?"
"한 달에 하루뿐인 수련인데 같이 하지 뭐."
"알겠어."
그렇게 하루 동안 장백의 꿈속에서 같이 수련을 하고는 다음 날 내 꿈속으로 드림홀을 타고 떠났다.
"흠~ 역시 내 꿈속이야. 마치, 고향에 온 듯, 한 기분이 든단 말이야."
수련관으로 향하니 수련관에 승만이의 모습이 안 보였고, 저 멀리 소환장에서 승만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곳은 소환장인데?'
승만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소환장 쪽으로 가보니 승만이와 처음 보는 여성분이 보였다.
'채린인가..? 체구를 봐서는 채린이가 아닌데..'
의구심을 가지고 더 가까이 가보니 어떤 나이가 지긋히 드신 여성이 승만이와 대화중이었다.
'승만이의 표정을 봐서는 흑협은 아닌 것 같은데..'
"승만?"
승만이는 나를 보고는 반가움에 한걸음에 달려왔다.
"야! 마침 타이밍 좋게 잘 왔다."
"왜?"
"네가 없는 사이에 D급으로 승급 했는데, 너를 기다리려다가, 마침 사역마를 소환하는 방법도 저번에 채린이한테 배워서 해본다는 게 실수로 소환을 해버렸는데 싸우지도 않고 이 할머니랑 계약이 완료되었어."
"그, 그게 무슨.."
여성은 나에게 다가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승만님과 계약을 벌써 완료 했는데 인정을 안 하시네요. 손자 녀석이랑 참 많이 닮아서 계약을 맺은 건데.."
'소, 손자..? 풉..'
웃음이 나는 걸 간신히 참은 뒤 나는 승만이를 보고는 말을 이어갔다.
"승만아, 내가 서큐버스랑 계약한 것 처럼 이미 계약이 됐으면 끝난 거야. 이분도 너를 마음에 들어 하신 것 같은데 운명이라 생각해."
"하..."
승만이는 울먹거리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사역마를 사역마의 공간으로 귀환시켰다.
"사, 사역마의 공간으로 귀환!"
"풉..."
"우, 웃지 말라고."
"승만아, 난봉꾼인 내 인생을 그렇게 부러워했잖아. 이제 첫걸음이라고 생각해. 너를 마음에 들었다고 하셨잖아."
"후..."
"그분 근데 존함이...? 풉.. 미치겠다."
"수, 순자할매."
"큽.. 그래 순자할매한테 잘해드려. 사역마는 내 루팡처럼 잘 삐지기도 하니까, 근데 전투를 하지 않았으면 스킬도 잘 모르겠네. 아직 귀속 아이템을 못 얻어서 스킬창이 안 열려 있으니까, 귀속 아이템부터 얻으러 가보자."
승만이와 나는 구현관으로 걸음을 향했고, 법진에 향하자, 승만이는 귀속 아이템을 얻었다.
'방패... 잘 됐어. 내가 저번의 대장장이의 망치로 얻은 블루소드를 주면 되니까.'
"귀령아, 네가 나한테 소드를 준다고 했으니까 방패를 얻은 거면 나름 선방한 거지?"
"선방이 아니라, 그 정도면 완전 좋은거지."
나는 승만이에게 블루소드를 건네줬다.
"이제 스킬창도 열렸으니, 아이템 스킬이랑 사역마 스킬도 확인해봐. 그리고 메세지함도 열렸으니 이제 꿈속에서도 너랑 나랑 서로 대화할 수 있어."
"오오.."
승만이는 처음으로 얻은 귀속 아이템과 내가 건네준 블루소드를 들고나와 같이 수련관으로 향하였다. 승만이와 수련을 하다 보니 어느덧 다시 현실 세계로 복귀할 시간이 되었다.
"승만아, 고생했다."
"오늘 주말인데 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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